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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게임은 예술인가?

넥컴박썰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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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새로운 연재 '넥컴박썰戰(전)'을 시작합니다. IT 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다양한 논란거리에 대해 넥컴박의 고 부장, 양 대리, 부 사원이 자신만의 썰을 펼치는데요. 각자의 성격과 특징, 주장이 뚜렷이 다른 세 패널의 '썰풀이'를 지켜보시죠. 이번 주에는 '게임은 예술인가?'를 주제로 세 사람이 담화를 나눴습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패널 소개


고 부장 IT경영부


남중-남고-공대 출신인 40대 초반 고 부장은 평소 돈과 숫자에 매우 예민하다. 날카롭고 이성적이라는 평판을 받는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IT 업계에서 살아남으려 스스로 얼리어답터를 자청하지만, 내재된 보수적인 마인드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처음 플레이 했던 AoS 게임에서 CS 막타에 집착하다가 흥미를 잃고, 현재는 FPS 장르의 게임을 즐긴다. 스나이퍼 캐릭터로 헤드샷을 맞췄을 때 가장 신나한다. ​


양 대리 콘텐츠팀


외고를 졸업하고 인문학을 전공한 양 대리는 30대 중반으로, 블로그 및 SNS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논리적이며 동시에 포괄적, 함축적 의미를 갖춘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AoS게임(RTS를 기반으로 제작한 전략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데, 광역 CC 기술(군중제어기술)이 있는 캐릭터만 플레이한다고 한다. 결정적 시기의 한타에서 CC기술 하나가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부 사원 디자인팀


순수미술을 전공한 20대 중반의 유학파 디자이너로 유난히 감수성이 풍부하다. 예술과 아름다움, 미美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밤을 새워서라도 작업을 하는 편. 입사하기 전에는 게임을 즐기지 않았으나, 요즘 들어 모바일타이쿤류 게임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작물을 생산하고 집을 꾸미는 아이템들이 아기자기해서 귀엽다고 생각한다.​

# 여는 글


고 부장)​ 안녕하세요, 두 번째 넥컴박썰戰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인디게임이란 무엇인가’에서 사회자로 참석해주신 디자인팀 부 사원님께서 이번 ‘게임은 예술인가’에 패널로 참석해 주셨으며, 콘텐츠 팀 양 대리님도 역시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특히 디자인팀 부 사원님께서는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 사원) 아무래도 전공 분야이고, 입사 이전에 작가 활동도 했었고요.


양 대리) ​저는 미술보다는 소설이나 시, 영화 장르의 예술에 더 익숙하긴 하지만 게임과 예술은 꼭 한번 이야기 나누고 싶었던 주제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고 부장)​ ​우선 시작하기 전에 오늘 다루게 될 주제의 ‘게임’은 체스 같은 보드게임 혹은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게임 등은 제외하고 PC/콘솔 게임, 즉 ‘비디오게임’에 한정됩니다. 자 이제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게임을 예술이라고 생각하세요?


양 대리) 당연하죠. 게임은 예술, 그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이고 혼합적이며 대중 친화적인 예술입니다.


부 사원) ​전 게임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흥, 오락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띤 이상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고 부장)​ ​​네. 양 대리님께서는 게임은 예술이라고 생각하시고, 부 사원님께서는 예술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분께서 생각하시는 ‘예술’에 대한 정의부터 들어보도록 하죠.



# ‘예술’은 무엇인가?


고 부장)​ ​​먼저 양 대리님, ‘예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양 대리) ​전 예술은 문자나 언어를 통해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조각, 글, 영상과 같이 작가가 선택한 표현 방식과 그에 따른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감각과 감정에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이죠.


부 사원) ​예술은 기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모방’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키케로 모두 동의하는 바죠. 예술가가 자신이 속한 자연 세계를 작품으로 가져오며 그 안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예술입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사냥 성공’을 기원하며 들소를 그린다던가, ‘아이를 많이 낳게 해주세요’라며 다산의 여신상을 조각한다던가 하는 거요. 예술은 자연물을 모방하고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표현 방식이 모방을 넘어 변형, 창조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죠.

'라스코 동굴벽화'(좌),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우).

고 부장)​ ​​예술가, 즉 작가의 의도나 생각이 예술 작품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부 사원) ​그렇죠. 한 사람의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 안에 녹여낸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 예술 작품을 관람하는 것의 포인트라고 봅니다. 예술가 없이는 예술 작품도 없죠.


