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술의 숙면유도등, 한국산으로 바뀌어 대만 수출된 사연

조회수 2021. 1. 19. 1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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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대가 개발한 블루라이트 숙면유도등

병원용만 출시된 것 보고

한국 기업이 가정용으로 개발해 수출까지 성공


제품 개발을 위해 내가 모든 기술을 연구할 필요는 없다. 그 원천 기술을 회사가 갖고 있을 필요도 없다. 기존에 있던 병원용 숙면유도등을 가정용으로 변환해 히트를 친 김재현 휴모트메디컬 대표를 만나, 문과 출신의 기술 창업 성공 비결을 들었다.


◇일본 회사에서 12년 직장인 생활

출처: 휴모트메디컬
김재현 대표


‘휴모트메디컬’은 수면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대표 제품은 ‘휴모트드림’ 숙면유도등이다. 일본 교토대는 2017년 심신 안정에 가장 도움이 되는 블루라이트를 찾아내, 그 대역의 LED 조명을 개발했다.


이후 일본에서 병원 환자용으로 제품을 개발했는데, 휴모트메디컬이 기술을 국내로 들여와 모둘화한 뒤 가정용 숙면유도등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온라인몰(https://bit.ly/3nTAQC4)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대만 등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외국에서 가져온 기술로 수출도 하는 것이다.

출처: 휴모트메디컬
해외 전시회에서 제품을 설명하는 김재현 대표


김재현 대표는 ‘스미토모 전기공업’ 한국 법인 출신이다. 스미토모 전기공업은 일본 3대 재벌 그룹 스미토모 소속으로, 자동차 부품, 반도체, 산업소재 등을 만드는 회사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일본 유학까지 마치고 이 회사에 들어가, 12년 간 의료기기 부품의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일과 관련해서라면 어디든 마다 않고 달려갔습니다. 회사 다니는 동안 국내보다 해외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죠. 열심히 일한 덕에 연봉도 꽤 받았습니다.”

출처: 휴모트메디컬
휴모트메디컬 임직원들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과로가 원인이었다. 며칠 입원하면서 고민이 들었다. “과연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밀려오더군요. 더 늦기 전에 독립해서 나만의 일을 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협업 무산으로 사업 실패 위기

출처: 휴모트메디컬
김재현 대표


일하면서 쌓은 네트워크와 업무 지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의료기기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무역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름을 ‘휴모트 인터내셔널’이라 지었죠.”


성실성과 책임감이 최고 무기였다. “구하기 어려운 부품을 해외에서 구해달라고 요청하는 고객 기업이 많았습니다. 갖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거의 대부분 성사시켰습니다.”

출처: 휴모트메디컬
기부도 사업만큼 열심히 한다. '유엔피스코'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현 대표


그러다 한 의학연구소의 박사 연구원을 알게 됐다. “연구하시는 의료 기술이 꽤 괜찮았어요. 뜻이 잘 맞아 기술 사업화를 위한 회사 설립까지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기술 사업화는 실패했고, 박사와도 결별했다. “투자금 손실이 컸습니다. 사업을 당장 접어야 하는 상태였는데, 다른 아이템으로 한 번 더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필요한 직원을 뽑은 상태라 끝까지 책임지기로 한 거죠. 괜찮은 아이템을 찾기로 했습니다.”


◇병원용 숙면유도등을 가정용으로 개발

출처: 휴모트메디컬
465~480nm 대역의 블루라이트 조명을 내는 휴모트드림


일본 병원에서 쓰는 ‘특수조명’ 얘기를 듣게 됐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숙면을 돕는 LED조명이었다. “교토대에서 100명에게 임상 실험한 끝에 만든 블루 LED 조명이라고 하더군요. 심신 안정에 가장 효과적인 빛이 465~480nm의 좁은 대역의 블루라이트란 사실을 알아내, 그 빛을 내도록 한 조명이죠.”


-블루라이트가 어떻게 수면을 돕나요.

“숙면을 취하려면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이 나와야 합니다. 일반적인 빛은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하죠. 반면 블루라이트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신체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멜라토닌’ 분비도 방해하지 않습니다.”

출처: 휴모트메디컬
제품 전시회에 나간 김재현 대표


교토대에 알아 보니 병원용만 나와 있었다. 기기가 커서 집에 두기 어렵고, 가격은 130만원에 달했다. “가정에 둘 수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기회다’ 싶어 교토대와 합의한 후, 직원들과 가정용 제품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LED 칩을 들여와 큰 LED 부품을 작게 모듈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령별 멜라토닌 분비량을 참고해 2~6시간으로 사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어르신들은 6시간 켜두시는 게 좋고요. 어린 아이나 젊은층은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출처: 휴모트메디컬
숙면유도등 '휴모트드림'


크기가 줄면서 가격도 내려갔다. 병원용 10분의 1 가격으로 온라인몰(https://bit.ly/3nTAQC4)에 출시했다.


◇대만 수출 성공


남은 것은 마케팅. 국내 최대 수면 전시회에 나가 ‘효과 없으면 환불’을 외쳤다. “수많은 어르신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더군요. 자신감 있게 권했습니다. 전시회에 오신 몇몇 국회의원도 사가셨어요.”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출처: 휴모트메디컬
대만 수출 계약을 하고 있는 김재현 대표(오른쪽)


수출도 한다. “전시회에서 한 대만 바이어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쓰겠다며 제품을 사갔는데 효과가 좋았나봐요. 정식 수입하겠다는 연락이 오더군요. 전자의료기기라서 인증이 필요했는데, 대만 바이어가 자비로 본인 품까지 들여 인증을 받아주더군요. 이후 미국, 일본, 중국 수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환불 요청은 얼마나 들어 왔나요.

“한 건도 없었습니다.”


◇뇌질환 전문 병원과 숙면 기술 공동 개발

출처: 휴모트메디컬
윤강병원과 수면시스템 연구 협약(MOA)을 맺는 김재현 대표


숙면을 돕는 전문 기업이 되고 싶다. “최근 뇌질환 전문 병원인 윤강병원과 수면시스템 연구 협약(MOA)을 맺었어요. 재활병원에서 환자의 재활을 돕는 숙면 유도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에요. 카이스트 등과도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창업하니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해 어떤가요.

“늘 책임감과 두려움이 함께 합니다. 회사는 내가 뛰는 만큼 수익이 나옵니다. 대표가 누구보다 부지런히 뛰어 다녀야 합니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기 어려운데요.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됩니다.”

출처: 휴모트메디컬
검도를 즐기는 김재현 대표


20년 넘게 새벽 검도를 하고 있다. “정신력을 키우는 데 좋습니다. 시대회에 나가 개인전 우승 1회, 준우승 3회를 했습니다. 전국 대회에선 개인 16강까지 올랐죠.”


기부도 열심이다. “군대를 카투사로 나왔는데요. 그때 만난 미국 할머니가 있습니다. 제 일본 유학비를 보태 주셨죠. 취직한 뒤 월급으로 갚아 드리려는데 받지 않으시더라고요. 다른 사람 도와주라면서요. 이후 기부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엔 산하 국제 협력기구인 ‘유엔피스코’ 기획위원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회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출처: 휴모트메디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회 이사를 맡고 있는 김재현 대표


-앞으로 목표는요.

“사업의 영역을 수면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단순 디바이스(장치) 업체에서 벗어나 종합적으로 수면을 돕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더 푹 잠드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도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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