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더 이상 돌고래쇼 못보게 된 이유

조회수 2021. 2. 8. 14: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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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돌고래 수입 금지

어릴적 동물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 중 하나가 ‘돌고래쇼’다.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다 하늘 높이 뛰어올라 각종 묘기를 무리는 모습은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돌고래쇼가 이제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족관에서 보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어떤 사연인지 알아봤다.


◇1984년 처음 시작

출처: 픽사베이


돌고래쇼는 1984년 서울대공원에서 처음 시작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돌고래쇼는 곧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다.


이후 벨루가까지 소개됐다. 세계적인 희귀종인 흰고래 벨루가(Beluga)는 사람이 웃는 표정을 닮은 얼굴이 특징이다. 빠르게 헤엄치면서 독특한 고음을 내 '바다의 카나리아'로 불리기도 한다. 2013년 러시아에서 처음 3마리가 반입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벨루가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방 한 아쿠아 월드에선 사람이 직접 벨루가를 타고 만질 수 있는 체험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물속에서 돌고래와 놀 수 있는 4가지 체험에 9만9000원에서 14만9000원까지 가격이 붙었다.


◇잇따른 폐사 문제

출처: 픽사베이


그러다 잇따른 돌고래 폐사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수입하거나 새로 태어난 돌고래 61마리 중 34마리가 폐사했다. 작년 한 해에만 5마리의 돌고래가 죽었고, 지방 한 아쿠아월드에선 2014년 개장 이후 지금까지 10마리의 고래류가 폐사하기도 했다.


돌고래는 자연 상태에서 30~40년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족관에서는 10년도 버티지 못하면서 일찍 폐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이유는 고래류의 습성에 있다. 고래는 자연상태에서 하루 수백km를 수영하면서 거대한 공간을 근거지 삼아 생활한다. 좁은 수족관은 엄청난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고래류는 동물 중에서 지능이 높은 편이다. 갇혔다는 사실에 대한 스트레스가 다른 동물과 비할 수 없이 크다. 여기에 사람들의 손길을 타는 일까지 벌어지면, 접촉성 피부염 같은 잔병치레까지 더해지면서 일찍 삶을 마감하게 된다.


특히 나이가 어린 고래는 면역력이 약하다고 한다.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돌고래가 태어난 그 해에 폐사되는 일이 2014년 이후 4건 벌어졌다.


결국 돌고래를 아쿠아리움에서 살도록 하는 게 ‘동물 학대’라는 환경 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으며, 캐나다·프랑스·인도 등에선 고래류 사육을 금지하거나 상업적으로 쓰는 걸 제한하고 있다.


◇정부 ‘더이상 돌고래 수입 허가 없다'

출처: 픽사베이


현재 국내 아쿠아리움에 있는 돌고래는 모두 27마리다. 경남 거제씨월드가 10마리로 가장 많고,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4마리), 제주 퍼시픽랜드(4마리), 제주 아쿠아플라넷(4마리), 전남 여수 아쿠아플라넷(2마리), 제주 마린파크(2마리),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1마리) 등이다.


이 돌고래들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게 환경 단체들의 주장이다. 최근 정부가 화답했다. 아쿠아리움이 새로 돌고래를 수입해오지 못하도록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해수부는 최근 “올해 동물원·수족관법을 고쳐 새로 문을 여는 수족관은 고래류를 못 들여오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래류는 국제 멸종위기종이라 수입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일부 아쿠아리움도 뒤늦게 동참하고는 있다. 2013년 3마리의 벨루가를 들여온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2016년과 2019년 각각 1마리의 벨루가가 폐사한 뒤 남아 있는 1마리의 방류를 결정한 상태다. 또 서울대공원에 있던 마지막 돌고래는 자연방류를 고려하다 적응 문제를 이유로 제주 퍼시픽랜드에 맡겨진 상태다. 역시 3마리가 있던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1마리가 폐사한뒤 2마리 벨루가의 방류하라는 시민단체 요구를 받고 있다.


일부 반론이 있다. 같은 논리라면 동물원과 아쿠아리움 자체를 없애야 하며, 왜 고래류에 대해서만 별도의 논의를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동물 전문가는 “인간의 동물 관람 문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단은 고래처럼 갇힌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무척 크거나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부터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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