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TV가 한국 와서 신기하다고 취재한 물건의 정체

조회수 2021. 1. 1. 16:52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벽에 붙여 쓸 수 있는 5만원 대 의류관리기

옷장형 의류관리기와 기능 비슷, 부피는 100분의 1 

1만개 판매 돌파, 일본TV에 소개되며 일본 진출도

사업의 시작이 꼭 거창하란 법은 없다. 사소한 불편함을 해결하려던 시도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캐럿의 양준식 대표는 구겨진 와이셔츠 관리법을 고민하다 소형 의류관리기를 구상했다. 다림질 부담을 사업 아이템으로 살린 그에게 창업 비결을 물었다.

출처: 캐럿
런드리를 개발한 캐럿의 양준식 대표와 한 오프라인 스토어에 장식된 런드리
강한 진동으로 옷 흔들어서 관리

캐럿은 의류에 진동을 줘서 손상된 의류의 구김, 먼지, 냄새를 제거하고 빨래의 빠른 건조를 돕는 의류관리기 ‘런드리’를 만든다. 빨래 직후 구겨진 옷을 턴 후 건조대에 말리면 구김이 덜 가는 원리를 떠올리면 된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옷을 옷걸이에 걸어 런드리의 홈에 끼운 뒤 작동 버튼만 누르면 된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대기업의 옷장형 의류관리기와 비슷한 기능을 갖췄는데, 크기는 100분의 1 수준으로 작고 가격은 5만원대에 불과하다. 방 어디에 설치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방문이나 벽에 부착하면 된다. 온라인몰(https://bit.ly/38VtfNH) 등에서 판매한다.

출처: 캐럿
캐럿의 소형 의류관리기 런드리


런드리는 등장 초반 독특한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대기업과 경쟁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대기업에서 협찬을 받은 한 TV프로그램에서 조롱을 당한 것. 큰 위기가 될 뻔 했지만, 버틴 끝에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등에 입점하며 1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또 일본 TV에서 극찬을 받으며 일본 진출도 앞두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하다가 창업

양준식 대표는 10년 이상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늘 편한 복장으로 일하는 직업이다. 그러다 직업훈련학교에 강의를 나가면서, 셔츠와 양복을 입기 시작했다. 편한 복장에 익숙했던 터라, 와이셔츠 주름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와이셔츠를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처음 옷걸이 형태의 제품을 구상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창업 경진대회에 나가, 추천 아이디어로 선정돼 특허 출원까지 했다. 사업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팔과 몸통이 달린 옷걸이에 와이셔츠를 걸쳐, 마치 방패연처럼 옷을 펴서 말리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쫙 펼쳤을 때 양 팔의 길이가 2미터에 육박해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실용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캐럿
헝클어진 섬유에 물을 뿌리고 흔들어주면 어긋난 섬유 구조가 바르게 재배치된다.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의류학을 전공해서 섬유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 세탁 후 셔츠를 두어 번 털고 옷을 말리면 구김이 덜 가는 원리를 이용해, 옷을 말리는 동안 지속적으로 옷을 털면 구김을 줄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의류에 전체적으로 고른 진동을 가해 어긋난 섬유 구조를 바르게 재배치하는 것이다. “의류관리에 필요한 두 가지 요소는 고른 힘과 수분입니다. 옷을 흔들면서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되는데, 종일 그러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옷을 지속해서 흔들어주는 물건을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건은 시장성을 높이는 것. 옷장형 의류관리기보다 크기가 작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옷장형 의류관리기는 집에 여유공간이 있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집이 좁아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기업 협찬받은 TV프로그램에서 조롱받아

1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5년 런드리를 출시했다. “모터의 진동이 바람 역할을 해서 의류 건조시간을 단축시킵니다. 와이셔츠를 런드리에 걸면 다 말리는 데 50분이면 충분합니다.” 총 길이 19.3cm의 깜찍한 외관이지만 겨울코트, 모피 같은 무거운 옷도 거뜬히 버티는 독종이다.

출처: 캐럿
한 케이블 채널에서 잘못된 사용법으로 런드리를 작동시키고는 출연자들이 실망한 모습을 연출하자 양 대표는 '사용법이 잘못됐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올렸다.


