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찾아가 '나랑 사업합시다' 서울대생, 20년 후 뜻밖의 모습

조회수 2021. 3. 3. 18: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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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번호 주문 시스템으로 첫 사업 성공

보존제 없이 식품 6개월 이상 실온 보관 기술 개발

해동·조리 없이 바로 뜯어 먹을 수 있는 닭가슴살로 1000억대 연매출


식품은 불량의 위험이 있고 투자비가 많이 들어 스타트업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기존 업체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온’에서 고기와 생선을 보관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을 개발해 식품 기업 창업에 성공한 ‘아침’의 문정주 대표를 만났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1000억원 대 매출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무작정 KT 부회장 찾아가 내민 사업계획서

출처: 아침
문정주 대표


아침의 제품은 모두 6개월 이상 ‘실온’ 보관이 가능하다. 달걀, 닭가슴살, 고구마, 연어 등 종류가 다양하다. 소금에 저려 말리거나 통조림 포장한 게 아니다. ‘막 조리한 그대로’ 실온 보관한다. 아무 때나 포장을 뜯어 먹어도, 제품 원래의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갖고 다니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나 점심 대용으로 간편식을 찾는 사람 등으로부터 온라인몰(http://bit.ly/2ZpJ7Us)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각종 첨가제를 쓰지 않고도, 포장부터 한 뒤 고온 고압으로 식품을 찐 게 비결입니다. 특허 받은 기술이죠.”


아침의 문정주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졸업 후 바로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남의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내 생각대로 사업을 펼치는 게 적성에 맞았습니다.”


대표번호 주문 시스템 아이디어를 냈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자동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점포로 연결되는 시스템이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엔 없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한국서비스통신’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세웠다.

출처: 아침
닭가슴살, 닭가슴살 소시지, 연어 등 아침의 '바로 먹는' 시리즈는 포장만 뜯어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


전화 회선 시스템이 필요한 일이라, KT의 협조가 있어야 했다. 당돌하게 KT부회장을 찾아가 사업계획서를 내밀었다. 부회장은 그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생각이 그대로 현실화된 겁니다. 당시 제 기준으론 큰 성공이었죠.”


◇아프리카까지 달려가 실온 보관 기술 연구


30대가 되자 식품에 꽂혔다. “사람과 뗄려야 뗄 수 없는 분야니까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거죠.” 한국서비스통신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식품 아이템을 찾기 위해 15개 나라를 돌아다녔다. 수산물이 가장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건해삼, 전복 등을 수입해 유통하는 일을 시작했다. “중식당들 보면 건어물을 불려서 요리에 씁니다. 불리는 과정이 번거롭죠. 건어물을 들여와 물에 불려 팔았습니다. 편하다고 많은 중식당에서 주문이 들어왔죠. 곧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출처: 아침
공장을 둘러보는 문정주 대표


유통 말고 내 제품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실온 보관’ 기술에 도전하기로 했다. “식품은 흔한 사업이에요. 성공하려면 조금이라도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하죠. 보관 기술에서 차별성를 내기로 했습니다. 보통 닭가슴살이나 계란은 냉동이나 냉장 상태로 유통되잖아요. 사면 바로 먹거나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해야 하죠. 갖고 다니며 언제든 먹을 수 있도록 실온 보관 제품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집중 연구에 들어갔다. 식품 기술엔 문외한인지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 갔다. “실온 보관 기술의 핵심은 고온고압을 통한 살균입니다. 조리하지 않은 식품을 포장한 뒤 고온고압으로 살균해야 장기간 실온 보관이 가능하죠. 문제는 고온고압이 식품의 색소 분자를 깨트린다는 것입니다. 식품 고유의 향도 죽여버리죠. 한 마디로 보기 싫고 맛없어 지는 겁니다.”


