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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영, 홍콩 투자사 줄세운 한국 토종 증권맨의 비결

조회수 2021. 4. 20. 08: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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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창업 3~5년차에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온갖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출처: 더비비드
김형민 에이셀테크놀로지 대표.


월마트 주차장 사진을 매일 찍는 상업형 인공위성 스타트업 A. A사는 촬영한 사진을 B 증권사에 판매한다. B사는 마트 주차장 차량 대수를 토대로 마트의 이용자 증감 추이와 실적을 추정, 최종적으로 투자 전략을 수립한다. 위성 사진이 주인 잘 만나 돈 버는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금융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에이셀테크놀로지스’는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과 원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데이터 플랫폼 ‘Aicel(에이셀)’을 운영한다. 2016년 10월 창업해, 2020년 11월 에이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수장 김형민 대표를 만났다.

빅데이터 만드는 사람과
원하는 사람 연결

출처: 에이셀테크놀로지스
기업용 데이터 플랫폼 에이셀.


데이터 공급자는 보유한 데이터를 에이셀을 통해 수익화 할 수 있고, 수요자는 필요한 데이터를 원하는 형식으로 받을 수 있다. 에이셀테크놀로지스는 데이터를 수집, 가공, 유통한 대가로 공급자로부터 수익을 공유 받는다. 


에이셀을 통해 데이터를 구매하는 주요 고객은 국내외 자산운용사나 연기금이다. 데이터를 사서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 모델을 수립할 때 활용한다. 해외 기업 고객이 많다. 총 65개의 고객사 중 해외 고객 비중이 80%에 달한다.

9년차 직장인이 창업한 이유
“일 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

출처: 더비비드
김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로 경력을 쌓은 금융인 출신이다.


김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로 8년 6개월 경력을 쌓은 금융인 출신이다. “중, 고등학생 때 홍콩에서 살았어요. 한인 교회에서 만난 증권맨을 보며 금융인의 꿈을 키웠죠.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증권사에 취업했습니다. 자동차 산업 담당이었죠. 통계와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담당 산업군을 분석했죠.”


직장 생활을 했던 2008~2016년은 격동의 시대였다. 금융 위기가 세계를 휩쓸었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생활 양식이 달라졌다.


그런데 일하는 방식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펀드매니저들은 트렌드에 따라 시시각각 투자 전략을 바꾸는데, 기업 분석 방식은 그대로였어요. 주로 후행 지표인 기업 실적, 공시를 참고했죠.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기가 도처에 깔렸는데 실시간 데이터는 방치된 형국이었죠.”


해외 자사운용사들의 상황은 달랐다.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큰 돈을 투자하는 등 분석 방식을 혁신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국내는 변화를 시도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없었습니다. 제가 변화를 주도해야겠다 결심했죠.”

빅데이터 기업이 성장하는 법
“일단 모으고 보기 좋게 가공해라”

출처: 에이셀테크놀로지스
빅파이낸스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들


금융 데이터를 중개하는 회사를 떠올렸다. 데이터를 중개하려면 데이터가 충분해야 하고, 관련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단계별로 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1. 사업 초창기에 저작권 문제가 없는 공공 데이터를 모조리 수집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사용 실적, 무역, 택배 데이터, 주요 기업 공시 자료 등 등 산업, 경제 전반의 데이터를 끌어모았다. 
  2. 데이터를 가공해 2017년 ‘빅파이낸스’라는 웹 서비스를 구축했다.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 등 해외 금융·자본시장을 대상으로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시장 정보, 기업 재무, 경제 지표 등을 제외한 모든 데이터를 일컫는 ‘대체 데이터’가 주를 이뤘다. 이용자는 자료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3. 빅파이낸스를 발판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파트너사를 섭외, 이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자본시장에 맞게 가공해서 재판매하는 모델로 발전시켰다.
  4. 가진 데이터는 많은데 돈 벌줄 모르는 기관, 기업이 많았다.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을 떠올렸다. 여태까진 데이터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었지만, 전문적인 데이터를 원하는 사람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출처: 에이셀테크놀로지스
에이셀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데이터들. 고객사는 이 자료를 보고 데이터 구매 의뢰를 할 수 있다.


