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한국 매출 첫 1조원 돌파, 그런데 기부금은 고작
한국 소비자 홀대하는
해외 명품 명품 브랜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코로나 불황 중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반면 이들 브랜드가 한국에 기부한 금액은 자사 제품 1~2개 가격에 그쳐 ‘한국 소비자를 호구로 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불황 중 호황 누린 몇 안 되는 산업군
명품 중의 명품 에르메스의 한국법인(에르메스코리아)은 지난해 한국에서 4190억 9555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6% 오른 것이다. 영업이익도 16% 늘어난 1333억8676만원, 당기순이익은 16% 증가한 985억원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패션브랜드 디올을 운영하는 크리스챤디올코리아(디올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3277억원으로 2019년 대비 75% 가까이 급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5배, 3배 늘었다.
인기 브랜드 루이비통을 운영하는 루이비통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1조 467억원으로 전년보다 33.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배 이상 늘어난 1519억원, 당기순이익은 3배 이상 증가한 703억원에 달했다.
명품 브랜드들이 선방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덕이라는 분석이 있다. 해외 여행이 막히면서 국내에서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증가한 것이다. 우울감을 물건 구매로 해소하려는 보복 소비가 여파도 있다. 이제 인기 제품은 오픈런(백화점 영업이 시작되자 마자 명품을 사기 위해 매장으로 달려가는 행위)없이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K머니 잔뜩 챙기고 가방 1, 2개값 기부…”얌체 경영?”
한국 소비자의 덕을 톡톡히 본 명품 브랜드의 사회 공헌 규모는 초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부터 유한회사도 감사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외부감사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10년 가까이 매출 등 재무 상태를 밝히지 않았던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초라한 기부 실적이 드러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가 지난해 한국에 기부한 금액은 3억530만원에 그쳤다. 기부금이 어디에 흘러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순이익의 90%에 달하는 860억원은 본사에 배당했다. 에르메스는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서는 환경 보호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기여 활동을 전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방역 조치로 문을 열지 못한 모든 에르메스 매장 직원에게는 기본급까지 지급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거의 기부하지 않았다.
디올코리아가 지난해 한국 사회에 낸 기부금은 1080만원에 불과했다. 18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2019년에도 기부금으로 400만원을 배정하는데 그쳤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작년 500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전년도 0원에서 대폭 늘린 것이다. 그러면서 기부는 단 한 푼도 하지 않다. 2011년 루이비통코리아는 2억11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10년 간 매출규모가 2배 늘어나는 동안 기부금은 되레 줄어든 것이다.
◇기부엔 게으른데 가격 인상엔 부지런, 잡힌 물고기 취급 하나
대신 명품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는 열심이다. 루이비통은 올해에만 네 번이나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여배우 김희애가 드라마 속에서 들고 나와 유명세를 탄 ‘카퓌신’ 핸드백 가격은 5~6% 올라 540만~666만원으로 책정됐다. ‘트위스트백’도 사이즈별로 가격을 5~8%씩 올려 417만~482만원의 가격대가 형성됐다.
다른 브랜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디올의 시그니처 가방인 ‘레이디백’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격이 인상돼 현재 미디엄 크기가 670만원에 판매 중이다.
가격을 올려도 명품 매장 앞에 소비자가 붐비니 ‘명품 브랜드들이 품질이나 디자인을 크게 바꾸지도 않으면서 가격을 잇달아 올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장 관계자등은 명품 업체들의 매출 중 상당액이 한국에서 나오는 만큼 한국 사회 기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