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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잘 어우러진 '어드벤처'와 '턴제 전투', 넷마블 신작 '팬텀게이트'

조회수 2018. 10. 1. 12: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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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요소를 균형 있게 담아낸 '팬텀게이트' 리뷰

드넓은 맵에서 신비로운 유적을 탐험하는 '어드벤처' 장르 게임. 그리고 지정된 공간에서 카드 게임을 하듯, 상대방의 수를 읽어 가며 전략 싸움을 펼쳐야 하는 방식의 '턴제 전투'. 한 줄로 요약한 두 요소의 특징만 봐도 많은 차이점이 느껴지는 어드벤처와 턴제 전투를 하나로 묶어낸 게임이 있다. 지난 9월 18일 글로벌 출시된 <팬텀게이트>다. 

 

<팬텀게이트>는 북유럽 기반 스토리, 로우 폴리곤 그래픽, 턴제 전투 등 글로벌 게임 시장을 겨냥하고 제작된 모바일 어드벤처 RPG다.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시선을 가장 먼저 끈 두 단어는 '턴제 전투'와 '어드벤처'였다. 두 요소가 한 게임 안에 있는걸 본 적이 없었기에 <팬텀게이트>가 '어떤 맛'일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 어드벤처와 턴제 전투, 절묘하게 어울리다

 

<팬텀게이트>는 '어드벤처 RPG' 장르이면서, 동시에 RPG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전투'의 방식으로 '턴제 전투'를 선택했다. 이런 선택은 '어드벤처+턴제 전투'라는 특이한 조합을 만들어 냈다. ​

 

맵을 탐험하면서 퍼즐과 미로를 풀어가는 '어드벤처'와 캐릭터의 조합을 통해 매 턴마다 적과의 ​공방을 고려해야 하는 '턴제 전투'의 만남은 독특했다. 그러나 동시에, 서로의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기본적으로 어드벤처에서는 맵에서 직접적으로 벌어지는 전투가 많기 때문에, ​맵의 이동과 전투가 분리되는 턴제 전투를 어드벤처에 도입하는 시도는 없었기 때문이다.

<언차티드4>의 모든 전투가 턴제 전투로 진행된다 생각해 보자.

하지만 <팬텀게이트>를 직접 플레이해 보니, 어드밴처와 턴제 전투가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려했던 점들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턴제 전투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맵과 전장이 분리되어 있다. 맵에는 랜덤 혹은 지정된 다수의 몬스터가 배치되어 있고 말이다. 만약 이 기준이 그대로 <팬텀게이트>에 적용됐다면 우려했던 바가 그대로 나타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팬텀게이트>에서 맵 내 몬스터 수는 평균 3~4기 정도다. 숫자만 봐서는 전투가 지나치게 적을 것 같지만 체감상 그렇지도 않다. 적은 전투의 빈 자리를 어드벤처 요소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

<팬텀게이트> 지도. 표시된 부분이 몬스터 위치다. 한 스테이지당 몬스터는 많아 봐야 4기 정도.

맵 내 3~4기의 몬스터들과 벌이는 턴제 전투와 어드밴처 요소의 밸런스는 꽤 잘 맞는다. 퍼즐이 지루해 질 때 쯤 몬스터가 등장해 게임에 긴장감을 더하고, 전투가 끝난 뒤에는 퍼즐과 기믹으로 긴장감을 환기해 유저가 맵의 어드벤처 요소와 전투의 재미를 고루 느낄 수 있게 한다. 

 

턴제 전투와 함께 <팬텀게이트>를 구성하는 어드벤처 콘텐츠의 난이도도 잘 조정돼 있었다. 

 

어드벤처 게임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난이도'다. ‘어렵지만 깰 수는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 너무 쉬우면 어드벤처를 ‘퍼즐’이라고 느끼지 않게 되고, 너무 어려우면 이 퍼즐을 풀 수 없다는 좌절감에 게임에서 이탈하게 되니 말이다. 

다양한 함정, 오브젝트, 지형을 이용한 퍼즐 플레이의 난이도를 절묘하게 맞추기란 쉽지 않다.

