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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기술굴기에 실패하자 한국에 튄 불똥

조회수 2021. 4. 5.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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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까지 넘보는 중국

TV·스마트폰에 들어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구동칩을 생산하는 국내 중견 반도체 업체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 자본에 매각된다. 매그나칩은 29일 “미국 본사 주식 전량을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과 관련 유한책임 출자자들에게 매각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거래 규모는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 있는 매그나칩반도체의 시가총액은 1조원(현지시간 29일 기준)을 넘는다. 하이닉스반도체(현재 SK하이닉스)가 2004년 10월 비메모리 사업부를 분리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같은 해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에 인수됐다. 미사업장과 청주, 서울사무소를 두고 디스플레이 사업과 전력 반도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매그나칩의 DDI 반도체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최근 엔터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자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핵심 기술까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굴기 중국의 막대한 투자 금액

출처: 매그나칩반도체
매그나칩반도체가 생산하고 있는 OLED 패널용 DDI.


중국은 반도체·기술 굴기를 내걸고 매년 R&D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일 EU 집행위의 기업 R&D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 세계 2500대 R&D 기업 중 중국 기업은 2014년 301개에서 2019년 536개로 급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80개에서 59개로 21개 줄었다. 세계 R&D 금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9%에서 2019년 3.6%로 줄었다. 중국의 비중은 5.9%에서 13.1%로 늘었다.


2018년만 해도 삼성전자가 R&D에 한해 20조원을 투자하며 아시아 기업 중 가장 투자 금액이 높았다. 전 세계 순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9년 중국의 화웨이가 약 22조원으로 삼성전자(21조원)를 제쳤다. 글로벌 R&D 기업 순위 50위 안에는 알리바바(26위), 텐센트(46)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는 삼성전자 이외에는 LG전자(55위) 뿐이었다.


◇중국 주춤하는 사이 치고 나가는 한국 기업?

출처: 삼성디스플레이


R&D 투자 규모에서 중국에 밀리는 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중국 기업이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기술 격차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9%였다. 전년 대비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게 대부분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 기업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은 창립 4년도 안돼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 HSMC는 7나노(1나노=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이 적용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2017년 설립됐다. 막대한 연봉을 제시해 해외 반도체 인력을 스카우트 하는 등 한국과 대만 경쟁 기업을 위협했다.


하지만 HSMC에는 이렇다 할 반도체 제조 기술이 없었다.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에게 1280억위안(약22조원)을 투자 받는다고 했던 것과 달리 실제 투자 금액은 2.5조원에 불과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페이퍼 컴퍼니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국 반도체 자급 계획의 선봉에 섰던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 업계의 고질적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지난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채무 탕감 없이는 자체 회생이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중국 제재도 반도체 굴기의 기세를 꺾었다. 미국 정부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최근엔 중국산 반도체 수입까지 끊기로 했다.


◇계속되는 중국 반도체 자립의 꿈

출처: BOE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의 플렉시블 OLED. 최근 BOE가 애플 스마트폰의 교체용 디스플레이 공급사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기업이 미국 정부 제재로 발목이 잡힌 사이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은 반사이익을 보는 듯 하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통신사업자와 공급 계약을 잇따라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23일 일본 1위 통신사이자 세계 5대 통신사 NTT도코모와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NTT도코모에 5G 상용망 구축에 필요한 기지국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일 1위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5G 장비를 납품하게 됐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미국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안심하긴 이르다. 중국은 여전히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10년간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공개된 ‘중국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 초안은 7대 중점 기술 중 하나로 반도체를 제시했다.


중국이 삼성·LG전자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핵심 반도체를 설계·생산하는 업체를 인수하는 게 효율적이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갖고 있는 매그나칩은 이전부터 중국 업계에서 1순위 업체로 거론돼 왔다. 향후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뿐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BOE는 하이닉스반도체의 LCD사업부가 분사해 만든 ‘하이디스’를 2017년 인수했다. 3년 만인 2020년 글로벌 액정표시장치(LCD)에서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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