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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NDC 19] 함께한 시간 모두가 눈부셨다, 김동건이 기록한 ‘마비노기’의 순간들

NDC 2019 기조강연,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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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2019 기조 강연을 앞두고, 장내가 참관객으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마비노기>를 개발한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본부장의 발표를 수 년 만에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날 김동건 본부장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마비노기> 개발 전설’이라는, 제목만 들어서는 쉽게 내용을 가늠할 수 없는 강연으로 참관객들과 만났다. 

 

김 본부장은 굳이 옛날 이야기를 들고 나온 이유에 대해 ‘내가 다른 사람들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리고 미래를 위해 과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들 업계를 떠나는 것인지 옛날 이야기를 부쩍 듣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본부장에 의하면 한국 게임들은 사라져 가고 있다. 패키지게임은 그나마 구해서 플레이할 수 있지만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들은 존재와 함께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진다. 모바일게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 본부장은 “<마비노기>는 아직 자료도 많이 남아있고, 당시 함께 개발하던 사람들도 넥슨에 남아있다”라며 “사라지기 전에 옛날 이야기를 남겨서 다음 세대의 토양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강의를 시작하며, 끝맺으며 다른 분들도 ‘옛날 이야기’를 많이들 들려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김동건 본부장이 남기고자 하는 ‘<마비노기>의 옛날 이야기’다.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본부장  

 

 

옛날이야기 (1) 내성적이었던 아이, 자신과 닮은 사람들을 보다. <마비노기> 개발 전

김동건 본부장은 <마비노기>를 개발하기 이전의 이야기부터 풀어놨다. 고등학교 때부터 게임 개발을 시작해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쭉 개발을 이어가던 김 본부장은 통신과 인터넷의 세계를 만난 뒤 마치 게임과 같은 시스템을 가진 ‘BBS(온라인 게시판)’를 구상하게 된다. 글을 읽거나 쓰면 경험치가 올라가고, 아이템도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김 본부장이 만든 BBS에는 늘 상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게시판의 모든 글을 다 읽는 것은 물론 다른 일을 할 때는 접속자 리스트를 띄워놓고 그 공간에 존재했다. 

 

그러나 그들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그 사람들을 보며 ‘새로 이사온 아이의 장난감’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로 이사와서 다른 아이들과 친해지고는 싶은데, 내성적인 성격 탓에 섣불리 다가가지는 못하는 아이. 그래서 신기한 장난감을 들고 놀이터를 서성이며 아이들이 먼저 말 걸어주길 기대하는 내성적인 아이. 김 본부장 자신과도 닮아있던 아이의 모습은 이후 ‘게임을 열심히 하는 목적’에 대한 김 본부장의 철학을 이루는 토대가 된다. 

 

  

 

2000년이 시작되던 날. 김동건 본부장은 넥슨에 입사한다. 당시 넥슨은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성공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던 회사였다. 인터넷이 태동하고 있었으며,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지만 핸드폰 게임 개발도 시작되고 있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서가 드롭되는 패배의 쓴 잔을 몇 차례나 마시고 난 뒤 김 본부장은 드디어 조금 특이한 게임, <마비노기> 개발에 착수한다.  

 

 

옛날이야기 (2) 3D 처음, DB도 처음. <마비노기>가 부딪혔던 기술적 어려움

 

3D를 세일즈 포인트로 잡았지만 회사에서 3D 게임을 개발해 본 사람이 없었다. 첫 번째 난관이었다 . 김동건 본부장은 친구이자 지금은 <드래곤하운드>를 개발하는 이현기씨가 개발한 3D 엔진을 헐값에 구입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빠르게 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두 번째 난관은 DB였다. 당시 넥슨은 ‘둠바스’라는 파일 기반 서버를 사용하고 있었다. BBS를 운영하며 파일 기반 서버의 한계를 깨달았던 김 본부장은 가격도 비싸고 써 본 경험도 없었지만 <마비노기>에 오라클이나 MSSQL과 같은 DB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모든 면에서 새로웠던 게임 <마비노기>는 계속해서 난관에 부딪힌다. 쉐이더가 없던 시절 몇 개의 연산식 조합만으로 카툰렌더링을 구현해야 했고, 광원을 단 한 개만 쓸 수 있는 상황에서 게임의 공간감을 살려야 했다. 카툰렌더링 게임이라 다소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은 2D TV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해결했다.

 

3D 테크닉을 자체 개발했다는 것은 처음에는 장점이었지만 하드웨어가 진보할수록 개발팀을 힘들게 했다. 하드웨어가 진보하자 좋은 하드웨어에서는 성능이 안 나오고, 나쁜 하드웨어에서는 유저들이 옵션을 낮춰 더 나쁘게 보이는 단점이 나타났다. 낮은 버전에서 개발된 자체 3D 테크닉의 맹점은 그 후로 약 10년 이상 <마비노기>의 발목을 붙잡았다.  

