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위! 소녀전선 흥행 요인 분석

조회수 2017. 7. 24. 1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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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요인부터 매출 발생 요소까지. 소녀전선 흥행 요소 분석

처음 이 게임이 사전예약자 20만 명을 목표로 했을 때, 기대보단 회의적인 시선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유저들 사이에서 '혜자 게임'으로 이름이 퍼지고 매출 순위에 얼굴을 내비쳤을 때도 사람들은 '상업적인 성공'엔 의심 섞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20일 현재, 게임은 구글 매출 3위와 애플 매출 5위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 30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소녀전선>의 이야기입니다.


얼핏 보면 이상한(?) 결과입니다. 아무리 출시 전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이 돈 게임이라 하더라도 불과 22만여 명의 사전예약자로, '병기 모에화'라는 마니악한 소재로, 유저들에게 '혜자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관대해 보이는 유료 모델로 이런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이요. 더군다나 <소녀전선>은 출신지(?)가 알려지면 기대는 커녕 선입견을 걱정해야 할 '중국 게임'이었고, 개발사가 엄청 유명하거나 개발비가 엄청 많이 투자된 작품도 아닙니다.​ 


대체 <소녀전선>은 어떤 무기로 국내에서 혜자 게임이란 말을 들으면서도 구글 매출 3위, 애플 매출 5위라는 성적을 거뒀을까요? <소녀전선>의 흥행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 뽑기 스트레스는 이제 제발 그만


<소녀전선>의 흥행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먼저 현재 한국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상황부터 짚어야 합니다.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유료 모델의 대세는 '뽑기'입니다. RPG나 성장 요소 있는 게임이라면 캐릭터·장비 뽑기가 없는 게임을 찾기 힘들 정도죠. 


뽑기는 이미 <확산성 밀리언 아서> <몬스터 길들이기> 등 초창기 스마트폰 게임 시기부터 수익성이 증명된 모델입니다. 이런 강함을 파는 방식의 뽑기는 성장이라는 유저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와 적은 투자로 큰 보상을 바라는 마음을 절묘하게 건드려 개발사에게 큰 수익을 안겼죠. 


하지만 개발사들의 선호와 별개로, 뽑기 모델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도는 계속 높아졌습니다. 뽑기 모델의 장점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라면, 단점은 많은 돈을 들여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단점을 더 많이 느꼈습니다. 운이 좋거나 돈을 정말 많이 쓴 소수의 유저만 뽑기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운이 없다면 돈을 많이 쓰고도 좋은 것을 얻지 못할 수도 있고요.

슬슬 체감하게 된 낮은 확률, 그리고 매년 1~2건씩 터지는 확률 조작 논란 등은 '뽑기' 모델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감을 높였습니다. 유저들은 처음엔 뽑기 확률을 의심했고 나중에 들어서는 아예 뽑기 모델 자체에 거부감을 표하기 시작했죠. 이는 2016~2017년 사이 유저들이 뽑기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만 봐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2016년 게임업계가 처음 확률형(뽑기)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작했을 때, 유저들의 불만은 업계가 확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이 때만 해도 유저들은 확률 공개의 불명확함이나 부실함을 지적했죠. 하지만 2017년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안'이 발표됐을 땐 유저들 사이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뽑기 모델 자체를 없애라는 이야기가요. 


이렇게 뽑기 모델에 대한 반감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소녀전선>이 한국에 출시됐습니다. 

# 캐릭터 유료 뽑기도, 행동력 제약도, 유저 간 경쟁도 없는 게임


<소녀전선>은 캐릭터·장비 '유료 뽑기'가 없는 게임입니다. <소녀전선>의 유료 뽑기 모델은 가구나 옷 같은 꾸미기 요소뿐입니다. 둘 다 '강함'에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캐릭터·​장비 뽑기 요소가 존재하긴 하지만, 유료 뽑기가 아니라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을 투입해 임의의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유저가 자원을 얼마나 투입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종류나 품질을 확률적으로나마 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뽑기 방식을 도입한 게임치곤 희귀하게도(?) 몇몇 2·​3성 캐릭터는 어지간한 4·​5성 캐릭터보다 강하기도 하는 등 캐릭터의 등급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모습을 보여줬고요. 


