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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삼성맨→안정적 교수직→환갑에 택한 뜻밖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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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퇴직 후 교수 재직 중 후배 제안으로 합류

20~30대에도 흔해지는 백내장 

시력 보호·노안 교정 위한 제품 개발


PC, 스마트폰 등 디스플레이를 보는 시간이 점점 늘면서 백내장, 황반변성 등 안구 관련 질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펴낸 ‘2019년 주요 수술 통계연보’를 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해 가장 많이 받은 수술은 ‘백내장 수술’이었다. 백내장 수술 횟수는 68만9919건으로 2위를 차지한 척추(18만건) 수술 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백내장 등 눈 관련 질환은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엔 20~30대 사이에서도 흔하게 발병되고 있다.


시력 보호 제품을 만드는 픽셀로의 박기수 전무. 눈 건강 관리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고 안정적인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박 전무를 만났다.


◇세계에 없는 기술 만들어내던 삼성맨

박기수 전무

출처더비비드

픽셀로는 시력 보호·보조 제품을 만든다. 유해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  노안 교정 필름 등을 개발했다. 병원에 가지 않고 시력을 측정하고 노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앱 ‘내눈(NENOONS)’도 이곳에서 만들었다. 박 전무는 광학 전문가로서 픽셀로의 제품 개발 선봉장을 맡고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박 전무는 19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2년 간 빛의 특성을 연구하는 광학 연구개발자로 살았다. 2002년 서울과 대전 사이에 깔린 광케이블에 박 전무가 개발한 광통신 모듈이 쓰였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광신호를 받아들이는 모듈이었어요. 세계 1위 업체가 이 모듈 생산량을 전부 구매하겠다고 했죠.”


대낮의 밝은 회의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던 데이터 프로젝터(SP-D400)를 개발한 사람도 박 전무다. “단종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인터넷에서 중고로 팔리고 있더군요. 당시 개발 실장이었던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품 시연 현장에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안정적인 교수 자리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으로 

코로나 사태 전 함께 나들이를 간 픽셀로 직원들 모습

출처픽셀로

퇴직 후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학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삼성전자 광통신사업부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픽셀로 강석명 대표였다. 픽셀로는 노안 교정 필름을 만드는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씨랩(C-Lab)으로 시작해 이제 막 스핀오프(분사)한 상태였다. 강 대표는 박 전무에게 픽셀로에 합류해 기술 개발을 함께할 것을 부탁했다. “삼성에 있을 때부터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워낙 재밌었어요. 학교에서 여생을 보내나 싶었는데 강 대표 제안을 듣고 가슴이 뛰더군요. 합류하기로 했죠.”


광학 기술 분야에서는 베테랑이었지만 기술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괴리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이었다. “기술 개발에서 자금력은 필수예요.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고 실패도 하면서 기술을 다듬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삼성 같은 대기업은 개발비가 충분하죠. 또 개발에 성공하면 대량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품 업체들이 협조를 잘해줍니다. 하지만 아직 가능성만 있을 뿐 실력이 증명되지 않은 스타트업에겐 그렇게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지 않아요. 거래처 입장에선 위험성이 높다보니 부품 단가를 비싸게 부르더군요.”


◇색감·화질 살리면서 블루라이트 완벽 차단 

픽셀로의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
출처픽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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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실력을 증명해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박 전무가 픽셀로에서 개발한 제품은 ‘유해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 블루라이트는 380~400나노미터(㎚) 사이의 파장에 존재하는 파란색 계열의 빛이다. “블루라이트와 유사한 빛이 ‘자외선’입니다. 우리가 자외선 때문에 해를 직접 보면 안된다고 하잖아요. 블루라이트도 똑같아요. 눈에 들어와서 좋을 게 없죠.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TV 등 전자기기 디스플레이에서 많이 방출되죠.”


박 전무는 개발 과정에서 기존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가 지닌 단점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블루라이트는 말 그래도 파란빛이라 이걸 차단하면 화면이 노랗게 보여요. 화면 본연의 색감을 잃는 거죠.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시각적으로 민감한 분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저희는 유해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면서도 디스플레이 화면의 색깔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픽셀로의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박 전무

출처더비비드

우여곡절 끝에 블루라이트 98.7%, 자외선은 99% 차단하면서도 화면의 실제 색감을 살리는 필터와 스마트폰 필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기관인 SGS에서 인증도 받았다. SGS 인증을 받았다는 건 중금속 등의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제품임을 뜻한다.   


디스플레이 크기 별로 여러 사이즈를 개발하고, 상품성에도 신경을 썼다. "거치형 방식을 써서 모니터 상단에 걸어주기만 하면 돼요. 메모를 자주 활용하는 분들을 위해 모니터보다 큰 사이즈의 거치형 필터도 만들었어요. 필터의 남는 부분을 메모 보드로 활용할 수 있죠.” 온라인몰 출시 후 직장인, 게이머 등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노안 보정 효과 있는 스마트폰 필름 개발

노안 교정 필름 '비비드 필름'

출처픽셀로

요즘은 픽셀로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시력 보정용 필름 ‘비비드 필름에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몰에서 2020년 12월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시절 샘플에 그쳤던 제품을 상용화한 것이다. 스마트폰에 비비드 필름을 붙이면 흐릇하던 글자가 선명하게 보여요. 노안 교정 목적 뿐 아니라 장시간 화면을 봐야 하는 분들을 위해 개발했죠.”


종합 눈 관리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안과 질환은 예방이 중요한만큼, 픽셀로는 평소에도 눈 관리를 할 수 있는 앱 ‘내눈’을 개발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눈 건강 관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실제 앱으로 노안 여부를 자가 진단할 수 있구요. 눈 운동도 할 수 있어요. 가장 가까이 있는 안경원을 소개받을 수도 있죠.” 


◇환갑에 스타트업 합류한 인생 선배가 후배들에게  

출처더비비드

박 전무가 스타트업에 합류했을 때 그는 환갑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예비 창업가를 비롯한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벤처 붐이 일었어요.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10명 중 8명은 경찰에 잡혀갔어요. 투자자들이 ‘실패’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물었거든요. 지금은 달라요. 창업에 대한 초기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실패한다고 ‘네 잘못이야’라고 몰아붙이는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죠. 다만 ‘내 기술이면 먹히겠지’라는 독단은 위험합니다. 기술을 다방면으로 평가 받아보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한 후에 창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구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무리해서 회사 규모를 키우려 하기보다 큰 회사에 매각해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창업 후 세 가지 루트가 있어요. 인수합병(M&A), 일반 기업으로 성장, 폐업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죠. 지금껏 일반 기업으로 성장하는 플랜만 고집하는 창업가들을 많이 봐왔는데 M&A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기술을 시장에 내놓고 어필하는 데 보통 2~3년이 걸리는데요. 이 기간에 엑시트 플랜(출구 전략)을 세워두는 것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백승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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