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닮은 커뮤니티를 꿈꾼다, '듀랑고 아카이브' 인터뷰

조회수 2018. 3. 16. 17: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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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게임이 가진 가치에 힘을 더하는게 목표"

모바일게임 <듀랑고>는 다소 색다른 공식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게임이 선택하는 카페형 커뮤니티가 아닌, 별도의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듀랑고 아카이브'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운영 방식도 독특합니다. <듀랑고>와 관련된 여러 커뮤니티의 포스팅을 선별해 타임라인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독특한 게임성만큼이나 생소한 형태를 가진 '듀랑고 아카이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운영진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듀랑고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넥슨 네트웍스 모바일 운영팀의 박지애(왼쪽) 육호연(오른쪽) 담당자.


# 듀랑고 아카이브는 어떤 곳이에요?

 

디스이즈게임: 인터뷰에 앞서 두 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박지애 넥슨 네트웍스 모바일 운영팀: 넥슨 네트웍스 모바일 운영팀 박지애입니다.  듀랑고 아카이브에 관련된 콘텐츠 제작을 포함한 전반적인 운영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육호연 넥슨 네트웍스 모바일 운영팀: 육호연입니다. 평소 커뮤니티를 눈여겨보며 재밌고 유익한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해요. 과장을 조금만 보태면 <듀랑고>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모니터링 중입니다.

 


당연한 질문이지만, 두 분은 평소에 <듀랑고> 많이 하시나요? 모니터링 업무 하다 보면 게임을 플레이할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는데.


박지애: 당연히 많이 하죠. (웃음) 사실 요즘 업무가 바빠서 '하루 종일 잡고 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그래도 저희 팀에서 제가 가장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듀랑고>는 업무이기도 하지만, 유저 입장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해요. 다행히 게임과 제 성향이 맞는 거 같은데. 저는 공략을 봐 가면서 직진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어떤 지역에 떨어졌을 때 미니맵의 안개는 전부 걷어야 하고, 건물 뒤에 숨겨진 오브젝트가 없나 하나하나 살펴봐야 직성이 풀리죠.

 

다른 게임에서는 이런 행동이 좀 쓸모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듀랑고>는 꼭 그렇지 않으니까요. 무조건 빠르게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맵을 방황하면서 자원을 채취하거나 워프홀을 발견하는 등 얻는 것도 있죠. 이렇게 '돌아가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한 번 켜면 오래 하는 편입니다.


육호연: 저는 제작이나 건설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함께 플레이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걸 주면 기쁘거든요.

 

아시다시피 게임에서 뭐 하나 만드는데 시간이 꽤 걸리죠. (박지애: 그림도 그리잖아요) 그림이요? 아, 제작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그림판으로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게임 속 표지판에다 그걸 옮겨 그리기도 해요. 아카이브 콘텐츠에 반영하기도 하구요. 근데 이런 것도 <듀랑고> 플레이 시간으로 계산해도 되나요? 그림 안 그리는 시간에는 채집, 탐색합니다. 뭐, 결국 많이 한다는 소리네요. ​ 

듀랑고 아카이브 운영팀 사무실. 업무 중 틈틈이 <듀랑고>를 플레이한다고.


제작진의 의도대로(?) 게임을 다양하게 즐기고 계시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아카이브에 관련된 질문을 드려볼게요. 듀랑고 아카이브는 다른 모바일 게임의 커뮤니티와 비교하면 기능이나 외형이 다소 생소한데 어떤 곳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신다면?

 

박지애: 쉽게 정리하면 '듀랑고 아카이브'는 <듀랑고>가 어떤 곳인지, <듀랑고>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곳이에요.

 

앞서 말했듯 <듀랑고>는 좀 독특한 게임이죠. 이것저것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임이에요. 하지만 이건 바꿔 말하면 정해진 길이 없다는 뜻이거든요. 자유도 높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면 길을 잃기 쉬워요. 실제 처음 게임이 출시됐을 때, 듀랑고 아카이브를 찾아온 유저들이 검색한 내용은 '듀랑고 해야 하는 일' 같은 키워드였습니다.

 

듀랑고 아카이브는 이런 유저들에게 게임의 모습과 흐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다른 유저들의 플레이 모습을 보여준다던가. 같은 고민을 했던 유저의 공략을 전달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요.

 

 

게임 플레이하는 법을 알려준다면, 주로 올라오는 포스팅은 <듀랑고> 공략법일까요?