고 부장)​ ​​양 대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양 대리)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예술은 작품을 통한 예술가와 관객의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랙션으로 완성됩니다. 작가가 작품에 어떤 의도와 생각을 담아 표현하면, 그것을 읽어내는 관객의 개인적 배경과 경험, 감정에 따라 작품의 의미가 달라지죠. 예술은 관객 없이 완성될 수 없습니다.


부 사원) ​프랑스 남부의 동굴 벽화가 과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었을까요? 글쎄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고 부장)​ ​​예술가와 관객 중 누가 예술의 주체인가에 대한 것이 오늘 토론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은데요. 지금 두 분의 의견 차이가 게임이 예술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의 방점인 것 같네요.



# 예술가와 관객, 게임 제작자와 게이머


고 부장)​ ​​‘게임은 예술인가?’는 2001년 LA에서 열린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전자오락박람회)에서 Digital Anvil의 공동 설립자 마틴 데이비스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라고 언급한 이후 관련 업계에서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오르는 소재인데요. 앞서 짚어 주신 부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부 사원님, 예술에 있어서 예술가, 작가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부 사원) ​무언가가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만든 이의 의도와 생각이 그 안에 철저히 녹아들어야 합니다. 작품 관람은 그 내적 의미를 외적 인공물, 즉 회화, 음악, 영상, 조각, 문자 등 해당 작품이 가지고 있는 형태로부터 파악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하고요.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작가여야 합니다. 관객이 각자 다른 생활 환경과 성장 배경, 감정을 가지고 작품을 관람하더라도 공통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나 아이디어를 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겠죠.


양 대리) ​잠시만요, 게임 속에도 제작자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효과적인 감정 전달을 위해 게임은 다양한 요소를 활용합니다. 가장 먼저 게임 그래픽이 있겠고요, 배경 음악이 있겠죠. 그래픽과 사운드 디자이너는 자신들의 게임 주제에 맞춰 가장 효과적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도록 게임을 디자인합니다. 즉, 부 사원님이 말씀하신 ‘예술가의 의도’가 게임에도 적용이 되는 것입니다. 게임이 주는 몰입감의 극대화를 위한 철저한 계산이 해당 게임의 기획과 디자인 과정에 들어가 있습니다.


부 사원) ​네,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의 논점은 게임 제작자들이 의도한 바로 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게이머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는 부분입니다. 그 비중이 다른 예술 작품의 관객이 갖는 비중보다 월등히 높고요. 즉, 게임 자체가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데, 그 방향이 제작자가 생각하던 것과 아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죠.


양 대리) ​바로 그 점이 게임이 예술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게임 속에서 관찰자가 되기도 하고,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다양한 시점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죠. 게임 제작자만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게이머는 게임이라고 하는 가상과 현실이 섞인 새로운 개념의 공간에서 각자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자신만의 예술을 만들어 냅니다.


고 부장)​ ​​자, 부 사원님 말씀을 이어 듣도록 하겠습니다. 게이머의 ‘게임 플레이’ 역할이 필수 불가결하고 이는 곧 제작자의 의도에서 비껴갈 수 있으므로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없다?


부 사원) ​그렇습니다. 게임은 게임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누군가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하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CD를 놓고 쳐다 만 보는 것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공장에서 찍어낸 소변기를 가져다 놓아도 작가의 사인과 함께 의미가 재부여 되는 순간 작품이 되는 것이 예술입니다. 그만큼 예술가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의미입니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 1917년 작품.

게이머가 게임을 통해 개개인의 예술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게이머들이 게임 내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내에서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혹은 의도에 맞지 않게 작품을 소비하는 것일 뿐입니다.


고 부장)​ ​​양 대리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술을 만드는 것은 관객이라고 하셨는데.


양 대리) ​20세기 중반 이후 예술의 형태가 변화해왔습니다. 흔히 유명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되는 회화나 조각 작품 혹은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는 거장의 음악만이 예술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뉴미디어 아트라고 하죠.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미디어의 범주가 확장됨에 따라 제프리 쇼의 <읽을 수 있는 도시>, 캐밀리 어터백과 로미 아키튜브의 <텍스트 레인>처럼 관객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되는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프리 쇼. <읽을 수 있는 도시>(1988)(좌), 캐밀리 어터백, 로미 아키튜브. <텍스트 레인>(1999)(우).

자연에서 염료를 얻어 벽화를 그리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는 거예요. 디지털의 발전으로 예술의 근본적인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는 매체가 바로 게임입니다. 거기다 최근의 게임은 시각, 청각뿐 아니라 촉각까지도 건드리는 복합적인 예술로 한 단계 진화했습니다.


