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의 등급 분류 수수료 면제 결정, 어떻게 봐야 할까?

조회수 2019. 3. 22. 14: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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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주전자닷컴과 플래시365 등 국내 플래시게임 사이트가 갑자기 서비스 중인 게임의 서비스를 중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심의를 거치지 않은 미등록 게임물은 유통할 수 없다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때문이죠.

 

물론,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게임을 유통할 수 없다는 원칙은 수긍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들에 대한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법률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한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은 모두, 영리를 추구한 것이 아닌 게임 지망생들이 개발한 비영리 게임이기 때문이죠.

 

 

영리의 목적 없이, 순수하게 게임을 개발하고 제작물을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게임물이라도 공개된 게임물이라면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규정은 당시 상황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반발을 샀습니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도 "우리나라 게임 생태계가 짓밟혔다"며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규정대로라면, 이들은 단순 플래시 게임에 대해 최소 3만 원부터 최대 8만 원까지 심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아마, 모바일이나 PC. 콘솔 플랫폼이었다면 비용은 더 올라갔겠죠.

 

게임위는 당시 사태가 벌어진 뒤 약 한 달이 안된 오늘(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위와 같은 경우에 대한 수수료를 면제하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적어도 부담 없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위가 관련 규정을 밝힌 배경, 그리고 앞서 밝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등급 분류 면제에 대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의 규정 발표 배경은?

 

먼저, 게임위가 오늘 발표한 내용부터 다시 확인 해보겠습니다. 이는 발표하기 하루 전인 3월 20일, 게임위가 진행한 내부 회의를 거친 결과입니다.

 

회의에서는 청소년을 비롯한 개인 개발자가 개발한 비영리 목적 게임물에 대해 현행 등급 분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모아졌습니다. 이에 ▲취미활동을 목적으로 개발한 게임물 ▲순수 창작활동을 위한 게임물의 경우 ‘등급 분류 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게임위는 후속절차를 완비하는 대로 조속히 관련 규정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청소년 및 인디게임 개발자를 대상으로 등급 분류제도 안내 교육도 적극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이 개발하는 게임물에 대해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선에서 진행되는 등급 분류 면제 건도 법령이 개정되는 대로 후속규정 정비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게임위를 통해 등급 분류 수수료를 면제하는 규정은 마련됐으나, 아직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나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게임위 선까지 결정된 사안인 만큼 상위 기관인 문체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문체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공유 받았고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현행 심의수수료 조건표.

게임위의 등급 분류 수수료 면제와 더불어, 문체부의 등급 분류 면제 건도 살펴 봐야 합니다. 이는 지난 2월 28일 ‘아마추어 게임개발자의 창작의욕 고취방안 마련’이라는 문체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된 내용입니다.

 

당시 문체부는 비영리 게임물 심의 등급에 대한 방침을 발표하면서 “청소년이 개발한 비영리 기능성 게임 또는 개인이 제작한 비영리, 단순 배포 목적의 아마추어 게임물에 한해 등급 분류를 면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소년이 개발한 비영리 기능성 게임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 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관련 건이 진행되면 개인이 개발한 비영리/단순 공개 목적의 게임물은 과거보다 훨씬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일단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입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다고 밝힌 청원인은, 당시 게임물 심의 제도에 대한 개선을 청원하기도 했습니다.

 

 

# 등급 분류 면제? 등급 분류 수수료 면제?

 

위 두 기관은 '등급 분류 면제'와 '등급 분류 수수료 면제'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개념만 놓고 보면 두 개는 양립될 수 없습니다. 등급 분류가 면제되면 등급 분류 수수료는 논의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등급 분류 자체를 할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문체부가 등급 분류 면제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게임위가 등급 분류 수수료 면제 규정을 신설한 이유는 등급 분류 면제라는 ‘법령 개정 이전에 내놓는 절차적 대안 차원’으로 보입니다. 법령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에 걸쳐 검토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죠.

 

 

등급 분류 면제가 시행되기 전, 청소년 혹은 개인 개발자의 고충을 1차적으로 덜어주자는 대안인 셈입니다. 등급 분류 수수료 면제 시행과 등급 분류 면제 시행에는 어느 정도 시간 차이가 나겠죠. 법령 개정이 즉각적인 대안이 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고려하면 효과적인 방안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체부는 현재 등급 분류 면제와 관련해 다각도에 걸쳐 사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관련 건을 위해 충분한 상황 검토를 마친 뒤 지난 3월 12일부터 내부 1차 TF 팀을 가동 중입니다. 현재는 TF를 통해 의견 개진을 정리 중이라고 합니다.

 

위에서 얘기한, 비영리 기능성 게임을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 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방안도 재검토 중입니다. 당초 문체부가 밝혔던 대안인 공공기관 사이트는 기능성 게임이나 학습용 게임을 주로 올리는 곳인데, 여기에 주전자닷컴의 게임을 비롯한 다른 성격의 게임을 가져와 서비스하는 것이 실효성 차원에서 적절치 않기 때문이죠. 사이트를 다시 구축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요.

 


 

# 3월 말 구체적인 계획 공개 예정... 청소년-개인 개발자의 자유로운 창작 환경 마련될까?

 

주전자닷컴과 플래시365등 국내 플래시게임에 취해진 통보는 게임산업 시장 환경과 법령이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한 사례입니다. 법을 근거로 얘기했지만, 해당 사이트에서 운영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해 법과 환경 사이에 갭이 발생한거죠.

 

문체부의 법령 개정, 그리고 그에 앞서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게임위의 등급 분류 수수료 면제는 조금씩 청소년, 그리고 개인 개발자의 숨통을 트이게 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청소년과 개인 개발자라는 기준 역시 모호할 수 있고 기준이 악용되지 않고 올바르게 작용하도록 문체부도 신중한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향후 등급 분류 면제가 시행될 때 관련 게임들이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도록, 또는 해킹이나 랜섬웨어 같은 악의적인 의도 없이 충분한 자율성을 가지고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문체부는 3월 말 중으로 ‘게임콘텐츠 진흥 중장기 계획’을 공개, 위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밝힐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규제 완화와 더불어 작년부터 꾸준히 이슈가 되어 온 게임 자애 질병코드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개인 개발자가 자유롭게 창작하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청소년과 개인 개발자가 마음껏 창작을 펼칠 수 있는 때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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