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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이후 재미는 확실, 그러니 30레벨 이후 성장도 좀….

로스트아크 파이널 CBT의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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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작성일자2018.06.05. | 9,019 읽음

온라인게임 시장 최고 기대작 <로스트아크>의 마지막 CBT가 지난 3일 끝났다. 이번 CBT는 게임의 연내 OBT를 위한 마지막 테스트였다. 때문에 스마일게이트는 이번 테스트를 기존과 달리 무려 12일이나 진행했고, 마지막 5일은 정식 서비스처럼 24시간 내내 서버를 돌린다는 강수를 뒀다. 

 

MMORPG에서 이뤄지는 핵앤슬래시풍 전투, 쿼터뷰 게임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연출 등 게임의 강점은 이번 CBT에서도 여전했다. 기존에 지적 받은 약점도 상당부분 개선돼 나왔다.

 

하지만 이런와 별개로, 직장인 게이머인 나 개인이 <로스트아크>에서 느끼는 재미는 지난 1, 2차 CBT에 비해 점점 줄었다. 유저들의 반응 또한 CBT가 반복되고, 파이널 CBT 일정이 지날수록 호불호가 나눠었다. 1차 CBT 당시 뜨거웠던 반응을 생각하면 의아한 부분. 이런 현상은 왜 그런 것일까? 여러 번의 CBT로 게임에 대한 피로도가 높여져서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로스트아크>의 파이널 CBT를 되돌아봤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로스트아크>를 모르는 유저들을 위한 간단 정리. 

 

<로스트아크>는 '핵앤슬래시 MMORPG'를 표방하는 PC 온라인 게임이다. 핵앤슬래시 MMRPG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MMORPG임에도 <디아블로> 시리즈와 같은 쿼터뷰 핵앤슬래시 게임에 준하는 논타겟팅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실제로 게임은 두 차례의 CBT에서 MMORPG라는 틀 안에서 스킬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액션, 트라이포드를 활용한 액션 커스터마이징 등을 선보여 유저들에게 호평받았다. 

 

게임은 여기에 더해 쿼터뷰 시점의 한계를 넘은 각종 연출, 항해로 대표되는 탐험형 콘텐츠, 이외에도 호감도나 카드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특징으로 한다. (물론 인스턴스 던전이나 레이드, 도전형 던전 등 전투 콘텐츠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곳을 찾는 보물지도와 숨겨진 지역 콘텐츠, 전투 외에도 숨바꼭질이나 '봄버맨' 등 다양한 콘셉트를 보여준 섬(항해) 콘텐츠는 MMORPG에 익숙한 이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줬다.

 

물론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로스트아크>는 과거 2차례의 CBT에서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은 긴 호흡, 회피기 등의 부제로 인한 갑갑한 전투 패턴, 많은 콘텐츠에 비해 부족한 안내 등의 단점을 지적 받았다. 이에 개발진은 파이널 CBT에 앞서, 이러한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로스트아크>는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을까? 그리고 이런 변화는 어땠을까?


# 더 빨라진 템포, 더 빨라진 성장 속도. 확실히 개선된 콘텐츠들

 

파이널 CBT의 기조를 간단히 정리하면 '템포를 빠르게'다. <로스트아크>가 지난 CBT에서 지적 받은 것은 '느린 템포'였다. 전투는 회피기가 적고 기상 스킬도 최고 레벨 이후에서나 나와 몬스터에게 맞아 쓰러지면 한 동안 키보드를 놔야 했다. 콘텐츠 해금도 대부분 최고 레벨 이후 몰려 있어, 긴 성장 과정에서 지루함을 느끼기 십상이었다. 

 

파이널 CBT에서는 이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공용 회피' 기능의 추가다. 파이널 CBT에선 모든 캐릭터들에게 공용 회피/기상 기능이 추가됐다. 게임 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스킬을 캔슬할 수 있는 생존 기능이며, 재사용 대기시간도 10초 내외로 다른 전용 이동/생존 스킬에 비해 짧은 편이다.

 

이 기능 덕에 파이널 CBT의 전투는 지난 두 차례의 CBT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보스가 '장판'을 깔까 무서워 스킬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면, 이번 테스트에서는 (스킬을 캔슬할 수 있는) 공용 회피 기능을 믿고 보다 공격적으로 상대를 공략할 수 있었다. 말 타기는 애매하게 먼 거리를 이동할 때도 공용 회피기와 클래스 고유의 이동·돌진기를 이용해 더 빨리 갈 수 있게 된 것은 덤.

