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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NDC 18] "탄자니아 아이들은 사자가 뭔지 모른다" 제3국 위한 교육 앱 만들기

에누마 게임 디자인 포스트모템: 하지만 그 곳이 탄자니아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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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아이들은 사자와 기린을 본 적이 없다. 모든 도시를 합쳐도 집에 TV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의 비율은 단 6%다. 자신이 사는 세상 밖을 본 아이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교육용 모바일 앱 <킷킷스쿨>의 현지 테스트를 경험한 에누마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의 말이다.


지방 전기 보급률 5%, 모든 도시를 합쳐 TV 보유 가정은 단 6%인 탄자니아. NDC 2018 둘째 날 강단에 오른 김형진 디자이너는 그곳에서 현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용 앱을 만들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화적, 기술적 배경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그는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그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담아봤다.

에누마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

# 8번의 예방 주사, 20시간의 비행. 가자, 탄자니아로!

 

작년 7월, 대학 동기 '에누마' 이수인 대표로부터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았다.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 함께 나가자는 것이었다.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는 비영리 벤처 재단인 엑스프라이즈 재단에서 진행하는 전 세계 아동 문맹 퇴치 경진대회다.

 

에누마가 참가한 이번 대회의 목표는 학교도 선생님도 없는 가혹한 환경에서 태블릿 기반의 기술을 통해 3세에서 7세 아이들이 기초적인 수학과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 당시 에누마는 <킷킷스쿨>이라는 앱으로 최종 결선 5팀으로 선정된 상태였다.​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법은 단순하다. 결선 진출팀이 각자 만든 앱을 150개 마을, 3,000명의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아무런 간섭하지 않고 1년 반 동안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준 후, 앱을 사용하기 전과 후 시험 결과를 비교해 가장 성적을 많이 올린 팀이 1등에 오르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단번에 매료됐다. 말도 안 되는 대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생에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에누마에 합류했다.​

그런데, 에누마에 합류한 후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탄자니아에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최종 빌드를 재단에 출품하기 전, 필드 테스트가 필요했다. 탄자니아 현지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고치기 위해선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8번의 예방 주사, 20시간의 비행 끝에 탄자니아에 도착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을 돌보는 데이 케어 센터와 연락이 닿아 그곳에서 필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는 6세에서 11세 사이 30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약 3개월간 진행됐다. 아이들은 이 기간 동안 주 5일 하루 4시간 자유롭게 플레이하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 "사자가 뭐예요?" 현지에서 발생한 예상지 못한 문제들

 

하지만 현지 테스트 진행 도중 생각지 못한 여러 문제가 생겨났다.

 

첫 번째 문제는 아이들이 화면을 터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심지어 30분을 넘게 화면을 쳐다보기만 했다. 알고 보니 탄자니아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물건을 쉽게 만지지 못하도록 교육을 받아온 것이었다. 게다가 체벌도 심해 어른들의 눈치를 보느라 신기하지만 만지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에누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아이가 모여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초반에는 화면을 건드리기 머뭇거렸으나, 한 아이가 과감하게 화면을 누르기 시작하면 망설이던 아이들도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했다.

 

추가로 게임 시작 시, 아이들에게 태블릿을 마음껏 만져도 된다고 가르쳐주는 영상을 삽입했다. 다른 아이들로부터 소외되거나 집에서 혼자 플레이하는 아이들을 고려한 해결책이다.

두 번째 문제는 오른손잡이 아이들이 무조건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먼저 누른다는 것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다. 글을 배우기 전의 아이들도 책이나 비디오를 많이 봐왔다면,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다. 하지만 탄자니아 어린이들은 교과서 외에 책을 읽어 본 적이 거의 없다. 평면에 그려진 무언가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킷킷스쿨>의 런처 화면에는 좌측에 크게 메인 플레이 버튼이 있고, 우측에는 부가적인 기능이 들어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좌측 버튼을 가장 먼저 눌렀다. 그런데 탄자니아의 오른손잡이 아이들은 모두 오른쪽에 있는 부가 기능 버튼을 먼저 누른 것이다.

 

난이도 선택 화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국가 아이들의 경우, 쉬운 난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했으며 만약 어려운 난이도를 고른다 해도 다시 쉬운 단계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탄자니아 아이들은 달랐다. 자신이 클리어할 수 있는 단계보다 어려운 단계​인 4레벨 혹은 8레벨 난이도를 먼저 고르다 보니 쉽게 장벽에 부딪히고 좌절감을 맛보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런처 상단에 있던 옵션 버튼을 제거했으며, 게임 초반에는 도서관 기능과 툴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뒀다.

세 번째 문제는 플레이 환경이 너무 시끄러운 것이었다. 아이들의 대부분은 교실에서 게임을 플레이한다. 교실은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교실이 시끄러울 경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게임 소리를 키운다. 게임 소리로 교실이 시끄러워지면 떠들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킷킷스쿨>에는 언어를 듣고 맞추는 게임이 있어 사운드가 매우 중요했다. 특히 처음에는 소리를 들어야만 깰 수 있는 게임이 있어 문제는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불가피한 것이 아닌 이상, 소리가 나면 글자, 글자가 안되면 그림을 넣는 등 추가 정보를 함께 제공했다. 그리고 게임의 UX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 아이들이 정보를 못 듣더라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외에도 환경적인 문제는 많았다. 장소에 따라 밝기의 차이가 극명했고, 아이 중에는 약시나 색맹인 아이들도 많았다. 모든 아이들이 문제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게임보다 색상의 대비를 높였고, 색상 선택에 있어도 좀 더 신중하게 컬러를 선택했다.