현실의 돈이 게임 속 강함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희귀 캐릭터나 장비를 얻지 못해 고레벨 스테이지를 깨지 못하는 일도 없습니다. 투자한 만큼 계정이 강해지는 VIP 방식 유료 모델과도, 확률에 의해 강함을 얻는 뽑기 방식 유료 모델과도 다른 방식입니다.

키우다 보면 MVP 화면에서 5성보다 더 많이 보게 되는 3성 캐릭터 M14

다른 유료 모델도 결제를 노골적으로 유도한다는 느낌이 적습니다. <소녀전선>은 가구·​의상 뽑기 외에도 유료 모델로 제대(파티) 슬롯 확장이나 파티 세팅 저장, 자원 구매 등이 존재합니다. 이 중 대부분은 게임만 열심히 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을 팔아 시간을 아끼게 한다거나, 구매하면 게임이 편해지는 등 편의성 위주 유료 모델입니다.


시스템적인 면에서도 유저를 재촉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일단 행동력 개념이 없어 언제든 원하는 만큼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유저 간 경쟁 요소가 없어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압박도 없습니다. (아직까진) 기간 한정 스테이지 같은 것도 없고요. 


<소녀전선> 자체가 제한된 시간과 자원, 유저 간 경쟁, 유료 뽑기를 통한 '강함 획득'이라는 모바일게임의 대세 공식의 안티테제인 셈입니다.

<소녀전선>의 유료 뽑기는 숙소를 꾸미는 가구, 캐릭터를 꾸미는 의상 뿐이다. 이미지는 게임 속 숙소.

그리고 이것이 '강함을 뽑기로 얻는 모델'에 지친 유저들에게 먹혔습니다. <소녀전선>은 강함을 뽑기가 아니라 '플레이'로 얻을 수 있다는 요소 덕에, 그리고 시스템 전반적으로 유저를 '쪼지' 않는다는 사실 덕에 CBT 단계부터 유저들 사이에서 '혜자 게임'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사전예약자가 22만여 명에 불과한 게임이 별 다른 대규모 마케팅 없이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인기 1위, 출시 이틀 만에 구글 인기 3위를 기록하는 것으로 돌아옵니다. (참고로 출시 당일 인기 순위는 애플 1,081위, 구글은 순위 밖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급격한 인기 순위 변화는 더 큰 입소문을 만들었고요.

<소녀전선> 출시 첫 주(7월 1주) 구글 성적

# <함대 컬렉션>류 운영 요소 + 유저 개입이 필요한 스테이지


사실 이런 방식의 유료 모델은 <소녀전선>이 처음은 아닙니다. 일본의 <함대 컬렉션>은 2013년부터 이런 방식을 선보였고, 한국어화된 게임 중에서는 지난해 국내 출시된 <강철소녀>가 이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소녀전선>이 주목 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다른 <함대 컬렉션>류 게임과 <소녀전선>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기존 <함대 컬렉션>류 게임 대부분은 스테이지를 깨는 재미보단 부대 육성이나 보급 등에 무게를 줬습니다. 부대를 어떻게 조합하고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는 등 운영(?) 딴에서는 생각할 것이 많았어도, 스테이지 클리어 자체는 대부분 확률에 기반한 자동전투였죠. 어떤 게임은 우스갯소리로 전투할 때마다 물 떠놓고 기도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소녀전선>보다 한 발 앞서 국내에 <함대 컬렉션>류 모델을 선보인 <강철소녀>

<소녀전선>은 스테이지 클리어에도 힘을 줬습니다. 게임은 스테이지를 여러 말판과 갈래 길로 구성했습니다. 투입되는 부대는 저마다 제한된 탄약과 식량을 가지고 있어 거점에서 제때 보급해줘야 합니다. 반면 스테이지 달성도 기준은 X턴 이내에 부대 X개 격파, 모든 거점 점령 등 함께 달성하기 힘든 조건을 달았고요. 유저는 높은 달성도를 기록하기 위해 부대를 얼마나 투입하고, 어디로 이동 시킬지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여기에 추가로 스테이지 내에서 벌어지는 전투도 컨트롤 요소를 넣었습니다. 유저가 스킬 발동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를 많이 입은 캐릭터를 후열 캐릭터와 교체하기도 해야 하고, 일부러 캐릭터를 엉뚱한 곳으로 이동시켜 돌격 시간을 늦춰 쿨타임 돌아갈 시간을 벌어야 하기도 합니다. 


