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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31) - 당신은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겠습니까?

조회수 2018. 11. 20. 17: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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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은 ‘넥슨컴퓨터박물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수많은 소장품의 사연이나 박물관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물론, 컴퓨터와 관련한 IT업계 인사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기계로 인한 산업화는 이미 우리 시대의 특징이 되었지만, 이는 기술 발전이 일으킬 혁명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Industrialization based on machinery, already referred to as a characteristic of our age, is but one aspect of the revolution that is being wrought by technology.)

- 에밀리 그린 볼치, 노벨평화상 연설, 1946

  


2018년 8월, 일본 도쿄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자율주행 택시 시험 주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본 자율주행 택시. 출처: 교도통신

일본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벤처기업 'ZMP'와 택시회사 '히노마루 교통'이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자율주행 택시 시험 주행에 돌입한 것인데요. 승하차 장소가 정해져 있고, 도중 승차나 하차할 수 없어 기존 택시의 기능을 100% 수행한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일반도로에서 이뤄지는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택시 시험운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높은 택시 수요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택시 기사 수를 채우기 위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무인 운행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웹과 스마트폰에 이어 사용자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는 자동차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그중에서도 자율주행 부문이 인공지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에 장착된 센서에서 수집된 각종 정보를 사물인터넷(IoT)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보내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운행 패턴과 도로 상황을 분석해 해당 정보를 다운로드해 안전한 운전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자율주행의 개념은 1960년대에 등장해, 70년대부터 관련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컴퓨터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는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자율주행차는 1992년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한민홍 교수팀이 제작한 KARV 1호입니다. 한민홍 교수는 1993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로 도심을 누비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서울 청계고가 차도에서 시작해 남산 1호터널, 한남대교를 거쳐 여의도 63빌딩까지 약 17km의 거리의 자율주행에 성공한 것인데요. 순수 국내 기술로만 제작, 운행되었으나 아쉽게도 이후 정부 과제에 선정되지 못해 국내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과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과학동아 1992년 12월호(좌), 과학동아 1993년 2월호(우) 발췌

사실 해당 차량에는 사람이 탑승하고 있어 ‘무인’주행 차량이라 표현하긴 어렵습니다만 군용차량을 개조하고, 카메라를 달아 정보를 처리한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전기치약압출기’가 발명전에서 금상을 받던 시기에 자율주행 자동차라니!

 

이후 많은 기업이 자율주행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고, 여기에는 벤츠, 아우디, 현대자동차, 포드와 같은 기존 자동차 브랜드뿐 아니라 구글, 엔비디아 같은 IT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우리는 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주목하고 있는 걸까요?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단계는 4단계로 분류됩니다. 

 

1단계는 현재 많은 차량에서 지원하는 차선이탈경보 장치나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특정 기능의 자동화 단계인 선택적 능동제어단계입니다. 

 

2단계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처럼 기존의 자율주행 기술들이 통합되어 기능하는 통합적 능동제어단계로, 운전자가 차량의 운행 방향을 따라 주의를 기울이며 시선을 유지해야 하지만 운전대와 페달을 이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3단계는 차량이 교통신호와 도로 흐름을 인식해 운전자가 독서 등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고 특정 상황에서만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제한적 자율주행 단계로, 구글의 자율주행차와 아우디에서 최초로 상용화한 자율주행차가 이 단계에 속하게 됩니다. 

 

최고등급인 4단계는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입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의 장점이 있다고 분석됩니다.

 

첫 번째 안전성입니다. 구글은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안전하다는 입장을 보입니다. 2016년에 발생한 테슬라 자율주행 사망사고가 차량 결함의 문제가 아니라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판단도 있었고요. 자율주행차량의 인공지능은 사람 운전자와는 달리 과속, 난폭 운전, 졸음, 음주 운전과 같은 외부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교통법규를 정확하게 지키기 때문에 도로에 자율주행 차량만 운행될 경우 사고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진다는 분석입니다.

 

두 번째 효율성입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자율주행차량의 경우 실시간으로 도로 및 교통 정보를 확인해 정체 구간을 피하고, 주변 차량과 협력해 차간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도로의 교통 처리량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정체 구간을 파악하는 실시간 내비게이션이 자동차 주행 프로그램 자체에 탑재되어 운전자가 확인하지 않고도 알아서 최단 시간, 최단 거리 경로를 파악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군집 주행 기술을 사용하면 대량의 물류를 신속하게 운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편의성입니다.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며, 차량 이동 중에도 휴식, 여가 활용, 업무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운전이 힘든 노약자와 장애인을 배려할 수 있으며, 차량 공유 서비스와 결합할 경우 전체적인 차량의 대수를 줄일 수 있어 주차난과 같은 기반 시설 부족 현상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 당신은 AI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믿고 탈 수 있습니까?

