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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데드 리뎀션'으로 돌아본 서부 시대와 무법자의 몰락

조회수 2019. 1. 15. 12: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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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읽어본 스토리, 더치 반 더 린드는 왜 악당이 됐는가?

국내∙외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레드 데드 리뎀션 2>가 지난 11월 PS4와 Xbox One으로 발매됐다. 이번 작품은 전작 <레드 데드 리뎀션>의 프리퀄로 전작은 1911년을 시대 배경으로 그렸지만,​ 이번 작품은 1899년을 배경으로 삼았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주요 스토리는 '반 더 린드 갱단'과 갱단 두목 '더치 반 더 린드', 그리고 서부 무법자들의 몰락이다. 게임은 전작에서 악당으로 등장한 더치 반 더 린드가 왜 악당이 됐는지, 갱단원들과 더치가 의절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담았다. 여기에 '서부 무법자 시대'를 이끌던 주요 갱단들이 어떻게 몰락했는지에 대한 과정 역시도 담아냈다. 전체 스토리가 '몰락'을 담았다는 점에서 작품 표지에 그려진 '석양' 역시 게임 전체 스토리를 함축한 부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석양이 진다. 한때는 갱단원을 끔찍이 생각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 알던 '의적'이었던 사람이 피도 눈물도 그리고 인간성도 없는 악당이 되기까지.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에 담긴 더치 반 더 린드의 행보를 돌아보고 그와 '서부 무법자 시대의 몰락'을 집중해봤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 이 기사에는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보잘것 없는 악당 더치 반 더 린드, 그의 과거는 명성 높은 갱단 두목

"우리의 시대는 끝났어"

 

시리즈 첫 번째 작품 <레드 데드 리뎀션>은 1911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게임 주인공 존 마스턴은 수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갱단 생활을 청산했고 지금은 자신만의 목장을 경영하며 가족들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도 잠시. 연방 수사국이 습격해 존의 가족을 인질로 삼았고 존은 가족을 돌려받는다는 조건으로 과거 반 더 린드 갱단원 ‘빌 윌리엄슨’, ‘하비에르 에스쿠엘라’, ‘더치 반 더 린드’를 잡거나 죽이라고 명령받는다.

 

이중, 더치는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이 속한 '반 더 린드' 갱단의 두목이었지만, 지금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선동해 미국을 공격하는 '반란군'을 조직한 인물. 과거 갱단 두목 시절만 하더라도 민간인을 공격하거나 살해하지는 않았던 더치​는 체포당하지 않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살해하는 잔인한 악당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1899년을 배경으로 한 <레드 데드 리뎀션 2> 속 더치 반 더 린드의 모습

1911년을 배경으로 한 <레드 데드 리뎀션>에 등장한 더치 (가장 오른쪽)

<레드 데드 리뎀션>에서 그려진 더치의 모습은 왜소한 체격과 흐릿한 눈빛, 그리고 알 수 없는 표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심지어 과거 장기 중 하나가 '뛰어난 언변'이었다고 하는데, 정작 게임 속 더치는 거친 욕설과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오히려 그가 과거에 갱단 두목이었고 갱단원들에게 존경을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과거의 더치는 정말 그런 인물이었다. 호화로운 조끼를 기반한 정장을 입고 늘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던 더치.​ 여기에, 쉽게 대적할 수 없을 듯한 건장한 풍채는 물론이고 적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동료는 물론 어려운 사람들을 끔찍이 챙길 줄 아는 심성까지 지닌 인물이었다. 더치는 분명 갱단 두목이긴 했지만, 타인을 괴롭히고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악당'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더치가 망가지기 시작한 건, 더치가 갱단원들에게 강조했던 '자신의 계획' 때문이다.

  

동료는 물론 어려운 사람들을 끔찍이 챙길 줄 알던 과거의 더치

 

  

# 계획 많은 치밀한 전략가? 계획도 동료에 대한 믿음도 없었던 사기꾼

"내게 계획이 있어!"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반 더 린드 갱단은 갱단원 중 한 명인 '마이카 벨'이 도시 '블랙워터'에서 일으킨 사건으로 인해 도피 생활을 한다. 계속되는 수사국의 추격으로 인해 불안한 나날이 계속되자 더치는 “내게 계획이 있어”라고 말하며 갱단원들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플레이어와 주인공은 물론이고 갱단원 그 누구도 게임이 끝날 때까지 더치의 계획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그리고 더치가 말한 '안전한 장소'가 어디였는지를 알지 못한다. 매일같이 계획 타령을 한 더치에게는 사실 처음부터 '계획'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계획이 무엇인지 전하지 않는 더치

