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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커피 머신에서 나와 , 이태리 사람들 입이 떡 벌어졌다

조회수 2021. 2. 16. 22: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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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재직 시절 한약추출기계 개발

네스프레소 호환 57가지 종류 캡슐 차(茶)로 전환

27개국 상표권 출원, 미국 이탈리아 등 수출


대기업의 손길을 살짝만 비껴가도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 니치마켓(niche market·틈새시장)이란 용어도 있다. 기존 시장과 접점이 있지만 아직 주목받지 못한 분야를 공략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2016년 설립된 ‘메디프레소’는 니치마켓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스타트업이다. 포화 상태인 캡슐 커피 시장에서 살짝 눈을 돌려 캡슐 차(茶)에 주목했다. 메디프레소 김하섭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었다.


◇커피 머신에서 추출하는 차

출처: 메디프레소
김하섭 대표


푸드테크(foodtech) 스타트업 메디프레소는 티(tea) 캡슐과 전용 추출 머신을 최초로 개발했다. 자체 개발한 머신에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1분 안에 향미 좋은 차를 마실 수 있다.


굳이 메디프레소의 머신을 사지 않아도 된다. 네스프레소(Nespresso) 머신과 호환이 돼서, 이 머신을 갖고 있으면 메디프레소의 티캡슐을 즐길 수 있다. 온라인몰(http://bit.ly/2NaEWJH)에서 300만개 넘게 팔렸다.


◇자격증만 16개, 잠시도 쉬지 않는 열정맨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출신의 김하섭 대표는 남다른 열정의 20대를 보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스스로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놓치지 않고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스펙이 독특하고 화려하다. 취득한 자격증만 16개.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 인터넷정보검색사, PC마스터, MOS, 인성지도사 등 종류가 다양하다. 메디프레소 창업을 앞두고는 티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출처: 메디프레소
김하섭 대표


대학생 신분으로 대학로 극단 마케팅을 총괄해 최고 매출을 기록한 적도 있다. 당시엔 생소했던 온라인·SNS 기반 마케팅을 일찍이 시도한 덕이었다. 학군장교(ROTC)로 군 복무를 할 때는 부대에 도서관을 만들고, 장병들이 국가공인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도 했다.


-군대에 도서관을 만드는 시도가 재밌습니다.

“장병들이 쉬는 시간에 만화책, 소설책만 보는 게 안타까웠어요. 좀 더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익명으로 의견을 수렴해서 대대장님께 보고하고,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곳곳에서 책을 3000권 이상 지원받았어요. 관장을 맡아 도서관을 관리하면서, 장병들이 군대 안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시험도 볼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많은 장병이 자격증을 땄죠. 개인적으로 고맙다고 연락해온 병사도 있습니다. 군대라는 작은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제대와 동시에 SK하이닉스에 들어갔다. 열심히 일을 배우고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곧 직접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가치를 창출해냈던 시절이 눈에 아른거렸다.


◇KBS 창업 프로그램 출전, SK하이닉스 사표

출처: 메디프레소
티캡슐 생산 과정


주말 시간을 쪼개 직장인 창업 수업을 들은 게 전환점이 됐다.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과 메디프레소 머신의 모태인 한약 추출 기계를 개발한 것.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게 한약 제조 과정과 비슷하더라고요. 하얀 천에 한약재를 넣고 나무막대로 원액을 추출하는 복잡한 절차 없이, 기계로 간편하게 한약을 추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개발했습니다.”


KBS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 ‘황금의 펜타곤 시즌3’에 출전했다. 18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 진출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팀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각자 본업이 있던 터라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출처: 메디프레소
티캡슐 완제품


김 대표는 미련이 있었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본격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입사 4년차 시절이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6기에 합격한 게 계기가 됐어요. 멀쩡한 회사를 나간다면서 주변에서 ‘미친놈’ 소리를 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회사 재직 경험이 창업 후 도움이 되던가요.

“그럼요. 반도체는 제조업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난해한 분야에요. 전처리 공정이 300개, 후처리 공정이 60개나 되죠. 그런 반도체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고도화된 장비가 돌아가는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어요. 캡슐과 기계를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1분 만에 추출하는 티캡슐, 27개국 상표권 등록

출처: 메디프레소
메디프레소 오프라인 매장


본격 창업에 뛰어들면서 한약의 한계점이 눈에 들어왔다. “한약은 호불호가 갈리고요. 일상적으로 마시는 음료도 아니죠. 한약처럼 건강에 좋으면서 호불호가 적은 게 뭘까 고민하다가, 커피처럼 매일 마실 수 있는 차로 방향을 틀기로 했습니다.”


한약추출기계를 한방차 추출 머신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보통 3~5분 걸리는 차 추출 시간을 1분으로 줄이고, 고압 추출 특유의 풍미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 “차와 커피 둘 다 추출하되, 맛과 향이 섞이지 않도록 투(two) 노즐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티 캡슐은 실력 있는 한의사, 티소믈리에들과 협업했다. “한의사는 차의 효능과 약성, 티소믈리에는 맛과 향을 보죠.”

출처: 메디프레소
김하섭 대표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2018년 크라우드 펀딩에 올렸다. 855%의 목표 달성률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고객 피드백을 계속 반영하며 캡슐 종류를 늘렸고요. 머신 성능도 개선해 나갔습니다.”


2019년 완성형 제품이 나오면서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주최 디데이(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란 호평을 받았다. 이후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 소비자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온라인몰(http://bit.ly/2NaEWJH)에서 300만개 이상 팔렸다.


최근 수출도 시작했다. “한국의 홍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푸드’인데요. 우리 차도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 캡슐과 머신을 가지고 있다는 게 큰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요. 이때 해외 10여곳 업체의 제안을 받아 최근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고요. 커피 본고장인 한 곳인 이탈리아에 차 캡슐을 수출했고, 홍콩, 태국 등 진출도 진행 중입니다. 27개국 상표권 등록과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입니다.”


◇글로벌 차 시장에서 확실한 자리매김 목표

출처: 메디프레소
메디프레소 티캡슐과 추출 머신


스타트업으로선 남다른 포부를 보이고 있다. 자체 공장에서 차 추출 머신을 생산하고, 대전에 연구소까지 두고 있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이 목표였습니다. ‘캡슐 비즈니스 잘하는 회사’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확실히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요즘 차 시장 트렌드는 어떤가요.

“고급스러운 녹차나 비싼 홍차보다, 향 좋은 블렌딩티가 인기입니다. 시장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홈카페 시장에서 한방차가 큰 주목을 받고 있죠. ‘홈다방’을 키워드로 계속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무한대의 위험, 무한대의 보상이 공존하는 게 창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하면 사기, 배신, 실패 등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죠. 하지만 잘 극복하기만 하면 보상 또한 달게 주어집니다. 세상에 없던 회사에서 세상에 없던 가치를 창출하면서 얻는 보상은 정말 달콤합니다. 과거처럼 사업 한 번 실패했다고 패가망신하는 시대도 아니에요. 다양한 투자 유치 기회나 정부 지원 사업이 정말 많아졌거든요. 최근 들어 카카오, 배달의민족, 토스 등 크게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수도 없이 많이 생겨나는 이유죠. 창업에 대한 생각과 로망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보셨으면 합니다.”


/백승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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