<팬텀게이트>의 어드밴처 난이도는 쉬운 편이었다. 또한 <팬텀게이트>의 RPG요소, 즉 자신의 덱을 꾸리고 성장시키는 것만을 원한다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 수행하게 되는 최소한의 어드벤처 퍼즐을 푸는 것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찾아야 하는 3개의 문양이 기초적인 퍼즐을 제공하지만 이 문양은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치돼 있다.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어드벤처 기믹의 난이도도 증가하지만, 스테이지 클리어에 필수적인 이 세 문양 만큼은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스테이지의 달성도(모든 몬스터 사냥, 일정 수 이상의 혼결정 획득, 숨겨진 요소 탐색 등을 통해 올릴 수 있다)를 모두 채우기 위해서는 꽤 머리를 써야 한다. ​

수집해야 하는 오브젝트도 꼭 마주치게 되는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는 요소들도 많다.

개발사인 레벨9은 이런 어드벤처 게임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레벨9은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게임이라는 특성상) 콘솔게임처럼 난이도를 선택할 수 없으므로 쉬운 난이도를 추구하는 유저와 코어한 유저 모두를 즐기게끔 해야 했다”고 말했다.

 

<팬텀게이트> 맵의 어드벤처 요소는, 단순히 RPG를 즐기고 싶은 유저부터 맵 구석에 꽁꽁 감춰 놓은 요소를 다 찾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코어 유저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모습이었다. 개발사 레벨9의 의도가 잘 녹아 든 셈이다. 

 

특히 오픈 첫 날부터 시작한 ‘이스터에그 이벤트’를 통해 풀어가는 퍼즐은 추상적인 힌트와 매우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어 많은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라이트 유저를 배려하는 한편, 코어 유저에게 '도전거리'를 제공하는 이런 이벤트는 <팬텀게이트>의 재미를 한 층 끌어 올렸다.

 

※ 이스터에그란? : 게임 같은 프로그램에 재치 있는 기능들을 숨겨 놓는 것을 뜻한다. 특정 조건을 달성할 경우 확인할 수 있다.

 


# 평범한 전투지만 전략성 돋보이게 하는 '버블'

 

어드벤처 RPG의 또 다른 큰 줄기가 ‘RPG’인 만큼, 전투에 대한 이야기도 빼 놓을 순 없을 것이다. <팬텀게이트>의 턴제 전투는 어떤 모습일까?

 


<팬텀게이트>의 전투


양 팀의 캐릭터가 각자 가지고 있는 ‘행동력’ 수치에 기반해 순서가 정해지는 방식이다. 팀원 공격력 15% 증가, 방어력 15% 등 강력한 패시브를 가지고 있는 '영웅' 1명과 탱커, 딜러, 힐러로 구성된 캐릭터 '팬텀' 3명이 한 팀이 돼 전투를 치르게 된다.


영웅과 팬텀은 2~3개의 스킬과 일반 공격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스킬은 다양한 단일/범위 공격, 버프, 디버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선 각 캐릭터가 30씩 가지고 있는 '마나'를 일정량 소모해야 하며, 마나는 자신의 턴이 한 번 올 때 마다 4밖에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일부 팬텀의 마나 회복 효과 제외)


 

<팬텀게이트>의 전투 스타일은 일반적인 턴제 전투 기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팬텀게이트>의 '버블 시스템'이 전투 도중 계속해서 변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사진에 표시된 것이 '버블'

버블 시스템은 일정 턴마다 버프, 혹은 디버프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울이 전장에 등장하는 시스템이다. 유저는 방울을 드래그해 아군이나 적군에게 사용할 수 있으며 방울의 종류는 총 12가지(행동게이지 증가/감소, 버프/디버프 유지 턴 증가, 기절, 혼란, 1턴간 무적, 마나 증가/감소, 방어력 증가/감소, 공격력 증가)다. 

 

각 방울들의 효과는 상황에 맞게 잘 사용하면 불리했던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효과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기절, 마나 감소, 행동게이지 감소 방울은 상대하기 벅찬 적을 묶어둘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방어력 증가, 마나 증가, 공격력 증가는 평소라면 버틸 수 없었을 적의 공격을 버틸 수 있도록 돕는다.

보스 몬스터에게도 효과가 적용된다

방울 시스템은 유저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전략적인 판단과 순발력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든다. 특히 자신이 평범하게 성장해 왔다면 한 번 쯤 '벽'에 부딪히는 시점에서, 버블을 전략적 판단만으로 그 벽을 아슬아슬하게 극복하게 한다. 이는 성장을 바탕으로 적과의 교전에서 승리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고민을 통해 적의 수를 읽고 전략을 세워 이를 바탕으로 적을 이기는’ 턴제 전투 특유의 묘미를 돋보이게 만든다. 

