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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까지 꼴찌, 삼성에 회사 판 '특허 300개' 발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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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런티, 퓨처플레이, 육그램 등 창업 성공 후

로봇이 드립커피 내리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도전

가정용 콜드부루까지, 커피 문화 바꾸겠다는 꿈


1990년대 닷컴 버블 때 구글, 네이버 같은 IT공룡들이 탄생했고, 2010년대 모바일 혁신기를 거치면서 페이스북, 배달의민족 등 SNS·플랫폼 기반 기업들이 순풍을 탔다. 포스트 모바일 시대. 지금은 어떤 파도가 일고 있을까. 


리테일테크(retailtech) 스타트업 ‘라운지랩’의 황성재 대표는 “이제 물리의 세상”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일상 공간에서 널리 쓰이는 시대를 의미한다. 라운지랩은 음식에 기술을 접목하는 푸드테크(foodtech)에 주목했다. 국내 최초의 로봇 협업 카페 ‘라운지엑스’를 론칭한 황성재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었다.


◇기술로 세상 바꾸고 싶다는 꿈

황성재 대표

출처라운지랩

라운지엑스는 요즘 SNS에서 한창 뜨는 카페다. 매장을 방문하면 사람 대신 로봇 ‘바리스’가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스스로 커피를 분쇄한 뒤 물줄기를 내려 핸드드립 커피를 만든다. 로봇이 만드니, 항상 일정한 맛이 난다. 인간 바리스타가 최초 설정해 놓은 최고의 맛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돼 매장을 찾는 발길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 맛을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몰(http://bit.ly/3iVOeVv)에 내놓은 ‘콜드브루’ 커피도 인싸들 사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맛에 편차가 없도록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클린룸에서 내린 커피다. 팬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커피’라 부른다.

로봇 '바리스'가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모습

출처라운지랩


라운지엑스를 운영하는 황성재 대표는 어려서 공부보다 발명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TV 만들기 프로그램을 보다가 유치원에 지각하기 일쑤였고,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시간엔 공부 대신 레고 로봇을 만들었다. 학교 성적은 꼴찌에 가까웠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생발명대전에 나간 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낭비 방지 휴지걸이’로 장려상을 탔어요. 두루마리 휴지가 몇 바퀴 이상 돌아가면, 덮개가 자동으로 내려와서 끊어주는 역할을 하는 물건이었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은 경험이었어요. 이때를 계기로 발명하는 일을 직업 삼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배송되는 콜드브루 커피


대학에 진학해선 공부만 했다. “일단 알아야 했으니까요. 머릿속 상상만으론 좋은 발명을 할 수 없죠. 전공은 물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부라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컴퓨터를 발명의 도구로 활용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 진학해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를 연구했다. HCI는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본격적인 발명을 시작했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특허 낸 기술만 300여개. 이 가운데 30~40개는 삼성전자 등 국내외 대기업에 이전됐다. ‘카이스트 발명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잇따른 창업 성공

황성재 대표

출처라운지랩


발명한 기술들로 연쇄 창업을 했다. 인공지능(AI) 챗봇 기업 ‘플런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 인터넷 정육점 ‘육그램’ 등이다.


대부분 성공을 거뒀고, 그중 ‘플런티’는 2017년 스타트업 최초로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인 ‘빅스비(Bixby)’에 플런티에서 개발한 기술이 응용됐다.

라운지엑스 대전 소제 매장

출처라운지랩


현재 황 대표가 집중하는 ‘라운지랩’은 2019년 설립한 리테일테크(retailtech) 스타트업이다. 리테일테크는 편의점 등 소매점에 IT기술을 접목하는 산업을 뜻한다. 아마존의 무인점포 시스템 ‘아마존고’, 알리바바의 슈퍼마켓 ‘허마’ 등이 대표적 사례다.


-리테일테크에 눈을 돌린 이유가 뭔가요.

“어느날 걸어온 길을 돌아봤어요. 많은 기술을 발명했지만,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준 기술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평범한 사람이 먹고, 자고, 사는 곳에서 기술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생활밀착형 사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커피 로봇

라운지엑스 경기도 분당 두산타워 매장

출처라운지랩


그 첫번째 작품이 작년 첫 오픈한 국내 최초의 로봇 협업 카페 라운지엑스다. 커피 제조 실력이 우수한 바리스타들의 자문을 받아 로봇 ‘바리스’를 설계했다. 알고리즘으로 제조하는 커피라서 맛이 항상 일정하다. 바리스가 커피를 만드니, 인간 바리스타는 손님 응대, 매장 정돈 같은 업무만 하면 된다. 2020년 3월 대전점을 시작으로 전국 7개 직영 매장을 오픈했다. 4개 매장에서 운영 중인 로봇 바리스의 핸드드립 커피는 2만5000여잔 넘게 판매되었다. 매장 내부는 오피스 상권, 핫 플레이스(Hot Place·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등 위치에 따른 주 소비층에 맞게 디자인했다. 최근 워커힐 호텔 로비에 들여놓은 바리스는 한 달 만에 2000잔을 만들었다.


