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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셧다운제 폐지요? 그걸 위해 게임업계가 뭘 했죠?”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전 의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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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산업 성장을 어디서부터 얼마나 말해야 할까. 뭘 말하든 이제는 진부한 얘기가 된 것 같다. “어디 매출이 이번에 대단하다더라”, “어느 나라에서 한국 게임을 그렇게 좋아한다더라”. 더이상 놀랍지 않은 뉴스들. 한국 게임산업은 일견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숫자만 보면 분명하다.  

 

그럼에도 게임은 계속 제도권에 두들겨 맞는다. 3N사가 나란히 1조 매출을 달성하고 <배틀그라운드>가 300만 동접자를 달성한 이 시점. 게임업계는 마치 그 영향력에 비례하듯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록이라는 거대한 논의 앞에 섰다. 

 

왜일까? 이렇게 돈도 잘 벌고 국위선양도 하는 우량 산업을. 제도권은 왜 계속 공격하는걸까? 게임업계가 돈 잘 버니까 돈 좀 뜯어내 보려고? 청소년 탈선 문제의 원인을 게임에 돌리면 편하니까?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산업이 죽는다’라고 표현했다. 회사는 살았지만 산업은 죽는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게임에 대한 다양한 법안을 발의했던 김광진 전 의원. 지금은 백수(?)가 되어 여유가 있다는 그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났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


디스이즈게임> 원래부터 게임에 관심이 있었나?

 

김광진> 어느 정도여야 ‘관심이 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의원 되기 전엔 평범한 정도였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고, 지금도 가끔 술 먹고 피씨방 가면 하고. 학교 다닐 땐 <포트리스>나 <카트라이더>같은 유행하는 게임들 잠깐씩 했지.  

 

보좌관이 게임 회사 작게 운영했었다. 친구들이랑 그냥 인디로. 병역특례제 개편에 뜻이 있어 합류했지만, 게임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듣게 됐다.

 


의정 활동을 하다보면 게임 뿐 아니라 수많은 분야에서 민원이 쏟아질텐데.

 

맞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랑 좀 더 맞는 분야가 있다. 게임은 내 지지자나 내 나이대 청년 문화에 밀접하게 닿아있는 분야니까 좀 더 접근이 쉽고, 문제점도 보이고.

 


눈에 띄는 법안은 크게 두 개인데, 일단 게임을 ‘법적 예술*’로 정의하자고 했다.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인데, 문예진흥법상 예술의 범주에 게임을 포함시키려 한 거다. 영화는 법적 예술로 정의돼 있고, 대중들의 인식도 그렇지 않나. 게임도 다르지 않다고 봤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스토리도 있고, 감동도 주고. 근데 통과를 못 했다. 20대 김병관 의원이 작년 초에 다시 발의하긴 했는데 아마 통과 못 했을 거다. 


* 현재 문예법상 예술은 문학, 미술(응용미술 포함),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로 총 12개 분야​


[관련기사]  “게임은 문화예술이다” 김광진 의원,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 발의

 

게임이 법적으로 예술이 되면 공식적으로 ‘국가가 진흥해야 하는’ 분야가 된다. 국가와 지방자치가 육성 장려하고, 지원금도 나오고. 보급을 위한 단체를 만들거나 강좌도 진행할 수 있고. 게임업계 대표자가 문화예술진흥원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김광진 전 의원과 게임인연대가 주최한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 정책 토론회


‘비영리 게임은 심의를 생략하자’는 취지의 법안도 냈다. 현업과 상당히 밀접한 이슈인데.

 

게임 예술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가 가지를 뻗은 거다. 동양대 김정태 교수였나? ‘영화도 심의 기관 두고 등급 분류 받지만 인디 영화나 졸업 작품들까지 심의를 받으라고 하진 않는다’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싶었다. 기존 법들을 살펴보고 제도적 장치를 좀 둬야 겠다 싶었고.

 

사실 법이 없어도 게임물관리위원회 재량에 따라 행정 행위 정도로 충분히 할 수 있다. 근데 행정 행위를 안 하니까 법으로 강제하려 한 것이다. 게관위 위원장 바뀌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유통, 이용을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배급하고자 하는 사람은 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높은 편이라 제도 개편의 목소리가 크다. 

 


발의한 법이 이례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게임에 대한 법안은 너무 규제 일변도라는 지적이 있다.

 

정치인이 그렇게 부정적 방향의 법안을 내서 얻을 게 별로 없다. 반대 급부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서 그런거지.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 법안은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게임이 해롭다’라는 생각보다는 학부모들의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추진하는 거다. 비슷한 예로 노동법도 마찬가지다. 사용자(기업)를 억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하는 거지. 기업은 부정적으로 반응하겠지만 노동자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할 거니까.