 

각 팬텀의 속성을 강조한 모습도 눈에 띈다. <팬텀게이트>의 속성 시스템에는 '속성 대미지 증가' 같은 부가적 스탯은 존재하지 않지만, 상성 관계에 놓인 속성에 대한 대미지 증감 폭이 크기 때문에 적 상성에맞춘 팀 구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팬텀게이트>의 모든 캐릭터들은 기본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유저는 팬텀 진화를 통해 특정 팬텀을 원하는 속성으로 변경할 수 있다. 각 속성으로 분리된 팬텀들은 속성만 다를 뿐 스킬 구성은 똑같기 때문에, 스킬 구성이 마음에 들더라도 배정된 속성이 적절치 않아 사용하지 못하는 가슴 아픈(?)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팬텀의 진화표. 마지막에는 모든 속성으로 진화할 수 있다.


# 분명 재밌는 게임이지만, 그래서 더 아쉬운 스토리 전달

 

<팬텀게이트> 개발사 레벨9은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에서 “<팬텀게이트>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타이틀”이라고 말했다. 턴제 전투, 로우 폴리곤 그래픽,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 등을 채택한 이유들도 모두 그 때문이다. 

 

일단, <팬텀게이트>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은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어드벤처 기믹으로 구성된 스테이지는 라이트 유저와 코어 유저를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전투 또한 ‘버블 시스템’으로 전략성과 수동성(유저가 직접 게임에 개입하는 정도)을 높였다. 

 

각 유저마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로우 폴리곤 그래픽(그래픽 캐릭터를 채우고 있는 ‘폴리곤’의 각진 형태가 드러나도록, 적은 폴리곤을 사용하는 그래픽 기법)을 택한 것도 유저들의 시선을 끌었다. 최근 인디게임으로 인지도를 높인 로우 폴리곤 그래픽은 이미 북미와 유럽 유저들에게는 익숙한 그래픽이기도 하다. 

'로우 폴리곤' 그래픽은 다른 많은 게임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인디게임 <댓 드래곤 캔서>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팬텀게이트>를 플레이 하면서, 게임의 장점 중 하나였던 ‘턴제 전투’가 스토리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것. 대화 텍스트 위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팬텀게이트> 특성상, 턴제 전투가 스토리의 흐름을 끊고 있는 것이다. ​

<팬텀게이트>의 강점 중 하나는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한 매력적인 스토리다. <팬텀게이트>의 스토리는 개발사인 레벨9이 “글과 시나리오 설정을 먼저 잡은 다음 게임을 제작했다”고 말하며 중요성을 강조할 정도다. 

 

실제로 전설적인 발키리의 딸인 주인공 ‘아스트리드’가 주변 인물을 만나고, 과거의 영광과 기억을 더듬으며,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이야기들은 흐름이 매끄러울 뿐 아니라 상당한 몰입감을 자랑한다. 문제는 그 이야기의 흐름 중간 중간에 낀 '턴제 전투'가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것이다. 

스테이지 최종 보스를 잡으면 나오는 스토리 컷씬.

대부분의 이야기는 흘러가듯 진행된다. 작품에 따라 의도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이야기의 단절은 독자의 흥미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게임에서는 (물론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스토리 속에서 독자(유저)가 직접 행동하게 함으로써, 유저가 대사나 상황 변화 없이도 ‘나의 행동이 곧 이야기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스토리의 흐름을 유저 스스로 이어 나가게 하는 것이다. 

특히, <위처3> 같은 오픈월드 게임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스토리를 읽는 것과 같아진다.

이는 오픈월드 처럼, 세계 자체가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턴제 전투를 채택한 게임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캐릭터가 스토리를 이어 나가는 공간과 실제 전투를 벌이는 공간이 다르기 때문에, 유저는 매 전투마다 스토리에서 이탈하게 되고 이는 스토리의 단절을 낳게 된다. 

 

<팬텀게이트> 또한 이런 턴제 전투 게임의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의)한계를 이겨낼 순 없었던 것 같다. 최대한 흐름을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전통적인 턴제 전투 방식보다 템포가 빠른 ‘타임라인 턴제 전투’(행동력 기반으로 순서가 정해지는 전투)를 채택했고, 보스전 전장의 배치를 매번 다르게 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스토리의 흐름이 어느 정도 끊기는 것은 완전히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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