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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다시 걷게 해드릴게요' 미국이 극찬한 한국 청년

조회수 2021. 2. 1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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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헬스케어 플랫폼 '엑소리햅'

전자통신연구원 나와서 창업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연구로 제품 개발


초고령사회가 코 앞이다.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고령이 될 중장년층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근골격계 헬스케어 플랫폼'을 개발한 이후만 엑소시스템즈 대표를 만나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기술에 관해 들었다.


◇CES에서 혁신상 받은 재활 솔루션

출처: 엑소시스템즈
이후만 엑소시스템즈 대표(왼쪽)와 엑소리햅


중장년에게 불청객인 무릎 질환은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 같다. 불편하지만 너무나 흔해 위험성이 간과될 때가 많다. 치료할 마음을 먹었더라도 시간적, 금전적 부담이 작지 않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제대로 진단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엑소시스템즈의 근골격계 스마트 재활 솔루션 ‘엑소리햅’ (exoRehab)은 이 딜레마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기본적으로 다리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장치다. 적절한 전기 자극을 통해 근육의 재활과 성장을 돕고, 생체신호를 측정해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근골격계 재활 전문 의료진과의 협업해 만들었다.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원격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무릎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출처: 더비비드
엑소리햅을 직접 부착해 제품을 설명하는 이 대표


지역 사회가 엑소리햅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와 5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성남시, 부산시와 시범사업을 진행한 적도 있다. 시범사업에서 얻은 피드백을 제품 업그레이드에 반영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주목한다. 세계 최대 전자쇼인 미국 '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아직 시제품 단계인데 곧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로봇 공학도가 '신의 직장' 나온 이유

출처: 엑소시스템즈
CES 혁신상, 2019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 장관상 수상 후 기념 사진


남 부러울 것 없지만 어딘가 허전한 삶이었다. “대학원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정부출연 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들어갔습니다. SCI 논문도 쓰고 특허도 내며 적잖은 성과를 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매너리즘만 생겼습니다. 어머니가 부러웠어요. 의류 도매사업을 하셨는데 가끔 길가는 사람 보시며 ‘우리 옷 입었네’하며 반가워하셨거든요. 저도 실체가 손으로 만져지면서 누군가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갑자기 몸을 크게 다치는 일이 생겼다.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쳤습니다. 세 달 정도 휠체어 생활을 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어죠. 병원에서 재활운동을 권유했는데 간과했습니다. 세 달이 지나 휠체어에서 일어나려는데, 무릎 펼 힘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아무 것도 못하는 다리가 됐구나’ 놀랐습니다. 비슷한 시기 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4년을 누워만 계시다가 돌아가시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건강했던 할머니의 다리는 펼 수도 없이 굳어있더군요. 근육을 쓰지 않으면 금세 몸이 퇴화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출처: 엑소시스템즈
대학원생 시절 실험을 하는 모습(왼쪽)과 다리에 부상을 입고 입원했을 때의 모습


환자나 고령층이 간편하게 재활운동을 할 수 있는 기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의 진취적인 모습이 창업 욕구를 자극했다. “한 데모데이 현장에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발표하는 지인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그 날 뜬 눈으로 밤을 샜습니다. 로봇공학의 전공 지식에 재활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결합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 다짐했습니다.”


◇몸에 부착하는 재활 기기


2017년 1월 엑소시스템즈를 창업했다. 첫 6개월은 시장조사에 집중했다. “전공을 살려 웨어러블 로봇에 주목했습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낭해 미국에서 시장조사를 하고요. 의사 자문도 구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로봇의 이론과 현실에 큰 격차가 있더군요. 보다 쓸모있는 간편한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어야겠다고 가닥을 잡았습니다.”

출처: 엑소시스템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재직 당시 실험실 풍경(왼쪽)과 학회 참석 모습


2017년 7월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제품을 방향성을 함께 정하고, 다양한 기술적 협업을 했습니다.”


