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게임을 알리자! 1인 동인게임 개발 도전기 7

조회수 2017. 10. 10. 16: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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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공부를 한 적도 없는데 안 팔리는 게임 홍보의 최전선에 섰습니다

​지난 글까지의 내용에서, 필자는 우여곡절 끝에 일본의 동인 다운로드 판매 사이트 DLsite에 게임을 정식으로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전해본 게임 제작. 새로운 방식의 그림에 도전하고, 처음으로 3D에 도전하고, 프로그래밍과 사운드 에디팅까지. 필자가 게임 제작에 뛰어들고 경험해본 대부분의 과정은 처음으로 겪어보면서 실전에 부딪히는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드디어 '완성된 게임'으로 발매됐다는 기쁨과 뿌듯함이 가슴속에서 차올랐지만, 현실은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홍보를 시작해야죠. 지금부터가 문제였습니다.

 

 

# 정말로 게임이 발매됐다! 이제 게임을 알리자!

 

게임 발매와 동시에 필자도 픽시브와 트위터에서 홍보를 개시했습니다. 계속 눈에 띄도록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날에는 게임 스크린샷으로 홍보하고, 게임 소개 자료가 부족하니 카드뉴스 비슷한 콘텐츠도 만들고, PV도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습니다.

 

동인계에서 활동하는 소비자는 아주 정직했습니다. 아니, 진짜로 너무 정직했습니다.

 

타이틀 이미지나 전 연령 이미지, 소개 콘텐츠 등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던 사람들이, '한 꺼풀 벗긴 그림(15금 게임 이미지니까 옆모습 실루엣만)' 샘플이 올라가는 순간 게시물 노출 수 및 링크 클릭 수가 확 뛰네요. 야이 수컷들아, 이런 거에만 반응하지 말라고!​ 

그나마 벗은 그림 하나 들어가니까 뛰어오르는 클릭 수. 다른 홍보 게시물에는 반응조차 없었는데...

하지만 매일같이 트위터와 픽시브에서 홍보를 진행해도 구매까지 연결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홍보에서 구매까지의 과정을 다르게 표현하면 모래더미를 체로 여러 번 걸러내는 것과도 비슷하겠네요. 몇백몇천 명에게 홍보 게시물이 노출되면, 그중에서 수십 명, 많아 봐야 100명 안팎이 링크를 클릭하고, 다시 그중에서 구매 버튼을 클릭하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상품이 '끝내주게 야한' 작품인 경우는 구매 수도 하루 만에 네자릿수까지 올라가는 게 몇 개씩 보이지만... 필자가 만든 게임은 야한 게임이 아닌 15금 게임. 야한 걸 찾는 목적으로 동인 샵에 들어온 소비자에겐 태생적으로 어필하기 힘든 물건입니다.


소수 취향인(그래도 숫자로 치면 은근히 많은) 유저를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들도 막상 구매 버튼 앞에선 아직 망설였습니다. 필자의 게임은 '검증되지 않은' 전연령 게임이었고, 기왕 자기 돈을 쓴다면 '검증된 18금 콘텐츠'에 돈을 쓸테니까요.


게임 발매로부터 약 1주일이 지난 시점에 토탈 판매고는 1명. 그리고 다시 1주일이 지나 영문 페이지가 열린 뒤에 다시 그쪽에서 1명. 이 넓은 지구상의 60억 인구 중에서 딱 2명만이 필자의 게임을 구매했습니다. 일본에서 한 명, 그리고 어느 나라인지 모르는 지구 어딘가에서 한 명.​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요. 일본에 있는 누군가 빼면 당신이 지구에서 딱 한 명이예요.

이게 청춘 드라마였다면 "단 한 명이라도 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상 난 실패한 게 아냐!"라는 멋들어진 대사라도 내뱉겠지만, 이건 냉혹한 현실이었습니다. 6개월간 흘린 피와 땀의 결정체가 헛된 노력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게임을 알려야 했습니다.

 

 

# 다소의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마케팅을 해야 하더라

 

우선 게임의 구매율이 저조한 이유부터 체크해야 했습니다.