전투 외에도, 전반적으로 호흡이 빨라졌다. 기존에 없던 '탈 것'과 '대륙 간 정기선'이 추가돼 이동에 쓰는 시간이 줄었다. 심지어 물건을 나를 때 캐릭터를 가속하는 기능까지 생겼을 정도. 추가로 지나치게 많고 방대했던 퀘스트 수도 확 줄여 레벨 업 동선도 짧고 깔끔해졌다. 캐릭터 성장 속도도 더 빨라졌다.

 

콘텐츠 해금 시기도 앞당겨졌다. <로스트아크>는 타워, 큐브, 카오스 던전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게임이지만, 지난 테스트에선 콘텐츠 대부분이 최후반부에 해금돼 유저들이 이를 체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성장 과정 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적게 만들었고, 이는 지루함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파이널 CBT에선 ▲ 중반부에 층 깨기 콘텐츠인 '타워' 던전과 미니게임 '카드배틀'이 해금되고 ▲ 후반부에 임의로 만들어진 방을 탐험하는 '큐브' 던전과 일일 퀘스트, 채집·제작 콘텐츠를 위한 '영지' 던전이 ▲ 최고 레벨에선 고난이도 던전 '카오스 던전'과 보스전 특화 '레이드' 등이 열리도록 바뀌었다. 이제는 '최고 레벨'에 도달하지 않아도, 일부 주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바뀐 것. 지난 테스트에 비해 이른 시기부터 주요 콘텐츠를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콘텐츠에 대한 소개와 안내도 보다 직관적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망망대해를 하염없이 헤매야 했던 '항해' 콘텐츠는 파이널 CBT에서 각종 서브 퀘스트로 일부 섬의 존재와 성격, 위치 등을 알 수 있도록 바뀌었다.

 

최고 레벨 이후엔 '이정표'라는 시스템이 추가됐다. 유저가 강해지기 위해 어떤 콘텐츠를 즐기면 될 지 알 수 있게 됐다. 유저에게 강해지는 방법과 강해져야 할 이유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줘 플레이 욕구를 자극한 시스템이다. 또한 똑같은 수준의 아이템이 나오더라도, 보스전, 던전 돌파, 생활, 탐험 등 콘텐츠 성격이 각기 다른 <로스트아크>에서, 유저가 자기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쉽게 찾게 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이렇듯 <로스트아크>의 파이널 CBT는 기존 테스터라면 놀랄 정도로 불편한 점이 많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왜 나는 이전과 같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일까? 유저들 사이에선 왜 호불호가 나뉘기 시작한 것일까?


# 빨라진 성장 속도, 그런데 왜 성장했다고 '안 느껴지지'?

 

파이널 CBT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강해졌다'라는 느낌이 안 드는 것이었다.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 다른 MMORPG보다 빼어난 전투도 언제부턴가 지루하게 와닿았다. 이게 30레벨 이후, 토토이크 섬부터 시작됐고 4번째 지역은 아르데타인에서 절정을 찍었고 이후 최고 레벨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최고 레벨 이후엔 달라진다)

 

성장 속도와는 다른 문제다. 앞서 얘기했듯이 파이널 CBT의 성장은 분명 빨라졌다. 하지만 성장했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았다. 달려야 할 거리는 마라톤에서 '하프 마라톤'으로 줄었지만, 달리는 곳은 마라톤 코스가 아니라 '러닝 머신' 위를 달리는 느낌이었다. 달려도 풍경이 달라지지 않다 보니, 지루함은 그대로인 채 견뎌야 할 시간만 짧아진 정도다.

보통 RPG에서의 성장은 더 큰 피해량, 더 멋진 장비, 새로운 액션(≒ 스킬), 어려운 보스·던전 클리어 등을 통해 체감된다. 실제로 이 중 대부분은 <로스트아크>에도 사용된 장치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장했다는 느낌이 약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핵앤슬래시' 문법 때문이었다.


핵앤슬래시에서는 전투가 시련이 아니라 '일상'이다. 유저는 몬스터 여럿을 몰아 잡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보스 정도가 아닌 한, 유저가 전투에 집중할 일도 없다. 이는 곧, 핵앤슬래시에선 어지간한 스펙 업이 아닌 이상 성장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말과 같다. 