-왜 핸드드립인가요.

“에스프레소 머신은 굳이 로봇이 필요 없어요. 커피 머신의 버튼을 누르고, 원액 추출구 아래에 컵을 가져다 놓는 정도 일에 거창하게 로봇까지 쓸 필요는 없죠. 반면 핸드드립은 만드는 게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어요. 만드는 중 다른 손님이 와서 응대하게 되면 시간이 더 지체되고요. 그러다 물이 식으면 다시 데워야 하죠. 특히 커피를 추출하는 3분 동안 주전자를 들고 있으려면 신체적으로 무척 힘이 듭니다. 로봇이 대체하기에 무척 적합한 일인 거죠.”

로봇 '바리스'가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모습

출처라운지랩


-일자리 소멸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 같아요.

“바리스는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로봇입니다.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만 하더라도, 택배 분류 작업 자동화가 안 돼 있어서 발생한 안타까운 일인데요. 기술은 사람이 하기 싫고,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해 줘야 합니다. 우리 기술은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화장실도 제때 못 가고 일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계속 줄어들 전망입니다. 인간이 꺼리는 노동을 기술이 대신 해주면, 인간은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SNS에서 가장 핫한 커피, 가정용 시장까지 도전

로봇 '바리스'를 바라보고 있는 황성재 대표

출처라운지랩


라운지엑스는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고 있다. 첫째 젠더리스(genderless·중성적인)다. “포르쉐와 협업하면서 전달받은 내용이에요. 커피 맛을 보더니 ‘바리스는 젠더리스(genderless·중성적인)하다’고 하시더군요. 외제차 쇼룸 같은 곳 다면 손님 응대하고 커피 가져다주는 직원은 항상 여성이잖아요. 젠더감수성이 풍부해진 시대에 맞지 않고 불편하죠. 그렇다고 남성이 해야 편한 것도 아닙니다. 반면 로봇은 남자도, 여자도, 사람도 아니라서 편하죠.”


둘째는 비대면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비대면 환경이 무척 익숙해지고 있어요. 특히 MZ 세대들은 비대면을 오히려 더 편하게 생각하죠. ‘바이 마이셀프(by myself)’를 선호하는 경향도 강하고요. 로봇 카페는 이러한 젊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켜줄 수 있어요.“

온라인 배송되는 콜드브루 커피

라운지랩의 커피와 문화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최근 가정용 콜드브루 원액을 온라인몰(http://bit.ly/3iVOeVv)에 출시했다. 시원한 물로 추출한 것으로, 특유의 향미가 잘 느껴지는 콜드브루 커피다.


“과테말라, 콜롬비아 등 농장에서 직접 공급받은 커피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전문 바리스타가 제조합니다. 항상 일정한 맛이 유지되도록 온도와 습도가 자동 관리되고 먼지와 세균이 없는 위생적인 공간에서 추출하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커피를 추구합니다. 단순히 물에 타 드시는 것 외에 맥주, 우유, 소다 등과 함께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커피 포장 로봇, 아이스크림로봇 개발

에스프레소 로봇 ‘바리스캔’

출처라운지랩


얼마전 에스프레소 로봇 ‘바리스캔’을 개발했다. 고객이 고른 콜드브루 커피를 캔에 담아 실링 포장까지 해주는 로봇이다. 또 버튼만 누르면 모양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한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도 최근 출시했다. 소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를 개시했다.


-앞으로 푸드테크 전망이 어떨까요.

“최근 코카콜라가 세계 2위 커피 브랜드인 코스타커피를 인수했고, 코스타커피는 마이크로 로봇 카페인 브리고를 사들였어요. 스타벅스는 비대면 픽업존을 만든 스타트업 인수했고요. 자동화나 비대면 시스템을 연구하는 스타트업들을 대기업에서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전통 강호의 카페 시장도 격변 중인 거죠. 한국도 푸드테크 스타트업 강국이 됐으면 합니다.”

라운지엑스 제주 애월 매장

출처라운지랩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라운지랩은 스타트업입니다. 여러 가설을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검증하고, 계속 개선해나가면서 명확한 결론을 찾는 여행을 할 겁니다. 시장에서 검증받기 위한 작업들을 계속 해나가겠다는 뜻이죠.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소비자 만족입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혁신이 부족했던 음식 영역에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소비자 만족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겠습니다. 당장은 커피에 집중하되, 계속 기술을 누적해나가며 차츰 영역을 넓혀가겠습니다. 올해는 ‘도로 위 카페’로 불릴 수 있는 소형 드라이브스루 무인 카페를 론칭할 예정입니다. 출퇴근하면서 빠르게 커피를 사갈 수 있도록요.”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실 창업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에요.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거든요. 첫 단추가 중요한데, 우선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창업한다는 게 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 대표들의 성공 스토리에선 창업 결과만 강조되고, 과정은 제대로 안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에 입사해, 직접 부딪혀보면서 결과보다 과정을 배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시길 추천합니다. 저희 회사에 오셔도 좋습니다. 푸드테크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백승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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