 

발매된 게임의 판매 페이지에는 PV를 삽입할 때 유튜브가 아닌 자체 동영상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외부에 많이 노출되지 않는, 샵 전용 동영상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이 영상의 조회수를 체크하면 대강 몇 명이 판매 페이지에 방문했는지 알 수 있었죠.

 

필자가 등록한 게임의 영상 재생 횟수는 약 260여 회. 하루에 5~7 사이로 꾸준히 올라가는 정도네요.

 

트위터에 올린 홍보 게시물은 운 좋게 잘 나온 게 노출수 약 2,500. 필자의 트위터 메인 화면에 장시간 노출했던 게시물은 노출수 약 1,000. 그 외엔 잘 나와도 300~600 사이. 보통 200 미만으로 노출됐습니다.

 

노출수가 많이 나온 게시물은 리트윗의 효과가 컸고요. 팔로워가 많은 사람이 리트윗을 할 경우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테니까요. 반대로 말하면 평소 올리는 게시물은 리트윗이 거의 없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게임 발매로부터 약 2주간의 트위터 홍보 결과. 8월 1일 시점에서 96명이 링크를 클릭했네요.

약 2주간의 트위터 홍보 결과를 살펴보니, 링크 클릭률은 1%를 겨우 넘기는 상황. 노출 횟수가 많지 않은 건 리트윗이 되지 않은 게시물이고, 설령 리트윗 되더라도 클릭률은 높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구매 페이지의 PV 재생 횟수 260에 비해 구매 수가 2밖에 안 된다는 점은 심각했죠. PV와 체험판만 가지고는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 데에 실패한 셈입니다.

 

그나마 클릭 효과가 있었던 게시물은 ▲장기간 노출됐거나, ▲인게임 CG나 플레이화면을 공개했거나, ▲게임 소개자료를 올린 게시물. 즉, 소수취향 캐릭터에 스토리를 중시한 게임을 효과적으로 알리려면 그만큼 유저들에게 게임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보여줘야 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네요. 마트에서 상품을 고를 때, 이게 어떤 상품인지 어느 정도 이상은 파악해야 "이건 사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테니까요. 그걸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PV였는데, 급하게 만든다고 그런 부분에 소홀했던 점이 가장 후회됐습니다.

 

일단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뒤집어 봐야죠. 필자는 게임을 좀 더 많은 사람의 눈에 띄게 하려고 두 가지 시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게임 홍보에 많이 쓰이는 '보도자료 배포'. 하나는 오프라인 상품을 이용한 프로모션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일본 매체 여기저기에 보내봤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정신 나간 외국인이 있다니, 기사로 다뤄야겠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보도자료의 경우 사실 큰 효과는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일본의 게임 매체는 기본적으로 메이저 게임 위주로만 다루니까요. 게다가 설령 동인 게임을 다룬다 쳐도, 하루에만 해도 수십 개의 동인 작품이 쏟아져나오는데 어떤 매체가 이름 없는 소수취향 전 연령 동인 게임을 다뤄주겠어요. 게임이 <쓰르라미 울 적에>쯤 되면 모를까.

 

필자가 만든 게임이 그 정도 '급'이 되지 않는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았기에 큰 기대는 할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여러 군데에 찔러봤지만 단 하나의 매체에도 걸리지 않았고요. (그래도 메일 보내면 기계적으로 걸어주는 곳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도 해봤습니다. 아주 쬐~금.)

 

두 번째 방법으로 넘어가서, 오프라인 굿즈를 만들어 이걸로 홍보 이벤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회사 규모의 대규모 마케팅은 무리지만, 나름대로 돈을 들여 오프라인 굿즈를 만들고, 이벤트 겸 게임 홍보 게시물을 리트윗하면 추첨해서 상품을 주는 그런 이벤트요.

 

우선 오프라인 굿즈는 그동안 트위터나 픽시브에서 나름대로 반응이 있었던 일러스트를 가지고 아크릴 스탠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일러스트를 출력해서 수공예로 마우스패드를 만들어볼까도 했지만, 누군가에게 줄 만한 퀄리티를 내기 위해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쪽이 가장 확실하겠더라고요. 아크릴 제품은 국내에서도 동인서클 등지에서 자주 내놓는 상품이기도 했고요.

