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형 RPG라는 포장보다 더 괜찮은 액션 게임, '리버스D' 체험기

조회수 2018. 2. 7. 10: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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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인 액션과 부담스럽지 않은 PVP가 인상적인 '리버스D'

대작들 틈바구니에 조용히 끼어 나왔다. 홍보도, 스크린샷도 평범한 ‘모바일 수집형 RPG’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게임도 그 공식을 충실하게 따른다. 그런데 그 평범함 속에서 ‘엣지’ 있게 추구한 액션, ‘성역’이라는 독특한 PvP 시스템이 빛난다. 은근히 다른 게임, 스노우팝콘이 개발하고 엔터메이트가 서비스하는 <리버스D>를 체험해봤다.



# 몰입도 있는 프롤로그부터 시작하는 무난한 스토리

 

유저가 보스다. 후술할 ‘성역’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만든 표어겠지만 <리버스D>를 처음 접한 유저들은 프롤로그의 마지막을 보는 순간 이 표어가 떠오를 것이다. 무언가에 쫓기며 싸우는 주인공과 일행. 적들을 수없이 베며 도착한 곳에서 주인공은 괴물로 변모하고 한 마디를 남긴다. "나를 죽이러 와 줘."

튜토리얼과 함께 진행되는 프롤로그는 다른 게임과 달리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고, 처음으로 선보이는 주인공의 엑스트라 스킬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어두운 연출이다. 프롤로그에서 어두운 미래를 확정한 채, 몇 달 전으로 돌아가 시작되는 본 스토리는 소소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시작하기에 궁금증을 자극한다.

 

숲 속을 헤메는 마을 아이 찾기 등 평화롭고 소소한 분위기에서 시작하는데 어째서 프롤로그는 그렇게 어두운 걸까. 의문을 갖고 1챕터를 진행하면 아이는 단순히 길을 잃은 것이 아니었고, 주인공들은 선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사람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리버스D>는 몰입도 있는 프롤로그 뒤에 무난한 스토리를 배치하고, 서서히 결말의 힌트를 제시함으로써 뒷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일부 챕터는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지고 후반 챕터에서 이야기가 급히 전개되는 단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모난 곳 없이 잘 굴러가고 주역 어드밴스 영웅들의 매력도 느낄 수 있도록 잘 짜여 있다.


# 화려하고 빠르지만 무겁다! 테크닉이 필요한 액션

 

<리버스D>의 액션은 다소 예상 외다. 일본 애니메이션풍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 액션은 가벼울 것이라는 선입견에 부합하는 모션과 연출, 그러나 실제 조작은 평타 하나까지 신경써야 할 정도로 무겁고 파고들면 다양한 액션 요소가 녹아있다.

 

가상 패드 특유의 불편함이 없진 않지만, <리버스D>에서 구현된 액션 요소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당장 게임을 시작하면 제공하는 첫 파티는 공중 콤보에 특화하고 강력한 엑스트라 스킬을 가진 ‘아이라’, 공격 속도는 느리지만 몹을 몰아 휩쓸거나 가드 반격이 가능한 ‘페더’, 펜싱 스타일의 공격과 좁은 범위의 광역기로 적을 밀어내는 ‘에밀리아’가 제공된다. 색깔이 완전히 다르면서도 짜임새 있는 합을 맞출 수 있는 구성인 것.

 

게임을 조금 더 플레이하면 태그 스킬로 회복기를 사용하는 ‘메리’, 지속적으로 적을 견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원거리 딜러 ‘아이젠’이 차례로 제공된다. 이들로 할 수 있는 액션만 해도 공중 콤보, 몹몰이, 각종 캔슬 테크닉을 활용한 연타, 카이팅까지 가능하다. 캐릭터마다 콘셉트를 다르게 잡아 새로이 연구하도록 만들어 풍부한 액션감을 만들어냈다.

'태그'를 활용해 새로운 합을 만드는 시스템도 주목할 만 하다. 모든 캐릭터의 모션과 액션 연출은 시원시원하지만 한 캐릭터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작은 페널티가 하나씩 있다. 어떤 캐릭터는 연속 평타가 강하지만 일정 콤보가 되면 모션에 딜레이가 생기거나 대공기가 없거나, 공중 액션 버프기는 있는데 정작 본인은 콤보를 이을 수 있는 스킬이 없는 식이다. 이런 불편을 메꾸기 위해 고의로 콤보 중 회피 액션을 넣거나 다른 캐릭터로 태그하도록 유도하는 셈.

 

<리버스D>의 태그는 단일 캐릭터의 액션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모든 캐릭터들의 1번 스킬은 ‘속성 공격 강화’, ‘공중 공격 강화’ 등 유용한 버프가 붙어 있는데, 스킬을 사용하고 일정 시간 내에 다른 캐릭터로 바꾸면 버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로 인계된다. 선발 캐릭터가 ‘공격력 강화’ 스킬을 쓰고 태그, 다음 주자가 버프를 유지한 채 ‘속성 공격 강화’ 스킬을 쓴 다음 마지막 캐릭터에게 태그. 이렇게 하면 마지막 캐릭터는 순간적으로 ‘공격력 강화’, ‘속성 공격 강화’ 두 버프를 받게 된다. 

 

태그라는 전략적인 선택과 다양한 액션의 조합 덕분에 직접 컨트롤 싸움이라면 플레이어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된다. 또 PvE '벨벳의 공간' 모드는 액션에 더해 스킬 발동 타이밍과 파티 조합을 고려하는 전략성을 더한 모드다. 이처럼 <리버스D>의 액션은 모바일 기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많은 고민이 들어가 있다. 