 



 

 

옛날이야기 (3) 게임성에서 스토리까지 이어진 새로운 시도들, 아쉬움도 남아

 

<울티마 온라인>을 인상깊게 플레이했던 김동건 본부장은 <마비노기> 월드 역시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처럼 구현하려 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마비노기>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게임에서 ‘다정함’을 느꼈으면 했다. 동물과 아이가 존재하는 게임, 빵을 챙겨주고 생일을 기억하는 NPC. 캠프파이어와 캠프쉐어링을 통해 작은 것도 나누는 분위기를 유도했다. 

 

특히 <마비노기>의 대표 NPC ‘나오’를 디자인 할 때는 한층 더 공들였다. 기본 구상은 플레이어와 늘 동행하는 요정 같은 존재로 연애와 동경, 안전함 같은 감정이 느껴지도록 디자인했다. 김 본부장은 <은하철도 999>의 메텔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가위바위보 전투’로 알려진 마비노기의 전투 시스템은 턴 방식을 벗어나려 만든 것이나 턴 방식으로 불리고 있다며 김 본부장은 농담을 섞어 푸념했다. PVP를 대전 게임처럼 만들려 노력했지만 결국 PVP는 인기가 없었다며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가위바위보 전투는 게임을 차별화하는 인상적인 메카닉이었지만, 수백 시간 플레이 해야 하는 온라인게임에서는 피로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스토리를 만들 때 포기하거나 타협했던 많은 부분들이 있었지만 고집해서 무리하게 넣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냈다. 스토리상의 캐릭터로 직접 플레이한다, 당시로썬 획기적이었던 컷씬 연출을 넣는다 등이다. 김동건 본부장은 <마비노기> 스토리의 대략적인 줄기만 정하고, NPC 설정 등 세부 디테일은 스토리 작가인 이원씨가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MMORPG에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며, “<마비노기>는 스토리에 대한 부분을 잘 풀어낸 게임”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당시엔 스토리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했다며 개발 효율화를 꾀하며 다른 방식으로 이어갔어야 했었다고 후회섞인 회고를 풀어냈다. 

 

이외에도 김동건 본부장은 옛날 컴퓨터 잡지에 나온 악보를 그대로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연주 시스템에 텍스트 악보를 사용한 점, 아바타와 플레이어의 일체감을 위해 아바타의 시선을 플레이어가 따라가도록 유도한 점,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을 분석해가며 동작을 디자인한 점 등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옛날이야기 (4) 그밖의 기록, 그리고 <마비노기> 서비스를 포기하다
 

게임 외적 활동으로는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로나와 판> 이야기, 회사 전체에 지속적으로 공유됐던 <마비노기> 소식지, 유저와 소통을 위해 제작된 ‘에린워커’ 등이 <마비노기> 개발기로 소개됐다. 

 

김동건 본부장은 이어 처음으로 유저를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클로즈베타 첫날, 전투가 되지 않는 버그가 발생해 오직 ‘나무 때리기’만 가능했던 날이었다. 서버가 닫히던 12시까지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남아있었고, 되는 것 하나 없는 게임을 응원해 주던 유저들에게 많은 힘을 얻었다고 김 본부장은 밝혔다. 누군가는 이 게임을 사랑한다는 생각이 팀에 동력과 책임감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저들의 응원만으로 힘든 개발 기간을 버텨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워라밸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론칭 후 끝날 줄 알았던 야근과 밤샘이 이어졌고 팀원들이 하나 둘 번아웃에 나가 떨어졌다. G3를 마감할 무렵, 유저들과 오프라인 간담회를 열었고 김 본부장은 라이브 서비스 전문가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이후 <마비노기> 서비스는 넥슨 라이브 본부로 이관됐다.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현재에서 미래로. <마비노기 모바일>이 그리는 것

<마비노기> 개발 완수 보고서’는 유일무이한 완전한 포맷의 개발 완수 보고서로 넥슨에 남았다. <마비노기> 초기 기획부터 개발과정, 성과까지 모두 담겨있다. 프로젝트를 완전히 마무리했다는 마침표의 역할로, 회사가 시키지 않아도 한 번 만들어 보라고 김동건 본부장은 권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현재 개발중인 <마비노기 모바일>이 ‘<마비노기>를 미래로 전해주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옛날 게임을 충실하게 복각하는 것이 아닌, 과거에 마비노기가 줬던 느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을 현 시점에 맞게 다시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마비노기>가 지금까지 이어지듯 <마비노기 모바일>이 미래로 연결되길 바란다며 김동건 본부장은 기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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