홍보 이벤트를 위해 아크릴 스탠드를 주문 제작했습니다. 겸사겸사 필자도 기념으로 하나 갖고요.

수량은 많이 만들어봐야 처치곤란 물품만 쌓일 테니 종류별로 몇 개씩만 소량 제작하고, 다음은 이벤트 홍보 게시물을 만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게임을 만들던 동안에는 생활비를 제외하면 한 푼도 '비용 발생'이 없었으니 이번이 첫 지출인 셈이네요.

 

트위터에서 홍보 문구가 제대로 유저 눈에 띄게 하기 위해 표지를 디자인하고, 게시물을 클릭하지 않아도 썸네일에서 문구가 제대로 보이도록 첨부 이미지 매수도 조절하고. 트위터 유료 프로모션도 도전해 봤는데, 그동안 트위터에 게시하거나 리트윗한 이미지들이 선정성 이슈에 걸려서 유료 광고는 실패했네요.

 

​어찌됐든 아크릴 스탠드 제작비와 당첨자 물품 배송비 등을 계산하면, 이번 프로모션으로 40명 이상 구매하지 않는다면 몇 만원이나마 적자를 보게 되는 상황. 하지만 솔직히 흑자는 바라지도 않으니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게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1주일간 이벤트를 진행한 결과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처참하네요.

​1주일에 걸쳐 끊임없이 홍보 게시물을 노출한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리트윗 버튼만 누르면 참가 되는 이벤트인데 참여 수는 당첨자 수 6명을 겨우 채운 7명. 링크 클릭 수도 23회에 그쳤습니다. 판매고는 +0이었고요.

 

 

​#  매출이 적은 건 괜찮지만, 플레이하는 사람이 없는 건 참을 수 없다!

 

​이만큼 참패하고 나니 그동안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필자의 게임이 어떤 위치와 어떤 상황에 있는지, 그제서야 객관적으로 보이게 된 거죠. 그리고 스스로의 결정도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차분하게 머리를 식히고 그동안의 결과와 문제점을 되짚어 봤습니다.

 

​우선 이벤트 자체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동안 누적된 홍보 게시물의 노출 수와 클릭 수는 나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홍보가 노출되는 타겟을 이 장르의 매니아층으로 한정시켰던 만큼, 게임의 제목을 알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구매가 전혀 늘지 않았던 건 좀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임 가격 등을 포함해서요.​

번뇌를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이게 되리라...

단순히 게임의 제목과 정보를 노출시킨다고 해도, 플레이어는 '돈을 내고 게임을 사는' 입장입니다. 일반적인 18금 콘텐츠나 '알려진 게임의 후속작'이면 모를까, '아무런 검증도 되지 않고 알려지지도 않은 전 연령 노벨 게임'의 가격으로 1,404엔이라는 가격이 과연 합리적일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죠. 과연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라면 이 게임에 14,000원이나 하는 돈을 쓸까?

 

​처음부터 관점을 잘못 잡았던 겁니다. 단순히 필자의 노력값만 계산해서 '다른 게임과 비슷하게' 가격을 매겼지만, 필자의 게임의 스타트라인이 전혀 달랐다는 걸 고려하지 않았었죠. 식당에 손님을 이끌려면 이 가게가 맛있다는 걸 소문내야 하는데, 처음부터 음식값이 비싸서 소문을 낼 사람조차 찾지 않았던 겁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필자의 안에서 작은 갈등이 생겼습니다.

 

​- 과연 가격을 절반 이하까지 낮추는 게 정말로 좋은 선택일까?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는 건 아닐까?

- 하지만 이 가격이 과연 옳은 가격일까? 더욱 많은 사람에게 게임을 플레이시키는 게 먼저 아닐까?

