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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칼럼] "넥슨은 진짜 매각될까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들

조회수 2019. 1. 10. 12: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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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은 진짜 매각될까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카더라’ 류의 온갖 소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류의 억측성 기사들이 넘쳐흐릅니다. 대부분 별 근거는 없습니다. 


현재까지 확실히 알려진 것은 세 가지 정도입니다.


Tip

1) NXC가 지분 매각 주관사로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선정했고, 일부 회사에게 투자안내서(teaser letter)가 전달됐다.


2) 넥슨 지주회사 NXC 김정주 대표는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매각도 여러 방안 중 하나다.


3) 넥슨은 비싸다. 업계는 NXC의 가치를 약 10조 원로 추정한다. 


NXC가 4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 상장사 넥슨(일본 법인)의 1월 8일 시가총액은 약 13조 3,832억 원이다. NXC 소유분은 약 6조 원 정도 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이 지분만으로도 1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큰 금액을 지불할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막연한 상상을 배제하고, 만약 매각된다면 어떤 회사가 지분을 인수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살펴보겠습니다.


그 전에 ‘전략적 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s)와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s)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알아보죠. 넥슨이 매각될 경우, 회사 임직원은 물론 한국 게임생태계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차이 나는 개념이니까요.


기업의 인수합병 또는 대형 사업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를 ‘전략적 투자자’라고 합니다. 보통 인수하는 기업과 업종이 같거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전략적 투자자가 되죠. 이런 투자자는 장기적으로 기업과 계속 함께 가며 시너지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반면 ‘재무적 투자자’는 지속적인 경영 참여보다 배당금과 차익 형태의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입니다. 은행 등 기관투자기관이나 사모펀드가 대표적입니다. 보통 3~5년 후 기업을 되팔 때 시세차익을 많이 거두기 위해 수익성이 없는 사업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을 공격적으로 진행합니다.


넥슨을 인수할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 중에는 SI도 있고, FI도 있습니다.

#1. 게임 또는 엔터테인먼트 업체 (SI 계열, 2018년 9월 기준)

만약 넥슨의 인수가를 10조로 가정할 경우, 충분한 현금이 없으면 넥슨을 단독으로 인수할 수 없습니다. 또한 김정주 대표가 넥슨을 팔고, 다른 게임 회사의 지분을 갖는다고 가정하는 것도 타당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즉 게임 회사가 넥슨 매입 대금의 일부를 주식 맞교환(주식 스왑)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그룹에서는 텐센트가 가장 그럴 듯한 넥슨 매입 후보입니다. <던전앤파이터>의 로열티로만 1년에 1조 원 이상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넥슨은 텐센트에게 매력적인 회사입니다. 넥슨이 닦아놓은 아시아 유통망 또한 ‘쏟아지는’ 또는 '뻗어나가야 할' 텐센트 타이틀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규제 때문에 해외 투자가 어렵다는 일부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그 때문에 해외 진출에 더 공격적일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텐센트는 라이엇게임즈와 슈퍼셀을 인수했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겠죠?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가 일부 자금 대출과 주식 스왑 등을 통해 넥슨을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 등과 차세대 영상 미디어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전쟁 중입니다. 독점 IP 확보를 위해 지난해 20세기 폭스 등을 약 80조 원 가치에 인수했죠. 이렇게 거금을 들여 IP를 확보했으니, 부가가치를 적극적으로 확장하려 할 겁니다. 게임은 IP를 활용해 수익을 거두기 좋은 분야이므로, 넥슨 인수는 그럴 듯한 그림입니다. 다만, 2016년 5월 월트디즈니는 게임 사업을 완전 철수했었습니다. 과거 넥슨 인수 이야기가 나왔던 때와 사정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월트디즈니가 실패한 길을 다시 가려고 할까요? 그것도 한국에서?

