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18] "HIT의 아트워크, 일본에서도 '히트'시키려면?"

조회수 2018. 4. 26. 11: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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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노 다이스케 디자인 실장이 전한 아트 디자인의 일본 현지화 과정

국내에서 성공한 게임을 해외에서도 성공시키기 위해 고려하는 것들이 있다. 국가별 선호하는 게임 장르 같은 것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일러스트와 캐릭터 모델링 같은 미술 디자인이다.

 

어느 나라에서 흥하는 그림체나 캐릭터 외모가 다른 나라, 심지어 이웃 국가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넥슨 재팬에서 근무중인 미즈노 다이스케 디자인 실장은 이를 현지에서 체감하는 개발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5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한국 넥슨 게임들을 일본 현지에 서비스를 위한 ‘컬쳐라이즈’작업과 한국 개발자들이 알면 좋은 일본 현지의 아트워크 성향을 소개했다.

미즈노 다이스케 넥슨 재팬 디자인 실장

 

# 컬쳐라이즈(Culturize)?

 

미즈노 실장에 따르면, 컬쳐라이즈는 현지화를 뜻하는 로컬라이즈(Localize)와는 다른 개념이다. 현지화는 게임의 언어를 번역하거나 그 지역 규범에 맞추는 일이다. 반면, 컬쳐라이즈는 지역의 문화에 맞춰 콘텐츠를 개편하는 일을 뜻한다.

묘하지만 두 단어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같은 일을 하는 이유는 문화마다 달라지는 감성의 차이. 똑같은 캐릭터를 봐도 문화가 다르면 그걸 귀엽다고 할지, 멋지다고 할지 이런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심지어 거의 비슷한 그림도 아주 미묘한 색감이나, 실루엣만으로도 다르게 느낀다. 디자이너 역량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캐릭터가 한국인이 귀엽다고 해도, 일본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일본인 정서에서 ‘귀엽다’고 해당되는 형태로 캐릭터를 수정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서 서비스할 때 캐릭터의 표현을 바꾸면 유저들이 더 좋아할 것 같아서 귀여운 캐릭터를 예쁜 캐릭터로 바꾸기도 한다. 이것이 컬쳐라이즈 작업이다.

컬쳐라이즈란 그 나라에서 '귀엽다'고 할 형태로 기존 작품에 수정을 하는 것이다.


# 컬쳐라이즈 과정과 <HIT> 이전 사례들


미즈노 실장은 넥슨 재팬에서 컬쳐라이즈 작업 사례를 소개했다. 역사 게임 <도미네이션즈>는 타깃 층을 넓히고 이에 맞는 프로모션을 할 때 필요한 일러스트를 제작했다. 슈팅 게임 <백발백중>(일본명 하이드 앤 파이어)의 경우, 일본인에게는 무게감과 어색한 느낌을 줬다. 그래서 키 비주얼을 밝게 바꾸고 캐릭터의 머리 스타일이나 색을 바꾸는 등 주인공 외모를 수정했다.

일러스트를 바꾸면서 더 많은 유저를 노린 <도미네이션즈> 일본 버전​
백발백중(하이드 앤 파이어)의 경우 일본 전통 바람머리로 재단장했다.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은 신규 캐릭터를 출시했을 때 디자이너 견해와 한국 출시 평판을 같이 검토했다. 그 다음 신규 외형을 검토해서 일본에서 보다 유저 반응이 좋을 디자인을 모색했다. 여기에 캐릭터 성을 좀 더 강화하는 프로모션을 병행하자, 의상과 프로모션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의상과 프로모션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은 <마비노기 영웅전>의 델리아


# <HIT> 컬쳐라이즈 – 컨셉편


<HIT>는 좀 더 복잡한 변화가 필요했다. 먼저 운용팀을 중심으로 한국 버전 <HIT>를 분석했다. <HIT>는 전반적으로 액션과 세계관 위주 게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넥슨 재팬은 이것을 일본유저들이 장기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 주인공에게 더 많은 애착을 주는 게임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이 필요에 맞추기 위해 미술 작업 뿐 아니라, 스토리와 게임 시스템도 변경했다.


