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 2018]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게임",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은 게임에 길을 묻다

조회수 2018. 9. 14. 10: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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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엽 순천향대 교수, 도영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 회담

사회∙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게임은 무엇일까? 교육적 의미와 교훈을 담은 게임? 정신적 치유와 힐링이 주목적인 게임?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

 

BIC(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18 첫날, 이정엽 순천향대 교수, 도영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스피레이션 게임: 사회∙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게임 생태계 전략’을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자리를 가졌다. 금일 행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이정엽 순천향대 교수
도영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

이정엽 교수: 우선,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임상훈 대표: 최근 들어 사회적 인식 등 상황이 안 좋다고 생각한다. 게임 자체가 가진 문제점보다는 게임 외부에 문제가 많다고 느꼈는지,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게임 외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홍보 활동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체감상 이런 홍보로 인식이 좋아졌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무리 홍보가 된다 하더라도 개선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도영임 교수: 과거에 게임은 젊은 세대만 즐기는 소수문화였지만, 지금은 50대 절반 이상도 게임을 하는 ‘대중문화’가 된 세상이다. 때문에, 과거 소수문화 시점처럼 게임을 한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문제를 개선해야 하고,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등 게임 패러다임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게임이 미래 지향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걸 알리는 중 아이러니해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 게임 정말 괜찮고 해볼 만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게임 중 국내 게임이 해외 게임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해외에는 게임이 담는 내용 깊이와 인간 성찰 등 다양한 주제가 활발하게 논의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런 사례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다 국내용 인스피레이션 게임(사회∙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게임)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인스피레이션 게임이 무엇인가를 논한 금일 회담

이정엽 교수: 사실 사회적 메시지나 의미, 문화 현상 등을 담은 인스피레이션 게임이 국내에 아예 없지는 않다. 시리아 난민 문제를 이야기한 <21 데이즈>나 네팔 지진 문제를 담은 <애프터 데이즈> 등이 대표작이다. 국내는 이제야 조금씩 인스피레이션 게임을 런칭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스피레이션 게임을 시도하고 제작했다. 대표작으로, <디스 워 오브 마인>이나 <반교> 등이 있으며, 이들은 스토리도 심도 있게 담았고 수만 장 판매되는 등 성공 사례를 자랑한다. 이와 같은 인스피레이션 게임이 해외에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사례는 왜 빈약한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도영임 교수: 사회∙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요소를 담은 인스피레이션 게임은 다른 말로 ‘시리어스 게임’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진지한 게임’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사실 시리어스라는 단어 자체는 현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진지하다’는 뜻 하나 때문에 치료나 교육 등 도구적 의미로 제한된 경향이 있다 생각한다.

 

 

임상훈 대표: 게임 개발자들에게 있어 전 세계 게임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가를 보는 건 중요한 일이다. 최근에는 게임 플랫폼도 좋아지고, 각종 엔진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등 ‘게임 만들기 좋은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만들기 쉬워진 만큼 성공하기는 역대급으로 어려워졌다. 심지어, 성공을 위해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만들거나, 기존 장르 중 최고라 불리는 ‘수작’을 만드는 건 더 어려운 일이 됐다. 경쟁이 어려워진 만큼 개발 단계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도영임 교수: 차별화된 인스피레이션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감동’을 주려 한다면, 특정 메커니즘을 활용해 찍어내기 식 구성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기계적으로 짜내는 것이 아닌, 사람 마음을 흔들고 기억의 문을 여는 등 ‘감정의 문’을 여는 방법이 시도돼야 한다. 

 

책 글귀를 예로 들자면, 매우 거친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화려한 문체로 종이를 가득 메워도 전혀 감동이 없는 경우도 있다. 즉, 전달하는 메시지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얼마나 넣었고, 이야기 정체성에 일치하는가 등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게임은 이런 거다!’라는 틀에 갇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디스 워 오브 마인> 개발진들은 자신들이 1세대 게이머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개발 중 “게임이 이래야 하는가?”, “인디 게임은 이래야 하는가?” 등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한다. 

 

이처럼, 창작자들은 개발 중 가치 있게 여기고,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스스로 질문했으면 한다. 그러면서 ‘게임은 이런 것’, ‘인디는 이런 것’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도록 조심했으면 한다.

해외 인스피레이션 게임 대표작 <디스 워 오브 마인>

임상훈 대표: 이런 과정에 다가서는 것을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반교> 개발진은 자기 팀을 ‘파운데이션’(Foundation)이라고 칭하는데, 개발팀이 게임 완성을 위해 한 명씩 모인 재단이기 때문이다.

 

<반교>는 본래 개발자 한 명이 1년 동안 게임 프로토타입을 만들다 제작 분량이 너무 방대해 포기한 작품이다. 그러던 중,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반교> 프로토타입을 한 게임 행사장에서 시연했고, 3~5년 정도 경력이 있는 업계 경력자들이 개발에 참여했다. 즉, 처음부터 팀이 구성된 게 아니라, 게임 완성을 위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이정엽 교수: 게임 개발을 위해 굳이 개발자들만이 머리를 맞대지 않아도 괜찮다. 인도에서 만든 <미tld: 게임 포 커스>라는 게임이 있다. 이는 인도 인신매매를 소재로 한 게임이며, 인도에서 8초에 1명씩 인신매매로 팔려간다는 끔찍한 실태를 알린 게임이다.

 

이 게임 개발자는 인도에서 인신매매 문제로 10년 이상 싸워온 사회운동가이며, 게임 개발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게임은 이 사회운동가가 취재한 피해자들의 증언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인도 앱스토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게임 개발 경력이 없는 사회운동가가 만든 <미싱: 게임 포 커스>

도영임 교수: 이런 좋은 예들이 있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 누군가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대표적 성공 사례 창출로 창작 트렌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위해 사회∙문화적으로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역량 있는 창작자 그룹을 구성하며, 기획부터 창작 과정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 호응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선례가 없어 처음부터 이런 과정을 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선례가 되고 성공한다면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엽 교수: 국내 게임 개발은 여태까지 상명하복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개발자 간 협력을 통해 자유롭게 주제를 정하고 게임 요소를 하나씩 개발하는 게임도 많아졌다. 구상이 자유로워진 만큼, 게임 개발자들과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 모델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임상훈 대표: 올 연말 즈음 이런 부분에 관심 있는 창작자 그룹이 묘여 이야기했으면 한다. 현재 창작자, 지원자, 사회∙문화적 변화를 원하는 단체를 대상으로 인스피레이션 게임을 논할 수 있는 페이스북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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