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되면 아파트? 10년 전과 비교해 보니
로또 1등 돼도 집 못사는 시대
로또 1등. 누구나 꿈꾸는 일이지만, 열망이 예전 같지 않다. 1장 당 구입 금액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떨어트린 이후 당첨금은 크게 내려간 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로또 1등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 실태를 알 수 있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로또 1등으로 강남 20평대 아파트도 못사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로또 1등 평균 당첨금(세후 실수령 금액)은 17억원이었다. 2010년 20억원과 비교해 3억원 줄었다. 최근 몇 년 간 수치를 보면 2016년 15억원, 2018년 16억원 등 지난 15억 전후를 오갔다.
이 돈으로 당첨자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부동산 구입이다. 기획재정부와 복권 사업자 동행복권이 지난해 상반기 로또 1등 당첨자 27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주택·부동산을 구입할 것’이란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다. 로또 1등 당첨자들의 버킷리스트 1위는 주택·부동산 구입인 것이다.
10년 정엔 그 꿈을 넉넉히 이룰 수 있었다. 2010년엔 1등 당첨금(20억원)으로 서울 강남권에서도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래미안퍼스티지 26평 2채를 살 수 있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당시 이 아파트 가격은 9억4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살 수 있는 아파트 가치가 계속 떨어졌다. 2016년 말에는 로또 1등 당첨금(평균 15억원)으로 래미안퍼스티지 26평 한 채(당시 시가 13억1000만원) 밖에 사지 못했고, 급기야 작년엔 로또 1등 당첨금으로 래미안퍼스티지 26평을 아예 살 수 없게 됐다. 작년 12월 래미안퍼스티지 26평 가격은 22억5000만원으로, 1등 당첨금에 5억5000만워을 추가로 보태야 구입할 수 있다.
◇압구정 현대는 로또 1등의 5배 넘어
강남 대형 평수 아파트와 비교하면 로또 1등의 가치는 더욱 초라해진다. 서울 최고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아파트 전용면적 245㎡(공급면적 80평형)는 지난 5일 80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 67억원보다 13억원이 오르며 ‘평당 1억원’이 됐다.
같은 날 같은 동네의 ‘현대2차’ 전용 160㎡도 이전보다 11억8000만원 오른 5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4인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98.2㎡가 4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로또 1등 당첨금의 3배에서 5배에 이르는 금액들이다.
로또 1등으론 강남 뿐 아니라 서울 다른 지역에서도 대형 아파트는 사기 어렵다. 6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135㎡ 초과) 평균 매매가격은 22억1106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9억5214만원)보다 2억5892만원 오른 것으로, 로또 1등 당첨금보다 5억원 이상 많다.
◇안찾아간 당첨금 500억 달해
이렇게 복권 당첨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깜빡 잊는 등의 이유로 소액 당첨은 아예 찾지 않는 금액이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11월 기준) 찾아가지 않은 복권 당첨금은 521억원으로 집계됐다. 로또가 567만9025건, 연금복권이 123만7139건이다.
복권 당첨금은 당첨일로부터 1년 내에 찾아가야 한다. 찾아가지 않으면 복권기금에 적립돼 저소득층 지원 등 공익 사업에 쓰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로또의 경우 당첨자의 90%는 3개월 이내에 당첨금을 찾아가는데, 안찾아가는 사례도 꽤 된다”고 설명했다.
미수령 당첨금이 늘어나면서 수령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