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18] 제안부터 개발까지, 기획자 지망생을 위한 게임 시스템 기획 방법

조회수 2018. 4. 27. 16: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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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2'의 연주 시스템 기획 사례

게임에서 특정 시스템을 기획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제안하지 못했던 완벽하게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해야 할까? 또는 효율과 성과 등이 완벽하게 분석된 기획서로 승부해야 할까? 기획자 지망생이라면 한 번쯤 해보는 고민이다​​.


이처럼 시스템 기획을 막연하게 어렵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나은 디자이너가 <메이플스토리2>에서 진행했던 시스템 기획 사례를 공유했다. 게임 시스템 기획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의도에 맞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신경 써야 하는지 이나은 디자이너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넥슨 <메이플스토리2>팀 이나은 디자이너​

# 시스템, 어떻게 제안해야 할까?

 

시스템 기획은 기획자가 특정 어떠한 시스템을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설득할 수 있는 제안의 형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니 최초 제안 단계에서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

 

이나은 디자이너는 연주 시스템 기획이 “유저들이 모여서 할 거리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메이플스토리2>는 캐쥬얼한 게임 특성상 유저들이 함께 모여서 대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막상 모여서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나은 디자이너는 ‘연주 시스템’의 필요성을 어필하기 위해, 그리고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다른 게임 및 현실의 연주 사례를 팀에 공유했다. 그리고 팀과 함께 프로토타입 연주 시스템을 만들며 구현 가능성을 체크했다. 이 과정이 마무리됐을 때 막연했던 ‘연주 시스템’은 구체적인 게임 내 구현 방법과 목적을 가진 ‘제안’이 됐다.

#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까? 개발 목표 설정하기

 

제안이 통과되자 다음 단계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나은 디자이너는 연주 시스템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메이플스토리2>의 다른 콘텐츠와 어떻게 어우러게 할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이나은 디자이너는 연주 시스템의 포지션을 ‘커뮤니티 도구’와 ‘유저가 만드는 콘텐츠’로 정의했다. 소셜 액션처럼 유저들이 서로 소통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의상 제작이나 하우징처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유저들의 할 거리 늘려주기’라는 핵심 목표를 유지하면서, 그 이용률은 UU(Unique User, 순수 이용자 수)의 5%로 설정했다. ​그리고 악기 연주를 다른 콘텐츠와 연계될 수 있게 하는 것과 꾸준히 이용했을 때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해야 할 것을 ​추가 목표로 설정했다.

# 어떻게 구현할까? 세부 기획 및 개발

  

이나은 디자이너는 설정한 목표를 기반으로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먼저 연주 시스템은 커뮤니티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요소인 만큼, 연주를 하는 동안에도 다른 유저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했다. 

 

또한 특정 유저들만 이용하는 콘텐츠가 되지 않도록 실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했다. 이를 토대로 추가 조작 없이 단순한 악보를 재생하는 형태로 구체적인 기획을 완료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악보를 자동으로 재생하는 형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콘텐츠 확장이 원활하지만, 연주라기보단 뮤직 플레이어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즉흥 연주하기 기능을 추가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즉흥 연주를 구현하는 데는 악보 자동 재생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이나은 디자이너는 콘텐츠를 추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했다. 따라서 악기 소리를 직접 녹음해 넣는 방식은 비용과 용량 이슈로 포기하고, 하드웨어의 사운드를 이용하는 '제너럴 미디'(General MIDI)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작곡 시스템이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를 위해 피아노 건반 형태의 입력 장치를 도입하고, 곡을 좌표 형태의 시각적인 표현으로 보여줬다. 또한 작곡에 많이 쓰이는 MML(Music Macro Language) 규칙을 도입했고, <마비노기> 등에서 작곡에 많이 쓰이는 문법을 추가로 지원했다.

개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연주 시스템 추가를 공지했던 시기보다,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나은 디자이너는 연주 시스템 추가를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 연주 시스템 작동에 필수적인 기능이 아닌 것을 다음 업데이트로 미뤘다. 

 

건반으로 작곡하기는 제외했고, 피아노 툴 보기 기능과 악보에 모션을 설정하는 기능은 추후 지원 예정으로 전환했다. 대신 편의를 위해 파일로 저장하고 불러오는 기능을 추가했다.

# 연주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했을까? 결과 분석하기

 

이나은 디자이너는 연주 시스템을 추가하고 커뮤니티 동향 및 운영 피드백을 통해 결과를 분석했다. 개발 단계에서 유저들의 사용성을 체크할 수 있도록 추가했던 기능들을 통해 악기 판매량, 악보 이용량, 연주 시간 등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 결과 당초에 목표했던 수준의 이용률과 업데이트 후 약 2년 4개월 동안 악기 판매가 유료 판매 순위에 꾸준히 기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연주회를 열거나, 2차 콘텐츠 창작을 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기획 단계에서 진행했던 작곡 난도를 낮추는 것은 실패로 드러났다. 연주 이용 유저 대비 작곡 유저 수가 현저하게 적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나은 디자이너는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지속해서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나은 디자이너는 <메이플스토리2> 연주 시스템 기획을 통해 자신이 잘했던 점과 아쉬운 점을 스스로 피드백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자신의 사례를 참고해 시스템 기획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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