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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18] 15년 된 게임이 계속 사랑받는 법, '메이플스토리'가 말하는 즐거움

조회수 2018. 4. 25. 11: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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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경험의 지루함을 줄이기 위한 메이플스토리의 고민

“어떻게 하면 오래해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패키지 게임에는 끝이 있다. 시나리오나 도전과제를 전부 달성하면 그 게임을 온전하게 즐겼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후속작을 기다리거나 다른 게임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라이브 서비스 중인 MMORPG는 다르다. 최고 레벨 달성하고 메인 퀘스트를 끝낸 뒤에도, 심지어 최강의 장비를 다 파밍해도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서비스 15년 차 중견 게임이 된 <메이플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10년 넘은 <메이플스토리> 유저라고 소개한 넥슨코리아 국내메이플실 김창섭 기획자는 장수 게임의 요건을 “반복되는 경험을 얼마나 재미있게 제시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메이플스토리>가 ‘살아있는’ 게임이 되기 위해 했던 오랜 노력을 정리해봤다.

넥슨코리아 국내메이플실 김창섭 기획자​


# 모든 온라인 MMORPG의 고민 ‘반복 경험’

 

MMORPG의 플레이 목적은 뭘까. 김창섭 기획자는 이를 게임마다 다양하게 변주되지만 결국 반복되는 성장 경험이라고 정의했다. 몬스터를 잡고, 장비를 파밍하고, 레벨을 올리는 과정은 모두 어제보다 강해진 나를 체감하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유저마다 강해지는 속도는 다르다. 누군가는 하루에 30분을 플레이하면, 누군가는 24시간 내내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한다. 개발자는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지만, 콘텐츠 준비 속도가 소모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콘텐츠가 플레이타임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솔직하게 말해 재미 없는 건 안 팔린다. 결국, 양질의 플레이 타임을 위해서는 정석적인 성장 경험을 제공하는 반복된 플레이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라이브 게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지만, 반복 플레이는 결국 지루함과 유저 이탈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15년을 서비스해온 <메이플스토리>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고민했고, 세 가지 답을 찾았다. ▲오래 할 거리 만들기 ▲지루함 줄이기 ▲다른 할 거리 제안하기다.

MMORPG의 핵심 경험은 반복 플레이를 통한 성장이다.


# 재밌는 부분만 반복하게 하기 ‘메이플 유니온’

 

오래 할 거리를 만든다는 말은 반복 경험을 통해 전체 플레이 타임을 늘린다는 뜻이다. <메이플스토리>는 캐릭터에 국한됐던 육성의 재미를 계정 단위로 확장했다. 한 유저가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할수록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이를 풀어낸 것이다.

 

하나의 캐릭터를 오래 육성하면 성장의 재미는 줄어든다. 밸런스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후반부 캐릭터가 강해지는 시간은 길어지고, 레벨업이나 전투력 상승 등의 성장에 대한 피드백이 없는 플레이는 지루해지기 쉽다.

 

그래서 <메이플스토리>는 상대적으로 지루한 후반부 육성보다는, 성장이 쉬운 140레벨 이전의 경험의 반복을 유도했다. 캐릭터를 많이 가진 계정이 유리한 ‘메이플 유니온’ 시스템이 그 일부다. 메이플 유니온은 계정 내 보유한 캐릭터의 레벨 총합으로 레이드를 공략하는 시스템이다.​

성장의 범위를 캐릭터에서 계정으로 확장 시켰다.

공격대에 등록된 캐릭터는 보너스 스탯을 얻을 수 있어 실제 플레이에 도움이 되며, 레이드 보상으로 주어지는 ‘유니온 코인’은 신규 캐릭터 육성을 수월하게 하는데도 사용되기도 한다. 저레벨 캐릭터를 육성을 유리하게 하는 시스템은 성장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유저에게 성장의 재미를 주며, 동시에 플레이 타임을 늘려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메이플 유니온은 계정 내 성장 정도를 숫자와 비주얼 요소로 보여줬다. 랭킹 시스템도 도입해 하드코어 유저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김창섭 기획자는 메이플 유니온이 추가된 뒤 게임의 140 레벨 이상 캐릭터 비율이 훨씬 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메이플 유니온 패치 이후 증가한 140레벨 이상 캐릭터 비율.


# 작은 성취로 지루함 줄이기 ‘다이나믹 필드’

 

과거엔 <메이플스토리>도 큰 주황버섯 하나를 여러 유저가 사냥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니다. 필드의 몬스터를 한 번에 클리어하거나, 훨씬 강력한 몬스터를 짧은 시간에 사냥하는 것이 콘텐츠가 된 지 오래다.

 

서비스가 지속될수록 유저는 강해지고, 강해진 유저들은 효율적이고 쉬운 사냥 방법을 연구한다. 성장을 위한 반복 경험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위험이 낮고 효율적인 플레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게임의 긴장도를 떨어뜨리고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큰 틀의 성장 그래프는 유지하되 지루하지 않게 변화를 줬다.