#2 IT 업체 (SI 계열, 2018년 7월 기준)​

이 그룹에는 세계적인 IT 관련 업체들을 모아 봤습니다. 첫 번째 그룹의 게임 업체들보다 현금 보유량이 훨씬 많고, 휴대폰이나 플랫폼 등 기존 사업과 게임의 시너지가 크다는 점에서 넥슨 인수의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자금력이 충분하고, 그럴 듯한 이유를 추정하면 다 그럴 듯합니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는 게임산업 진출을 많이 도모했지만 매번 실패했습니다. 중국 IT 왕좌를 놓고 텐센트와 모바일결제, 전자상거래는 물론 커피 분야까지 사사건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넥슨 인수는 텐센트를 압박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던전앤파이터>를 쥐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소프트뱅크는 샨다와 엔씨소프트, 겅호와 슈퍼셀 등 여러 게임 업체와 인연이 많은 회사입니다. 2000년대 중반 넥슨의 대표를 맡았던 데이비드 리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비서(사장실 담당 부장) 출신입니다. 2002년 여름 김정주 대표가 손 회장과 미팅을 위해 갔다가 만난 사이죠. 이런 사연으로 매각 시나리오를 엮으려고 하면 다 그럴 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를 강화하기 위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20경기 독점 판권까지 구매한 회사죠. 최근 대도서관이 넘어간 트위치TV도 아마존이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에 게임을 붙이지 않을 이유가 없죠. 삼성전자는 지난해 제휴했던 <포트나이트>의 성공으로 게임의 위력을 여실히 느꼈죠. 게다가 넥슨은 말 그대로 말이 통하는 한국 회사입니다. 애플은 휴대폰만 팔아서는 성장의 한계가 있고, 페이스북은 게임을 강화하는 상황입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럴 만한 이유를 만들면 모자람이 없습니다. 

모두 그럴 듯해 보이는 인수 이유가 있지만, 인수하지 않을 더 그럴듯한 이유도 있습니다. 대부분 게임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없습니다. 


넥슨처럼 덩치 큰 회사를 인수하는 게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에 대한 니즈가 있더라도 적당한 스튜디오를 투자하거나, 인수하면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습니다. EA를 인수하지 않고, 번지 스튜디오와 모장을 인수했습니다.


다만, 단숨에 무언가를 해내거나, 돌파구를 간절히 찾는 회사라면 리스크를 걸 수도 있다고 봅니다.

 

#3. 사모펀드 (FI 계열)​

사모펀드는 전형적인 재무적 투자자입니다. ‘고수익기업투자펀드’라고도 부르는데, 비공개로 소수의 투자자를 모아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사서 기업가치를 높인 후 주식을 되파는 전략을 취합니다.


국내 게임 생태계에 ‘사모펀드’가 익숙한 단어가 아닙니다. 잘 나가던 시절에는 사모펀드에 손을 벌릴 이유가 없었고, 힘든 시기엔 사모펀드가 손을 내민 적이 없었으니까요. 디스이즈게임 기사에서 사모펀드를 언급한 적도 제 기억엔 별로 없습니다.


사모펀드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업사냥꾼, 먹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지만,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인수한 뒤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놓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기도 하니까요.


넥슨은 일반적인 사모펀드에게 매력적인 회사는 아닙니다. 10조 원의 규모는 제가 알기론 국내 사모펀드가 감당해본 적 없는 사이즈입니다. 게다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으로 보기도 어렵죠.


하지만, KKR이나 TPG캐피털 등 ‘빅4’로 불리는 해외 대형 사모펀드는 국내외 사모펀드, 금융기관 등과 컨소시엄을 통해 넥슨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회사들에게 넥슨은 참 매력적인 매물일 겁니다.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기 더없이 좋으니까요. 수익성이 큰 <던전앤파이터>와 <피파온라인 4>,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다 정리하면 매년 순이익 1조 원의 회사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회사의 미래나 업계의 생태계는 물론 임직원들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오직 소수의 투자자만 바라봅니다. 만기가 있는 펀드이기 때문에 만기가 오기 전에 투자자에게 높은 이익이 나도록 수익성을 강화해 매각하는 게 목표입니다. 다른 어떤 시나리오보다 사모펀드 인수 후 넥슨의 미래는 뻔해 보입니다.


저는 넥슨은 물론 한국 게임 생태계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정주 대표가 숙고하는 여러 방안 중에 이런 대재앙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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