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있네? 중국 드라마인줄 알았던 문제의 장면

조회수 2021. 3. 29. 17: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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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속 중국 PPL 논란
출처: tvN 드라마 '빈센조' 영상 캡처
중국산 비빔밥이 등장하는 tvN 드라마 빈센조의 한 장면


지난 14일 tvN 주말 드라마 ‘빈센조’에서 빈센조(송중기)와 홍차영(전여빈)이 낯선 인스턴트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방영됐다. 제품의 정체는 중국 유명 즉석식품 브랜드 ‘즈하이궈(自嗨锅)’의 비빔밥. 중국 내수용으로 생산돼 우리나라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중국 기업이 한국 드라마의 국제적인 인기를 활용해 자국 제품을 PPL(제품간접광고)로 소개한 것이다.


해당 장면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도 자기네 문화라 주장하는 상황에 굳이 우리 전통 음식인 비빔밥을 중국산 제품으로 내보내야 했냐’, ‘대표적인 한류 스타 송중기가 뜬금없이 중국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이질적이다’ 등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한국에 없는 물건 덜컥 사는 한류 스타, 당신은 순간이동자?

출처: tvN 드라마 '여신강림' 영상 캡처
tvN 드라마 ‘여신강림’에 등장한 중국 브랜드 즈하이궈의 인스턴트 훠궈.


드라마 속 중국 PPL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종영한 차은우, 문가영 주연의 tvN 드라마 ‘여신강림’ 역시 이야기 전개와 어우러지지 않는 중국 PPL로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문제의 장면은 극 중 고등학생인 임주경(문가영)과 강수진(박유나)이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중국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모습이다. 빈센조 비빔밥과 같은 기업 제품이었다. 이 제품 역시 한국 편의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나 겨우 구할 수 있었다. 등장인물들은 “진짜 맛있겠다”며 연신 감탄한 뒤, 해당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출처: tvN 드라마 '여신강림' 영상 캡처
tvN 드라마 ‘여신강림’ 등장인물들이 앉아 있는 버스 정류장에 중국 브랜드 징동의 광고판이 붙어 있다.


이 외에도 중화권 기업의 PPL이 속속 등장했다. 이수호(차은우)와 임주경이 앉아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京東)’의 광고판이 붙어있다. 주인공의 옷이 담긴 상자엔 징둥의 로고가 크게 표시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굴소스로 유명한 홍콩의 글로벌 소스 브랜드 ‘이금기(Lee Kum Ki)’도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다.

출처: MBC 드라마 'W' 영상 캡처
2016년 방송된 MBC 드라마 ‘W’에 등장한 중국과자 포포과
출처: tvN
2018년 방영된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중국 유통업체의 홍보 포스터가 등장한다.


중국 기업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 각국에 수출된다는 점에서 자국 또는 해외 소비자를 노리고 몇 년 전부터 광고 협찬을 해왔다. 한국 드라마에 중국 제품 PPL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인 것으로 보인다. 극 중 인물이 식당을 예약할 때 ‘타오바오’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타오바오는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업체다.


같은 해 같은 방송사에서 방영된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도 타오바오 로고가 새겨진 상자가 등장했다. 2016년 방송된 MBC 드라마 ‘W’에서는 중국과자 포포과가 나온다. 방영 당시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국내 판매처가 거의 없어 소비자들은 해외 구매대행으로 구해야 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년)과 '사랑의 불시착'(2019년)에도 중국 유통업체의 홍보 포스터와 포장박스 등이 등장한 바 있다.


◇중국 자본 무시 힘들어 vs 한국에 대한 해외 인식에 악영향

출처: 글로벌타임스 웨이보 캡처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웨이보에서 한국에서 있었던 ‘중국산 비빔밥 논란’ 소개되고 있다.


제작진들은 국내 시청자들이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건 알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PPL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아무리 시청률이 좋아도 드라마 한 편 당 최악의 경우 3억~4억씩 손해를 본다고 얘기한다. 여기에 주 52시간제가 정착되면서 인건비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촬영·후반작업 기간이 늘면서 제작비는 치솟는 상황이다. 이렇듯 드라마 제작 환경이 갈수록 악화돼 ‘큰 손’인 중국 자본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한국 드라마 광고 진출이 국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점이 아직까진 대세다. 중국 기업이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제작지원비 단가를 높여버리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한국 기업의 광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출처: 라카이 코리아
삼일절을 맞아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한복 차림의 걸그룹 출신 배우 전효성이 등장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 라카이코리아는 삼일절 102주년을 기념하며 우리 역사와 문화인 한복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의 PPL이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거세다. 여신강림 속 중국산 PPL을 둘러싼 한중 시청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 시청자는 “외국인이 보면 중국 드라마라고 오해할까 봐 두렵다”는 반응이 많은 반면 중국 시청자들은 해당 장면을 SNS에 공유하며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빈센조 비빔밥 논란에 대해 “중국어로 적힌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이 자칫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중국음식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이 국내 콘텐츠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드라마 한 편 당 수 억원의 제작비가 드는 상황인만큼 제작비 충당이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커지면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중국 기업이 관여 하는 경우가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이미 웹드라마 시장은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홍보를 위해 제작 단계에서 기업이 관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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