 

그런 점에서 게임업계는 너무 액션이 없다. 


액션이 없다?

 

게임업계에서 협회 같은 것도 만들고 하는데, 협회든 회사든 대관(對官)* 행위가 별로 없다. 정치인에게 후원금 내고 로비같은 것 하라는 게 아니라,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다’, ‘손실이 발생한다’ 라고 하면 폐지나 개정에 대한 근거는 게임업계가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 대관 행위: 관청을 대상으로 하는 일 ​


아무런 근거도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의원에게 대신 싸워달라고 하면 의원도 어렵지. 의원이 나서서 싸울 수 있도록 무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게임 중독 이슈도 그렇다. 여성가족부가 ‘게임 중독‘ 얘기 꺼내들면 ‘그런 개념 없다. 그런 말 하지 마라’라고 대응할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게임업계 돈 많이 버는데 자체적으로 연구를 하든, 그게 안 되면 연구 용역을 맡기든.

 


게임업계가 왜 그런 정치행위를 안 할까. 산업이 과도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1조부터 1인까지 업계 구성원들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어서 뜻을 하나로 모으기도 쉽지 않고.

 

과도기에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규모를 보면 현재 게임산업을 과도기라고 봐야 할까? 게임업계가 규모에 비해 아주 미성숙한 것은 사실이다. 게임업계에서 수십 개 업체가 상장을 하고, 매출이 몇천 억에서 몇조 원에 이른다. 코스닥 순위를 봐도 상위권에 들어가는 회사가 부지기수고.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는다. 이건 불변의 진실이다.​

 

정치권만 대상이 아니다. 학부모가 될 수도 있고, 언론이 될 수도 있다. 업계가 오해를 받고 있고, 부적절한 규제로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면 그걸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게임하는 아이들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쪽은 어느 쪽이냐는거지. 언론에 비판 기사가 나도 누구 하나 대응을 안 한다. ‘사람들이 또 우리 욕하네’ 하고 그러려니 해 버리지.  


부정 이슈가 생겼을 때조차 대응을 하지 않는다.

 

국정감사에 게임업체 대표들 불려온 적 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다 참석했다. 국감장에 오는 게 나쁜 건 아닌데, 그렇게 불려와서 수모당하기 전에 애초에 국민들 인식도 좀 바꾸고 이미지 개선 했어야 한다. 

 


게임의 법적 예술화 관련 토론회 열었을 때는 업계의 추가 액션 있었나?

 

없었다. 원래 그렇게 토론회 열고 이슈화 시키면 이후에는 업계가 나서주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세스다. 그 뒤로도 토론회 한 번 더 했는데 별다른 반응 없었고. 개인적으로 얘기 듣는 건 있었지만, ‘법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아보자’ 하는 적극적 움직임은 없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은 나에게 찾아와서 얘기하지 않는 사람의 일까지 알지 못한다. 하나에 사안에 대해서도 수없이 다양한 민원이 들어온다. 예를 들어 명함을 만드는 회사라면 제지회사에서도, 인쇄회사에서도, 잉크회사에서도 각기 다른 이해를 주장하며 민원을 제기한다. 만약 이 중 제지회사만 안 찾아오면? 제지회사가 가진 고민을 모른다. 물론 기본적인 조사야 하겠지만  ‘왜 제지회사 얘긴 자세히 안 들어보고 법안을 만들었나?’ 하면 곤란하지.

 

게임업체가 셧다운제로 얻는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큰 지 작은 지 알 수 없다. 말도 안 하고 행동도 안 하니까. 어쩌면 ​셧다운제의 영향이 막상 별로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 ​그렇다고 내가 혼자 연구비를 들여서 진행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는 사람의 권리까지 대변해 주기는 어렵다고 본다. 

 


셧다운제 얘기 나올 때마다 여성가족부의 강한 입장이 거론되곤 하는데.


​그럼 게임업계는 문화체육관광부를 공략해야지. 여가부는 작은 부서다. 예산도 문체부에 비해 턱없이 적다. 하지만 문체부에게 게임업계 이슈는 메이저 안건이 아니다. 반면 여가부는 부모들이 강하게 나오니 중요하지. 여가부는 셧다운제 관련 전문가가 인력 교체 없이 10년째 해당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문체부는 게임을 진흥한다며 10년간 계속 담당자를 교체해 왔다. 


대통령이 게임업체 대표 대동하고 해외 순방 가고 하지 않나. 의미가 큰 행위다. 그 의미를 업계가 풀어먹어야 한다. 전병헌씨 그렇게 되고 e스포츠쪽 정책 동력이 약해졌는데, 그럼 다른 사람이 이어받아서 계속 하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펄어비스 김대일 의장.
김대일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 중국 순방 비즈니스 일정에 동행했다.​


어떤 사람들은 셧다운제가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닌 ‘가정의 문제’라고 한다. 