디자인 측면에서 한국 버전 <HIT>이 수정해야 하는 사항은 아래 다섯 가지였다.


- 대화 장면에 등장하는 NPC들이 퀄리티는 높지만 코어 유저 취향에 치우쳤다. 


- 대화 장면에 주인공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 캐릭터 외모가 일정하지 않다. 장면마다 다르고 균일하지 않다. 


- 일러스트 화풍이 다 다르다. 


- 아바타가 부족했다.

같은 캐릭터 이미지가 따로 놀면 위화감이 일한다.

우선 <HIT>원본에서 사용 가능한 소재와 예산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작업할 지 정했다. 그리고 기존 캐릭터의 외모를 일본 현지에서 선호되는 형태로 컨셉을 잡았다. 여기에는 개발 당시 인기 만화, 애니메이션이나 유행하는 스타일 요소를 추가해서 캐릭터들의 의상과 성향도 사용됐다. 또 한국 개발사의 디자인 원안을 중심으로 의상은 그대로 하되, 외양은 변경했다.

원본(좌)이 수정에 수정으로 컬쳐라이즈 되는(우) 과정
원안의 의상(좌)은 유지하지만 컬쳐라이즈하면 (우)​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특히 일본에서는 캐릭터 개발 초기단계에서 그 캐릭터에 맞는 테마 색을 설정한다. 이를 통해 캐릭터를 쉽게, 금방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HIT>의 주인공 캐릭터들도 현지에서는 테마 색을 가지는 것으로 기획됐다. 표정과 동작에 변화를 주면서 직업과 캐릭터 성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런 색감을 캐릭터 특징별로 모으면...
한 눈에 구별이 가는 개성이 만들어진다.


# HIT 컬쳐라이즈 – 작업편


이러한 스타일이 준비되면, 이제 작업할 차례다. 일본인에 맞는 스타일과 개발 규모를 고려하며, 기존 <HIT> 편집 작업이 가능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위의 내용을 작업하게 한다.


우선 주인공 캐릭터는 포즈와 외형에 다양성을 준다. 여기에는 직업과 캐릭터 성이 분명하게 보이게 한다. NPC의 경우, 포즈는 그대로 하되 색을 밝게 하고 느낌을 다르게 하는 식으로 변경했다. 실루엣과 체형의 미묘한 변경과 데포르메 (형태 변화)는 필수다. 만화적인 과정은 덤. 상당히 손이 가는 작업이지만, 6개월 동안 모든 수정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NPC도 미묘한 부분 하나 놓치지 않고 변형을 준다.

NPC끼리 대화장면은 주인공과 NPC의 대화장면으로 바뀌었다. 주인공의 비중을 높이는 연출로 바뀐 것이므로 원래 스토리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운용팀은 이 바뀐 디자인을 위해 고생을 감수하고 스토리를 전면 수정했다. 스토리를 확장하자보니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일러스트 배경도 추가했다.

일본 에서는 주인공이 대화에 들어간다.
컬쳐라이즈의 결과 추가되는 스토리용 일러스트

게임의 부가적인 곳의 미술작업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게임의 출시를 위한 프로모션의 경우 그룹사의 일러스트들과 협조해서 이벤트마다 퀄리티 높은 일러스트를 만들어 배포했다. 게임의 로딩 화면에는 SNS 이모티콘을 참조해 가벼운 게임 소개 만화를 나오게 했다.

월페이어 일러스트는 이벤트마다 추가해서 유저의 관심을 끌게 한다.
로딩 중 만화는 친근하게 ​게임을 설명하는 좋은 수단이다.