- 첫 게임을 화장품 샘플처럼 뿌린다면, 그 행동이 결실을 맺으려면 후속작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다 하다 이런 생각까지 떠올랐...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필자는 최종적으로 "매상을 포기하더라도 플레이어를 늘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개개인마다 가치관의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는 스스로가 '작품'으로 만든 이 게임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기고 스토리에 공감해 줬으면 했습니다. '상품'으로서 많이 팔릴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 이전에 소수취향 창작자로서의 '작품'을 더 알리고 싶었습니다. 6개월의 노력을 '혼자만 아는 자기만족'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처음부터 매상을 목표로 했다면 애초에 소수취향 게임을 만들지도 않았겠죠. 대중적인 인기 장르를 포기하고 소수취향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던 처음의 각오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상업성'을 노렸다면 오른쪽 같은 소수취향 작품을 시작하지도 않았겠죠.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결론은 나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 가격을 내리자. 일단 첫 게임인 <만다라화 ~뱀의 여왕~>을 최대한 싼 가격으로 풀어서 많은 사람에게 일단 플레이를 시키고, 이 게임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후속작을 만들자. 이런 마음이 필자의 안에서 점점 커져갔습니다.

 

​결정을 내렸으니 다음은 가격을 내릴 방법을 찾아야겠죠? 이건 필자 혼자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니 대행사에 가격 할인과 관련해 문의를 넣어봤습니다. 일단 2명이긴 하지만 엄연히 게임을 구매한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가격 조정이 가능한지 여부도 체크해봐야 했고요.

 

​문의 결과, 다음과 같은 안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1. 작가가 신청할 경우 독자적으로 기간제 가격 할인 이벤트 진행 가능.

2. DLsite에서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기간제 가격 할인 이벤트에 참가 신청 가능.

3. 이미 구매한 사람이 있더라도 가격 재설정 가능.

4. 상기 3가지 방법 모두 상품 판매 개시 후 30일이 지난 뒤 가능.

 

이 중에서 3번의 '이미 구매한 사람이 있더라도 가격 재설정 가능' 항목은 필자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되는구나.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 가격 할인 이벤트에 참가하자!

 

​우선 기간제 할인이 되었든 가격 재설정이 되었든 모든 방법은 '판매 개시 후 30일이 지난 후'부터 가능했습니다. 필자의 경우 DLsite 글로벌 페이지에 등록된 날짜가 7월 23일이어서, 8월 23일부터 가격 할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할인 폭은 10%~90% 사이에서 작가가 직접 신청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필자가 생각해둔 할인율은 90% 세일. 즉, 1,404엔에 팔던 게임을 140엔(한화 약 1,400원)으로 팔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격을 90%나 할인할 예정이니 잠시 게임 홍보는 스톱. 지금까지도 산 사람이 별로 없지만, 혹시라도 할인 전에 누군가가 비싼 가격에 구매할 경우 할인 후에 욕먹게 될 게 무섭기도 했네요. 그렇게 며칠간 기다리며, 대망의 8월 23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엔 마침 DLsite에서 이런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여름 코믹마켓 직후의 대규모 할인 이벤트였죠.

이 시기엔 마침 DLsite쪽에서 기간제 프로모션인 '여름맞이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별도의 프로모션 페이지도 열렸고요. 그래서 필자도 이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대행사에 신청을 넣고, 다시 트위터 홍보를 위한 이미지도 준비했습니다. '90% 할인'과 '140엔'을 대문짝만하게 박아넣고요.

 

​가격 할인을 개시하고 다시 홍보를 시작하니, 그동안 기다려왔던 '입질'이 드디어 왔습니다. 하나둘씩 구매 수가 늘기 시작해, 어느새 일본어 페이지의 다운로드 카운팅도 두자리수를 찍기 시작했죠. (글로벌 페이지는 토탈 2명. 영어권에는 홍보를 거의 못 해서...)​ 

가격을 내리고 홍보하고 나니 드디어 부동의 숫자 1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격 이슈를 해결했다 해도 아직은 다운로드 수를 좀 더 끌어올릴 홍보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앞서 시도한 보도자료와 오프라인 상품 모두 실패로 끝났으니, 아예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죠.

 

​그 결과 떠오른 것이 일러스트 커미션이었습니다. 취미 영역에서 돈을 내고 그림을 의뢰하는, 일종의 외주 작업이죠.

 

​필자의 게임과 같은 BBW 장르에서도 인기 작가의 경우 4~5자리수의 팔로워를 보유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작가에게 일러스트를 의뢰하고, 해당 작가의 SNS를 통해 필자의 게임과 다운로드 링크를 알리기로 했습니다.

