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18] "게임 시나리오는 소설이 아니다" 시나리오 기획자로서 살아남기

조회수 2018. 4. 24. 15: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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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강경원 기획자가 시나리오 기획자로서 겪은 10년

게임을 제작할 때에는 수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게임의 전체적인 난이도나 게임의 구조를 기획하는 레벨 디자이너, 게임에 옷을 입히는 아트 디자이너, 기획된 내용을 게임으로 구현해 내는 프로그래머 등.

 

개중에는 게임의 스토리를 기획하고 게임 안에 녹여내야 하는 ‘시나리오 기획자’도 존재한다. 게임 안에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 기획자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블루홀의 강경원 시나리오 기획자는 “게임 시나리오는 소설과 다르다”고 말한다. 글자를 이용해 이야기를 빚어 내는 것은 맞지만, 여럿이서 협업해야 하고 퀘스트나 컷신 등 실질적인 구현 방식이 다양한 게임 제작에서 글만으론 좋은 시나리오를 만들 수 없다. 강경원 기획자가 게임 시나리오란 무엇인지, 또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강연했다.

블루홀 강경원 시나리오 기획자


# 시나리오 기획자라도, 하루 종일 글만 쓰는 건 아니다

 

강경원 기획자는 우선 ‘시나리오 기획자’라는 직군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하기 위해서, 그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돌아보았다. 흔히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글과 대사로 이루어져 있고, 본질은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소설과 흡사한 형태다.

 

따라서 시나리오 기획자와 가장 친숙한 프로그램은 워드 프로세서와 같은 문서 작성 툴 일 것 같지만, 그는 엑셀이나PPT같은 프로그램과 더 친숙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기획한 시나리오 요소들을 표나 PPT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시나리오는 기획자 혼자 작성하는 선에서 작업이 끝나지 않는다. 담당자와 소통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획자 본인이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것 만큼 깔끔하고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게임 속에 적용돼야 할 시나리오인 만큼 게임 제작 툴을 들여다 보는 경우도 잦다. 강경원 기획자는 “많을 때는 10시간 업무 중 8시간 동안 게임 툴만 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기획한 시나리오가 게임 속에 잘 적용될 수 있는지, 또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잘 구현됐는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과 한없이 먼 작업은 아니다. 시나리오 작업은 기본적으로 글자를 이용해 표현하는 작업이다. 강경원 디렉터는 “글을 쓰는 직업이라기보단 글을 이용해 뭔가 만들어 내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시나리오 기획을 설명했다.

시나리오 기획자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강경원 기획자는 다소 모호할 수 있는 시나리오 기획자의 업무에 대해 세 가지 기준점을 제시했다. ▲디렉터의 요구에 맞춰 스토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고 ▲​시나리오나 퀘스트, 설정 등을 총괄할 수 있어야 하며 ▲​이와 같은 것들을 게임 안에 효과적으로 녹여 유저의 뇌리에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한다.

 

 

# 시나리오 기획자로 10년동안 살아남은 노하우 

 

그런데, 이렇듯 중요한 직군인 ‘시나리오 기획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시나리오 좋더군요. 읽지는 않았지만…”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강경원 기획자의 강연 제목이기도 하다.

 

강경원 기획자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주 옛날부터 횃불 앞에 모여 족장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시나리오의 작법서도 많다. 시나리오를 잘 만드는 방법은 오랜 기간 연구돼 왔다. 그러나 업계에 시나리오 작가는 아주 적다.”고 말하며, 시나리오 기획의 중요도에 비해 시나리오 기획자가 적은 것을 지적했다.

 

시나리오 기획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기획자의 공급은 적은 상황. 강경원 기획자는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기 위해 입문하는 사람은 많다”고 말했다. 다른 직군에 비해 일을 배우고 접근하기 쉬워 보이기 때문. 그러나 실질적인 업무에 부딪히다 보면 시나리오 기획을 포기하거나 다른 직군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 시나리오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

이런 상황에서, ‘시나리오 기획자’로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강경원 기획자는 이에 대해 자신이 걸어온 10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조언했다.

