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물 1층에서 보기 어렵게 된 뜻밖의 업종

조회수 2021. 1. 11. 1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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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좋은 곳에 은행이 안보인다


시내 상권 주요 건물의 1층은 시대를 대변한다. 한때 목좋은 건물의 1층은 모조리 은행의 차지였다. 건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임차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많이 바뀌었다. 은행이 2층으로 쫓겨가고 있다. 어떤 사정인지 알아봤다.


◇새로 개설되는 은행은 1층 한 곳도 없어

출처: 더비비드


‘목 좋은 1층 은행’은 이제 옛말이다. 임대료가 싼 2층으로 이전하는 은행 지점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지하로 옮기는 곳도 있다.


최근 한 조사 결과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전국 지점 가운데 1층이 아닌 곳이 23%로 나타났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전체 지점의 90% 이상이 건물 1층에 있었는데, ‘비(非)1층 점포'가 10년 사이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새로 문을 여는 지점을 보면 그 경향이 더욱 뚜렷해진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각각 3곳의 신규 점포를 냈는데, 1층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요즘은 건물주들도 은행 선호 현상이 줄었다고 한다. 오후 4시가 넘으면 문을 닫아 건물 전체 활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은행보다는 스타벅스 등 인기있는 프랜차이즈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이미 오래됐다”고 했다.


◇작년 한 해에만 250개 폐쇄

출처: 픽사베이


은행 지점의 1층 철수는 비용 관리 탓이다. 은행 업무가 대부분 비대면화되면서 영업점 운영에 고비용을 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보다 전략적으로 영업점 관리에 나서고 있다. 거점 점포 한 곳과 인근 영업점 4~8개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통합 관리하는 ‘VG(Value Group·같이 그룹)’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사실 이름만 그럴싸할 뿐, 장기적으로 거점 점포 한곳에 나머지 지점의 업무를 이관하는 점포 통폐합의 징검다리란 게 은행권 설명이다.


실제 문을 닫는 점포도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의 은행 점포는 2019년 말 4721개에서 지난해 상반기 4613개로 6개월 만에 100곳 이상 줄었다. 작년 하반기에도 140여 개 점포가 폐쇄된 것으로 추산된다. 1년 만에 250개에 가까운 은행 영업점이 사라진 것이다. 2018년 43개, 2019년 50개가 줄었는데, 작년 250개로 감소폭이 급격히 확대됐다.


이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4대 시중은행은 올해 2월 안으로만 26개 점포를 통폐합할 예정이다.


◇은행 실적은 괜찮아요

출처: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본점


영업점 폐쇄는 인력 감축으로 이어진다. 은행권은 주기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하고 있다. 매년 수천명 수준에 달한다.


그렇다고 은행업 자체가 위기는 아니다. 은행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며 그 무대가 영업점을 벗어나고 있을 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 업무가 PC, 모바일 등 비대면으로 처리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선 영업점 감축으로 비용이 줄면서 오히려 이익이 더 커지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한과 KB는 작년 3분기에만 각각 1조원 이상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이런 이익을 고객 서비스 확충에 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국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급하게 은행갈 일은 언제든 생길 수 있는데, 지점이 줄어들면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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