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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지만 귀여워! 네모 포켓몬을 꼭 닮은 게임, '포켓몬 퀘스트'

조회수 2018. 7. 9. 10: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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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지는 않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육성의 즐거움을 간편화한 모바일 RPG

삑살. 하려는 것이 빗나가거나 아깝게 되었을 때 쓰는 사투리. 신경을 조금만 더 썼으면 ‘스트라이크’ 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남기는 어떤 탄식.


<포켓몬 퀘스트>는 여러모로 ‘삑살’스럽지만, 나름대로 전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어떤 점이 사람들에게 어필했을까? 어설프지만 귀여운 네모 포켓몬을 꼭 닮은 게임, <포켓몬 퀘스트>를 직접 플레이해봤다.

<포켓몬 퀘스트>는 어떤 게임?


<포켓몬 퀘스트>는 '포켓몬스터' 원작 게임 시리즈의 개발사 게임프리크가 선보이는 캐릭터 수집형 RPG로, 닌텐도 스위치와 양대 모바일 마켓에 출시됐다. 플레이어는 모든 것이 각진 네모루루 섬에서 포켓몬의 도움을 받아 보물을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자원을 모아 포켓몬 캐릭터를 뽑고 수집, 육성하게 된다.

 

데리고 있는 포켓몬 중 세 마리를 선택해 팀을 구성하면 각 포켓몬의 능력을 합쳐 ‘팀 전투력’이 산정된다. 플레이어는 팀의 전투력에 맞는 스테이지를 탐색하면서 보스 포켓몬을 쓰러뜨리고 보상을 받는다. 결과에 따라 팀원의 경험치, ‘식재료’, 능력을 강화하는 ‘패시브스톤’(이하 ‘P스톤’)을 받는다. 

 

포켓몬에게 P스톤을 주면 전투력이 강해진다. 식재료는 모아서 ‘요리냄비’에 넣으면 새로운 포켓몬을 불러올 수 있다. 대부분의 포켓몬은 경험치를 쌓아 적정 레벨이 되면 진화해서 기본 능력이 강해진다. 

 

이렇게 기존 포켓몬을 육성하거나 새로운 포켓몬을 얻어 더 높은 단계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같은 포켓몬이라도 각 개체가 가진 기술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캐릭터를 모으고 육성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다.

여러 포켓몬을 모아 팀을 짜서 전투력을 높이자

간편한 육성과 적절한 관여로 원작의 육성을 재현하다


원작 게임 시리즈는 포켓몬의 강함에 관여하는 요소가 다양하고 긴밀하게 얽혀서 시너지를 내는 구조다. 때문에 유저 간 대전을 염두에 둔 사람들은 종족 선별-알 부화-개체값, 특성과 성격 검사-적부합 결정-기술 교체와 기초 포인트 배치까지, 최고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포켓몬의 육성에 많은 공을 들인다. 숨겨진 특성이나 잠재능력, 볼 유전과 특별한 색까지 원한다면 들이는 시간과 버튼 누르는 횟수는 배로 늘어난다.

 

<포켓몬퀘스트>의 육성은 보다 쉽고 방법도 간단하다. 요리냄비에 적절한 재료를 넣어 원하는 종족의 포켓몬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잠시 스테이지를 돌다 오면 새로운 포켓몬이 등장한다. 나온 포켓몬이 쓸만한지는 타고난 기술 배치와 ‘P애뮬릿’, ‘빙고 보너스’로 판단한다.

8개의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요리에 이끌리는 포켓몬의 타입이 정해진다.

P애뮬릿은 모든 포켓몬이 가지고 있는 3x3 크기의 소켓으로, 공격력 혹은 체력을 늘리는 P스톤을 꽂아 포켓몬의 능력을 올린다. 공격력 P스톤은 주먹 모양 소켓에, 체력 P스톤은 하트 모양 소켓에만 꽂을 수 있고 개체마다 모두 다르다. 