피해량이 '떼'로 표시되는 전투에선 숫자 앞자리 정도의 변화가 아니면 눈에 들어오기 힘들다. 전투 시간이 빨라진다고 해도 애초에 전투 시간이 짧은 핵앤슬래시에선 크게 체감되기 힘들다. 과장 조금 보태, '인플레이션'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의 성장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스펙 성장으론 성장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로스트아크>는 MMORPG라는 장르 때문인지 강함이 비교적 잦고 균일하게 오르는 게임이다. ​

성장 과정에서 전투의 비중이 조금 더 컸다면 감상이 달라졌을지도….

성장 과정 중 얻고 싶거나 뛰어 넘어야 할 명확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퀘스트 레벨 제한 같은 것도 없고 플레이 중 특별히 어려운 구간도 없다. 레벨이 올라도 딱히 강해진 것 같지도 않고, 갈 수 없던 곳에 갈 수 있게 바뀌는 경우도 거의 없다. 퀘스트는 단순히 통과 의례고, 이 통과 의례 대부분이 전투 같은 직접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이동이나 물건 나르기 같은 지루한 무언가다.

 

흔히 목표이자 보상이 되는 '아이템'도 <로스트아크> 성장 구간에선 목표가 되지 않는다. <WoW>나 <블레이드&소울> 같은 MMORPG는 성장 구간 중간에 해당 레벨대에 상징이 되는 강력한 장비를 배치해 유저들에게 목표를 제시한다. 이를 얻으면 다음 지역이 눈에 띄게 쉬워지고, 때론 특수 효과가 붙어 전투가 달라지기도 한다. <디아블로3> 같은 핵앤슬래시는 아예 사냥 중 '전설 아이템'이 나와 캐릭터의 강함을 극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로스트아크>의 성장 구간에는 이런 것이 없다. 해당 지역의 최고 등급 장비를 얻었다고 해서 다음 지역이 눈에 띄게 쉬워지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파밍하지 않고 갔다고 해서 다음 지역 진행이 눈에 띄게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다. 장비를 얻었다고 전투가 딱히 달라지지도 않고, 세트 효과 같은 것이 있어 어떤 것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다.​ 어떤 면에선 부담 없이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어떤 면에선 자극 없이 너무 평화로운(?) 게임이다.

스토리도 좋은 목표가 될 순 있지만, 루테란 지역 이후론 지역마다 별개의 스토리가 진행되고 이전처럼 압도적인 연출도 없어 이 역할을 잘 하진 못했다. 이미지는 '광기의 축제' 스토리 중 일부

액션의 변화라는 면에선 어떨까? 내가 플레이 한 '호크아이' 클래스는 성장 중 해금되는 스킬이 (각성기 제외) 약 10개다. 이 스킬이 약 4레벨 단위로 해금된다. 초반부엔 상당히 빨리 새 스킬이 생기고 전투도 달라지지만, 문제는 성장이 느려지는 30레벨 이후 중반부다. 


성장 속도가 느려져 새 스킬을 얻는데 필요한 시간이 점점 (말 그대로) '시간' 단위로 늘어난다. 반면 이 때부턴 유저가 스킬 포인트를 투자한 스킬 때문에 새 스킬을 얻어도 액션이 바뀌는 폭이 심리적으로 점점 제한된다. 스킬 포인트를 쓴 스킬을 쓰지 않을 사람은 없으니까. (초기화 물약이 있긴 하지만, 무한은 아니다) 


스킬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트라이포드'도 힘을 쓰기 힘들다. 트라이포드로 스킬이 눈에 띄게 달라지려면 최소 스킬 포인트 20개, 최대 48개를 투자해야 한다. 이는 투자한 스킬이 '바뀌는 것'을 체감하기 위해선 최소 4레벨, 최대 10레벨 분의 스킬 포인트를 모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 


뒤로 갈수록 레벨 업 속도가 느려지고, (레벨 업 속도가 느려) 스킬 추가와 스킬 변화도 늦어지고, 스킬이 생겨도 (투자한 스킬 때문에 실질적으로) 액션의 변화가 제한된다. 유저가 '체감'하는 성장은 더욱 느려진다. 


