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평점 1위 생리대를 만든 한국 청년 뜻밖의 전직

조회수 2021. 3. 19. 14: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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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동아리 친구들과 '허니버터칩' 포장 제작

일센티플러스 디렉터 이사로 합류

성분 내세운 단순한 포장으로 작년 33만개 판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모습이면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소비자 마음을 진정으로 이끌 수 있는 디자인과 스토리가 중요하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허니버터칩 포장을 디자인 하고, 지금은 위생용품업체 일센티플러스에서 브랜드 디렉터를 하고 있는 김윤아(33) 이사를 만나 브랜딩 성공 비결을 들었다.


◇생리대 그림 빼고 성분을 내세운 생리대 포장

출처: 더비비드
김윤아 일센티플러스 이사


그 어떤 제품보다 성분이 중요하지만, 자주 발암물질 논란 같은 파동이 일어난다. 그래서 생리대를 살 때 제품 성분을 자세히 보는 여성이 많다.


김윤아 이사는 ‘르프레시 생리대’를 만들면서 성분을 전면에 내세우는 포장을 했다. “생리대 포장에 굳이 생리대를 그려 넣지 않아도 누구나 생리대란 걸 압니다. ‘이거 생리대 맞아’라고 꼭 강조할 필요는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생리대 그림을 빼고 포장 전면에 성분을 자세하게 표기했습니다.


유기농 순면 커버 제품이니 맘놓고 구매하란 의미를 담았습니다. 굳이 거창한 문구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담백하게 성분을 표시해서 ‘성분에 얼마나 자신 있으면 이렇게 성분 표시로 포장했을까’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그림은 순면을 강조하기 위해 목화를 그려 넣고요. 안전성 인증, 식약처 고지 내용 등도 그래픽으로 함께 담았습니다.”


포장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르프레시 생리대는 2017년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총 33만개 이상이 팔렸다. 그덕에 일센티플러스는 작년 온라인몰 등에서 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독일, 영국 등 6개국 인증을 국내 처음으로 통과하고 아마존 등을 통해 수출을 하고 있다. 아마존 평점 4.6으로 팔리는 생리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허니버터칩, 돼지바, 노브랜드 브랜딩 작업

출처: 일센티플러스
성분 표시와 목화 그림의 르프레시 생리대 포장


김윤아 이사는 창업 경험이 있다. 숙명여대 시각디자인과를 나와, 교내 디자인 동아리 친구 4명과 함께 2011년 디자인 회사 ‘브랜드 호텔’을 만들었다. “대기업에서 포장 등의 디자인 외주를 받아 만드는 회사였어요. 돼지바, 파스퇴르 우유 등 30여 종의 상품 패키지 디자인을 만들었죠. 국립민속박물관, 이마트 노브랜드 등 로고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디자인 의뢰가 많이 오면서 사업이 커졌고 매출과 직원 수도 꽤 됐습니다.”


최대 히트작은 ‘허니버터칩’이다. “의뢰가 올 때는 보통 제품 콘셉트가 정해져 있고, 디자인 업체는 이미지화 작업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허니버터칩은 제품명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뢰가 와서 기획 업무까지 했습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회사측과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허니버터칩이란 이름을 짓고 포장 디자인도 했죠. 허니버터칩이 히트를 치면서 크라운, 오리온, 빙그레 등 제과업계에서 의뢰가 많이 왔습니다.”


다만 각각 다른 회사의 다른 제품을 케이스별로 작업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하나의 브랜드 아래에서 연관된 제품을 유기적으로 브랜딩하면서, 개별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성장시키는 일을 하고 싶었다. “마침 김지호 일센티플러스 대표의 영입 제한이 있었어요. 과거 협업할 때 의사소통이 잘 됐던 분이셨죠.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하던 회사는 동료들에게 맡기고 일센티플러스에 합류했습니다.”


◇무(無)디자인으로 안전성 강조

출처: 일센티플러스
김윤아 일센티플러스 이사


일센티플러스는 생리대 외에 기저귀, 샤워필터, 물티슈 등 다양한 위생용품을 만든다. “제품 각자의 속성과 방향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브랜딩과 포장을 해야 했어요. 합류하고 보니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전’이었고 맞는 콘셉트로 포장과 브랜딩을 했습니다.”


생리대의 경우 유해물질인 염소와 형광증백제로 표백하지 않고, 유기농 생리대에만 쓰는 과산화수소로 표백을 한 것 등이 특징이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포장에서 생리대 그림을 빼고, 성분 표시를 크게 하고 목화를 그려넣었다. 복잡한 디자인이나 로고보다는 생리대의 본질에 집중한 것이다. 화려한 허니버터칩 포장과는 반대 느낌이다.


생리대 낱개 포장지까지 신경썼다. “다른 회사 생리대 낱개 포장지를 보면 다양한 인쇄, 코팅이 돼 있는데요. 톨루엔 같은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톨루엔은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흡수량과 노출정도에 따라 생리통과 생리주기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죠. 저희는 포장에서 로고를 한 번 더 보여주기 보다, 아무런 디자인을 하지 않아 인쇄와 비닐 코팅을 최소화했어요. 이 디자인은 환경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예쁜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높은 인지도를 쌓을 수 있지만, 과하면 환경적으로 좋지 않죠. 이보다는 무(無)디자인이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가치가 있습니다.”


◇브랜딩 전문가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의사소통능력

출처: 일센티플러스 ​
아무 무늬가 없는 르프레시 생리대 낱개 포장지


엄마가 딸에게 제품을 추천해줬다는 리뷰글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 “제일 좋았던 피드백이 엄마가 써보고 딸에게 추천했다는 후기였어요. 여자는 엄마를 통해 처음 생리를 배우고 생리대를 추천 받아요. 그 추천 제품이 됐다는 소감에 정말 기뻤습니다.”


-브랜딩 전문가가 꼭 갖춰야 할 능력이 있다면요.


“클라이언트나 제품 개발자와의 의사소통능력이요. 패키지 디자인은 단순히 이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클라이언트나 개발자와 원할한 의사 소통을 통해 제품의 본질을 잘 담아 소비자 마음을 울려야 하죠. 같은 블루라도 내가 생각하는 블루와 고객이 요청하는 블루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의사소통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만족할 만한 상품과 디자인이 나옵니다. 꾸준히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 원하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출처: 일센티플러스
김윤아 이사가 직원들과 회의하는 모습


-창업 경험이 지금 일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나요.


“일하다 보면 업무에 대한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창업해 본 경험이 있어서 모든 일을 직원이 아닌 대표 입장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같은 포장 디자인을 하더라도 단순히 디자인적인 요소만 보는 게 아니라 기획, 판매, 영업도 함께 고려하면서 디자인하는 거죠. 고객과 작업할 때도 무엇을 원하는지 꼭 듣고, 고객이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으면 그 피드백을 바로 수용하려고 노력합니다. 각종 의사소통에도 창업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일단 회사 입장에선 제품 라인업 확대가 당면한 과제입니다. 하반기에 세제와 여성 청결제를 새로 내놓을 계획이죠. 생활용품 카테고리를 확장해 올해 전체 매출을 200억원까지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생활용품 플랫폼인 일센티플러스를 확대해 그 플랫폼 안에서 우리 상품을 주기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랜도 있습니다. 브랜딩 전문가로선 유해물질을 최대한 줄이고 친환경적인 포장을 계속 해나가 우리 회사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로 자리잡게 하고 싶습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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