 

육호연: 비슷하긴 한데 조금 차이가 있어요. 공략법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 게 하는게 최선이야"라고 정답을 제시하는 거겠죠. 하지만 듀랑고 아카이브는 "이런 상황에서 다른 유저는 이렇게 해결했어"를 보여주는게 목적이에요. 유저가 게임 속 과제를 해결했다는 결과는 같지만, 그 과정의 경험이 다릅니다.​ 

넥슨 모바일 운영팀 육호연 담당자


박지애: 저희가 가져오는 콘텐츠의 기준은 '유저가 보고 싶어 하는 것' 이에요.​ 어떤 유저에게는 게임에 대한 정보가 가장 보고 싶은 게시물일 수 있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게임에서 생겼던 훈훈한 일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게시물처럼 많은 유저가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라면 정보성 게시물이 아니라도 아카이브 대상이 됩니다. 다양한 유저의 '창발적' 플레이를 전해드리는 게 목표에요.​

 

신기한 건 저희가 눈여겨보던 게시물은 커뮤니티에서도 유저의 호응이 생겨요.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생각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 색다른 게임이 주는 새로운 재미 '창발성'

 

여러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다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셨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유저가 있나요?

 

박지애: 워낙 신기한 유저분들을 많이 봐서... 하나하나 말하자면 끝이 없긴 한데요. 개인적으로는 어머니와 함께 집을 짓고 매화나무를 심었던 유저 분이 기억에 남네요. 감동적이었거든요. 

 

표지판으로 고퀄리티의 그림을 그리는 능력자분들도 떠오르고, 초보자들이 초심자들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초보자 지원센터’를 만드셨던 유저가 인상 깊었어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햄버거로 국을 끓이신 분도 있죠. 이분은 저희들 사이에서도 전설로 통해요. (웃음)​

 

육호연: 한 유저가 '<듀랑고> 후유증'이라며 직접 손도끼를 만들어 인증한 게 기억나요. 또 어떤 유저분은 '아마 밭'으로 복권을 만드셨는데요. 간단히 설명해드리자면 7줄의 밭을 만들고 아마를 심으셨어요. 거기에 물을 주거나 하는 추가적인 행동은 전혀 하지 않고, 어떤 아마가 재배 성공할지 예측하는(...) 일종의 미니게임을 만드신 거죠. 저도 나름 다양한 유저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거기까지는 상상 못 했어요.

아마 밭으로 복권을 만든 유저


저희도 나름대로 인터뷰를 준비하며 다양한 사건을 찾아봤는데 아직 모르는 이야기가 많네요.

 

육호연: 당장 떠오르진 않아도 아카이브를 살펴보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록돼 있어요. 공략, 일상, 정보 등 간단한 에피소드부터 심화 공략까지. <듀랑고>에는 정말 다양한 유저가 있고,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요. 이걸 우리만 보기는 아깝잖아요. 널리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박지애: 저는 포스팅을 하면서, 아카이브를 보는 유저의 모습을 상상해요. ‘이건 터진다’ 싶어서 올린 콘텐츠가 유저들의 공감을 얻을 때는 기쁘죠. 저희가 아카이빙하는 콘텐츠는 ​각각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모두 즐거움을 준다는 면에서 닮았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듀랑고>의 재미는 게임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카이브 운영진으로서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도 <듀랑고>의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지애: 게임 자체가 주는 재미도 중요하죠. 성장하는 재미, 공룡들과 싸우며 얻는 전투의 즐거움 같은 부분이요. 그렇지만 <듀랑고>는 그것만을 위한 게임이 아니잖아요. 예전에 NDC에서 듀랑고 관련 강연이 있었는데, 제목이 "가죽 장화를 먹게 해주세요"였어요. 꼭 가죽 장화를 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런 행동까지 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는 게임이라는 걸 강조하는 문장이었죠.


저는 <듀랑고>가 게임의 재미에 유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재미가 더해진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쪽에 더 비중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5대 5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넥슨 모바일 운영팀 박지애 담당자


재미의 절반은 유저가 만든다는 표현이 인상적인데요. 그렇다면 <듀랑고>만의 재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카이브에 필요한 건 뭘까요.

 

육호연: 유저분들이죠. 유저의 플레이와 참여가 없으면 아카이브도 없어요.

 

처음 제가 듀랑고 아카이브팀에 합류했을 때는 모든 게 낯설었거든요. ‘어떤 콘텐츠를 선별하지’, ‘유저들이 이 콘텐츠를 마음에 들어 할까?’ 같은 고민이 많았죠. <듀랑고>로 비유하면 마을섬에 도착했는데 Dr. 라마가 무전을 보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그때 유저 제보가 큰 도움이 됐어요. 매일 매일 보내주시는 플레이 영상과 콘텐츠들이 아이템 선별에 큰 가이드가 돼요. 이런 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분도 있구나. 한 번 더 배우게 됐죠.

