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 파동, 직격탄 맞은 김치찌개 식당들

조회수 2021. 3. 18. 12: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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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동영상 파문

16일 서울 광화문 한 국숫집. 벽에 걸린 메뉴판에서 원산지를 확인한 직장인 손경수(34)씨는 반찬으로 나온 김치에 손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손 씨는 “중국산 김치는 생각만 해도 토악질이 나온다”며 “국수는 김치가 필수이지만, 나물과 오이지로 대신했다”고 했다.


중국 김치 동영상 파문 이후 우리니라 김치 관련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영상은 거무튀튀한 물에 절여진 배추가 녹슨 포클레인으로 옮겨지고, 알몸의 인부가 배추를 다루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이 알려진 이후 일반 식당은 그나마 반찬 소비가 줄어드는 정도지만, 김치찌개나 김치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오고 있다. 얼마나 심각한지 상황을 알아봤다.


◇중국산 김치 의존하는 식당들

출처: 더비비드
서울 한 식당가


국내 식당들은 대부분 중국산 김치를 쓴다. 국산 김치가 중국산 김치의 적게는 5배, 많게는 7배 이상 가격을 받기 때문이다. 한 동네 식당 사장은 “손님이 많은 대형 식당이 아니면 인건비 등 문제 때문에 김치를 직접 담그는 것은 엄두내기 어렵다”며 “비용 때문에 할 수 없니 중국산 김치를 사서 쓴다”고 했다.


요식업계에 따르면 음식점의 80% 가량이 중국산 김치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수요 때문에 김치 수입액은 매년 늘고 있다. 작년의 경우 1억5242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김치찌개, 김치찜, 김치만두 등 김치 요리 전문점 중에도 중국산 김치를 쓰는 경우가 많다. 서울 중랑구에서 중국산 김치를 재료로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하는 이성민 씨는 “하루 30 테이블 정도 손님이 들었는데 요즘은 5 테이블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씨는 “원가 상승을 감수하고 한국산 김치로 바꾸고 싶지만, 이미 사놓은 물량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기존 재고를 소진해 가고 있다”며 “지금은 손님들에게 우리 김치는 괜찮다고 얘기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출처: 더비비드
중국산 김치


정부도 식당들의 어려움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산 김치 공포증이 확산되자 정부는 영상에 나온 김치의 한국 수입 여부를 직접 알아봤다. 그 결과 수출용이 아니란 게 확인됐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영상 속 김치가 수출용이 아니란 사실을 주중 한국대사관에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주부 엄자윤 씨는 “그간 밖에서 먹었던 김치를 생각하면 구역질이 날 지경”이라며 “외식을 가면 김치는 물론 다른 반찬도 중국산으로 표시된 것은 손도 대지 않는다”고 했다.


◇외국에선 승승장구 한국 김치

출처: 더비비드
국산 김치


김치는 중국산 파문 이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상황이었다. 작년 우리나라 김치 수출액은 1년 전 보다 37.6% 급증한 1억445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에서 김치 등의 우리나라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치가 가장 많이 수출되는 나라는 일본이었다. 작년 1~10월 일본 김치 수출액은 5948만달러(약 646억원)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 늘었다. 전체 김치 수출액의 거의 절반에 가깝다. 이어 미국(56.3%), 홍콩(50.4%), 호주(64.7%), 싱가포르(85.4%)등이 전년도 대비 김치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한국 김치의 위상이 올라가는데, 정작 종주국인 한국에선 중국산 때문에 김치가 위기를 겪는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영향

출처: 이마트
우리나라 김치


중국산 김치 파문은 중국의 김치 종주국 거짓 주장까지 맞물리면서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불똥은 국내 기업으로도 튀고 있다. CJ제일제당(비비고), 대상(종가집·청정원), 풀무원 등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김치와 김치가 들어간 만두·찌개 등을 판매하면서, 김치를 중국식 절임 채소를 뜻하는 파오차이로 표기해 판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선 국내 대기업들의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식품안전국가표준상 김치 등 제품을 파오차이로 표기해야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 감정이 격앙돼 있어 업체들의 소명은 통하지 않고 있다.


식품 업계에선 김치 소비 자체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요식업협회 회원은 “중국산 김치를 넘어 김치 자체에 대한 혐오감이 생기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며 “코로나 덕에 김치에 대한 세계 위상이 올라갔는데 악재가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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