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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람자의 D&D 사건파일 (5) “이런게 D&D의 참 맛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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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자의 D&D 사건파일] 컴퓨터 RPG의 선조이자 무궁무진한 자유도를 가진 놀이 TRPG. 한국에는 TRPG 중 하나인 <D&D>가 컴퓨터 게임 덕에 잘 알려져 있죠. TRPG가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된 지 약 25년이 지났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TRPG라는 이름을 들어봤고 여기에 관심을 가지지만, 독특한 방식 때문인지 TRPG로 입문하기까진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TRPG가 어떤 놀이인지, 플레이하면 실제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초심자가 어떤 실수를 많이 하는지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16년부터 TRPG, <D&D>를 알리기 위해 꾸준히 행사를 연 '람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람자는 누구?] <D&D> 게임에 푹빠진 쌍둥이 아빠입니다. 영상콘텐츠 제작을 주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카페 ‘깔깔고블린’에서 많은 분들과 게임을 즐기고 있으니 곧 뵈어요!​

 

<던전즈앤드래곤즈>(이하 D&D)는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의 게이머들이 즐겨왔고, 또 현재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이하 TRPG/RPG)입니다. 특별한 사회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던전마스터(이하 DM)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라 플레이어 캐릭터(이하 PC)들이 각자의 개성 넘치는 능력으로 난관을 극복해서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D&D>에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D&D>는 전쟁놀이를 테이블 위에서 정교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된 ‘미니어처 워게임’에 스토리텔링과 롤플레잉(Role-Playing ; 각자 자신의 캐릭터 성격에 빙의해 역할놀이를 하는 것)이 더해진 형태입니다. 이렇듯 <D&D>는 다양한 게임 장르의 집합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D&D>를 즐기는 형태도 세월(?)에 따라, 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스토리텔링의 면모가 강화되면 펜과 종이, 그리고 상상력 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워게임적 성향을 돋보이게 하고 싶다면 적절한 도구가 필수적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RPG 경험을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삽화 : 김기빈)

 

이렇게 다양한 <D&D>의 진행 방식과 구성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어떤 성격의 플롯을 플레이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게임의 내용 성격에 따라서 필요한 준비물이나 DM의 역할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C 게임을 예로 든다면, ‘지구를 정복한 악의 세력을 물리친다’라는 기본적인 줄거리라도 악의 세력 기지에 잠입을 해서 암살을 하는 내용이라면 <어쌔신크리드>와 같이 3D 맵과 AI의 시야개념, 소리개념 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수많은 적들을 무쌍으로 해치워 나가는 것이라면 횡스크롤 슈팅 형태의 단순한 구조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적과 초월적 존재가 대결을 펼치는 씬에서는 마치 게임 속 시네마틱 영상을 잠깐 보는 것처럼 DM의 나레이션과 롤플레잉만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다음의 두 가지 케이스는 제가 DM을 할 때 게임 진행이 미숙했던 관계로 게임 내용과 방식을 잘 매치를 시키지 못해서 일어났던 사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Case #1 상상력이 부족해! : 터레인과 미니어처가 필요할 때

 

(책상 위에는 펜과 종이, 주사위 외 도구는 없다)


마스터: 자, 여러분은 드디어 고대 드워프의 사원에 도착했습니다. 이 장소는 모두 돌로 만들어져 있고 가로 100피트 세로 200피트 정도의 크기 입니다. 돌기둥들이 곳곳에 배치가 되어 있으며 어둡고 습한 느낌입니다.


플레이어1: 피트 단위가 잘 와닿지 않는데… 미터로 환산하면 어떻게 되죠??


마스터: 아아… 시나리오북에 그렇게 나와 있어서… 잠시만요… (웹사이트 검색 후) 30미터, 60미터 정도입니다.


플레이어2: 저는 도적이라서 은신을 하고 싶어서 돌기둥 근처에 가서 은신을 하겠습니다.


마스터: 깊숙이 들어가서 돌기둥에 다가가자 돌기둥 뒤에서 괴생명체가 튀어나와요! 기습합니다!! (주사위굴림) 명중이에요!! 피해를 입습니다.