 

박지애: 많은 분이 모여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수록, 아카이빙 되는 콘텐츠도 다채로워지겠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수록 더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한 유저가 초보자를 위한 지원 물품을 전부 훔치고, 상자까지 부숴버렸다는 일화를 들었는데요.

 

박지애: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생긴다고 여기는 중입니다(...)

 

 

# '듀랑고의 역사책', 게임을 닮은 아카이브를 꿈꾼다

 

듀랑고 아카이브를 이용 현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박지애: 구체적인 수치를 말씀드리자면, 2월 27일 기준 듀랑고 아카이브 누적 방문자 수는 약 1천 200만 명 정도에요. 지난해 12월 19일에 첫인사를 드렸으니, 약 70일간 매일 17만 명의 유저 분들이 다녀간 셈이죠.

 

모든 사이트가 그렇듯 대부분의 유저들은 상단에 크게 노출된 게시물 4개를 주로 열람하시는 편이에요. 운영팀은 이 부분을 편의상 ‘추천 콘텐츠’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사이트에 노출되는 다른 50여 개 콘텐츠 조회 수 합친 것보다. 추천 콘텐츠를 확인하는 분들의 숫자가 많을 정도죠. 그러다 보니 이 영역에 실리는 콘텐츠는 보다 즐겁고 유용한 이야기 위주로 선별하는 편입니다.

아카이브 상단에 노출되는 4개의 '추천 콘텐츠'


아카이브를 만들면서 참고한 커뮤니티나 사이트가 있나요?

 

육호연: 기존 서비스 중인 다양한 사이트를 참고했는데요.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아카이브’들, 그 안에서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자료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을 중시하는 사이트를 둘러봤습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쉽고 편리한 기능이었어요.

 

그 다음엔 공감과 재미인데요. 디스이즈게임과 같은 웹진을 비롯해 유저가 자발적으로 형성한 카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유튜브 채널 등을 두루 살펴봤다. (디시인사이드요?) 이런 표현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개념글 위주로 봅니다. (웃음)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고, 뒤집고, 또 시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특색있는 듀랑고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웠거나 힘들었던 일화가 있을까요.

 

박지애: 생각보다 많은 유저분들이 ‘길드’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시더라고요. 사실 저희 게임에는 길드가 없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듀랑고> 내의 커뮤니티는 ‘부족’이니까요. 사실 일상 대화에서는 길드나 부족이나 뜻이 통하지만, 아카이브를 검색할 때는 두 단어가 달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긴 해요.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길드라는 검색어를 입력한 유저들을 자연스럽게 부족 키워드로 안내하기로 했어요.

 

근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사이트 개발진에 무던히 많은 요청을 드렸죠. 기능을 추가하자는 요구가 번거로웠을 수도 있는데. 함께 고민하며 기능을 구현해주신 분들에게 감사 말씀 드리고 싶어요.

아카이브에 '길드'를 검색하면 '부족'이란 대체 키워드를 알려준다


아카이브 서비스가 시작된 지 세 달 정도 됐습니다. 앞으로 아카이브는 어떻게 변할까요?

 

박지애: <듀랑고>의 게임 흐름을 따라갈 것 같아요. 앞으로 여러 업데이트가 있을 예정이고, 저희가 단독으로 '이렇게 변할 거다!'라고 확답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네요. 다만, 앞으로도 듀랑고 아카이브가 <듀랑고>의 창의적인 분위기를 닮고,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육호연: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현재 키워드와 해시태그 검색 정도를 지원하는데, 앞으로 더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또한, 유저의 주목을 받았던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조회 수에 따라 게시물을 정렬하는 기능, 그리고 여러 콘텐츠를 주제와 항목별로 묶어 볼 방법도 고민하고 있어요. 자체적인 댓글이나 공감을 표현하는 기능을 추가해 콘텐츠 별로 유저 반응을 받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이 기능들이 단기간에 업데이트된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보다 즐거운 경험,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인 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저들이 아카이브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게임의 일상을 담아내면, 언젠가 <듀랑고>의 ‘역사책’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요. 표현이 너무 거창했나? (웃음)

 

 

마지막으로 <듀랑고>와 듀랑고 아카이브를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려요.

 

박지애: 유저 제보에 답변을 드릴 때 '듀랑고 아카이브는 도서관입니다'라고 써요. 정확히 말하면 ‘함께 만드는 도서관’이죠. 아카이브에서는 유저가 작가고 운영진은 사서에요. 유저의 이야기로 채워진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육호연: 모니터링을 계속할수록 듀랑고 아카이브를 애착이 생겨요.​ 매일 멋진 글을 접하며,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즐거움은 항상 유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콘텐츠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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