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손님 #8 에누마 이건호 대표의 '내 인생의 컴퓨터'

조회수 2018. 9. 19. 12: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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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컴퓨터박물관 ‘내 인생의 컴퓨터’ 시리즈는 국내/외 IT업계 인사들의 컴퓨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에누마 이건호 대표의 이야기를 인터뷰 영상과 함께 공개합니다. 


# 에누마 이건호 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이건호라고 하고요. 에누마라는 회사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물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것은 아이들, 특히 아주 어린 아이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고요. 그중에서도, 보통 아이들도 물론이지만, 장애가 있다거나, 학교가 근처에 없다거나, 도와줄 사람이 없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물건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탄자니아 초등학생들이 태블릿PC를 통해 에누마가 개발한 학습 소프트웨어 ‘킷킷스쿨’을 체험하는 모습

넥컴박: 인생 최초의 컴퓨터를 알려주세요.

 

이건호 대표: 컴퓨터는 어렸을 때부터 봤던 것 같아요. 오락실의 게임기라던가, 동네 장난감 가게 같은 데 가보면 게임기가 있었거든요. 옛날에 패미콤 전에 반다이 게임기도 있었고, 그랬는데 제가 컴퓨터라는 걸 인식했던 계기는 국민학교 3학년 때 같은데, 학교 앞에 컴퓨터 가게가 생겼어요. 문방구 옆에, 삼성 컴퓨터 가게였던 것 같아요.

 

거기에 컴퓨터 있고, 모니터 있고, 시계가 돌아가고 있는 거예요. 아날로그 시계가. 별거 아닌데 되게 신기했어요. 바늘이 다 돌아서 정각이 되면 어떻게 되나 너무 궁금한 거예요. 사실, 뻔한데 어떻게 되나 보려고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어요. 당연히 그때가 되니까 보통의 아날로그 시계처럼 ‘띵’ 하는 소라와 함께 끝났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인상 깊었어요. 

 

그 길로 집에 가서 어머니한테 ‘컴퓨터 학원 좀 보내주세요’하고 부탁을 드렸죠. 맨 처음에 제가 만졌던 건 'IQ 1000', 'CPC'인가 'DPC'인가 '100'이었을 거에요. 키보드가 되게 얇았어요.

처음에 가서 타자를 배워야 하는데, 그때 영어도 몰랐단 말이에요. 대문자는 알았는데, 소문자는 모르고. 근데 받아쓰는 건 또 소문자고요. 골치 아팠던 게 대문자랑 소문자를 매칭해서 키보드를 치는 거였어요. 타자를 빨리 치는 게 맨 처음에 했던 거고. 그다음에 하나하나 명령어를 배워가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했던 거 같아요. 

 

 

컴퓨터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어떤 것일까요?

 

유치할 수도 있는데, 굳이 말하면 '만능 기계' 인 것 같아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한다고 할 때 몇 번의 깨달음의 계기라는 게 있었는데 그중에 굉장히 중요했던 게 ‘컴퓨터로 내가 못 하는 것이 없다. 사실 다 할 수 있다. 단지 이걸 짜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거나 짜도 시행하는데 몇 세기가 걸리니까 안 할 뿐이지 못하는 건 없다.’라고 어느샌가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생겼던 것 같거든요. ‘내가 못해서 못하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거다. 컴퓨터는 다 할 수 있다. 내가 시키기만 한다면.’ 그런 게 어떻게 보면 저한테 자신감 있게 뭔가를 할 수 있는 큰 계기였던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회사, '에누마'만의 경영 철학이 있다면?

철학이라고 하면 거창한데, 우리 애를 위한 물건을 만들고, 우리가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하는 게 두 가지 큰 목표고요. 