수익이 나오는 분야의 미술작업은 특히 중요하다. 미즈노 실장은 일본 내 서비스 중인 게임들은 가챠(뽑기)가 수익의 주이며, 과금 비중도 아이템과 아바타 모두 크다고 한다. 게다가 유저들은 업데이트나 이벤트로 추가되는 요소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를 고려해 <HIT> 일본 버전에는 아바타를 추가했다. 마침 이전에 3D 게임 디자인과 노하우가 있어 이를 활용했다.

현지시장의 특성으로 컬쳐라이즈에서 추가된 아바타


# 컬쳐라이즈, 그 결과는?


일본 서비스를 위한 HIT의 변화에는 유저들의 호감과 친숙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컬쳐라이즈로 인해 개발자가 제작한 그래픽 소스를 그대로 쓸 수 없는 단점이 생겼다. 어디까지 컬쳐라이즈 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수시로 판단할지 정해야 한다.


컬쳐라이즈는 공을 크게 들여야 하지만, 그래도 <HIT>의 일본 상륙을 성공시켰다. 300만 다운로드에 출시 3개월 후 매출 순위 10위권에 진입. 높은 등신대 캐릭터와 폴리곤 수를 활용한 ‘외국’모바일 게임으로는 선전한 것이다. 미즈노 실장은 한일 양국의 넥슨 부서의 긴밀한 협력과 개발사의 협조가 성공적인 컬쳐라이즈를 이끌었다고 평했다.

결과는 좋았다.


# 한국에선 주인공 스타일, 일본에선?

 

컬쳐라이즈 작업에서 미즈노 실장은 앞으로 일본 회사와 일할 때 참고하면 좋은 한일의 소비자 취향과 개발 경향의 차이를 소개했다. 이는 일본 쪽에서 느끼는 것으로 개인 견해일 수 있고, 어디까지나 경향으로 받아줄 것을 부탁했다.

 

흔한 차이 중 하나는 디테일이다. 북미게임에 대한 친숙도가 서로 다른 한일 게임시장에선 디자인 디테일 표현에 차이가 있다. 디테일 자체 차이 외에도 색채감의 경향이 다르다. 한국이 파란색, 녹색을 선호하면 일본은 낮은 채도와 흰색을 선호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통하던 그대로 일본에 출시하면 호응할 대상 유저가 한정된다.

 

인체 데포르메(인체 왜곡, 변형) 표현에서도 한-일간 차이가 있다. 일본은 5.5~7등신의 일반 체형이 선호된다. 반면, 한국은 8등신에 골반이나 허벅지가 강조된 캐릭터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히로인이지만, 일본에서는 절친이나 언니 인상에 가까운 체형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얼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한국 캐릭터는 키가 커서 시선이 분산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선호되는 캐릭터 체형이 이렇다면,
한국에서 제작된 캐릭터는 일본인 눈에는 이렇게 보인다고. (성향의 차이는 있다.)


# 한국에선 작업물 먼저, 일본에선 목적과 의도 먼저

 

개발 환경의 차이도 크다. 한국의 경우, 일단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본다. 그리하여 게임을 완성시키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다. 일본에 비해 행동력이 빠른 이 방법은 진행이 빠르고 내용도 폭 넓지만 일관성과 통일성이 약해진다.

 

반면 일본은 계획 중심으로 움직인다. 목적에 따라 제작을 하고 목표를 향해 조정하는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계속 압축, 범위를 좁혀나간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방향전환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우선순위가 다르다 보니 한국 개발사가 넥슨 재팬과 소통할 때 문제가 생긴다. 한국에서는 먼저 제작물과 참고 이미지를 요청하지만, 일본에서는 그 목적이나 의도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네... 그러니까 뭘 달란 말씀이시죠?

이에 대해 미즈노 실장은 이런 차이는 어느 쪽이 우수하거나 우수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익숙한 진행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로 이해하고 보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호 이해다.
채용 공고 마무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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