그래픽 디자이너 이력을 살려 남들은 외주를 맡기는 제품 디자인, 회사 로고와 제품 상세 페이지 제작 등을 직접 했다. 홍보 영상도 콘티 제작부터 촬영, 편집까지 직접했다. “최초의 제품을 표방하며 런드리를 만들었습니다. 알아만 봐주시면 고객들의 일상을 편안하게 바꿀 수 있을거란 생각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런데 제품을 알릴 방법이 없었다. 개발비로 너무 많은 돈을 써서, 광고할 여력이 없는 것. 다 하는 댓글 아르바이트나 블로거 동원할 여력조차 없었다. 그러다 중기부 지원을 받아 벤더사를 끼고 홈쇼핑에 진출했다. “방송의 위력이 컸습니다. 40분짜리 방송에 제품 1000개가 팔렸습니다.” 그런데 남는 게 없었다. 회사 마진이 5% 수준에 불과했던 것. 광고한 셈 쳤는데 방송 다음 날 온라인 매출은 1~2개에 불과했다. “TV로 보신 분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유입되지 않더라고요.”

설상가상 한 TV 프로그램에서 대기업 제품과 비교를 당하며 곤욕을 치렀다. “한 케이블 TV의 리뷰 프로그램에 저희 제품이 나왔습니다. 런드리를 제대로 설치도 않고 올바로 작동도 안하면서 성능이 나쁘다고 조롱하더군요. 목적은 대기업 의류관리기와 비교였습니다. 저희 제품과 비교해 그 제품은 좋다고 극찬하더라고요.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지켜 봤더니, 그 기업로부터 제작지원을 받았다는 자막이 떴습니다. 당장 담당 PD를 찾아 전화로 항의했습니다. 그랬더니 재방송을 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본 게 재방송이었고 본방송이 이미 나갔던 터라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일본TV는 호평, 1만개 판매 넘어
출처: 캐럿
일본의 TV도쿄에서 소개된 양 대표와 런드리


한 웹툰이 그를 살렸다. “하루 1~2개 나가다가, 갑자기 50~60개의 주문이 들어온 날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신상품 후기를 웹툰으로 그리는 작가분이 저희 제품을 좋게 묘사해 주셨더라고요. 정말 선의로요.”


그렇게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올해 결국 온라인몰(https://bit.ly/38VtfNH) 등에서 1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일본 진출도 목전에 뒀다. “일본 TV에서 재밌는 상품이라면서 저희를 취재해 갔습니다. 아주 좋게 나오더군요. 일본 특허를 냈고, 일본 진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는대로 수출할 계획입니다.”

출처: 캐럿
2015년 목동 행복한백화점 4층 im-shopping 에 입점해 금주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런드리


제품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작년 런드리의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고 모터의 소음을 줄여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자, 목표로 했던 금액의 23배가 들어왔다. 내년엔 열풍이 나오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런드리로 와이셔츠를 말리는데 50분이 소요되는데 신제품은 20분이면 됩니다.”


다른 생활용품도 개발해 상품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이제 안정기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처음엔 답답했지만 문제 해결에 집중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날도 온 것 같습니다.”

최초의 제품 계속 만들고 싶어
출처: 캐럿
양준식 대표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사업가로 전향하니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요?

“쓸 데 없는 야근 같은 걸 안해도 돼서 몸은 편해졌는데, 매번 아슬아슬한 일이 벌어져 스트레스가 많아요. 사업 준비하시는 분들은 마음 단단히 먹길 바랍니다. 그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감언이설에 절대 속으시면 안됩니다. 사업상 얽힌 사람들은 철저히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말하고 행동하니, 여러분도 그렇게 행동하셔야 합니다.”


-예비 창업가들에게 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진부한 말이지만 정말 열심히 해야 합니다. 직장생활보다 쉬울 거라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비용도 예상보다 많이 드니까 작은 부분까지 고려해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일단 저질러 놓고 막자는 발상은 위험해요. 그럼 집도 잃고 차도 까먹으며 빈 손으로 사업이 끝날지도 몰라요.” 


-앞으로 계획은요.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부자가 되고, 최초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돈을 못 벌더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들 말합니다. 좀 오래 걸려도 최초의 제품을 계속 내놓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