[NDC 19] 로우테크 메카닉의 매력을 살려라! 드래곤하운드 아트 테마 제작기

조회수 2019. 4. 29. 10: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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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는 짧게 보면 유저들이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이며, 길게는 그 게임의 특색을 유저들에게 각인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트, 비주얼 테마는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 결정될까?

 

26일, NDC 2019에서 이런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강연이 있었다. '차이니즈 고딕 스팀펑크'라는 독특한 아트 테마를 가진 <드래곤하운드> 관련 강연이 그 주인공이다. 

 

개발진은 왜 이런 희귀한 아트 테마를 선택했을까? 이 테마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을까? 넥슨 데브켓스튜디오 김호용 아트 디렉터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넥슨 데브켓스튜디오 김호용 AD

# 산업혁명기 유럽? 그거 너무 흔하지 않나?

 

게임의 아트 테마는 그 게임이 유저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경험이 확정된 뒤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드래곤하운드>의 경우 초창기 로망이라는 콘셉트를 기반으로 ▲ 헌팅 ▲ 라이딩 슈팅 ▲ 로우테크 세계관 3개 테마를 메인 경험으로 확정한 게임이다. 이를 키워드로 바꾸면 사냥꾼(헌팅), 대포(로망, 슈팅), 말(라이딩, 로우테크) 3개로 압축된다.

 

이 키워드를 나열했을 때 떠오르는 테마는 '스팀펑크'였다. 하지만 이것은 김호용 AD에게 그다지 달갑지 않은 테마였다. 개성은 확실하지만 팬층이(다른 장르에 비해) 적었고, 스팀펑크의 주요 배경인 전근대 유럽은 이미 다른 장르에서도 많이 쓰여 비주얼만으로 차별화가 힘들었다.

 

보통 이 단계에서 새로움과 익숙함, 2개의 길을 가지고 고민한다. <드래곤하운드> 팀이 선택한 것은 전자였다. 개발진들의 전반적인 성향이 도전적이었고(애초에 로망 하나 보고 개발 시작한 사람들이었으니까), 로망을 제 1 테마로 했기에 이런 성향을 가진 이들에겐 약간의 비주류 테마도 수용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때문에 아트 파트는 스팀펑크라는 테마의 '차별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 장르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 곧 장르의 '정수'를 캐치하는 것이다. 다른 것과 차별화를 위해 장르의 정수를 훼손한다면 장르 자체의 매력까지 사라지기 때문이다.

 

스팀펑크는 보통 ▲ 산업혁명기 유럽 ▲ 갈색 가죽과 노란 황동 ▲ 톱니바퀴나 증기, 실린더 같은 눈에 보이는 기계적 상징 3개 요소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중 어떤 요소에 열광하는 것일까?

 

김호용 AD의 판단은 바로 3번째 '기계'였다. 그는 충분히 기술이 발달된 현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세련된 기계는 판타지를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SF처럼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고도의 기술은 그 작동 원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시장에 넘치는) 판타지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스팀펑크의 기계, 즉 로우테크 기계는 어떤 결과를 내기 위해 그럴싸하게 작동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며, 메카닉에 열광하는 키덜트들의 감성과도 일치한다. <드래곤하운드> 아트의 핵심 테마 중 하나가 이렇게 결정됐다.

반면 스팀펑크의 또다른 요소인 산업혁명기 유럽과 갈색/황색 색감은 다른 것으로 대체됐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런 비주얼은 다른 장르에서도 많이 쓰이는데다, 스팀펑크 장르 내에서도 이런 배경을 탈피하려는 시도도 여럿 있었다.

 

때문에 아트팀은 전근대 유럽 대신, 동양이라는 테마를 선택했다. '산업혁명이 유럽 대신 동양에서 탄생했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이었다. 유저들이 흔히 아는 세계를 스팀펑크로 변주해, 익숙함과 생소함을 같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런 조합의 의외성과 이면성은 이후 <드래곤하운드>의 다른 아트를 구현하는데도 중요한 가이드 라인이 됐다. 

# 증기, 실린더, 삽탄! 기계적 애니메이션

 

김호용 AD가 <드래곤하운드>의 아트를 구현하며 가장 많이 신경쓴 것은 눈에 보이는 기계적인 움직임이었다. 아트팀은 앞서 말한 것처럼 실린더, 증기 등의 기계적인 중간 과정을 스팀펑크 장르의 중요한 매력이자 로망라고 판단했다. 때문에 <드래곤하운드>의 아트, 3D 모델을 제작할 때도 이 부분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다. 

 

대표적인 것이 유저가 게임 중 입고 다닐 '중완'이라는 외골격 기계 강화 갑옷이다. 중완은 유저가 말 타고 대포를 들 수 있다는 당위성을 선사하기 만들어진 게임 속 장치다. 중완은 로망을 위해 (적의 공격에 방어력을 제공할 수 있는) 육중한 외관, 게임적으로 다양한 액션을 선사하기 위해 탈착이 가능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야 했다. 마지막으로 사실상 캐릭터의 외형을 결정하는 장치 중 하나기 때문에 가성비 좋게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어야 했다. 