이듬해 초기 제품이 나왔다. 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허벅지와 무릎 아래에 부착하는 것이다. 디바이스가 자동으로 근육 상태를 측정해 맞는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근육 강화를 돕는 전기 자극을 통해 운동효과를 키운다. 재활운동이 지루하지 않도록 게임적인 요소도 추가했다. 관련 정보는 클라우드에 저장돼 데이터에 기반한 건강관리도 할 수 있다.

출처: 엑소시스템즈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수상 사진(왼쪽)과 분당서울대병원과 임상 연구 미팅을 가지는 모습(오른쪽)

시제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받는데 성공하고, 베타테스트를 했다. “70대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4주간 테스트를 했는데, 사용 결과 보행 속도는 9.2~24%, 근력은 24~43%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 관리 돕는 케어매니저 도입


베타테스트에서 얻은 피드백으로 프로그램 요소를 강화했다. “솔루션이 불편하고 어렵다는 불만이 있었습니다. 기계의 완성도만 높여서는 불만을 해결하기 어렵죠. 기기의 각종 기능을 충분히 쓸 수 있도록 돕는 보조자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케어 매니저’를 도입했습니다.”

출처: 엑소시스템즈
엑소리햅은 '케어 매니저' 요소를 도입해 보다 꼼꼼하게 이용자의 건강을 관리해준다.

물리치료사 등 건강관리 자격증을 보유한 케어 매니저는 건강관리 가이드이자 조언자 역할을 한다. “케어 매니저가 채팅, 유선, 화상 등을 통해 건강관리 상담을 해줍니다. 재활 운동을 올바르게 수행했는지 체크도 하죠. 주간 단위로 건강 상태를 확인해서 단계별 솔루션을 추천하는 ‘건강관리 일지’도 제공합니다. 전문 기기와 케어 매니저의 인간미가 결합된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순간은 없었나요?

“사업 초보라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테스트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툭툭 던지는 말에 속수무책 휘둘렸죠. 필요한 것만 걸러서 중심을 잡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마음을 잡았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를 인정하면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핵심 타깃의 수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건강 상태가 나아져야 한다고 인지하지만 매번 병원에 갈 수 없는, 만성통증을 가진 중년 여성’이 현재 저희 서비스의 주요 타깃입니다.”


◇팔다리, 허리 등으로 기기 이용 부위 확대

출처: 엑소시스템즈
중탑복지관과의 계약 후 기념 사진(왼쪽)과 기술창업탐색팀 대상 수상 사진


지난 9월 보건복지부의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제품 출시는 구독 모델로 준비하고 있다. 매달 일정 이용료를 내면서 기기 이용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동시에 ‘버전2’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무선충전 기능, 팔다리와 허리 등으로 기기 적용 가능 부위를 확대하는 등 사용성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연구원 시절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뭔가요.

“예전의 저는 불평,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남들은 제가 다니던 직장을 신의 직장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제가 하는 일과 자리가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연구원 다닐 때와 비교해 말도 안되게 많은 일을 하지만, 힘들고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처음 창업에 크게 반대했던 부모님도 지금은 내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현재의 제 모습을 무척 좋아하십니다.”

출처: 더비비드
이후만 대표


-일하면서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요.

“베타 테스트에 참가한 한 실험자의 따님이 ‘뇌졸중이신 어머니가 전기자극 기능을 너무 좋아한다’며 피드백을 보내 주셨습니다. 제품의 장단점, 개선점까지 꼼꼼하게 분석해 주셨더군요. 시제품이라도 구매하고 싶다면서요. 무(無)에서 시작한 일이 누군가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단계까지 왔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투자 받았을 때와 비교해도 상대가 안될만큼 큰 기쁨이었습니다.”


-앞으로 목표와 계획은요.

“당면한 목표는 저희가 타깃으로 잡은 고객군의 1%를 저희 건강관리 구독 서비스의 실제 고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중장년에 접어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방관리 차원에서 가입을 고려하는 ‘보험’같은 서비스가 되는 것입니다. 근골격계 질환에서 고혈압, 당뇨 등으로 저희가 관리하는 질환군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중장년이라면 엑소시스템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런 회사로 성장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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