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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만 5000만원' 그런데 불만, 이유가 뭘까

조회수 2021. 2. 26. 13: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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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대기업 성과급 논란

봄이 다 되도록 작년 경영 성과에 따른 대기업 직원들의 성과급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작년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실적 선방을 한 기업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반발인데, 관련한 논란을 정리했다.


◇SK하이닉스도, 삼성도 불만

출처: 더비비드
SK 본사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SK하이닉스였다. 회사 측이 작년 성과급으로 연봉의 20%를 지급하겠다고 지난달 말 결정해 직원들에게 통보하자, 실적이 크게 좋아졌는데도 성과급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는 불만이 거세게 나왔다. 그러자 최태원 SK 회장이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자신의 연봉 30억원을 반납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성과급 산정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불만은 정작 삼성에서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별로 성과급을 다르게 지급한다. 연초 결정된 지급 기준을 보면 반도체 부문은 연봉의 47%를 지급했다. 연봉 1억원이면 5000만원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불만이 나온 것은 3%포인트 차이였다. TV를 만드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부문은 50%를 지급한 것이다. 그러자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의 절반 넘게 반도체가 벌었는데, 성과급은 적다”는 불만이 나왔다.

출처: 더비비드
삼성 본사


이후 삼성그룹 계열 8개 노조는 삼성그룹 측에 불투명한 성과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놨다. 삼성 노조연대 측은 “삼성 노동자들은 명확한 근거도 모른 채 임금에 대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경영진에 분노하고 있다”며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해 강력하게 노조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1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큰 격차의 LG전자

출처: LG
LG 쌍둥이 빌딩


불만은 LG전자 직원들 사이에서 최고조가 됐다. 초과 실적을 달성한 사업부와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의 성과급 규모가 극명하게 갈린 게 이유였다. LG전자는 작년 실적이 좋았던 냉장고·식기세척기·세탁기·건조기·스타일러 사업부는 기본급의 750%, 에어컨 사업부는 600%를 지급했다. 연봉 8000만원이면 대락 3000만원 정도다.


반면 TV 사업부는 200%, 사업 철수까지 검토 중인 모바일 사업본부 직원들은 정액 100만원에 그쳤다. 그러자 성과급을 적게 받게 된 직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노력에 대한 아무런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작년 매출 63조2620억원, 영업이익 3조195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해, 직원들의 기대가 컸던 반면 제대로 충족되지 못해 불만이 컸다”고 전했다.


이후 불똥은 우리나라 포털 양대 산맥 네이버와 카카오로 번졌다. 불만은 비슷하다. 작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는데 성과급이 예년과 비슷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네이버 노조는 임직원을 상대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전체 메일을 발송했다.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인사 책임자가 직접 답하는 자리를 마련하기까지 했다. 이어 카카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고연봉의 쾌재, 게임업계

출처: 넥슨
넥슨 사옥


정반대 업권도 있다. 게임사 직원들은 고연봉의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른바 ‘3N’으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3사에선 최근 파격적인 연봉 인상 바람이 일고 있다. 작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사업 호황과 신작 효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42%씩 성장한 덕이다.


여기에 게임사들은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대대적인 ‘인재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게 연봉을 더욱 밀어 올리고 있다.


넥슨은 지난 1일 사내 공지를 통해 “본사 및 8개 자회사의 임직원 3000여명의 연봉을 800만원씩 일괄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 초임 연봉은 개발 직군 5000만원, 비개발 직군 4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출처: 더비비드


그러자 10일 넷마블도 정확하게 같은 금액의 연봉 인상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한 술 더 떴다. 3월부터 기존 식대 지원금 10만원에 추가로 한 달에 1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네가 하면 나는 좀 더 한다’는 연봉 인상 경쟁이다.


매년 3~4월 신규 연봉안을 책정하는 엔씨소프트도 올해엔 대규모 임금 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회사 안팎에선 넥슨과 넷마블을 뛰어 넘는 인상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게임 업체들이 이렇게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리는 것은 유능한 개발 인력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업계는 워낙 이직이 자유로워 연봉 차이가 생기면 곧바로 인재가 유출되기 때문에 키 맞추기를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도 저도 아냐, 애매한 은행권

출처: KB
KB 본사


대놓고 좋아하지도 반발하지도 못하는 업권도 있다. 작년 국내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중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3개 지주사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대출 이자 수입이 크게 증가한 덕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준 성과급은 2019년과 비슷했다. 기본급의 180~200% 수준이다. 연봉의 20~40%를 성과급으로 받게 된 반도체 업계와 비교하면 결코 많은 수준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일반 기업처럼 반발하지 못한 것은 은행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은행들은 ‘서민들의 돈으로 이자 놀음을 한다’는 비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작년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대출 증대가 이익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간 여론과 정치권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한 은행권 노조 관계자는 “괜히 요즘 분위기에 편승했다가 정부에서 다른 규제를 당할 가능성이 있어 대놓고 센 요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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