플레이어2: 아니… 돌기둥이 어디에 있었나요… 그렇게 깊이 들어간다는 얘기는 아니었는데요….


마스터: 돌기둥은 반대편 벽까지 가야 있어요.


플레이어2: 제 캐릭터라면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갔을 것 같은데요…


마스터: 일단 상황이 벌어졌으니 진행하시죠. 괴 생명체 몇 마리가 다시 나와서 위협합니다. 2마리가 더 나와요!


플레이어3: 괴 생명체? 어떻게 생긴거죠? 고대 드워프 무덤이라 엄청난 것이 있을 것 같은데…


마스터: 음… 괴 생명체는 키가 3피트 가량이고 제멋대로 난 이빨이 있으며 피부의 색은 어두워서 잘 감별이 안되고요, 귀가 약간 긴 편인 듯 보입니다.


플레이어3: 이상하게 생긴 생물이네요… 너무 강할까봐 불안하네요. 달려가서 공격할게요. 가장 가까이 있는 적이 얼마나 가까이 있죠? 제 공격 마법은 범위가 짧아서요.


마스터: 9미터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플레이어3: 제 캐릭터 이동력이 30피트인데 9미터면 몇 피트 정도 인가요?????


마스터: …30피트를 얘기한 거였습니다. 미터로 환산해 달라고 해서…


(DM의 긴 설명과 묘사와 전투 고전 끝에 적을 물리침)


마스터: 자, 힘들었지만 무사히 모두 물리쳤네요! NPC가 괴생명체를 보고는 ‘이런 고블린들이 더 있을 것 같다’ 라고 합니다.


플레이어3: 괴 생명체가 고블린이에요?! 저는 고블린들에 대해서 공격에 유리함이 있어요!!!! 왜 처음부터 고블린이라고 안한거에요??


마스터: 상세한 묘사를 해달라고 해서… 시나리오북에도 그렇게 나와 있고…


플레이어1,2,3: 개 구리다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되는 <D&D>는 장소의 제약이나 준비물 유무 등에 크게 구애 받지 않습니다.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면서 DM이 들려주는 스토리에 PC들은 리액션을 보여주고, 간혹 성공 실패를 판단할 때만 주사위를 굴리면 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조도구에 대한 DM의 사전준비가 필요 없다는 얘기는 곧 그 게임이 DM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뜻합니다. DM은 훌륭한 연기를 펼쳐야 하며, 눈에 그려질 듯한 묘사를 PC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부담이 큽니다.  

 

어두운 방에서 마스터의 리얼한 묘사와 연기를 경청하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TRPG와 <D&D>의 전형이다. (출처 : Geek & Sundry / Critical Role)

 

이와 같은 플레이 방식을 ‘상상 속의 극장’ (Theater-in-mind)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적절한 묘사와 플레이어들의 훌륭한 상상력이 더해지면 어떠한 플레이 방식보다 더 몰입감이 훌륭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DM들이 모두 높은 수준의 묘사력이나 게임 진행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종종 위의 사례와 같은 소동이 발생합니다.

 

더불어, <D&D> 게임을 하다 보면 때로는 정교한 전략 전술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잠입 미션이나 전투가 그런 종류일 텐데요. 이런 상황은 ‘상상 속의 극장’ 방식에서는 정교하게 구현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현장 배치에 대해 그림을 그려 설명을 하거나 몬스터의 생김새나 시선 등을 정확하게 묘사해 주고, 때로는 많은 핸드아웃(플레이어들에게 나눠줄 유인물)을 적절한 타이밍에 배부해야만 PC들의 상상력이 동기화 되어 오류 없는 진행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D&D> 공식 서적의 수많은 아름다운 지도를 제작한 ‘재러드 블랜도’씨의 저서도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다. 즉석에서 여러 핸드아웃을 제작하려면 기본적인 드로잉 능력이 요구된다. (출처 : 출판사 들녘)

 

