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명 뽑는데 11명 지원, 답이 안보인다

조회수 2021. 3. 16. 16: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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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현실화

‘수능 미응시자도 지원 가능, 합격률 100% 보장’ 

‘첫 학기 등록금 전액 지원, 에어팟 프로 3세대 제공’

‘기숙사 100% 보장’


2021학년도 신입생 미달로 추가 모집 공고를 낸 지방대들이 신입생을 유혹하기 위해 내놓은 혜택들이다. 학령 인구 부족으로 원서만 내면 무조건 합격하는 지방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대학 신입생 미달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다.


수능 지원자가 49만3000여명으로 역대 최저였던 2021학년도 입시의 경우, 추가모집 규모가 급증해 미달 대학이 많게는 6차, 7차까지 추가모집에 나섰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미달 인원이 1만명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방대 정원 미달 속출, 폐교 가속화

출처: 더비비드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각 대학 추가 모집을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마지막 추가 모집 지원 현황을 공개한 92개 대학 평균 경쟁률은 0.17대1에 불과했다. 1만1879명을 추가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1983명에 그쳤다.


지방 거점 국립대 가운데 일부 캠퍼스에 대규모 미달이 잇따랐다. 강원대 삼척캠퍼스의 경우 경쟁률이 0.5대1이었고 경상대 통영캠퍼스는 0.6대1, 전남대 여수캠퍼스는 0.60대1이었다. 지방대를 중심으로 신입생 충원율이 50% 미만이 대학들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추가모집 인원이 100명 이상인 대학 중 대구대(730명)는 11명, 상지대(663명) 9명, 부산외국어대(333명) 35명, 서원대(145명) 5명이 각각 지원하는 데 그쳐 미달 사태를 빚었다.


‘신입생 미달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대학들이 연달아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문을 닫은 대학은 18곳이다. 지난해 동부산대에 이어 지난달엔 군산 서해대가 강제 폐교됐다. 서해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2019년 17.5%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는 재정난으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면서 충원율 0%를 기록했다.


학생과 교수들이 떠나고 폐허가 된 학교는 ‘담력 테스트의 장’으로 변한지 오래다. 유튜버들이 폐교를 방문해 얼마나 으스스한 분위기인지를 살펴보는 ‘폐교 콘텐츠’가 인기를 얻을 정도다.


◇예상보다 빠른 학령 인구 감소

출처: KBSNews '폐교 대학 캠퍼스 방치…‘흉물’로 전락' 영상 캡처
방치되고 있는 폐교 대학


입시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를 경쟁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고3 학생 수는 총 43만7950명으로 2019년 50만1615명 대비 6만3000여명 줄었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지방대 미등록 인원이 전년보다 1만명 이상 증가한 3만2330명까지 늘어났고, 이 인원이 정시모집으로 넘어가면서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행정안전부가 1월 3일 발표한 2020년 우리나라 주민등록인 자료를 보면 2019년보다 2만838명 줄어든 5182만9023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출생아는 역대 최저치인 27만5815명으로 30만명 선이 붕괴되며 2019년보다 10.7%나 줄었다.


반면 사망자는 30만7764명으로 2019년 대비 3.1% 늘었다. 통계청이 1970년 공식적으로 출생 통계를 작성한 이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른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으로 1년 전보다 인구가 약 2만명 줄었다. 저출산 쇼크로 인한 ‘인구 절벽'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는 속도다. 행안부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017년 처음으로 40만명 선이 무너진 데 이어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30만명 선마저 붕괴됐다. 이는 전문가들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통계청은 4년여 전인 2016년 12월 2029년부터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9년이나 앞당겨 시작된 것이다. 통계청은 당시 2065년 출생아 수를 26만명으로 예측했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지난해 27만명 선까지 내려왔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2017년 처음으로 30만명대로 떨어지더니 3년 만인 지난해 2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1990년 출생자 수(65만명)와 비교해 30년 만에 58% 줄어든 것이다.


이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지난 2018년(3746만명)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중이다. 2015년 기준 전체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율(73.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이대로라면 2067년에는 최하위로 추락한다. 생산할 사람이 줄면 국내총생산(GDP)은 쪼그라들고 경제 성장의 맥박은 느려진다. 세금 낼 사람이 줄면 세금으로 충당하는 경제정책과 현행 복지 시스템도 지속이 불가능해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교육 격차 커져

출처: 더비비드
대부분의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강의까지 연장되면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교육여건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학알리미’에는 ‘학생 1인당 교육비’가 공시된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대학이 재학생을 위해 지출하는 장학금과 도서구입비, 실험실습비 등을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각 대학의 교육투자 수준을,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사립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은 1521만4915원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인 서울과 인천에 있는 사립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은 각각 1787만5128원, 1653만8543원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다만 경기 지역은 대학별로 학생 1인당 교육비가 가장 적은 곳(칼빈대 727만2036원)과 가장 많은 곳(수원가톨릭대 3943만9280원) 간 편차가 커 전국 평균보다 낮은 1449만8097원으로 나타났다.


세종, 울산, 경북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충남 1440만9087원, 강원 1375만7355원, 대구 1362만616원, 전북 1273만9887원 등이었다. 


지방대가 학생 1인당 교육비 규모에서 수도권에 뒤지는 배경에는 재정문제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사립대학 재정 운용 실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방에 있는 일반대학의 결손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대학’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대학의 결손액 규모를 권역별로 살펴보면 충청권이 35억원으로 제일 높았다. 그 다음으로 호남·제주권 28억원, 대구·경북·강원권 25억원, 부산·울산·경남권 21억원 순이었다. 수도권은 8억원으로 다른 권역에 비해 결손액 규모가 현저히 작았다.


지방대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립대 수입구조가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반값등록금 정책이 시행되면서 대학 등록금은 10여년째 동결되고 있지만, 4년제 대학의 등록금 수입 의존도(2018년 기준)는 56.8%로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사립대학 재정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학령 인구 감소와 함께 대학등록금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업료가 2012년 이후 동결 및 인하되고 있고 2023년까지 단계적 폐지가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대학 재정난이 지속적으로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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