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조차 몰랐다, 말만 믿고 투자한 현실 결과

조회수 2021. 3. 26. 21: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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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벼락거지,
좀 알아보고 투자하셨나요?

너도 나도 주식투자에 뛰어 드는 세상이다. 초등학생도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이해도 없이 투자를 하면서, 피해 보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심각한 금융 문맹 실태를 알아봤다.


◇이자, 예금자보호 개념조차 몰라

출처: 더비비드


최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를 보자. 금감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성인남녀 2400명을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다. ‘100만원을 예금했는데, 이자율이 2%라면 1년 뒤에 얼마를 받나’란 질문의 정답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02만원이다. 그런데 31.6%가 답을 틀렸다. 심지어 나눗셈을 못하는 경우도 5.5%로 나타났다. ‘1000만원을 형제 5명이 나누면 얼마씩 갖나’란 질문의 정답은 200만원인데, 5.5%가 맞히지 못했다.


기본적인 재테크 지식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자보호(은행이 파산해도 원리금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해주는 것) 제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17.8%였다. 펀드 같은 금융투자상품의 원금이 보장된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전체 30.8%로 나타났다.


알고자 해도 어려운 금융용어 때문에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로 외화를 보내는 것’을 뜻하는 ‘당발송금’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용어 순화가 중요한데, 금융당국 조차 별 의지가 없는 상황이다.


금융에 대해 무지하면서 각종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로 큰 피해를 본 사람들 대부분이 해당 펀드의 기본 개념인 ‘사모펀드’나 ‘매출채권’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가입했다고 한다. 라임펀드 피해자 대부분도 그저 ‘안전한데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다’는말만 믿고 해당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령층 금융 문맹 가장 심각

출처: 더비비드


특히 고령층이 문제다. 저축은행 사태(2011년)와 2019년과 2020년 잇따른 사모펀드 원금 손실 사태 때 금융 사고 피해자 3만2000명 중 60세 이상 피해자가 1만4000명(44%)으로 집계됐다. DLF(파생결합펀드·51%)와 옵티머스펀드(54%)에선 60세 이상 피해자 가운데 절반을 넘었다. 우리나라 인구 중 60세 이상이 24%인데 고액 금융사고 피해자 중에선 60세 이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원인은 역시 금융지식에 있다. 금감원의 금융 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금융 이해력 수준은 평균 56.9점에 그쳤다. 우리나라 평균(62.2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4.9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정보에 근거한 금융 투자’ 항목에서 60대 이상은 33점으로 전 연령 평균(64점)의 절반을 갖 넘엇다. 어떤 금융 상품인지 제대로 모른 채 가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층들은 모바일 뱅킹 등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에도 불편을 느끼고 있다. 금융권은 비대면 거래를 강화하면서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옮겨가는 속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노령층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한 설문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한 65세 이상 고령층의 75.1%가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지점 창구를 찾아간다고 답했다.


고령자들은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음성 서비스 이해나 기기 조작이 불편하다’(76.9%), ‘본인 인증이 어렵다’(64.8%),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순서가 복잡하다’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 등 답을 했다.

출처: 더비비드


이렇게 금융 문맹이 심각하면서, 각종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2016~20년)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로 금융회사와 분쟁이 벌어진 투자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37%로 가장 많았다.


금융 문맹은 빈곤으로도 이어진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의 빈곤율은 43.4%로 OECD 평균(14.8%)을 크게 넘어선다.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중을 뜻한다. 한국 노인 10명 중 4명 이상은 소득이 매우 적은 빈곤층인 것인다. 다른 선진국을 보면 미국(23.1%)과 일본(19.6%), 영국(14.9%), 독일(10.2%), 프랑스(4.1%) 등이다. 다른 선진국은 젊을 때 만들어 놓은 금융소득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노후를 보내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교실 금융 교육 전무한 형편

출처: 더비비드


금융문맹을 막으려면 어려서 교육을 잘 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한 언론이 중고생 149명, 중·고교 교사 1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 10명 중 7명은 “은행에서 파는 금융 상품은 전부 원금이 보장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도 펀드 등 원금 손실이 가능한 제품을 파는 데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예금과 적금의 차이를 “모른다”는 학생도 65%였다.


‘금리가 내려가고 있을 때 대출을 받을 때는 고정 금리와 변동 금리 중에 어떤 것이 유리한가’라는 질문에 60%의 학생이 ‘고정 금리가 유리하다'는 틀린 답을 했다. 금리가 내려갈 때는 그에 맞춰 내 대출 이자도 떨어지는 변동 금리가 유리한데,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학교 금융 교육이 매우 부실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2015년부터 은행, 증권사 등의 지점들과 전국 1만1000여개 초·중·고교를 연결시켜 금융 교육을 돕도록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운영이 거의 전무한 현편이다. 또 2012년 금감원이 초·중·고교용 금융 교과서를 만들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정식 교재로 승인까지 받았지만 이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한 곳도 없다.


외국은 다르다. 미국은 50주(州) 가운데 45주에서 금융을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시켰고, 17주는 고교 졸업을 위한 필수 이수 과목으로 채택했다. 영국은 2014년부터 만 11~16세 학생에게 금융 교육을 의무화했고, 캐나다는 2004년 초·중·고교에서 금융 교육을 의무화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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