고 부장)​ ​시각과 청각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촉각이요? 복합적인 예술이라고 표현하신 것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양 대리)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예술 작품이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무언가’라고 봅니다. 관객의 감정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인 겁니다. 이를 위해 기획자, 그래픽 및 사운드 디자이너 등 게임 제작자들이 다양한 요소를 게임에 삽입하고요.


촉각을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리자면, 2001년 발표된 <이코>라는 게임은 '이코'라는 소년이 요르다라는 소녀와 성 밖으로 탈출하는 스토리를 가졌습니다. 이 게임의 독특한 점은 게임 패드를 사용하여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코가 요르다를 만나는 순간부터 게임 패드는 심박 수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진동합니다. 게이머는 자신이 손에 쥔 패드를 통해 정말 이코가 된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미야베 미유키. <이코>(2001).

부 사원) ​게임이 다양한 감각 요소를 자극하는 매체라는 점에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게임이 예술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공포 게임으로 예를 들어 볼게요.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 기타 적절한 효과를 사용해서 게이머에게 스릴과 적절한 공포감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게임이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무섭지 않아 지루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게임을 끝내지 못할 정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게이머들은 해당 작품을 제대로 즐긴 것이 아니게 되지요.


양 대리님께서 하신 말씀을 끌어와 보자면, 이러한 게임은 결국 “관객이 없어 완성되지 못한” 게임이 됩니다. 게임이 제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게이머의 취향과 성격 혹은 게임 실력에 따라 진행되는 한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 유희를 위한 게임, 예술이 될 준비가 되었나?


고 부장)​ ​​관점을 조금 바꿔 이야기해보죠. 게임이 더 이상 게임 중독과 같은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사회악이 아니라 대중 매체로의 위치까지 올라온 것에는 두 분 다 동의하시는 것으로 보고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두 분은 게임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부 사원) ​오락이죠. 엔터테인먼트.


양 대리) ​맞습니다. 저도 게임은 엔터테인먼트, 즉 유희를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고 부장)​ ​처음으로 두 분이 동의하시는 부분이 나왔네요. 게임은 오락, 유희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부 사원님, 게임은 오락 매체지만 예술은 아니라고 보시는 건데요. 이유가 뭔가요?


부 사원) ​예술 작품에는 의도는 있지만, 목적은 없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관람하는 수많은 사람의 목적은 그저 ‘모나리자를 보는 것’이죠. 더 나아갈 스테이지가 없어요.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독자의 ‘목표’일까요? 그저 눈앞에 완성되어 주어진 이야기를 읽어나갈 뿐입니다. 예술 작품에 있어 유일무이한 목적이자 목표는 그 존재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성취의 대상이 아닙니다. 경험의 대상이죠.


게임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클리어하는 것이죠. 게이머가 보게 되는 화면이 “Win”이든 “You Died”든 “Mission Clear”든, 결국 게임은 플레이하고 결과를 보기 위해 즐기는 겁니다.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플레이가 있고, 도달해야 하는 목표 지점이 있는 것이 게임입니다. 성취감을 통해 재미를 얻는 게임의 유희적 특성이 왜 게임이 왜 오락 이상의 예술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입니다.


양 대리) ​저는 정반대로 생각합니다. 게임의 유희성이 바로 게임을 예술로 만드는 특성입니다. 사람은 의식주와 함께 즐거움을 갈망하는 유희의 존재입니다. 애초에 예술은 이렇게 인간이 본능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동굴 벽화를 그린 고대 사람들은 왜 사냥이 잘 되게 빌며 작품을 남겼을까요? 사냥감을 통해 얻은 먹는 것의 즐거움 때문이죠. 예술가들은 왜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걸까요? 작품 제작 과정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더불어 관객과의 공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그들에겐 유희 거리인 거에요. 예술은 유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유희성은 수용자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즐거운 것이 다른 이에겐 즐겁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인생 게임’이 다른 사람에게는 ‘대체 이걸 왜 하냐’ 싶은 게임일 수 있는 거예요. 다른 예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고 색종이 여러 장 붙여놓은 것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 <피아니스트>(2002)를 보다 잠드는 사람도 있어요. 이는 ‘내가 어떤 예술을 즐기느냐’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결국, 문화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즐겁게 하는 예술을 즐기기 위해 선택을 하는 것이죠.


이런 유희성 자체가 예술의 맥락으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에 발맞춰 게임도 오락적 요소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고 부장)​ ​​​‘예술의 맥락 안에 게임의 유희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에 관련된 업계의 움직임이 있나요?