성장 속도 자체는 빨라졌지만, '실질적'으로 성장해 바뀌는 것을 체감하긴 힘들었다. 퇴근하고 3~4시간 플레이하는 입장에선, 이렇게 게임을 해도 실질적으로 바뀌는 것이 없으니 이 과정이 힘들었다. 이런 경험이 연출 빵빵한 루테란 이야기가 일단락되고, 사실상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져 다음 진행에 대한 궁금증이 약해지는 새 지역에서 나타난다. (특히 4번째 지역 '아르데타인'이 절정이었다)​

동선 관련해서 여전히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아르데타인 지역. 특히 슈테란의 도시 구조를 보면 시민들이 왜 '의회 부패 척결하라!'라고 노래를 부르는지 잘 체감할 수 있다. 시 의원들이 모노레일 업체와 결탁하지 않았다면 이런 도시가 나올 수 없다!


# 핵앤슬래시와 MMORPG 사이의 괴리감


성장의 '체감'에 대해 쭉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것이 다른 MMORPG에 비해 느리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PC MMORPG에선 몇 시간 만에 새 스킬을 얻는 것이 빠른 축에 속한다. 나가 싸워라 대신, 어디를 다녀와라거나 이걸 어디로 옮겨라 같은 퀘스트도 MMORPG에선 흔히 볼 수 있고.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로스트아크>를 하며 성장이 잘 체감되지 않았다고, 성장 과정이 지루하게 느낀 이유는 게임이 MMORPG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로스트아크>는 <WoW>나 <블레이드&소울>, <검은사막> 같은 MMORPG가 아니라, <디아블로> 시리즈와 같은 핵앤슬래시 게임에 가까웠다.

<로스트아크>는 '핵앤슬래시 MMORPG'를 표방한 게임이고, 실제로 게임의 전투는 핵앤슬래시 문법을 상당 부분 구현했다. 단순히 시점뿐만 아니라, 전투 규모나 연출, 타격감 등 MMORPG 중 핵앤슬래시 느낌을 이 정도로 구현한 게임은 거의 없다. 

 

문제는 게임의 보상 구조가 핵앤슬래시가 아니라 MMORPG를 따랐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핵앤슬래시의 문법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PC MMORPG는 최후반부, 여러 사람이 모여 협동하고 대립하는데 중점을 두고 발달했다. 게임의 핵심 재미와 보상 역시 후반부에 중점적으로 배치돼 있다. 최근엔 초반부에 신경쓴 작품도 많아졌지만, MMORPG는 기본적으로 최고 레벨 이후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르다. <WoW>나 <블레이드&소울>을 30분 하고 느낀 재미와 30일 하고 느낀 재미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반면 핵앤슬래시는 '만렙'을 찍지 않아도 핵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핵앤슬래시는 전투 순간순간, 그리고 전투 후 얻는 전리품으로 재미를 느끼는 장르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 더 다양한 액션, 더 강한 장비를 얻을 수 있지만, 재미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일례로 <디아블로3>를 30분 하고 재미 없다 느낀 사람은 30일을 해도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핵앤슬래시는 초반부터 보상의 강도, 정확히는 보상의 '체감' 정도가 큰 편이다.

성장 중에도 '보물지도' 등 소소한 즐길거리가 많긴 한데, 저기서 '보라템'을 먹어도 딱히 강해진 느낌은 안 든다.

이런 상이한 보상 체계를 가진 두 게임이 만났다. 전투 등 플레이 대부분은 핵앤슬래시와 같은 느낌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게임의 템포는 (이전에 비해 당겨지긴 했지만) 주요 재미 포인트의 대부분이 후반부에 배치된 MMORPG 방식이다. 여기에 퀘스트의 대부분도 핵앤슬래시스러운 전투 대신, 이동이나 운반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핵앤슬래시를 기대한 사람들, 혹은 핵앤슬래시와 같은 느낌을 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물론 <로스트아크>를 핵앤슬래시가 아니라 MMORPG로 받아들인 유저라면 감상이 다를 수도 있다. 반대로 액션성 있는 전투, 성장 과정 중 번거롭게 파티를 짜지 않아도 클리어 가능한 던전, 큰 어려움 없이 시간만 들이면 찍을 수 있는 '만렙' 등의 요소를 보고 '전투 괜찮고 부담 없는 MMORPG'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전투보다 이동 비중이 더 큰 진행은 MMORPG에서는 비교적 흔하니까.