처음 수익 모델은 3번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국내 수요가 없었다. 그 와중에 데이터 공급자들은 하루 빨리 데이터를 수익화 하고 싶다고 압박을 해왔다.  


대안을 찾기 위해 해외 시장을 조사했다. 바다 건너서는 '대체 데이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결국 해외로 눈 돌리기로 결정했다. 해외 고객사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형태로 ‘피봇’(사업전환)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기업용 데이터 플랫폼 에이셀이 탄생했다.

데이터 무역
“수요 조사부터 법률 검토, 고객 관리까지”

출처: 에이셀테크놀로지스
에이셀 솔루션의 진행단계.


파트너사가 데이터만 제공하면 에이셀테크톨로지가 수익화 해준다. 에이셀의 데이터 비즈니스는 다음과 같다. 

  • 수요조사: 파트너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시장이나 기업을 조사한다. 잠재 고객사에 접촉해 그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한다.
  • 데이터 검증: 파트너사의 데이터가 유의미한 지 고객사 대신 검증하는 단계다. 이 데이터로 특정 산업군의 비용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지, 고객사가 매출액을 조정 시 참고할 만한지 등을 파악한다. 
  • 법률 검토: 법적 이슈나 저작권 문제 등을 검증한다. 예컨대 개인정보 활용은 예민한 문제다. 해외 시장의 경우 이 과정이 까다롭다. 주요 고객 국가인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달라 복잡하다. 국내 로펌과 파트너십을 맺어 자문을 구한 뒤 문제될 소지가 있는 대목은 수정한다.
  • 데이터 전송: 클라우드, FTP(파일 전송 서비스) 등 고객사의 데이터 조직이 희망하는 형태로 데이터를 전달한다.
  • 계약 및 고객 응대: 계약서 작성, 계약 갱신 관리 모두 에이셀에서 이뤄진다.
출처: 에이셀테크놀로지스
에이셀의 구성원들.


데이터는 성격에 따라 주나 월 단위로 업데이트 된다. 고객사는 계약 기간인 1년 동안 데이터를 마음껏 열람할 수 있다. 계약 갱신률은 90%에 달한다. 주로 미국, 홍콩, 싱가폴, 영국 등 금융 강국에서 에이셀을 찾는다. 2019년에는 서울대학교 기술지주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로부터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매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속도로 늘고 있다.

회사를 이끄는 사람들?
“무모함을 겸비한 전문가 집단”

출처: 에이셀테크놀로지스
대체 데이터 콘퍼런스 참가 당시의 모습.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라는 게 강점이다. “15명 중 절반이 저 같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출신입니다. 경제, 산업 전반을 분석한 경험을 토대로 파트너사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잠재 고객사를 귀신같이 발굴하죠.”


무모함도 한 몫 했다. “매년 열리는 대체 데이터 콘퍼런스가 있습니다. 데이터 구매자와 벤더가 한데 모이는 행사죠. 당시 80여곳의 대형 자산운용사와 20~30곳의 벤더가 모였는데, 그 중 아시아 기업은 저희 뿐이었습니다. 덕분에 단숨에 주목받았죠. 지난해 참여했을 땐 1000곳의 바이어사와 300곳의 벤더사가 모였습니다. 불과 3년 만에 판이 커졌는데 그때도 한국 기업은 저희가 유일했습니다.”

이 회사의 이유 있는 꿍꿍이
“데이터를 알맞게 손질해
식탁 위에 차려 드릴게요”

출처: 에이셀테크놀로지스
김 대표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식자재 유통업으로 비유했다.


그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식자재 유통업’에 비유했다. “처음부터 흙 묻은 식재료를 식당에 납품하지는 않습니다. 알맞게 손질해서 제공하죠. 요리사는 그 식재료로 훌륭한 한 끼로 만들어내고요.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셀은 기업이 양질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입니다. 데이터 도로망을 까는 셈이죠.”


금융상품도 만들 계획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 관련 보도가 나오면, 이 소식을 1~2초만에 투자 알고리즘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산업은 없으니 저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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