<메이플스토리>는 기존 성장 그래프는 유지하되 구간마다 경험치, 또는 메소의 습득량이 늘어나는 구간을 설계해 게임에 보다 집중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정예 몬스터와 새로운 필드를 추가하는 ‘다이나믹 필드’ 업데이트다.

 

다이나믹 필드 업데이트로 추가된 콘텐츠는 룬과 콤보킬, 멀티킬, 버닝 필드다. 이들은 소소한 도전과제로 달성 시 추가적인 경험치를 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강력한 엘리트 몬스터와 엘리트 보스, 특정 조건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돌발 미션 등을 제공해 반복되는 필드 사냥의 새로운 양상을 추가했다.

 

김 기획자는 도전과제는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성취감을 줘서 유저의 지루함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업을 달성하고 난 뒤 확실한 보상을 제공해 유저들에게 자발적인 참여 의사를 주는 것도 신경 썼다는 설명이다.

작은 도전과 성취. 플레이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요소들을 추가했다.

사냥 과정의 다양화 외에도, 공간의 변화도 마련했다. ‘폴로프리토’는 랜덤한 필드로 유저를 옮겨 시각적인 차이로 변화를 느끼게 했고, '불꽃늑대'는 색다른 공간에서 강력한 적을 공략하는 콘텐츠로 협동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유도한 콘텐츠다.

 

<메이플스토리>의 이러한 시도는 전체 플레이 타임의 9~18%의 증가를 가져왔다. 김창섭 기획자는 “복잡한 요소가 많아 보이지만, 결국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수렴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멜로디로 구성된 음악에 변주가 재미를 더하듯, MMORPG에서는 주기적인 변주가 지루함을 덜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 사냥이 아니라도 성장할 수 있다, ‘콘텐츠형 이벤트’

 

아무리 반복 경험의 지루함을 덜어도, 신규 캐릭터를 육성하기 싫거나 사냥 자체를 싫어하는 유저는 성장의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김창섭 기획자는 이런 유저들에게는 전혀 다른 룰을 제시해주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게임은 ‘콘텐츠형 이벤트’를 통해 성장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메이플스토리>는 1년 365일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이벤트는 사냥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을 통해 경험치와 메소를 주는 방향으로 기획된다.

콘텐츠형 이벤트의 시작 '설귀도 탐험열차'

콘텐츠형 이벤트의 시작은 ‘설귀도 탐험열차’였다. 이벤트 참여 룰은 당시 유행했던 <돈 스타브>에서 착안해 생존 서바이벌 방식을 택했다. 이벤트 필드 안에서 획득하는 장비를 강화하거나, 낚시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얻는 내용이었다. 

 

<메이플스토리>에 생존 모드를 구현해보자는 단순한 의도에서 출발한 이벤트는 꽤 좋은 호응을 얻었다. ‘니할사막의 무역왕’은 설귀도 탐험열차의 성과를 보고 기획한 일종의 후속 이벤트였다. 마차를 타고 필드의 금화를 얻는 단순한 룰을 가진 이벤트였다.

콘텐츠형 이벤트는 좋은 호응과 뜻밖에 홍보 효과도 얻었다.

각각의 이벤트 콘텐츠는 유저들에게 하루 30분에서 1시간의 플레이 타임을 제공했다. 이는 라이브 게임의 플레이 시간치고는 많은 편이다. 일부 유저들은 자신만의 이벤트 공략법을 공유하기도 해서, 뜻밖의 홍보 효과도 생겼다.

 

이벤트를 기획하는 데 있어 어려웠던 점은 기존 사냥 콘텐츠와 보상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었다. 김창섭 기획자는 “유저들이 기획자의 예상보다 빨리 공략법을 찾아내 어려움을 겪었다”며, 다소 보수적으로 보상을 책정하거나 기간 제한 방식을 택하는 것이 기획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오래된 게임의 목표, “드라마 같은 삶의 일부가 되는 것”

 

강연을 마무리하며 김 기획자는 영화 ‘트루먼 쇼’를 언급했다. 트루먼 쇼는 1998년 제작된 짐 캐리 주연의 영화로, 태어날 때부터 세트장에 살며 일상이 드라마로 중계되는 ‘트루먼’이란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이 영화를 보며 오래 해도 재밌는, 오래 할수록 재밌는 게임의 조건에 대해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개발자의 역할이 트루먼 쇼의 감독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세트장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입장과 유사하게 느껴졌다는 의미였다.

유저는 게임을 원해서 찾아왔고 언제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트루먼과 유저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트루먼은 타의에 의해 세트장에 왔고, 유저는 자발적으로 재미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창섭 기획자는 게임 개발자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유저의 재미라고 강조했다. 유저를 트루먼이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라 여기고, 탈출 불가능한 게임이 아니라. 언제 해도 재밌는 게임을 목표로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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