 

일단 나는 게임 많이 하는 걸 컨트롤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약간 다르게 생각하는데, 아이를 양육할 의무가 가정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국가는 청소년을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 다양한 문화, 체육 공간을 만들거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지금 우리 아이들이 게임 말고 별달리 할 게 없는 건 사실이니까.

 

“게임에 빠져서 애한테 밥도 안 주고 애를 죽였다, 엄마가 PC방에서 게임하느라.” 이런 뉴스들 가끔 나온다. 엄마가 PC방을 가 있든, 공장을 가 있든, 설사 엄마가 없어도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국가/학교 공동체가 의무를 다 해야 한다. 그런 의무를 해야 할 권력이 책임지기 싫어서 ‘PC방 간 엄마’를 내세우는거지. “아이들에 대한 의무나 통제 권리가 가정에 있다”고 하는 것은 국가가 청소년들에게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을 면피하게 해 주는 말이다.

 


구조적인 직무태만이다.

 

언제나 세상은 자신에게 오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가장 힘없는 존재에게 화살을 돌린다. 나는 그게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업계도 그걸 딱히 반격하지 않으니, 공격이 더 심해지는 거고.


[관련기사] 게임중독 미혼모 사건이 보여준 ‘슬픈 현실’



대형 업체들이 먼저 나서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데. 이유가 뭘까?

 

당장 회사가 돌아가는데 문제가 없으니까. 돈을 많이 벌지만 회사를 빛내는데만 쓰고 있지. 하지만 그러면 산업이 죽는다. 지금 1세대 개발자들이 그대로 경영하는 곳도 있고, 전문 CEO 두는 곳도 있지만 창업 당시 5명이서 게임 만들던 마인드로 1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 쪽 봐라. 은행, 증권사 하나하나 다 돈 많은 회사들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협회 만들고 목소리 내는걸까? 아니다. 정치와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를 지향해서 정책이랑 상관없다고? 정부나 기관이 들여다 보고 법 만들면 바로 영향받는다. 


스크린쿼터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논란도 많지만, 초창기엔 국내 영화 산업 지키려고 업계가 연대한거다. 배우들이 고고하게 본인 예술하는 거, 돈 버는 것만 생각했으면 그 법이 통과됐을까?

한미FTA 논의 당시 국산 영화 상영일수 사수를 위해 연대한 영화인들 (출처: 동아일보)

큰 업체들이 사회적 사업이네, 문화 예술 지원 사업이네 하며 쓰는 돈 엄청 많다. 그걸 산업을 위해 좀 쓰라는 거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연대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촛불도 연대해서 이긴 것 아닌가. 연대를 하는 팀과 안 하는 팀의 차이는 점점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정치인은 진짜 다수의(연대한) 사람이 동의하는 것에 집중할 수 밖에 없으니까.

 

누군가 총대를 매고 힘을 모아도 첫 해에는 아무것도 못할 수 있다. 10년 동안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야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같은 데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 지지 않았나. 협회 만들고, 모여서 회의하고 하는 게 쓸데없이 보일 수 있지만 그런 걸 수십 번 해야 한다. 그렇게 한 발짝씩 나아가는 거다. 

  


어느 개발자랑 얘기하다가 “일단 업계 종사자들부터 ‘게임은 나쁘지 않다’라는 명제에 대해 자신이 없는 것 아닐까” 라는 말이 나온 적 있다.

 

사회 문제라는 건 규정하기 나름이다. 게임 중독으로 예로 들면, 중독을 뭘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은 ‘몰입하도록’ 제작하는 것이고, 기왕이면 오래 머물러 줘야 돈이 된다. 게임을 중독으로 보는 건 ‘방법’의 논리인거다. 한때 전국민이 <애니팡>을 했었는데 지금은 거의 안 하지 않나. 의학적 개념으로는 못 끊어야 중독이지. 

 

게임에 오랜 시간을 들인다, 게임에 푹 빠졌다. 라고 말할 순 있어도 중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건데. 

 


모든 사람이 중독을 의학적 개념으로 인지하진 않겠지.


하지만 ‘게임 중독’은 이미 대중적, 광의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을 공격하는 쪽은 ‘가장 먹히는 용어’를 골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만 한 사람들의 의표를 찌른거지. 가장 쓰기 좋은 단어를 선택한 거다.  


셧다운제, 게임 중독 질병 코드 지정 막아달라는 민원이 빗발쳐야 정치인이 움직인다. 법이라는 게 되게 하긴 어려워도 안 되게 할 수는 있거든. 아까 얘기했듯 여가부랑 문체부 규모, 예산 차이 많이 난다. 문체부가 세게 나가면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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