 

2000년대 초, 웹진에서 소설을 연재하거나 영화 시나리오를 썼던 강경원 기획자는 게임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기존에 썼던 소설과 게임 시나리오의 구성이 많이 다른 것을 파악하지 못해 말 그대로 ‘소설’을 썼다.

 

그 결과, 게임 툴의 글자 제한을 넘겨버린다던가, 대사를 유저가 알아보지 못하게 작성하는 등의 경우가 생겼다. 그는 “소설만 쓰고 피드백을 받지 않았던 사람들이 ‘전지적 본인시점’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을 설명했다. 따라서 게임 시나리오를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와 동일선상에 놓아선 안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10년 경력의 강경원 기획자도 초기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한 수없이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어렸을 때 하지 않았던 공부가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강경원 기획자는 “인터넷 등에서, 게임 기획자는 전설이나 신화, 역사 공부를 많이 해야 하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그건 기본”이라고 했다.

 

그는 몬스터의 움직임을 참고하기 위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다큐멘터리를 하루 종일 보기도 하고, 캐릭터의 설정을 위해 역사 공부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지역의 설정을 잡기 위해 계곡과 협곡, 피오르드의 차이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실수하고 배우며 10년을 보냈다. 강경원 기획자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얻은 성과들을 소개했다. 그는 “그간 만들었던 게임들이 최고의 성과”라고 말하면서, “특히 아키에이지는 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저의 피드백'도 하나의 성과

시나리오 기획자로서의 개인적 성과 말고도, 유저들의 피드백 또한 하나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저가 직접 시나리오를 찾고 분석해 게시판에 올려주는 것은 흔한 경험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는 “재미가 없으면 ‘재미 없어’하고 말기 때문에, 피드백이 적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려면?

 

그렇다면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강경원 기획자는 우선, 시나리오 기획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길도 많다”고 조언했다.

 

가령, “제가 글을 정말 잘 쓰고, 저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고, 게임 속 세계를 설계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면 문학 시장에 진출하거나, 게임 디렉터를 준비하거나, 레벨 디자이너를 준비하라”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 기획자를 꿈꾸는 지망생들을 위해, 강경원 기획자는 자신이 10년동안 겪으면서 배운 노하우를 공유했다.

 

먼저 시나리오를 ‘단순하고 세밀하게’ 기획하라고 말했다. 그는 “독자들은 복잡한 스토리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스토리에 깊이가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세밀하게 스토리를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스토리, 시나리오, 퀘스트를 혼동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그 세가지 개념을 자신 나름대로 정리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스토리는 실질적인 이야기, 많은 사람이 ‘시나리오’라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시나리오는 스토리 자체가 아닌, 스토리를 담는 그릇이다. 그리고 퀘스트는 이러한 스토리와 시나리오를 게임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자 형태다.

퀘스트나 또다른 표현 요소(컷신, 맵 등)로 시나리오를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나리오 기획자는 유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가 혼자서 내용을 쓰고 마무리하는 소설과 달리, 게임은 많은 사람과 팀 단위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과 협업하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때그때 자신의 포지션을 재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강경원 기획자는 “작업 과정을 팀 스포츠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소설작가나 영화 시나리오 출신인 사람은 게임 시나리오를 자신의 작품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피드백을 받으면 ‘내 아이가 공격받는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그래선 안된다”고 말했다.

연체동물 수준의 유연함을 필요로 할 때도 있다

강경원 기획자는, 게임개발은 어디까지나 팀 단위의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 자신도 보고를 최대한 자주 해 피드백을 많이 확보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는 “현재 업계엔 시나리오 기획자가 별로 없다. 10년 전과 지금의 시나리오 기획자 수가 같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유저들은 점점 더 깊이 있는 스토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열심히 공부해 더 좋은 시나리오를 써 낼 것”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최종 목적은, 유저가 시나리오를 읽지 않아도 시나리오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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