어떻게 색과 향을 살릴까 고민했다. 아프리카 개똥벌레 분비물은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고유 향을 유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로코까지 달려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AI사태로 1년 간 회사 문닫는 위기

출처: 아침
아침의 공장 내부 모습


다양하게 모은 아이디어를 힌트 삼아 2015년 실온 보관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고압으로 식품 원재료가 갖고 있는 자체 수분을 증기화해서 쪄내는 기술이다. “보존제나 첨가제는 전혀 쓰지 않고 실온 보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개발에 들어간지 4년만이었죠. 기술 개발 후 바로 특허를 출원하고 지금의 회사를 세웠습니다.”


-실온 보관 기술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크게 3가지 과정입니다. 우선 식품의 수분을 조절하는 전처리 과정입니다. 다음으로 포장입니다. 흔히 쓰는 비닐은 시간이 지나면 물이나 기름이 샙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세한 구멍이 있기 때문이죠. 저희는 자체 개발한 특수 필름포장지를 씁니다. 투명하지만 빛과 산소까지 차단하죠. 이 특수 필름포장지를 4겹으로 겹친 뒤 생식품을 넣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상태에서 고온고압으로 식품을 익히면서 살균까지 합니다. 그래서 데우는 등 조리 없이도 언제든 뜯어 바로 취식할 수 있습니다.”

출처: 아침
공장을 둘러보는 문정주 대표


첫 제품으로 찐 달걀 ‘아침란’을 내놨다. 잘 팔렸고, 실온 보관에 관심있는 식품 대기업들부터 협력 제안도 들어왔다. 그때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가 터졌다. 달걀 한 개 가격이 400원 가까이 치솟았다. 달걀 판매는 중지됐고 대기업과의 협력도 취소됐다. “결국 1년 간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해동없이 바로 포장 뜯어 먹는 닭가슴살·연어 히트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특정 제품 하나로 승부를 봤다간 위험하겠다는 걸 깨달은 계기가 됐거든요. 제품 다양화만 살 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가 연구를 거쳐 닭가슴살, 단호박, 고구마, 연어 등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첨가제를 넣지 않은 실온보관 식품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몰(http://bit.ly/2ZpJ7Us)을 중심으로 큰 반향이 왔다. 대기업으로부터 함께 하자는 제안이 다시 쏟아지면서 GS25, 홈플러스 임점에도 성공했다.


출처: 아침
실온 보관이 가능해서 휴대해 다니며 조리 없이 바로 꺼내 먹을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연어와 닭가슴살이다. 스테이크, 소시지, 칩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해서 포장했다. 식탁 같은 데 올려뒀다가 언제든 뜯어 먹어도 되고, 휴대해 갖고 다니며 운동 후에나 점심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좋다. 다이어터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온라인몰(http://bit.ly/2ZpJ7U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수출도 한다. 중국, 홍콩, 두바이 등에서 아침의 닭가슴살 소시지, 고구마, 단호박 등이 팔리고 있다. 4년 후에는 연매출 4000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화성에 자체 공장을 갖췄다.


◇전세계 모든 식품 실온 보관이 꿈


1000억원 대 매출액이 나고 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이라 생각한다. 항상 목표는 하나다. 대기업이 따라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식품 실온 보관 기술의 원조는 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언제든 따라할 수 있죠. 그러면 곧 잊혀지게 됩니다. 떡, 만두, 채소 등 다양한 식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출처: 아침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장 전경


-장기 비전은 뭔가요.

“실온 보관 식품의 대명사로 인정받는 거요. 꼭 글로벌 식품회사가 되겠습니다. HACCP, 무항생제 인증 등을 통해 다앙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모든 식품을 실온 보관하고 싶습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부터 한양대 특임교수로 출강을 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경영, 마케팅을 가르친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나요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가지라고 말씁드립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 없는 식품은 불량식품으로 인식합니다. 오해를 없애려면 투명하게 포장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그럼으로써 신뢰를 얻는 겁니다.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도 끊임없이 매진하라고 조언합니다.”


/강도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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