  

그런 만큼 캐릭터의 밸런스는 매우 아쉽다. 수집형 RPG에 기반을 둔 만큼 고등급 캐릭터와 저등급 캐릭터의 스펙 차이는 어느 정도 용납할 수 있지만, 일부 고등급 캐릭터는 지나치게 넓은 타격 범위로 후딜레이의 존재를 무력하게 만든다. 또 층을 올라가며 보스에게 도전하는 ‘나선의 경계’에서 보스로 등장하는 일부 캐릭터들이 원본 캐릭터와 전혀 다르고 불합리한 공격 패턴을 가지는 것도 잘 만든 액션을 해치는 요소로 보인다. 


# 육성은 쉽고 빠르게, PvP는 긴장감 있게

 

액션이 좋지만 <리버스D>는 기본적으로 수집형 RPG다. <리버스D>가 선택한 성장 구조는 <도탑전기>의 그것을 가져왔는데, 여기에서 한층 편의성을 더해 육성이 매우 쉽고 빠르게 진행된다. 

 

캐릭터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조각’이나 각종 진화 아이템은 모두 ‘아이라의 서’ 스테이지에서 모으며, 전투하지 않고 결과만 얻을 수 있는 소탕 기능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어디서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지도 매우 친절하게 알려주고, 후술할 ‘성역’에서 룬을 얻어 스킬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육성이 엇나갈 일이 없다. 액션이 중심이지만 정작 스테이지는 한 번 깨면 다시 볼 일이 없는 것. 

 

그렇다면 <리버스D>의 장점인 액션성은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까? ‘성역’이다. 

‘성역’은 모든 유저에게 주어지는 디펜스 시설로, 유저가 직접 몬스터와 캐릭터를 배치할 수 있는 일종의 유저 제작 스테이지다. 캐릭터의 스킬 강화에 필요한 룬이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생산되고, 이외에도 몬스터 나 성역을 강화하는 또다른 자원이나 캐릭터 육성에 필요한 경험치를 얻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스킬 육성에 필요한 룬이며, 유저들 역시 이 목적으로 다른 유저의 성역을 공격하게 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누군가 내 성역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바로 화면에 알림이 뜬다. 유저가 직접 방어를 결정하면 공격자의 진행도나 행동을 관찰하다가 언제든 난입할 수 있다. 난입하는 캐릭터는 1명으로 고정되지만 방어 버프를 받으며, 공격자는 캐릭터를 바꿔가며 플레이할 수 있어 서로 수준이 비슷하다면 긴장감 있는 대결이 가능하다. 

 

방어자는 바로 난입해서 저지할지, 아니면 침입자가 강한 성역 보스나 방어 부대를 만나기까지 기다려서 NPC와 협공을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방어하는 쪽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따라서는 반격과 복수가 가능하다. 또 패배가 생기더라도 자신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기에 '무력하게 당하기만 했다'는 PvP의 불쾌감이 줄어들게 된다.

공격의 느낌은 또 다르다. 대부분의 침략형 PVP와 달리 성역은 언제 방어 유저가 난입해 올 지 모르기 때문에, 공격 유저는 성역을 공략하며 긴장감과 다급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공격 측은 성역 상대를 고를 땐 배치된 몬스터의 레벨만 보이지 상대 유저의 전투력이나 접속 여부는 알 수 없다. 상대가 언제 난입해올지, 얼마나 강할지 알 수 없어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상위 랭크로 갈수록 이런 눈치와 컨트롤 싸움이 점점 치열해진다. 

 

단 1회 패배하면 최장 8시간까지 방어막이 씌워지므로 설령 방어자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불안감은 크지 않다. 약탈당하는 자원량도 많지 않아, 어디까지나 행동력 소모 없이 추가 자원을 확보하고 실시간 PvP도 겸사겸사 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인상이 강하다. PvP에 대한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면서도 치열한 싸움이 되도록 설계한 부분이 보인다. 


# 무난함 안에서 다름을 추구하다, 'B+'의 정석

 

<리버스D>는 뚜렷한 장점을 가진 게임이지만 한계는 있다. ‘수집형 모바일 RPG’라는 틀을 정면에서 뒤집기보다는, 이 틀이 정해주는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풀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옥의 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알고 보면 복잡하고 다양한 액션이 있지만, 가상패드 자체의 떨어지는 조작감을 해결하진 못했다. 또한 캐릭터가 이동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오브젝트에 자주 걸리는 문제, 어딘가 통일성 없는 캐릭터 모델링, 게임에 방해가 될 정도로 답답한 카메라 워크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장르적 익숙함을 살리면서도 다름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하고 싶다. <리버스D>는 일본 애니메이션풍 아트의 수집형 모바일 RPG라는 첫인상에 매우 충실하지만, 들여다보면 개성을 주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비록 스토리는 스탠딩 일러스트와 간단한 효과로만 진행되지만 충분히 흥미로우며, 액션은 깊이 파고들 거리를 다양하게 숨겨뒀다. 성역 콘텐츠는 부담스럽지 않고도 긴장감 있는 PvP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리버스D>는 대자본과 노력이 들어간 대작 게임, 틀을 파괴하는 혁신적인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익숙함을 유지한 채 약간의 새로움으로 만족할 때가 있다. 모바일에서 오랜만에 맛본, 뒷이야기가 궁금한 스토리와 파고들 거리가 있는 액션으로 무장한 <리버스D>가 그런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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