  

진부하지만 중요한 질문입니다. "자율주행 택시가 세계 전역에서 상용화되면 개개인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런 비전이 구현되면 전체 자동차의 90%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도시계획과 주거문화까지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혁명이라고 주장하던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지난 7월 100명에 달하던 자율주행차 운영팀을 폐지했습니다. 3월에 있었던 자율주행차 보행자 사망사고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앞서 자율주행 실험을 환영했던 미국 피츠버그 빌 페두토 시장도 해당 사고가 “미래에 대한 경고”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안전 문제뿐 아니라,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에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막연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이 운전자에 있는지, 제조사에 있는지와 같은 법률적 문제뿐 아니라 인공지능에 있어 윤리적인 판단을 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에 관한 문제도 제기되는데요. 윤리학에서 흔히 접하는 문제인 ‘트롤리 딜레마’를 변형해 “핸들을 돌려 도로 위 다섯 사람을 살리고 지나가던 행인 한 명을 희생시킬 것인가” 혹은 “핸들을 돌려 도로 위 다섯 사람을 살리고 운전자를 희생할 것인가”와 같은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프로그래밍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진행 중입니다.

 

2016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설문 조사 전문기관 두잇서베이와 함께 두잇서베이 패널 4,4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인자동차 설문 조사에서 “(무인자동차는) 운전자 1명과 보행자 1명 중 누구의 생명을 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보행자 1명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응답이 80%로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보행자를 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대답했던 응답자 대다수가 “무조건 보행자를 보호하도록 세팅된 무인차가 있다면 자기 가족을 태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79%의 응답자가 ‘태우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또한 ‘무인자동차와 자신이 하는 운전 중 무엇을 더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내가 스스로 하는 운전’이라고 답한 비율은 80%로 무인 자동차를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월등히 높게 나온 점을 보면 아직 인공지능의 도덕적 직관과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고 파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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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

 

인공지능은 우리가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대상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 줄 도우미일까요?​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는 스마트 폰 속 비서 어플리케이션부터 최근 즐겨 본 영화 목록을 분석해 내 취향에 맞는 새로운 영화를 추천해 주는 어플리케이션,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어떻게 알았는지 여행자 보험을 추천하는 문자를 보내고, 우대 환율을 알려주는 은행 어플리케이션까지 인공지능은 이제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AI’, ‘로봇’등 관련된 단어를 검색해보았고,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입사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을 무렵, 이세돌 바둑기사와 알파고의 대국이 있었는데요, 당시 ‘인공지능 로봇’, ‘AI’라고 하면 영화 <터미네이터> 사진이 연관 이미지 상위권에 나타났었습니다. 기억이 생생한 이유는 바로 제가 입사 초기 미션으로 알파고 관련 카드뉴스를 만들었기 때문이죠.

증거를 찾으려 '넥컴박' 페이스북을 뒤졌습니다. 지금 보니 참… 부끄럽군요 하하하

인간과 로봇이 가위바위보를 하(고 인간이 이기)는 이미지를 찾기 위해 수많은 빨간 눈의 대량학살 로봇 이미지 사이를 헤맸었으니까요. 하지만 바로 며칠 전, ‘인공지능 로봇’을 검색하자 나타난 이미지 창이 굉장히 하얗더라고요.

심지어 연관 검색어에 '예쁘다'가 있습니다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봇, 인공지능이라 하면 인간을 파괴할 무서운 기계 같은 이미지가 잔뜩 있었는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이세돌과 알파고에 대한 카드뉴스를 만들면서도 “그래! 기계는 인간을 절대 넘어서지 못하지!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창의적이지 못하지!”라고 되뇌던 기억이 나고요. 무의식적으로 기계와 인간,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을 서로 대치하며 경쟁하는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미래.jpg 2010년 버전

어린 시절 ‘로봇’ 하면 떠오르던 ‘레이저 총을 들고 모든 것을 부수던 모습’을 잠깐 지워내고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더는 기계나 로봇과 경쟁하려 하지 않는 듯합니다. 기계보다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을 깔끔히 포기했고, 인간의 몸으로 하기 힘든 일 중 많은 것을 로봇에게 떠넘겼죠. 컴퓨터보다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깨닫고 이제는 주판을 두드리지 않는 것처럼요.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망치로 부수는 대신, 우리가 물리적으로 하기 어려운 일이나 단순하고 지루해서 하기 싫은 여러 일을 기계와 로봇에게 맡기고 그 시간에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사용하고 있는 기계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로봇을 개발하는 것처럼요.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로봇이 마음을 가지고, 인간처럼 생각하게 되어 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는 SF 작품들 속 상상에 반하는 굉장히 친숙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합니다. 동물 모습의 인기 캐릭터 모양을 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출시되더니 연예인 모습의 홀로그램 인공지능 아바타까지 등장했습니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8 (MWC 2018)에서 공개된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의 ‘웬디’를 탑재한 홀로박스(Holobox). 홀로그램 기술에 SK텔레콤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를 결합해 인공지능 아바타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2017년 1월, 유럽의회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와 개발, 활용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의회는 여기에서 로봇을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으로 인정하고 윤리적 문제 등 앞으로 닥쳐올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죠. 하지만 아직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온전히 녹아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시 우리가 필요합니다. 막연한 환상도, 두려움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마음으로 주체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기술을 수용하고, 부족한 부분을 상호 보완하며 다가올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본의 자율주행 택시 운전석에는 택시 운전사, 조수석에는 기술담당자가 탑승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상상황에 대비해서요. 역시, 모든 기술에는 아직 사람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 제주에서, 넥슨컴퓨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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