갱단원들은 '더치가 말한 계획'으로 인해 살아남기는커녕 수많은 동료를 잃어간다. 어쩌다 더치의 계획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불필요한 범죄가 발생하거나 금전적으로 아무런 성과가 없는 등​ '처음부터 무의미했던 계획'이 되어​버릴 뿐이다. 갱단원들은 거듭된 실패와 좌절에 지치고, 더치는 이런 동료들을 보고 "나에 대한 믿음이 없군"이라며 불만을 표한다.

 

더치가 아무런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음을 제일 먼저 직감한 건 <레드 데드 리뎀션 2> 주인공 '아서 모건'이다. 아서는 더치가 계획 없이 행동하고 있음을 직감하고 더치에게 계획이 무엇인지 설명해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물어볼 때마다 더치의 계획은 달라져 있었고, 어떤 날은 "날 믿어"라는 무책임한 말을 전할 뿐이었다.

 

결국 더치에게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확신한 아서. 그는 갱단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더치와 갱단원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더치는 그런 아서에게 '배신자'라고 명한다. 결국 더치의 고집으로 인해 게임 후반부 반 더 린드 갱단은 단원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지경이 이른다.

 

아서 모건은 더치의 실패를 직감하고 다른 갱단원들의 탈출을 권한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반 더 린드 갱단은 연방 수사국 요원 '핑커튼'으로부터 수차례 '생존 협상'을 요구받는다. 내용인즉슨, 더치만 자수한다면 다른 갱단원들의 행방은 묻지 않겠다는 약속. 더치는 평소 갱단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는 것이 아깝다고 말하지만, 이런 논의가 오고 갈 때마다 자신에게 계획이 있고 계획이 성공하면 모두가 미국을 떠날 수 있게 될 거라 전한다. 

 

급격한 산업화로 아메리카 원주민은 물론이고 무법자들마저 설 곳이 사라진 1899년 미국.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이에 응하지 않은 무법자, 그리고 이들을 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수단이자 처음부터 없었던 '계획'. 갱단과 더치의 몰락은 작품이 시작하면서부터 정해져 있다. 여기에 더치가 오랜 세월 함께한 갱단원들을 불신하고 고집까지 부리면서 갱단의 몰락은 더 확실해졌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초반. 더치에게 존경을 표한 아서는
게임 후반. 무한한 공포를 느낀다

 

# 의적으로 보였던 더치, 게임 속 복선은 그가 처음부터 악인이었다고 말한다

"우리도 악당이긴 하지만, 그래도 놈들하고는 다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첫 미션 중 갱단 '오드리스콜'에게 급격 당해 남편과 집을 잃은 '셰이디 애들러'에게 아서가 건넨 말이다. '우리는 다른 갱들과 다르다', 반 더 린드 갱단은 국가 입장에서는 악명 높은 갱단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무자비하고 잔혹한 악당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 시대에는 보기 드문 '의적'(?)에 가까운 갱단이었다.

 

우리도 악당이긴 하지만, 그래도 놈들하고는 다르다
'반 더 린드' 갱단이 다른 갱들과 비교해 다른 점은 '사람을 생각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이렇듯 더치는 다른 갱단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악당들과 다를것 없는, 아니 오히려 여지껏 보였던 선한 모습은 단순 연기에 불과하고 내면부터 철저하게 악인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잔혹하고 무자비한 모습을 보인다.

 

더치가 악인이 된 이유에 대해 일부 갱단원들은 "지금 더치는 정신적으로 망가진 거다.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걸 알지 않느냐?"라고 평한다.​ 실제로 더치는 수사국 요원들에게 쫓기며 많은 동료를 잃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망가졌다고 하기에는 <레드 데드 리뎀션 2> 오프닝에서부터 더치는 이미 수많은 갱단원을 잃었고, 심지어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까지도 다른 갱단에 의해 목숨을 잃은 상황이었다. 