하나 더 덧붙이자면, 말로만 장면을 묘사를 할 때에는 정교한 단위가 불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앞의 사례에서 장소의 크기를 피트 단위(미터로 변경해도 상황은 유사하다)로 얘기하기보다는, 플레이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장소(이를테면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공간)에 빗대어 얘기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인물이나 소품 등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표현이 가능할 것입니다.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 깔깔 고블린>은 대략 6미터 x 7미터(20피트 x 25피트) 높이 2.8미터 정도의 공간이다. <D&D> 속에서 이 정도 크기의 공간은 보통 던전 속의 소형방의 형태로 빈번하게 나온다. 이곳에서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이 공간을 기준으로 게임 속 장소의 크기를 가늠하곤 한다. 모두가 유사한 경험을 통해서 상상력을 최대한 동기화 시키는 과정이 ‘상상 속의 극장’ 방식에서는 필요하다.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상상 속의 극장’ 방식은 어떤 의미로는 궁극의 <D&D> 진행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에 미숙한 DM들을 위해서, 공식으로 배포되는 시나리오들에도 묘사만으로 장면의 분위기와 상황을 전달할 수 있도록, ‘아래를 읽어라’ 부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저 써있는 대로 읽기만 해도 괜찮은 담화가 발생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둔 것입니다. 적당한 분위기와 몰입감 좋은 플레이어들이 마침 모이는 상황에서는 ‘상상속의 극장’ 방식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많이 없을 것입니다.

 

 

Case #2 뭘 이렇게 많이 차렸어? : 보조 도구 세팅이 너무 과할 때

 

마스터: 그래서 여러분들은 마을의 작은 주점으로 들어갑니다. 세팅시간을 잠시 주세요.


(20여분의 세팅 시간이 흐르고)


마스터: 제가 배치한 이 예쁜 지형과 도구들은 모두 조사하거나 관련된 행동을 할 수 있어요!


플레이어: 와! 역시 미니어처로 해야 참맛이죠! 제 캐릭터는 주점 한가운데 있는, 문양이 새겨진 바위를 조사해볼게요!


마스터: 그건 아직 못치운 주사위입니다…


플레이어: 그렇군요. 일단 주점 주인에게 가서 무슨 문제인지를 물어볼게요!


마스터: 캐릭터 미니어처를 먼저 직접 이동시켜주세요. 어떤 칸으로 가시죠?


플레이어: 이렇게 세세하게 진행하는 모양이군요… 일단 알겠습니다..


마스터: 당신이 이곳까지 도착하자 주점 주인이 당신을 맞으며 주점의 불빛을 환하게 밝힙니다.


(주점 소품에 연결된 LED불을 ON)


플레이어: 우와앗! 정말 예쁘네요! 주점 주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봐요.


마스터: 주점 주인이 자신의 주점에서 패싸움이 곧 벌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지금인 것 같아요!


(수십 기의 미니어처들을 배치 중)


플레이어: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주점에 있네요. 그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요?


마스터: 이 주점손님 A가 자신의 턴에 6칸을 이동해서 B를 때리고… 이 무리는 이렇게 이렇게 이동해서 시비를 걸기 시작하구요, 이 사람, 이 사람, 이 남자 이렇게 이동해서 엉켜서 싸우고…


플레이어: 지금 이 전투 씬이 꼭 필요한 부분인가요? 이미 도입만 한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마스터: 이제 끝나갑니다. 그렇게 해서 싸움이 진행되고 있어요. 캐릭터는 어떻게 하나요?


플레이어: (캐릭터 미니어처를 이동시키며) 이쪽으로 가서 가장 강해 보이는 남자에게 말을 걸어요.


마스터: 어떤 루트로 가는지 정확하게 말을 이동시켜 주세요. 실제 상황입니다.


플레이어: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동합니다.


마스터: 그쪽으로 가면 옆에 싸움하던 사람에게 한 대 맞게 됩니다. (주사위 굴림) 명중이에요!


플레이어: 그냥 간단히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요???!


마스터: 이 식탁 위의 등불이 싸움 도중에 떨어져서 식탁보에 불이 붙기 시작합니다!