 

P애뮬릿에 P스톤을 꽂아 가로나 세로로 한 줄을 만들면 ‘빙고 보너스’가 발동한다. P애뮬릿의 빙고가 한 줄 만들어질 때마다 ‘물 속성 공격력 증가’, ‘크리티컬 확률 증가’ 등 미리 정해진 추가 능력을 얻게 된다. 기술의 종류는 다른 포켓몬을 소모하는 ‘기술 떠올리기’를 통해 바꿀 수 있지만 포켓몬의 성장 방향과 역할을 결정하는 P애뮬릿, 능력을 극대화하는 빙고 보너스는 타고나며 바꿀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종족 선별과 알 부화는 요리 냄비로 대체되고 포켓몬의 성격과 특성은 빙고 보너스로, 개체값은 P애뮬릿으로 대체된 셈이다. P애뮬릿은 레벨이 오르면 새로운 소켓이 해금되기도 하니 기초 포인트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작의 복잡한 캐릭터의 구성 요소를 P애뮬릿, 빙고 보너스, 기술 단 세 가지로 줄임으로써 요리냄비-개체 선별에 이르는 과정이 간편해지고 게임의 템포 역시 빨라졌다.

일반적으로 딱구리는 방어력이 세다는 인상이지만, 이 딱구리는 빙고 보너스와 P애뮬릿이 공격형으로 배치됐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뽑기에 좌우되는 구조도 아니다. 뽑기로는 최종 진화 포켓몬을 얻을 수 없고, 능력치를 크게 올릴 수 있는 P스톤과 빙고 보너스는 스테이지와 레벨 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결국 성장이나 파밍을 위해 무한 자동전투, 수없는 뽑기를 한다 해도 그 시작과 끝은 유저의 선택과 개입으로 이루어진다.

 

또 무한 자동전투를 달릴 수가 없는 구조가 플레이어가 적절한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스테이지는 길어야 5분 내로 승패가 갈리고 자동으로 스테이지를 반복하는 기능은 없다. 요리냄비와 ‘배터리’(행동력)소진으로 자동전투가 중단되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관리하는 화면으로 넘어간다. 

 

뽑기와 육성은 간편하고, 게임에 많은 에너지를 들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플레이어도 눈치챌 수 없는 템포로 캐릭터에 관심을 갖도록 요구한다. 내가 재료를 모아서 뽑았고, 내가 발견해서 키운 포켓몬. 간편한 육성과 적절한 관여, 포켓몬스터라는 세계적인 IP가 연결되면서 <포켓몬 퀘스트>는 원작의 몰입도 높은 육성 과정을 모바일에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과금을 많이 하거나 뽑기 운이 좋다 해도 성장을 위한 노력과 선택이 필요하다.

‘하펌 시드라’ 뽑기 게임? 정교하지 못한 전투 시스템이 낳은 고정픽


<포켓몬 퀘스트>는 육성의 재미는 확실히 살렸지만 정작 키운 포켓몬이 활약하는 전투에서는 많은 부분이 아쉬웠다. 

 

유저가 직접 전투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스킬을 쓰는 타이밍과 팀 분산 혹은 결집 뿐이다. 이동은 전적으로 포켓몬의 AI에 맡기는 탓에 적과 아군, 장애물과 발사체가 한데 뒤엉킨다. 그 탓에 기술을 써도 적 혹은 기술 시전자가 유효 거리를 벗어나고, 건너갈 수 없는 지형이나 벽 너머에 기술을 쓰는 등 답답한 진행을 보여준다. 

 

기술을 어디에서 사용할지, 명중할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유저들은 그나마 공격 실패 가능성이 적은 유도형 연발 원거리 공격인 ‘하이드로펌프’를 선호한다. 좁은 기술폭 탓에 오히려 특정 기술을 얻기 쉬운 ‘시드라’, 즉 ‘하펌 시드라’가 필수 맴버로 꼽히는 이유다.