 

다만 이와 별개로, 앞서 이야기한 '잘 체감되지 않는 성장', 그리고 핵앤슬래시 전투가 되며 '피해량'과 간혹 나오는 무력화 외에 내가 '잘했다'고 체감하기 힘든 협업 전투를 MMORPG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30레벨 이후, 최고 레벨 이전 성장 과정 중의 <로스트아크>는 '핵앤슬래시 MMORPG'라기보단, '핵앤슬래시'와 'MMORPG' 사이의 무언가에 가까웠다.


# 여전히 재미있는 '만렙' 이후, 가는 과정도 즐거워지길

 

성장 과정에 대한 얘기가 긴 이유는 '성장'이 RPG의 주요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성장 과정이 최고 레벨 이후 재미를 상당 부분 가리기 때문이다. 최고 레벨이 되기 전에는 무조건 성장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으니까.

 

더 아쉬운 것은 레벨 업이 끝난 <로스트아크>는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최고 레벨 이후에 성장의 재미가 더 잘 느껴질 정도로.

<로스트아크>의 후반부 콘텐츠는 PC MMORPG답지 않게(?) 짧은 호흡으로 구성돼 있다. 파밍·공략 콘텐츠의 플레이 타임이 한 판에 30분을 넘지 않는다. PC MMORPG처럼 A4 몇 장짜리 공략을 외워야 하는 콘텐츠도 아니고, 탱커나 힐러 같은 비주류 직업이 있어야만 하는 콘텐츠도 아니다. (애초에 로스트아크는 전통적인 탱딜힐 모델과는 거리가 있다) 

 

장비를 얻으면 아이템 레벨과 스킬 강화 옵션이라는 확실한 보상이 존재한다. 고레벨 장비부터는 특정 스킬을 강화할 수 있어, 장비를 바꿨을 때 달라지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잘 눈에 띈다. 또한 엑세서리에 '오버차지 시 치명타 확률 증가', '무력화된 적에게 피해량 증가' 등 독특한 옵션을 각인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해 나만의 액션 스타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성장 과정 중 강함의 수준만 표시했던 '아이템 레벨'도 최고 레벨부터는 '고난이도 던전 입장 조건'이라는 또다른 역할을 가지게 된다. 때문에 최고 레벨 이후부터는 아이템 레벨을 올린다는 행위 자체의 목적, 그리고 올렸을 때의 체감도 더 크게 된다. 목표와 보상이 확실하고, 보상을 얻는 과정은 짧고 간결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성장 구간보다 최고 레벨 이후가 더 성장이 체감된다. 여긴 말 그대로 핵앤슬래시 MMORPG다.

 

콘텐츠 종류도 던전, 보스전 등 여럿이다. 반복 파밍 콘텐츠가 싫은 사람을 위해 항해와 같은 탐험·수수께끼형 콘텐츠도 존재한다. 체험기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항해 콘텐츠의 볼륨과 다양성 또한 상당한 편이다. 콘텐츠 간 보상 효율 문제는 존재하지만, 그와 별개로 콘텐츠의 구성 자체는 다양하다.​

아이템 레벨 별로 갈 곳도 확실하고, 아이템 레벨 올려 해금할 수 있는 곳도 명확하다. 또한 최고 레벨 이후부턴 스킬 강화 옵션 덕에 아이템을 바꾸면 달라진 것이 체감도 되는 편.

<로스트아크>의 파이널 CBT는 재미가 마치 롤러코스트와 같았다. 빠른 성장과 탄탄한 연출이 있었던 초반부, 그리고 본격적인 파밍이 시작되는 최후반부에는 게임의 이름이 아깝지 않은 재미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 둘을 잇는 성장 구간 대부분에서는 성장의 재미가 급격히 떨어져 연결이 끊겼다. 단순한(?) MMORPG였다면 납득될 수 있는 구조였으나, 핵앤슬래시풍 전투를 가진 <로스트아크>라 더욱 도드라진 이슈였다.

 

아쉬운 것은 게임의 후반부는 핵앤슬래시 MMORPG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빠르고 직관적인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후반부 이런 사례를 보고 나니,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되는 중반 이후의 이런 모습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게임의 완성도가 높았기에, 그리고 <리그오브레전드>나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 만렙 같은 것 찍지 않아도 바로 핵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많은 지금 시장​이라 더더욱.

 

OBT에선 만렙 이후의 재미 만큼, 만렙까지 가는 과정도 재미있는 게임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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