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얘기 맞습니다, '1000만원 나누기 5' 틀린 사람의 비율

조회수 2020. 12.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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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금융문맹


많은 사람이 재테크 수익률 높이려고 갖은 애를 쓴다. 이자 0.1%포인트 더 받기 위해 모든 은행 찾아가 비교하고, 좋은 투자 소식이 들리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런데 이런 노력 모두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허사다. 무조건 수익률만 좇다가, 오히려 손해 보는 일만 당할 수 있다. 그래서 재테크 '첫걸음'은 금융 문맹 탈출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금융 지식이 매우 부족하다. 이자율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나눗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조차 있다. 금융 지식의 부재는 잘못된 금융·소비 생활을 낳으면서, 각종 푸어(poor·빈곤층)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10명 중 3명 이자율 이해 못해

출처: 더비비드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를 보자. 금감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성인남녀 2400명을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다.


‘물가상승률이 3%라면, 지금 1000만원으로 구입하는 것과 1년 뒤 1000만원으로 구입하는 것 중에서 어느 쪽 물건(같은 상품)의 양이 더 많을까’란 문항이 있다. 당연히 정답은 ‘지금’이다. 1년 뒤면 물건 값이 평균 3% 올라 있으니 같은 1000만원으로 1년 뒤에는 더 적은 물건 밖에 사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사야 더 많은 물건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질문에 절반이 넘는 53.3%가 오답을 얘기하거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100만원을 예금했는데, 이자율이 2%라면 1년 뒤에 얼마를 받나’란 질문의 정답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02만원이다. 31.6%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심지어 나눗셈을 못하는 경우도 5.5%로 나타났다. ‘1000만원을 형제 5명이 나누면 얼마씩 갖나’란 질문의 정답은 200만원인데, 5.5%가 맞히지 못했다.

출처: 더비비드


기본적인 재테크 지식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자보호(은행이 파산해도 원리금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해주는 것) 제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17.8%였다. 펀드 같은 금융투자상품의 원금이 보장된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전체 30.8%로 나타났다.


또 대출을 받기 전에 대출금상환능력을 점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8.7%, 물건을 사기 전에 소비 여력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전체 24.5%로 조사됐다. 이런 금융과 소비 생활은 결국 빚의 굴레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문맹 악용하는 금융사들

출처: 더비비드


금융사들은 소비자의 무지함을 악용한다. 일부러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 소비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보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스스로 실천도 안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수정하라고 지시한 어려운 금융용어 114개 가운데 41개(36%)를 금감원 자신도 계속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각종 피해 사례가 등장한다.


신용카드 리볼빙(revolving·회전:리볼빙은 통장에 잔고가 부족할 때 카드 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기는 서비스이다. 이때 연체로 처리되지 않아 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지만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이 대표적이다.


신용카드 결제금액으로 120만원이 나왔는데 이체 통장에 10만원 밖에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 서둘러 110만원을 입금한 사례가 있다. 며칠 후 확인해 보니 10만원만 빠져나가고 나머지 110만원은 그대로 남았다. 리볼빙에 의해 110만원이 다음달로 자동 이월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달, 110만원에 대해 연 20% 이자가 붙어서 빠져나갔다.


해당 소비자는 '안심결제 서비스'에 무료 가입시켜 주겠다는 카드사에 현혹돼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한 후 잊고 있었다. 그러다 원치 않는 결제금액 이월이 발생했고, 결국 고액의 연체 이자를 내고 말았다. 이처럼 소비자를 현혹시켜 수수료나 높은 이자를 챙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출처: 더비비드


금융상품 수익률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 '수익률 *%!' '업계 최고' 등 광고를 하는 금융사가 많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1~6월은 수익률이 안좋고, 7~12월은 좋은 상황일 때 지난 1년이 아닌 최근 6개월의 수익률만 제시하면서 업계 1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수익률 지표가 정확하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이게 앞으로의 수익률도 좋을 것이란 사실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수익률을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출처: 행정안전부
영상 인터뷰를 하면서 놀란 표정을 지은 코미디언 이수지씨


실제 들어간 치료비를 보장받는 실손의료보험은 중복 보장이 되지 않는데 이를 몰라 중복 가입하는 경우가 나온다. 예를 들어 2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상태에서 치료비가 200만원 나왔다면 2개 보험에서 각각 200만원 씩 400만원을 받는 게 아니라, 100만원씩 총 200만원을 받는다. 4개 보험에 가입했다면 각각 50만원 씩 200만원을 받는다. 몇 개의 보험에 가입하건 받는 금액은 실제 들어간 치료비인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몰라 중복 가입한 경우가 전체 가입자의 14%에 이른다는 게 소비자원 추산이다. 쓸데없이 보험료만 더 내는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려면 금융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또 소비자 권리 구제를 위한 금융권과 금감원의 각성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금융회사가 권하는 것이라면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 스스로 이익이 안되는 일을 소비자에게 권할 리 없기 때문이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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