다른 게임처럼 스테이지 클리어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직접 스테이지 클리어에 개입하게끔 만들었죠.

유저는 수시로 적 지휘소를 점령하기 위한 최적 루트와 그에 걸맞은 보급 계획 등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게임성은 <함대 컬렉션>류 게임의 단조로운 스테이지가 아쉬운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실제로 <소녀전선>은 대만과 홍콩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바 있고, 국내에서도 정식 출시 전부터 유저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정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정식 출시 이후에도 일반 유저들에게 어필이 됐고요.


아, 여기에 추가로 여기에 추가로 '총'이라는 (전차나 전함보단) 대중적인 소재, 그리고 <함대 컬렉션>류 게임 중 몇 안 되는 한국어화 작품이라는 사실도 흥행에 도움이 됐죠. 

총기가 소재다 보니 캐릭터들의 콘셉트도 다른 <함대 컬렉션>류 게임보다 덜 마니악한 편이다.

# 납득할 수 있는 가격, 사면 만족할 수 있는 상품


여기까지는 <소녀전선>이 국내에서 왜 인기를 얻었냐에 대한 분석입니다. 그런데 게임의 인기가 매출에 비례하진 않죠.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것과 돈을 많이 쓰는 것은 별개니까요. 더군다나 <소녀전선>은 '혜자 게임'이라고 유저들에게 알려진 주제에(?) 현재 구글 매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구글 매출 3위는 하루에 억 단위로 돈을 벌어야 만들 수 있는 성적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간에 매일 꾸준하게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죠. 과연 <소녀전선>은 어떻게 유저들의 지갑을 연 것일까요?


<소녀전선>의 유료화 전략은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 무과금 유저도 기꺼이 소과금 유저가 되게끔 만드는 합리적인 '판매' 상품, 다른 하나는 ▲ 고래 유저가 아낌 없이 게임에 돈을 쓸 수 있게 만드는 뽑기 중심의 '유료 전략'입니다. 

합리적인 판매 상품이란 쉽게 말해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고 사면 이득이 뚜렷하게 보이는 상품을 말합니다. 유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상품인 '제대 확장'이 대표적입니다.



<소녀전선>은 메인 뽑기 모델이 게임 중 얻는 '자원'을 통해 이뤄집니다. 자원은 유저가 자신의 부대(제대)를 스테이지에 '군수지원'(다른 게임의 파견 개념) 보내 얻을 수 있습니다. <소녀전선>에서 한 번에 군수지원 보낼 수 있는 부대 수는 최대 4개. 게임의 기본 부대수와 같습니다. 스테이지를 돌 땐 군수지원을 100% 보낼 수 없죠.


물론 이것이 게임에 큰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1~2 부대는 자기가 직접 조종하며 스테이지를 돌고 나머지 부대를 군수지원 보내 자원을 얻고 그걸로 뽑기를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제대 확장 상품을 사면 게임이 눈에 띄게 편해집니다. 내가 게임을 하면서 군수지원을 1부대라도 더 보낼 수 있고, 그래서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고, 그 자원으로 더 많은 캐릭터를 뽑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유형의 상품이 곳곳에 있습니다. 사면 눈에 띄게 게임이 편해지고 가격도 (처음엔) 만 원 내외입니다. 게임을 계속 할 유저라면 큰 부담 없이 지불할 만한 가격입니다. ​

이러한 '구매할 만한 상품'의 느낌은 유료 뽑기인 가구·의상도 예외는 아닙니다. <소녀전선>의 유료 뽑기는 '꽝'의 느낌이 약합니다. 뽑기를 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교환권과 블랙카드 덕분입니다. 교환권과 블랙카드는 뽑기 안에 있는 상품을 '확정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마일리지입니다.


