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은 아버지 결정을 정말 뒤집을까

조회수 2020. 12. 24. 10: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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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층 건물 70층으로 낮출 수 있다는데

기업의 대규모 투자 결정은 해당 기업의 10년, 100년 대계다.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로 기업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잘못된 결정이었다면 빨리 뒤집어야 한다. 반면 다소 위험 요인이 있더라도 해볼만한 시도면 과감히 관철시켜야 한다. 최근 그 같은 논란이 현대자동차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 봤다.


◇6년만에 착공 허가나왔지만

출처: 현대차
GBC 건설 조감도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7만4148㎡)를 10조5000억 원에 매입했다. 당시 삼성그룹과 경쟁이 붙었는데 삼성이 제시한 가격의 2배 이상을 불러 고가 매입 논란이 있었다.


현대차는 여기에 지상 105층 타워 1개 동과 숙박·업무시설 1개 동, 전시·컨벤션·공연장 등 5개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프로젝트명은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땅값도 땅값이지만, 건설비만 3조7000억원 규모로 국내 최고층 빌딩이자 세계 다섯째로 높은 건물을 짓겠다는 게 현대차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현대차가 땅을 사들인지 6년 여 만인 지난 5월에서야 착공 허가가 나오면서 현실화를 목전에 뒀다. 주변 일조권 논란 등 해결에 오랜 시일이 걸리면서 허가가 늦었다고 한다.


◇고비용으로 계획 변경 검토

출처: 더비비드


하지만 본격적인 건설만 남은 줄 알았던 GBC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제동이 걸렸다. GBC가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이었지만, 아들 정의선 회장은 비용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기존 105층 설계안을 70층 규모 건물 2~3개로 바꾸는 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GBC 건립에 드는 3조7000억원은 순수 건설비다. 초고층 GBC가 공군 레이더를 차폐해 공중 작전을 방해할 수 있다는 논란에 따라 현대차는 국방부에 새 첨단 레이더 구매 및 운영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그 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출처: 더비비드


이런 상황에서 층수를 낮춰 2~3동을 지으면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통상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50층짜리 건물 2동을 짓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바람·지진을 고려한 안전 설계에 많은 비용을 써야 하고, 그만큼 오래 걸리는 건설 기간 탓이다. 층수를 낮추면 군에 내야 할 레이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현대차는 이렇게 아낀 비용을 로봇, 전기차 등 미래에 투자하거나 경쟁력있는 외국 기업 인수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시장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주식시장 관계자는 “회사의 본질과 크게 관련 없는 부동산 보다는, 미래에 투자하는 게 당연히 현명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강남구 등은 원안 추진 주장

출처: 더비비드


이에 대해 지자체 반응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는 현대차가 내는 공공기여금 규모만 유지되면 층수를 낮추는 설계 변경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월드타워가 있는 송파구를 제치고, 우리나라 최고의 랜드마크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했던 강남구는 원안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강남구는 “GBC 건립은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미래투자사업이자 미래 100년의 상징”이라며 “GBC 건립은 영동대로 일대의 대규모 개발사업과 맞물려 125만명의 일자리 창출, 268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동 일대 주민과 상인들도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더비비드


여기에 아들이 아버지의 예전 결정을 뒤집는 모양새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변수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아직 아무런 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어떤 묘수가 나올지 현대차를 지켜보고 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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