(불을 표시하는 마커 미니어처를 배치 중)


플레이어: 일단 저희 모두 겁을 먹고 주점 밖으로 대피합니다… 불을 무서워하는 캐릭터 특성이 있는 것 아시죠?


마스터: 네. 알겠습니다. 마을 거리 세팅을 해야 하니 10분 후에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플레이어: 개 구리다…


단정컨데 <D&D>와 미니어처/터레인(지형)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D&D>는 태생이 미니어처 워게임이기도 한 만큼 전투에 대한 규칙이 규칙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D&D>의 규칙 IP(지적재산)와 더불어 수십 년 동안 <D&D>의 특성을 보존하고 있는 하나의 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D&D>를 플레이한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미니어처/터레인을 구현해 플레이한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D&D>의 격자 전투를 더 손쉽게 진행하려고 한다면 썼다 지웠다 할 수 있는 1인치 격자 매트가 가장 저렴하고 유용한 편이다. Paizo 사의 Pathfinder Flip-mat 제품군이 가장 유명하고 종류가 많다. (출처 : Sly florurish 홈페이지)

 

격자 매트나 방안지, 격자를 임시로 그려서 맵으로 사용하는 것은 <D&D>의 전투를 더 정교하게 운용한다는 의미입니다. 각 칸은 보통 5피트x5피트의 기본 단위로 사용됩니다. 

 

이에 따라 기본크기(1x1칸), 큰 크기(2x2칸), 거대한 크기(3x3칸) 등으로 크기에 대한 규칙이 파생되게 됩니다. PC들은 자신의 캐릭터의 이동력을 고려해서 전투 전략을 수립합니다. 보통 일반적인 종족은 30피트, 6칸을 자신의 차례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 이동하려면 캐릭터의 능력이나 자원을 소모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고, 이런 특징들은 현재 최신 <D&D>에서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격자를 점유하는 정도에 따라 사이즈의 이름이 정해진다. 사이즈에 따라서 적용 유무가 갈리는 능력이나 마법이 있기 때문에 전투 시에는 해당 존재의 사이즈가 무엇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경우가 많다. (출처 : D&D 5판 공개판 Basic rules)

 

격자와 자신과 적을 표시하는 말 도구를 이용해서 전투를 더 정교하고 전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규칙은 <D&D> 서적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규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격자 종이와 병뚜껑이면 충분합니다. 실제로 <D&D>에서 권장(?)하는 도구 이용은 여기까지 입니다. 하지만 이미, 도구를 한번 쓰기로 했으면 욕심은 끝이 없어집니다.

 

프린트 된 지도를 수제작해서 사용하면 PC들이 해당 장소를 더욱 상상하기 쉬워집니다. 심지어 고가의 지형 제작 모듈 제품을 이용해서 던전과 성, 심지어 마을까지 실제로 조성해 플레이하는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재미에 대한 기대와는 상관없이, 한 번이라도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과 부러움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기분이겠죠.

 

D&D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주점 야닝포털(Yawning Portal)을 그대로 미니어처와 터레인을 이용해 꾸며놓은 디오라마. 사람들의 상상력은 항상 ‘0’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잘 차려진 실제 공간같은 디오라마에서는 더 많은 얘기가 나올 수 있을 것. (출처 : [좌] D&D 공식 지도 제품, [우] Pogre's Gaming Stop 홈페이지)

 

D&D 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터레인(지형) 모듈 제품은 Dwarven Forge 사에서 제작, 판매하는 것들이다.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지만 퀄리티나 내구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출처 : Dwarven Forge 홈페이지)

 

하지만 고가의 미니어처 세트를 보유하고 있어도, 관상용 디오라마 제작이 아닌 실제 플레이에 사용할 것이라면 조금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세팅에만 어마어마한 시간이 들어가며 굉장히 무거워서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이 가장 고민거리입니다. 