 

​커미션 비용의 경우 한국이나 일본이나 서구권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케치, 선화, 가채색, 풀컬러 등으로 등급이 나뉘고, 풀컬러의 경우 1만 엔(한화 약 10만 원)의 비용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선 평소 좋아하던 작가분에게 먼저 요청을 보내봤습니다. 다행히 작가분도 선뜻 승낙해주고, 은행에 가서 해외 송금으로 1만 엔을 부치며 따로 참고자료도 전달했죠. 오프라인 상품 제작이 20만 원 넘게 들이고도 판매수 +0이라는 처참한 기록을 세운 만큼, 이번 홍보 지출은 제발 의미가 남기를 기원했습니다.​

이것이 완성된 커미션 일러스트입니다. (일러스트 : 黒風ノ空‏님 @kurocazenosora)

그리고 날짜가 지나 대망의 커미션 일러스트가 완성. 돈 주고 의뢰한 거라 약간 별개이긴 하지만, 그래도 필자의 게임 캐릭터를 처음으로 누군가가 그려준다는 게 참 신기한 기분이네요. 언젠가는 팬심에서 나온 팬아트도 한 번쯤은 받아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도 잠깐 꿔보고, 이제 홍보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단, 커미션 의뢰의 대기 순번이 살짝 뒤쪽이었던 탓에 일러스트가 완성된 날짜는 9월 19일. 가격 할인 이벤트는 9월 22일에 종료되므로, 홍보의 유통기한은 길어봤자 3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내심으로는 하루 만에 판매 수가 많이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SNS에서 짧은 기간 노출되는 일러스트만으로는 그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려웠죠.

 

​9월 22일이 되어 할인 행사가 끝나고 게임이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을 때의 토탈 판매고는 일본어 페이지 21명, 글로벌 페이지 3명이었습니다. 일러스트가 공개되기 직전 시점의 판매고가 일본 17명, 글로벌 2명이었으니 이번 일러스트로는 다해서 5명의 구매자가 발생한 셈이네요.

 

​전체 판매량으로 본다면 역시 참패나 다름없었지만, 그사이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로부터 감상이나 응원 메시지를 몇 통씩 받은 덕분에 약간의 뿌듯함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엔딩까지 보고 감동받았다든지, 스토리나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는 메시지가 그렇게 기쁠 수가 없네요. 내친김에 그걸 소문까지 내준다면 더 고맙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응원이 왔다는 사실 자체에 엎드려 감사해야겠죠.​

게임 발매 후 2달이 지난 시점의 성적표. 우리는 이런 걸 두고 '망했다'고들 표현하죠.

​이번 글에서는 연재물의 특성상 짧게 요약했지만, 게임 발매 후 이 시점까지의 기간은 약 2달이었습니다. 즉, 지금의 판매량이 곧 게임 발매 후 2달이 지난 시점의 성적표인 셈이죠. 성공이라 부르긴 어렵지만 나름 많은 교훈을 얻기도 했습니다.(다음 게임은 무리를 해서라도 18금으로 내버려야지. 투덜투덜.)

 

​할인 행사가 끝났으니 이제는 상품 가격을 낮추기로 했습니다. 기간제 할인 행사와는 달리 상품 가격 변경은 한 번에 큰 폭으로 가격을 낮출 수는 없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가격은 800엔(세금 별도)이 됐습니다. 단순히 홍보만 달린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배웠으니, 이제 이쪽은 느긋하게 홍보하면서 천천히 다음 게임을 만들어 카운터 일격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의 홍보나 차기작 준비와는 별개로 필자에겐 다음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SNS나 픽시브 등에서 홍보 활동을 하면서, BBW 취향을 가진 한국분들로부터 "한글판은 출시할 예정이 없나요? DLsite는 외국 사이트라서 구매하기가 어려워요~" 하는 요청을 받았었거든요.

 

​필자도 처음에 게임을 일본 시장에 내놓기로 했던 이유가 '그쪽에 수요층이 많으니까'라는 이유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이 점점 바뀌어갔습니다.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이 매출은 안 나와도 상관없으니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게임을 알리고 플레이시키자는 결심으로 돌아섰고요.

 

​"기왕 만든 게임,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일본판 홍보와 병행하며 한글 버전 발매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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