유저는 뽑기를 할 때마다 교환권을 얻고 이것으로 뽑기 상품 속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만약 똑같은 의상을 먹었다면 '블랙카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용 상점에서 의상을 '구매'할 수 있는 토큰입니다. 즉, 유료 뽑기를 하더라도 반쯤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확률 불확실한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최대 얼마를 투자해 뭘 '구매'할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는 셈이죠. 


'구매'할 수 있는 혜택, 무언가를 얻기 위해 '얼마'를 써야할 지 감이 잡히는 뽑기. 다른 모바일게임에 비해 무과금 유저가 소과금으로 전향(?)하기 좋은 조건입니다.​ 그리고 무과금 유저가 소과금 유저가 되기 쉽다는 것은 게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사람 심리 상 게임에 처음 돈을 쓰는데는 저항감이 크지만, 한 번 돈을 쓴 게임에 돈을 더 쓰는 것엔 별 저항감을 못 느끼거든요. 


<소녀전선>은 무과금 유저를 소과금 유저로 만들 수 있는 상품으로 초기 매출 순위, 향후 유저들이 보다 쉽게 게임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토대를 모두 얻은 셈이죠.

돈을 조금씩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로는 제대 확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이 시키는 대로 캐릭터에게 반지를 사주기도 한다 (…)

# 무료(?) 뽑기가 고래를 유혹하는 법


물론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소과금 유저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들이 1회성 상품을 구입하는 것 만으로 매일 억 단위의 매출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것이 2번째로 말한 고래 유저(일명 헤비 과금러)가 아낌 없이 게임에 돈을 쓸 수 있게 만드는 '뽑기' 중심의 유료 전략입니다. 


뽑기가 유료 전략이라는 것이 의아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녀전선>의 캐릭터·​장비 뽑기는 유료 재화가 들어가지 않으니까요. 캐릭터·장비를 뽑을 때 필요한 것은 자원과 제조권인데 이 둘은 부대들을 꾸준히 군수지원 보내기만 해도 차고 넘치게 얻을 수 있습니다. 하루에 제조(뽑기)를 10번 해도 자원은 만 단위로, 제조권은 100 단위로 남을 정도로요. 캐릭터·장비 뽑기만 보면 공짜와 다를 바 없죠. 


그런데 이 쉬운, 싼 뽑기가 바로 <소녀전선> 유료 전략의 핵심입니다.​

<소녀전선>은 유료 재화 대신 게임하며 얻는 자원으로 캐릭터 뽑기를 한다.

<소녀전선>도 뽑기 게임인 만큼(?) 등급 높고 생김새 예쁘고 성능도 강력한 '로망'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유저들은 이 로망 캐릭터를 다른 게임에 비해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유료 재화가 아니라 게임 속 자원만 투입하면 할 수 있는 캐릭터 뽑기, 그리고 다른 게임보다 높은 5성 획득 확률 덕입니다. 또한 <소녀전선>은 특정 계열 캐릭터를 더 높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자원 투입 공식도 존재하고요.


그런데 이 로망 캐릭터를 얻는 것과 별개로, 제대로 '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게임의 캐릭터 성장 방식 때문입니다.


<소녀전선>의 캐릭터들은 일정 레벨에 도달할 때마다 '편제확대'를 통해 능력치가 급성장할 수 있습니다. 편재확대를 할 때마다 기본 능력치가 2배, 3배 올라가죠. 하지만 편제확대를 하기 위해선 재료로 동일한 캐릭터나, 희귀 캐릭터를 분해해 얻는 특수 자원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고등급 캐릭터일수록 제대로 육성하기 어렵죠. 아무리 고등급 캐릭터 뽑기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같은 캐릭터를 계속 얻을 확률은 낮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편제를 늘릴수록 캐릭터의 능력치가 배로 오른다

자, 그럼 다른 게임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고등급 캐릭터, 확률 높고 유료 재화가 필요 없는 뽑기, 그리고 이 편제확대라는 성장 모델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고등급 캐릭터를 제대로 사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자원과 제조권(뽑기 티켓)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유료 뽑기가 있는 게임에도 좋은 캐릭터를 얻기 위해 수십, 수백만 원을 투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캐릭터 뽑기에 돈이 필요 없는 게임, 그리고 특정 캐릭터를 얻을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게임이라면 이 유혹은 더욱 강하죠. 그리고 이러한 가산 탕진(?)은 십중팔구 결제로 이어집니다. 플레이 만으로 탕진한 가산을 되살리기엔 많은 시간과 수동 조작이 필요하거든요. <소녀전선> 유저들이 흔히 말하는 '제조중독' 루트입니다. 