 

그게 회사가 커지면 점점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예를 들어 이만한 회사에서 규칙들이 있잖아요. 암묵적인 규칙들. 그게 다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하거든요. 그냥 뻥 하고 생긴 게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게 다 필요가 있었고 이유가 있었으니까 생긴 규칙들인데, 세월이 지났단 말이에요. 규칙이 필요했던 이유가 굉장히 많이 바뀌는데 규칙들은 그대로 가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분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는 사실 어머니들이 별로 일을 안 하셨잖아요. 다 아버지들만 일했고. 그러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게 귀찮죠. 그런데 이제는 아이뿐 아니라 개를 데리고 오는 회사도 많잖아요. 예전엔 생각도 못 하는 일이었죠. 개는 되는데 왜 애는 안되나. 내 '반려 something'인데. 옛날의 그런 규칙들은 사람들이 회사에 와서 일에 집중하는 게 되게 중요했고, 가정과 회사가 분리되고, 일하는 사람들은 남자가 많고, 이런 것을 반영했던 거로 생각하거든요. 

 

지금 같은 경우에는 사실 가정과 회사를 크게 분리 안 하는 사람도 되게 많은 것 같고요. 장단점이 있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분들도 많고. 육아라는 게 여자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부모의 문제인 거죠. 둘 다 일을 나가니 아이도 둘이 같이 봐야죠. 예상 못 한 문제들이 생기잖아요. 사고가 터져서, 아기가 아파서 어린이집에 못 간다 그러면 어떡해요.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니까. 그런 게 예전과는 많이 바뀐 것 같고. 저희가 특별한 거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렇지 않으면 우리가 일을 못 하겠으니. 생각해보면 이러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으니.

 

 

IT 분야 진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IT에 관한 지식은 이제 기본소양인 것 같아요. 컴퓨터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하고, 얘한테 프로그래밍으로 일을 시키는 게 사람들이 한국말로 부탁하듯이, 기계에 프로그래밍으로 ‘이거 해줘’ 하는 것처럼 비슷한 수준으로 기본소양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기본적인 IT적 소양을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그거 이상으로 진로 내지는 ‘이걸 하겠다’라고 하는 경우에는 사실 자기가 재미있는 걸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거든요. 재밌다고 하는 건 잘 안돼도 더 하게 만드는 것이거든요. 자기가 재미없는 건 잘 안되면 ‘역시 이건 재미없어’ 하는데 재미있으면 잘 안 돼도 어떻게 잘 해보려고 더 덤비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깨닫는 것도 많거든요. 

 

그래서 IT가 되게 모두가 알아야 하는 것이 되어 버리긴 했지만, 그 와중에 ‘이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가?’ 하는 걸 매일은 아니어도 가끔 생각을 해보고, ‘좋아하나 보다’라는 결론이 나면 요즘에는 별로 두려움 없이 해도 되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컴퓨터 전공해서 먹고는 살겠냐는 얘기가 실제로 있었는데, 요즘엔 그런 걱정은 없는 것 같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건호 대표의 '인생 게임'은 어떤 것인가요?

 

되게 많은데요. 너무 뻔하지만 <삼국지 II>가 있고요. 피를 철철 흘려가면서 한 게임이거든요. 교정할 때 이를 뽑고 솜을 물고, 그래도 게임을 해야겠으니까 피를 철철 흘리면서 게임을 하고 있으니까 어머니가 그렇게 "공부를 해라"고 잔소리도 하셨고. 그렇지만 게임을 안 한다고 공부를 할 놈은 아니었다는 걸 알고 계셨기 때문에... (웃음)

<삼국지 II>, KOEI, 1989

라는 게임이 있어요. ‘게임은 이런 거구나’라는 걸 알게 해 준 게임인 것 같아요. 액션도 있고, 스토리도 있고, 그림도 예쁘고 음악도 좋고. <삼국지 II>가 컴퓨터라는 것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연산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을 알려줬다면 는 어떻게 보면 게임은 종합예술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미디어적인 부분을 다 모아서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준 물건인 것 같아요.

<YS III: Wanderers from Ys>, Nihon Falcom, 1989

마지막으로, 넥슨컴퓨터박물관에게 한마디 

 

제주도 갔다가 우연히 컴퓨터박물관 가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옛날에 가지고 놀던 물건들 막 있고. 인상 깊었는데. 그런 걸 모아놓으니 새삼 반갑더라고요. 특히나 그런 곳은 저 같은 컴퓨터가 막 올라오던 시절에 살았던 사람이 아이들과 가서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옛날엔 이랬단다’라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그런 공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에서,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넥슨컴퓨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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