이에 아트팀은 중완의 스팀펑크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프레임 3개, 그리고 여기에 얻어 차별적인 외관을 선사할 수 있는 장갑 2개 파트로 나눠 작업했다.

 

프레임은 기계라는 로망을 살리기 위해 톱니나 실린더 등이 직접 움직이게끔 구현됐다. 중완을 입고 벗을 때의 움직임에 특히 신경썼다. 3개의 프레임은 각각 다른 느낌으로 움직이게끔 제작됐다. 게임 내적으로는 속도/화력/방어력 중심의 3개 타입의 중완을 구현하기 위함이고, 외적으로는 움직임 만으로도 중완의 특징을 어필하기 위함이었다. 

 

장갑은 프레임 위에 씌우는 판 느낌으로 제작됐다. 다양한 외관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프레임에 비해 많은 자유도가 주어졌지만, 프레임의 기계적인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프레임을 100% 덮는 디자인은 지양됐다.

 

무기나 마을도 이런 기계적인 움직임이 잘 드러나게끔 디자인됐다. 예를 들어 몬스터에게 다가가 칼날을 사출하는 '중검'이라는 근접 무기는 마치 파일벙커처럼 사출 시 무기 뒤에 있는 실린더가 당겨지고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움직임이 구현됐다. 얼핏 레일건처럼 보이는 '철관포'라는 무기는 배팅머신처럼 회전하는 두 롤러가 철관을 쏘는 장면을 보여주는 식으로 기계적인 움직임, 스팀펑크 장르에서 볼 법한 기술적 상상력을 신경써 구현했다. 

항모 + 대륙 횡단 열차라는 콘셉트로 시작된 '이동마을'은 독특하게도 3D 아트가 먼저 나온 후 프로덕션 아트(≠ 콘셉트 아트)가 구체화된 케이스다. 기계적인 움직임을 살리려면 먼저 이게 실제로 3D 모델로 제작 가능한지 검증부터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적인 모델링이 끝난 뒤엔 마을의 각 구획, 나아가 각 부품(?) 같은 구성 요소를 분리해 기계적인 움직임을 부여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기존엔 이동 마을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3D 덩어리였다면, 이 단계에선 큼직하겐 각 구획, 조금 더 들어가면 캐터필러나 실린더 같은 큼직한 구성 요소들로 분리해 기계적인 움직임을 구현한 후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쳤다.

# 캐릭터의 이면성, 조합의 의외성

 

그렇다면 이런 기계적 애니메이션 말고, '차이니즈 고딕'이라는 게임의 아트 테마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이 과정에선 중국의 구룡성채나 과거 서울 종로에 있던 조계종 총무원과 같은 현실의 차이니즈 고딕스러운(?) 요소들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됐다. 당시 아트팀의 목표는 처마 같은 동양적인 요소는 살린 채, 구룡성채의 빽빽한 공간활용이나 조계종 총무원의 그물 같은 전선 등 전근대 느낌을 결합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한자를 기반으로 한 전용문자 폰트까지 새로 만들었다. 게임 곳곳에 '부적'과 같은 문자를 기반으로 한 무늬가 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실적인 느낌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NPC들은 가능하면 전형적인 캐릭터성에서 탈피해, 의외의 요소들을 조합해 이면성을 드러내도록 제작됐다. 1차적으론 신선한 조합으로 유저들에게 새로운 세계라는 느낌을 주기 위함으로, 2차적으론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향후 스토리적으로도 활용한 여지를 두기 위함이었다. 

 

예를 들어 방공구(이동 마을의 관청이자 사령부)에는 앳돼 보이는 여성이 수장이고 노인이 보좌관이다. 수장과 보좌관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한번 뒤집은 디자인이다. 공장구(일종의 대장간)의 여성 NPC도 비슷한 발생에서 디자인됐다. 

의술구(병원, 침술 등을 통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강화하는 장소)의 여성 의사는 외모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의술과 기계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프랑켄슈타인 같은 테마로 제작됐다. 겉으로 주는 이미지와 백스토리 간의 의외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된 캐릭터다.

 

이외에도 다양한 NPC들이 여러 의도를 가지고 디자인됐다. 다음은 <드래곤하운드>의 주요 NPC, 몬스터 콘셉트다.

해체구의 상인. 카르텔이라는 느낌, 박력 있는 여성 캐릭터를 그리고 싶어 디자인.
주술구의 노승과 동자승. 연령대에 따른 대비, (게임 내에선) 만담 콤비 같은 느낌을 구현하려 했다.
마구구 NPC.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미형 NPC를 통한 힐링 느낌을 살리는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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