뽑기 부담이 없다는 것이 거꾸로 더 많은, 때로는 더 과격한(?) 뽑기를 유혹하고 이것이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유혹이 게임 곳곳에 은근히 분포돼 있습니다. 어떤 이는 특정 로망 캐릭터를 얻기 위해 자원을 쏟아붓고, 어떤 이는 자신의 '최애캐'에 옷을 입히기 위해 결제하고 뽑기를 합니다. (의상은 판매와 유료 뽑기 2가지 방법으로 얻습니다) 누군가는 반대로 가구 뽑기 하다가 의상이 나와, 역으로 그 캐릭터를 얻기 위해 자원을 붓고 결제를 합니다. 


고등급 캐릭터를 위해, 고등급 캐릭터를 제대로 쓰기 위해, 예쁜 캐릭터(혹은 의상)을 위해 돈을 씁니다. 고래 유저의 패턴 자체는 <소녀전선>도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이 앞서 얘기한 소과금 유저 전략과 함께 <소녀전선>을 구글 매출 3위로 올려 놓은 주인공이죠.

<소녀전선>은 출시 3주 만에 구글 매출 3위를 차지했다.

# 유혹과 선택지가 만든 '혜자 게임'이라는 평


그런데 <소녀전선>의 고래도 다른 뽑기 게임과 패턴이 다르지 않다면, <소녀전선>은 어떻게 이런 유저들에게까지 '혜자 게임'이라는 평을 받는 걸까요? 이는 '선택지'의 차이입니다. 


유저에게 캐릭터 유료 뽑기가 있는 게임의 '뽑기 실패'는 불량품과 같습니다. 유저는 어떤 보상을 기대하며 뽑기를 '샀는데', 그것을 얻지 못했으니까요. 애초에 뽑기고, 좋은 것을 얻을 확률이 낮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유료 뽑기 밖에 없었고, (나름 유저 딴에는) 낮은 확률을 감안하고 어떤 보상을 기대했으니까요. 선택지는 하나, 결과물은 꽝. 좋은 감정이 생기기 힘들겠죠.

초반 보상 캐릭터로도 스테이지 클리어는 큰 지장이 없다. 그저 4·5성 캐릭터가 가지고 싶을 뿐이다. 예를 들어 HK416를 가지고 있으니, 왠지 SMG를 5성 캐릭터인 벡터로 바꿔주고 싶다거나

반면 <소녀전선>은 실패가 나오기 전, 그리고 나온 후 이를 만회하려 할 때도 유저에게 끊임없이 선택지를 줍니다. 당장 캐릭터 뽑기만 해도 평범한(?) 유저는 게임만 열심히 해도 날마다 뽑기를 할 수 있습니다. 공짜로(?) 충분히 뽑기를 제공하고, 추가로 정말 과격하게(?) 뽑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돈을 쓰는 구조죠.​


2·​3성 캐릭터로도 플레이에 지장 없는데 4·​5성을 노리고 뽑기를 하느냐도 유저의 선택이고, 뽑기할 때 투입할 자원 양을 정하는 것도 유저의 선택입니다. 뽑기가 망해 자원이 바닥났을 때 이것을 게임하며 복구하느냐, 아니면 돈을 써 시간을 아끼느냐 결정하는 것도 유저의 선택이죠. 


때문에 실패해도, 그로 인해 돈을 써도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기 힘듭니다. 모두 자신이 선택한 결과이니까요. 이것이 똑같이(?) 뽑기에 돈을 써도 <소녀전선>이 '혜자 게임'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뽑기뿐만 아니라 제대 확장이나 의상 뽑기 같은 <소녀전선> 유료 상품 전반을 관통하는 흐름이고요. 


유저를 강요하지 않고 유혹한 것이, 유저에게 진짜 선택지를 준 것이 <소녀전선>에게 인기와 흥행을 안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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