'삑살'날 확률이 가장 적은 기술 '하이드로펌프'

또 하나, 적의 체력과 공격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난이도가 팀에 '벌크업' 등 버퍼를 넣을 것이 강제된다. 게임에서는 적의 공격력을 떨어뜨리거나 상태이상을 주는 기술도 풍부하게 제공되지만 시스템상 그 기술의 명중률을 보장할 수 없다. 스테이지 보스는 너무 강력해서 디버프가 큰 의미가 없고, 상태 이상도 잘 걸리지 않는다. 속성에 따른 대미지 변동도 크지 않아 결국 특정 기술을 가진 포켓몬으로 팀을 구성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정교하지 못한 난전으로 인해 사실상 몇몇 캐릭터를 뽑아 수직 성장할 것을 강요하는 모양이 되었다. 게임 유저들이 빠른 클리어를 위해 효율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차적인 원인이 게임의 비합리성에 있고 이를 회피하는 과정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좁아진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최소한 원작은 마음에 드는 저개체 포켓몬으로도 스토리 엔딩을 보는 건 무리가 없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포켓몬이라도 기술 배치가 어긋나면 쓰기 힘든 구조다.

여러모로 ‘삑살’이지만 귀엽다! <포켓몬 퀘스트>의 인기 요인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포켓몬 퀘스트>는 모바일 출시 1주일 만에 전세계 350만 건 다운로드, 약 33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시장 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매출 12%, 약 4억 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체 왜? 기술만 쓰면 10에 8은 ‘삑살’을 내는 게임이 뭐가 좋아서?

 

먼저 <포켓몬 퀘스트>의 뽑기와 육성 과정은 IP의 오랜 팬에게도, 모바일 게임만 해본 신규 팬에게도 낯설지 않은 구성이다. 복잡한 수고 없이 몇 번의 터치만으로 모든 과정이 이루어진다. ‘알까기’로 축약되는 원작의 악랄한 육성 과정을 모르더라도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게임을 해봤다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다.

 

동 장르 게임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과금도 눈길을 끈다. 모든 상품은 한 번 구입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매일매일 유료 재화도 준다. 꾸준히 한다면 얼마든지 과금 아이템을 살 수 있고, 과금한다면 확실하게 빠른 육성이 가능하다.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가장 좋은 패키지 상품조차 저렴하다. 한참 게임의 원리를 이해하고 재미가 붙을 초반에 과금 타이밍이 잡힌 것도 잘 설계된 전략이다.

복셀로 표현된 포켓몬의 새로운 매력도 강력한 장점이다. <포켓몬 퀘스트>로 처음 선보인 네모 포켓몬들은 게임 내내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행동을 어필한다. 탐험을 다녀오면 베이스 기지의 포켓몬들은 네모난 몸을 활용해 서로 탑을 쌓거나 몸을 부딪히며 논다. 어설프면서도 친근하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이다. 

 

진화하면 어떤 모습일까? 특별한 색 버전도 제대로 구현됐다고? 네모난 뮤도 궁금해! 포켓몬의 하드코어한 육성을 즐기지 않더라도 포켓몬의 디자인이나 수집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수집욕을 자극하는 구성이다. 간편한 플레이 방식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다.

롱스톤 목 나간다 내려와 이놈들아

정리하자면 <포켓몬 퀘스트>는 모바일 게임의 익숙한 구조 안에서 원작의 매력 중 하나인 '육성'과 '수집'을 최대한 살리는데 성공했다. 무료 플레이로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뽑기와 육성을 돕는 저렴한 과금 상품으로 부가수익을 창출한다. 기존의 포켓몬과도 분명하게 선이 그어지는 아트웍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인상을 받는 것은 물론 새로운 상품군까지 만들어냈다.

 

포켓몬스터 게임을 오래 즐겨왔지만,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마다 어느 부분은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작 시리즈의 최신작은 팬덤에서 여전히 논란거리고, <포켓몬 퀘스트>는 정교하지 못한 전투와 난이도 조절로 151마리 ’밖에’ 안 되는 포켓몬이 고루 조명받을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자신들의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귀여움을 받을지 확실하게 안다.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알고 모바일에 재현한 <포켓몬 퀘스트>는 어설프지만 치밀하고 영리하며,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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