 

보통 <D&D> 게임에서 하나의 작은 시나리오는 3~4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던전과 같은 한정된 장소라 해도 15~16개 소의 공간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장면들을 모두 균질한 고퀄리티의 디오라마급 미니어처로 꾸미는 것은 상당한 제약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니어처/터레인을 <D&D> 세션에 사용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플레이 적합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가격면이나 내구도나 실제 플레이 적합성 등을 모두 고려한 터레인을 제작하는 팁 영상이 인터넷 상에 많이 나와 있다. (출처 : Black Magic Craft Youtube)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 개인적으로 저는 ‘플레이 적합성’을 가지는 미니어처/터레인 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세우고 플레이를 준비합니다.

 

1. 장면 전환 시에 세팅이 5분 이내로 가능한 지

2. 미니어처/터레인 구성물들이 모든 상황의 모험 배경에 재사용이 가능한 지

3. 너무 정교해서 플레이어들의 상상력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는 지

4. 너무 허접해서 하나마나 한 퀄리티인 것은 않는 지

 

이를테면 종이를 접어서 만드는 지형이나 폼보드로 제작한 지형들은 가지고 다니기에 무겁지 않고, 다양한 타일이나 모듈 형태로 마음대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 적합성’이 꽤나 높은 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리 시간을 들여서 퀄리티도 마음대로 조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PC들도 즐겁게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Fat Dragon Games 라는 회사에서는 직접 출력해서 접을 수 있는 터레인을 PDF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두꺼운 용지로 제작하면 가벼우면서도 최소한의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 파이어 자이언트와의 전투 씬에서 활용했다.)

 

위에서 소개한 Black Magic Craft 유튜브에서 배운대로 따라해 수십 종의 던전 지형 타일을 제작해서 3년 째 사용하고 있다. 

 

실제 테이블에서 진행하지 않더라도 ORPG(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형태로 웹 상에서 다양한 첨단 툴을 이용하는 플레이도 최근에는 꽤나 성행하고 있습니다. 얼굴을 보고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 진행이 더디어질 수 있다는 ORPG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청각자료를 쉽게 펼쳐내는 툴이 많습니다. 심지어 PC 게임 못지 않은 연출로 게임을 더 다채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캐릭터 말을 이동 시킬때 마다 실시간으로 공간에 대한 시야가 바로 확인될 수 있는 기능이 인상적인 Roll20 서비스.

 

<D&D>와 제휴해 <D&D> 세계에 나올 법한 사운드 이펙트와 효과음, BGM과 현장음들을 손쉽게 재생할 수 있는 툴도 있다. (출처 : Syrinscape 유튜브)

 

하지만 경험적으로 이러한 보조 도구들이 결국 DM의 진행 미숙함을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상상속의 극장’ 방식이 너무 많은 문제를 낳거나, <D&D>에서 제공하는 모든 규칙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보조도구를 물론 사용해야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또 게임적 성취감을 제공하는 것은 스토리텔러의 면모입니다. 

 

<D&D>의 참맛은 그저 DM의 훌륭한 연기를 감상하거나, 더 리얼한 지형, 수많은 미니어처들을 감상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PC들의 상상력을 적절하게 자극해서 더 웃기고 더 무섭고 더 감동적인 즉흥 서사를 ‘바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D&D> 게임의 목적이자 참맛이죠. 여러분들의 게임 커뮤니티나 주변 <D&D>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매장 등을 방문해서 나만의 <D&D> 맛집을 한번 찾아보세요. 

 

람자의 D&D 사건파일 목록

 

람자의 D&D 사건파일 (1) “TRPG? D&D가 뭐죠?”

람자의 D&D 사건파일 (2) “제 캐릭터가 LA에 있을 때 얘긴데요…”

람자의 D&D 사건파일 (3) “저는 00 던전마스터랑만 게임하고 싶어요.”

람자의 D&D 사건파일 (4) “저 플레이어 문제 있어요.” 

람자의 D&D 사건파일 (5) “이런게 D&D의 참 맛 아니겠습니까?” ☜ 

람자의 D&D 사건파일 (6) “헿 신선한 뉴비가 왔군!” (연재 예정)

 

람자의 D&D 사건파일 (7) “저도 던전마스터가 하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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