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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대리 2년차가 창업해서 수천만원 날리고 한 뜻밖의 선택

조회수 2021. 4. 12. 22: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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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백자토로 만든 도자기 방향제

SPC에서 5년간 근무 후 창업 

즐비한 중국산 제품 속에서 한국산으로 승부 

코로나19 감염병 여파로 ‘집콕(집에만 있음)’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향기’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월 25일 발표한 ‘유망품목 인공지능(AI) 리포트’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의 실내용 방향제 수출은 전년 대비 86.3% 증가한 4400만달러(약 492억원)를 기록했다. 2015년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일찌감치 아로마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이븐도우 오동율 대표를 만났다.


◇안 해본 알바 없는 열정맨

출처: 오동율 대표
천연 백자토 방향제를 개발한 이븐도우 오동율 대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12년 SPC 그룹에 입사했다. 무역본부, 영업팀을 거쳤다. “5년 동안 대기업 조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해 나가는지, 온라인 유통 구조는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등을 배웠습니다.”


대리 2년차 때 퇴사를 결심했다. “입사했을 때만 해도 열심히 일해서 임원까지 달자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막상 팀장님이나 임원분들의 모습이 제 미래라고 생각하니까 행복할 것 같지 않더라고요. 회사가 그려준 대로 정해진 미래를 사는 느낌이었죠. 저는 불확실하더라도 스스로 미래를 그려나가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퇴사 후 선택한 창업 아이템은 ‘화장품 사업’이었다. 하지만 화장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수천만원의 광고비와 모델료를 감당하지 못해 1년 6개월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국내 최초로 도자기 방향제 개발

출처: 오동율 대표
시향 중인 오동율 대표.

방향제의 단점을 보완할 재료를 찾던 중 ‘도자기’에 주목했다. 도자기는 녹아내리거나 꽁꽁 얼 일이 없다. 향기를 머금고 있는 시간도 석고보다 길다. 재료 그 자체가 베이지 빛을 띠고 있어서 별도로 색을 입힐 필요가 없다. “도자기는 액체형, 석고 방향제보다는 단가가 1.8배 비싸요. 하지만 향기나 디자인 등 여러 측면에서 좋은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품 개발 후 온라인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해당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출시에 성공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도자기 본연의 특성 때문에 제품 개발이 쉽지 않았던 것. 도자기 모양을 내는 것은 물론 사포질로 깔끔하게 마감하는 것까지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도자기를 구워서 향을 주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도자기를 너무 오래 구우면 향을 담는 공간인 ‘기공층’이 사라져요. 향을 오래 담을 수 있는 적정 온도와 시간을 찾기까지 시제품만 수십개는 만들었어요.”


◇제품 출시 후 1년간 고전

출처: 오동율 대표
생귄의 쥬얼리 클립 차량용 방향제.

4~5개월의 시행착오 끝에 도자기 방향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테라코타’라는 도자기를 썼다. 천연 백자토로 빚어 구운 도자기를 말한다. ‘쥬얼리 클립 차량용 방향제’는 생귄의 대표 제품이다. 지름 4㎝ 동그란 모양의 방향제를 24K로 도금한 클립에 넣은 다음 송풍구에 끼워 사용한다. 


“유해 성분 없이 만드는 데 중점을 뒀어요. 은은한 발향이 5~6개월 지속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향기도 직접 개발했어요. 특별한 향보다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향 위주로 만들었습니다. 모링가, 블랙체리, 생귄1024, 생귄1205, 쿨워터, 포레스트 등 6가지인데요. 종류별로 향의 지속성과 강도가 조금씩 달라요.”

출처: 오동율 대표
향 오브제 도자기 방향제. 차랑용과 실내용 모두 사용 가능하다.

자신 있게 제품을 내놨지만 출시 초반 성과는 좋지 못했다. “출시 후 1년 넘게 고전했어요. 아무래도 방향제이다 보니 온라인보단 오프라인에서 향을 맡아보고 사려는 경향이 있어요. 편집숍에 저희 제품을 입점시키려고 알아봤는데, 저희를 받아주는 곳이 100곳 중 5곳도 안 됐어요. ‘멀쩡한 직장 퇴사하고 뭐 하는 짓인가’ 자책도 많이 했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자,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점차 입소문이 났다. "제품에 아무리 좋아도 시장에서 반응을 얻기까진 어느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았죠."


내친김에 다목적용 방향제를 개발했다. 차량은 물론 탁자 위, TV 옆 등 어디에 올려놓아도 미관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향 오브제 도자기 방향제’는 전용 거치대에 세로 6㎝, 가로 3.5㎝ 아치형의 도자기를 끼워 사용한다. “디퓨저보다 크기가 작고, 자칫 병을 넘어뜨려 액체를 흘릴 위험도 없어요. 도자기 특유의 따뜻한 느낌 때문에 인테리어 효과도 있죠.”


현재 온라인몰(https://bit.ly/31mXlGE)에서 한정 공동 구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상 속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 

출처: 오동율 대표
팔로산토로 만든 향.

최근 ‘향(香)’도 내놨다. 스페인어로 신성한 나무(holy wood)를 뜻하는 ‘팔로산토’를 이용해 만들었다. “팔로산토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는 공간과 사물을 정화하고,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향’하면 떠오르는 매캐하고 텁텁한 느낌은 없습니다.”


생귄을 일상 속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다.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뭔가 허전해서 늘 곁에 있어야 맘이 놓이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퇴사 후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창업 전 사업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창업에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창업을 앞두고 유튜브에서 창업 콘텐츠를 찾아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유튜버가 늘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창업을 쉬워 보이게 만드는 경향은 있어요.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거든요. 실제 창업해보면 감당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서 시도 때도 없이 멘털이 흔들립니다. 뭘 하든 단단히 맘 먹고 온 힘을 바칠 각오를 해야 합니다.”


/백승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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