 

소리와 빛 외에 작은 문제도 더러 발생했다. 손이나 화면이 더러워 터치가 안 되기도 했고, 아이들은 땅에 떨어진 태블릿을 마구 밟고 다니곤 했다. 이 역시 테스트에 큰 지장을 주는 문제였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안내 비디오를 만들었다. 게임을 하기 전에는 손을 닦으렴, 화면에 더러운 것이 묻으면 닦으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밟지 말렴 등의 내용을 담았다.

네 번째 문제는 문화적, 기술적 배경 지식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탄자니아 아이들은 사자를 본 적이 없다. 탄자니아 지방의 전기 보급률은 단 5%다. 그리고 지방뿐 아니라 도시를 합쳐도 집에 TV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의 비율은 6%다.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사는 세상 밖을 본 아이들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이 많이 모인 시장에도 그 흔한 포스터나 간판에 그림이 없었으며, 아이들의 옷 중에서도 캐릭터가 프린팅된 옷이 전혀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교과서를 보지만, 실질적인 교육은 부족한 상태다.

문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 아이들의 문제에 무심하다는 것이다.

 

TED 글로벌 2017 현장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가 나와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작가는 자신이 탄자니아의 가장 번화한 길거리를 걷던 중 본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가 본 것은 아이용 알파벳 표였다.

우리가 봤을 때 이 알파벳 표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당연하게 생겼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사과는 보지 못하는 과일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사과가 무엇인지 모르며,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작가는 당시, 이것을 보고 '아프리카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무지'라 일컬었다.

 

우리 역시 문화적 감수성을 예민하게 세우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 사람이 등장할 때는 그 지역 사람들을 섭외해 찍고, 너무 가난하거나 헐벗은 복장은 배제했다. 게임을 만들 때 활용되는 소재도 현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사용했으며, 낮은 레벨의 책에는 실사 같은 그림을 넣었다.

 

탄자니아 출신 교사들과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실제로 탄자니아 지역에서 쓰는 단어인가, 물건인가를 검수 철저하게 받았다.

다섯 번째 문제는 아이들이 컨닝을 한다는 것이다. 이 당시 <킷킷스쿨>의 게임은 각각의 난이도 알들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 알에는 모의 테스트가 있었고, 모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해당 레벨의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를 스스로 클리어하는 게 아닌 좀 더 똑똑한 다른 아이에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가 클리어한 레벨을 시도한 아이들은 자신의 수준보다 지나치게 높은 난도를 접하게 되면서 좌절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커리큘럼은 순차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자유도를 제한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테스트를 실패한 레벨은 언제든지 다시 시도할 수 있었으며, 게임 외에 도서관이나 툴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제한을 풀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문제를 대리로 풀어달라고 하거나, 시키는 게 큰 문제라고는 보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려운 것을 풀고 좌절하는 것은 문제지만 다른 아이들과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며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권장해야겠다 생각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9월 말, 최종 필드를 재단에 제출했다. 대회 결과는 2019년 상반기가 되어야 나오지만, 탄자니아의 다른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자체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앱을 쓰기 전후로 시험을 보고, 얼마나 성적이 많이 올랐는지를 통해 테스트 결과를 도출해냈다.

바가모요의 욤보 초등학교에서 3개월간 1~3학년 학생 중 절반은 하루 30분 <킷킷스쿨>을 플레이, 나머지 절반은 정상 수업을 듣게 했다. 학교에서 수업만 한 학생들은 언어와 수학 성적이 10%, <킷킷스쿨>을 플레이한 학생들은 각각 12%, 14% 올랐다.

 

조금 더 의미 있던 테스트는 음투와라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였다. 이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3개월간 <킷킷스쿨>을 통해서만 교육을 받은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언어와 수학 성적이 각각 15%, 20% 증가한 것이다. 성장의 퍼센티지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첫 시험 성적만큼 따라온 수준이다. 

 

 

# "목표, 아이들을 위한 배움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게임이 우리에게 다양한 긍정적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상호작용', 게임의 원리를 알았을 때 느끼는 발견의 '즐거움', 알아낸 것을 활용하고 진행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게임을 함께 하는 이들과 만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 등 게임은 우리에게 정말 다양한 것을 제공한다.

 

<킷킷스쿨>은 게임이 줄 수 있는 이러한 좋은 점들을 가지고 학교도, 선생님도 없는 탄자니아의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우리는 <킷킷스쿨>을 통해 아이들이 배움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기가 즐기는 것에 대해 함께 열정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이 커뮤니티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배경지식과 학습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킷킷스쿨>이라는 하나의 문맥을 통해 언제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모두가 문맥을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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