 

이런 극단적인 비극에도 더치는 갱단원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며, 갱단원들의 생존을 위해서 자신은 목숨도 바칠 수 있고, 지칠 때일 수록 일어나야 한다고 전하며 강인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때문에, 더치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는 주장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에필로그에서의 더치. 과거의 선한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마이카와 다를 것 없는 악인으로 변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에는 더치가 본래부터 악인이었다는 '복선'이 숨어있다. 여러 이벤트가 있지만, 우선, 게임 중 랜덤으로 만날 수 있는 예언가의 '예언'이다. 플레이어는 맹인 예언가에게 돈을 기부하고 챕터 별 상황에 맞는 조언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 챕터에서 예언가에게 기부를 하면 예언가는 아서에게 “한평생 잘못된 스승을 만나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게임 후반부에 접어들며 아서는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반성하고 회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마음속 '선'이 남아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반면 더치는 무의미한 살인과 범죄를 거듭하고 있고, 지금의 갱단원들이 짐이 된다고 판단해 모두를 버리고 새로운 갱단을 구축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게임 중 아서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는 '명성 게이지' 역시 더치가 악인임을 보여주는 복선 중 하나다. 게임 중반까지 아서는 아무리 선행을 많이 하더라도 '명성 게이지'가 '최고선'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게임 후반 더치와 아서의 관계가 틀어지고 아서가 단원들에게 갱단을 떠날 것을 권유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풀리며, 이후부터 선함 게이지를 최고로 찍을 수 있다. 즉, 더치와 함께하지 않아야만 비로소 '선'을 이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명성 게이지'. 선한 행동을 하면 오른쪽으로, 악한 행동을 하면 왼쪽으로 이동하며, 더치와 등지기 전까지는 아무리 선행을 많이 하더라도 게이지가 오른쪽 끝으로 가지 않는다

 
# 죽음으로 마친 도주극, 너무 늦은 고백과 씻지 못한 죄


오랜 도피 생활 속에서 알지 못했던 진리를 찾은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두려워서 혹은 자신의 성품이 들통나는 게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레드 데드 리뎀션> 중 더치는 죽기 직전, 우리(갱단)의 시대는 끝났다고 존 마스턴에게 털어놓는다.

  

더치 반 더 린드: 우린 언제고 섭리와 싸울 수만은 없어. 변화와 싸울 순 없고, 중력을 이길 수도 없지. 우린 어떤 것과도 싸울 수 없어. 내 평생, 내가 한 모든 일들은 온통 싸움뿐이었어.

 

존 마스턴: 그럼 포기해.

 

더치 반 더 린드: 하지만 난 포기할 수 없어. 난 자신의 천성과도 싸울 수가 없거든. 이게 바로 모순이야. 알겠어?

 

존 마스턴: 그럼 당신을 쏠 수밖에 없어.

 

더치 반 더 린드: 내가 죽으면 녀석들은 또 다른 괴물을 찾아 나설 거야. 그래야만 하겠지. 그래야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정당화할 수 있을 테니.

 

존 마스턴: 그건 그놈들의 문제야.

 

더치 반 더 린드: 우리의 시대는 끝났어, 존.

 

<레드 데드 리뎀션>에서 더치는 죽기 직전 마음에 있던 말을 존 마스턴에게 털어놓는다

 

더치의 말을 듣고 반응하지 않는 존 마스턴. 결국 더치의 경고처럼 존은 연방 수사국의 손에 살해당한다

연방 수사국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고 경고하는 더치. 하지만 더치에게 수차례 배신당한 존은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더치의 유언은 거짓말처럼 진실이 되어버린다. <레드 데드 리뎀션> 엔딩에서 존은 과거 동료들을 모두 물리치고 가족을 구해내지만 믿었던 연방 수사국으로부터 살해당한다. 더치의 말처럼 연방 수사국은 존을 이용했을 뿐이며 목적이 다 이뤄졌기 때문에 필요 없어진 존을 정리한 것이다.

 

죽기 직전에서야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듯 존에게 고백한 더치. 그가 어느 시점에 '갱단은 이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진실을 알게 됐는지, 혹은 평소 능변가였던 탓에 우연한 계기로 그의 말이 맞아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평생 도망자로 살던 더치는 결국 과거 동료로부터의 신뢰도 자신에 대한 명성도 회복하지 못한 채 악당이자 도망자로 생활을 마쳤을 뿐이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부분은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에 등장한 '더치'의 몰락에 대한 부분만을 서술했을 뿐. 두 작품에는 '서부 무법자 시대'의 몰락과 다른 갱단원들의 타락 역시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직 <레드 데드 리뎀션 2>만 해보고 전작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전작 역시 플레이하는 걸 추천한다. 시대를 뒤흔들던 무법자들의 몰락과 변화 그리고 결말 등 숨겨진 '스토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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