양 대리) ​2012년 말,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은 14개의 비디오 게임을 선정, 수집하여 전시하였습니다. 2013년엔 컬렉션 리스트에 7개를 더 추가하였고요, 앞으로 40개까지 수집하는 것이 목표라고도 밝혔습니다. 최초의 콘솔 게임기인 마그나복스 오디세이와 당시 아케이드 게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퐁부터 샌드박스 PC게임으로 현재 1억 2천만이 넘는 누적 판매량을 자랑하는 <마인크래프트>까지 MoMA의 컬렉션 리스트에 올라있죠.

<마그나복스 오디세이>, Ralph Baer. Magnavox Odyssey. 1972.
출처: 넥슨컴퓨터박물관

MoMA는 게임의 시나리오와 규칙, 내러티브 뿐 아니라 디자인의 심미성, 공간 구성, 플레이 시간 등 다양한 부분을 심사하여 컬렉션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심사 과정을 통해 ‘예술적 가치’가 인정된 게임기와 게임을 전시한 것이죠. 역시 뉴욕에 위치한 뮤지엄 오브 더 무빙 이미지(Museum of the Moving Image)와 퀸즈 뮤지엄(Queens Museum),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미술관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또한 비디오 게임을 예술로 인정하여 전시를 진행했고요.


미국 놀이 박물관 스트롱 뮤지엄(The Strong, National Museum of Play)은 비디오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the History of Electronic Games)를 설립하여 아케이드 게임, 게임 하드/소프트웨어를 수집 및 보존하고 있으며 매년 세계 비디오 게임 명예의 전당(World Video Game Hall of Fame)을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습니다. 

2016 세계 게임 명예의 전당 발표식.
출처: http://www.museumofplay.org/press/kits/world-video-game-hall-fame-inductees-2016

이렇게 세계 유수의 박물관/미술관은 이미 게임을 예술 매체로서 인정하고 전시 및 소장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 사원) ​말씀하신 사례만으로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미술, 영화계의 여러 인사가 박물관과 미술관의 게임 전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하나의 예로 MoMA가 비디오 게임을 전시하겠다는 발표 이후 가디언지에는 “미안 MoMa, 비디오 게임은 예술이 아니야(Sorry, MoMA, video games are not art)”라는 제목의 칼럼이 올라왔습니다. 팩맨과 테트리스를 피카소와 반 고흐의 작품 옆에 전시하는 것은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칼럼의 마지막 단락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체스는 훌륭한 게임이지만 세계 최고의 체스 플레이어도 예술가는 아니다. 체스 말을 디자인하는데 예술적 기교가 들어갔을지는 모르나, 체스 게임은 예술이 아니며, 예술을 발생시키지도 못한다. 그저 게임일 뿐. <드워프 포트리스>(작성자 주: MoMA의 게임 전시 컬렉션에 선정된 인디게임)도 마찬가지.”


고 부장)​ ​네, 마지막까지 두 분의 게임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게임이 예술인지 아닌지는 아직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 닫는 글


고 부장)​ ​​사실 예술이라는 것이 뚜렷한 정답이 있는 개념은 아닙니다. 1874년 모네와 드가, 피사로의 작품이 대중에게 공개되었을 때, 프랑스 비평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졸렬한 모방(Travesty)”이라고 평했습니다. 그 작품들은 위대한 예술가들에 대한 모욕이며, 불완전하고 ‘예술이 아닌(not art)’ 것이라고 했죠. 뒤샹의 <샘>은 1917년 뉴욕의 독립미술가협회 전시 출품이 거절된 작품입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작품은 대체 불가능한 위치의 예술 작품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비디오게임은 이제 기껏 50여 년의 역사를 써왔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게임이 대중문화로 인식 된 지는 정말 몇 년 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요. 미국의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지금의 게이머 중 누구도 게임이 예술 매체로 인정받는 것을 볼 만큼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했었죠.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논란거리, 게임은 예술인가 - 예술 매체 혹은 오락 매체로서의 게임에 대한 오늘의 넥컴박썰戰. 게임과 예술에 대한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이동연 교수님의 말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희적 속성이 없다면 예술의 창조적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을까? 게임의 놀이적 특성이 예술적 감각 없이 지속 가능할까? 현시점에서 게임의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게임문화 담론의 균형감과 신선함을 위해 더없이 소중하다.”- 이동연, <뉴미디어 아트와 게임 예술(2013, 유원준, 서울, 커뮤니케이션 북스)> 서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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