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BC, 日 NHK도 찾아 온 스타 방송인의 반전 정체

조회수 2020. 12. 15. 12: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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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보안전문회사 스파이존 이원업 이사

30살 폴리텍대 입학

몰래카메라 탐지 최고 전문가


공공화장실, 탈의실 등에서 사람을 몰래 찍는 일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종합 보안 전문회사 ‘스파이존’은 실내 공간에 설치된 불법 카메라를 특수 장비로 찾아내 없애는 기업이다. 스파이존 연구소에서 장비 개발 총괄책임자로 일하는 이원업(47) 이사를 만났다.

출처: 본인 제공
이원업 이사


◇갈수록 은밀해지는 몰래카메라


‘몰래카메라’ 범죄는 적발되는 것만 하루 평균 4.5건에 이른다. 이런 몰래 카메라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스파이존에 점검을 요청한다. 개인, 기업, 기관 등 다양하다. 가정집, 숙박업소, 회사 등에 나가 불법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지 점검한다.


“2017년 정부가 불법 카메라를 중대 범죄로 규정하면서, 종합대책을 마련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몰래카메라를 장난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직원이 화장실을 불법 촬영한 사건이 발생했고, 어린 중학생이 화장실을 몰래 찍다 걸리기도 했죠. 결국 공공 화장실이나 숙박시설 이용을 겁내는 여성이 많은 현실입니다.”

출처: 본인 제공
각종 방송에 출연한 이원업 이사


현장에서 발견되는 불법 카메라는 다양하다. 렌즈가 겉으로 드러나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어도 카메라 자체를 은밀한 곳에 숨긴 노출형, 거울 등에 카메라 렌즈를 삽입해 사람들 눈에 띄기 힘든 비노출형 등 천차만별이다. 카메라 종류에 맞는 맞춤형 탐지 장비가 필요하다. 스파이존은 한국 산업기술대학 전자공학팀과 협업해 자체적으로 장비를 만든다. 일반 장비로는 잘 발견되지 않는 카메라도 빠르게 잘 찾아낸다.


“몰래카메라가 정말 다양해요. 저장 방식을 보면 자체적으로 저장하는 카메라가 있는가 하면, 와이파이와 연동해서 찍은 영상을 외부로 보내는 기기도 있어요. 숨기는 방식도 아기 장난감, 탁상시계 등 다양하죠. 이런 카메라들을 찾기 위해 적외 렌즈 탐지기 등 다양한 장비를 쓰고 있습니다. 중국산 장비를 들여와서 변형하는 업체가 많은데요. 저희는 회로 구성부터, 금형까지 직접 설계에서 개발했습니다.”


2018년 서울시가 진행한 3억원 규모 블라인드 제안평가에서 기술평가 최고점을 받았다. 현재 서울 25개 구에서 안심 보안관들이 스파이존의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쓰고 있다.

출처: 본인 제공
방송에 출연한 이원업 이사


도·감청 요청도 처리한다. 기업 임원실, 접견실 등 보안이 요구되는 장소에 설치된 각종 불법도청기를 찾아내 제거한다. 마치 영화같지만 실제 발견 사례가 많다고 한다. 기업, 공공기관 등 고객이 다양하다. 스파이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 불법감청설비탐지업에 등록 허가를 받았다.


“도청은 한 기업, 국가의 소중한 자산을 빼앗을 수 있는 중대한 범죄에요. 2000년대 초반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청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뤄진 바도 있죠. 저희는 ‘3WAY’라는 자체 프로세스를 통해 불법 도청 장치를 찾아냅니다. 건물 밖에서 일차로 현장을 살피고요. 이후 실내로 들어가 금속탐지기, 반도체 회로 탐지기 등을 이용해 찾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리를 내서 은닉형 도청기를 찾아냅니다.”


◇'고4' 각오로 보낸 폴리텍대 2년

출처: 본인 제공
폴리텍대 재학 시절 이원업 이사


이원업 이사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사회생활을 바로 시작했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정보통신 관련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들어간 게 한국폴리텍대학 서울정수캠퍼스다. 당시 30살 나이였다.


-정보통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 아마추어 햄 무전기 통신 활동을 했어요. 무전기로 교신할 수 있는 자격증도 갖고 있었죠. 모르는 사람과 교신하는 매력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후 통신에 관심을 갖게 됐고, 언젠가 관련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가져왔습니다. 그러다 직장인 신분을 유지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한국폴리텍대학을 알게 됐고요. 따로 수능을 칠 필요 없이 고등학교 내신성적만으로 뽑는다고 해서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늦깎이로 들어간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오랜 시간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직장생활도 병행해야 해서 잠자는 시간을 최대한 줄였다.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생각으로 2년을 보냈습니다. 회사 일정과 학사 일정을 최대한 조정해서 최대한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고 전말 많은 노력을 했죠. 2년 간 맘 편히 다리 쭉 뻗고 잔 날이 없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후회 없이 살자는 각오였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폴리텍대 졸업식을 하는 이원업 이사


-어떤 공부가 기억에 남나요.

“전파 탐지 과목이요. 안테나, 전기회로 같은 장비를 직접 만지고 분석할 수 있었죠. 회로를 직접 구성하면서 인두질도 하고 유무선 장비 개발 같은 전반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열심히 해서 정보통신 산업기사 자격증, 인터넷 실용능력 자격증도 땄습니다.”


노력 끝에 입학 2년 만에 무사히 졸업하고 현 직장인 스파이존 입사에도 성공했다. 이후 몰가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 되면서 각종 방송에 다수 출연했고, 미국 ABC 방송과 일본 NHK에도 출연했다. 학업도 계속 놓지 않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박사과정 도전, 몰카 전문가 양성 목표

출처: 본인 제공
방송에 출연한 이원업 이사


-일 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요.

“폴리텍대 입학할 당시 목표가 있었어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논문을 내고, 사람들이 많이 쓰는 좋은 장비 하나 개발하자는 목표였죠. 석사를 하고 스파이존에서 일하면서 그 목표를 모두 이뤘어요. 불법 도청에 관한 논문을 썼고요, 숨어있는 카메라를 찾아낼 수 있는 장비도 만들었죠. 계획했던 목표를 이뤄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남들보다 좀 늦게 대학을 들어가서, 조금은 늦게 꿈을 펼쳤던 사람으로서 인생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 “가끔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목표는 있어도 꿈이 없는 경우가 꽤 많아요. 목표가 있다면 그에 맞는 꿈을 설정해서 끝까지 도전하라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저도 뒤늦게 폴리텍대에 입학해서 꿈을 이뤘는데요.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서, 모두가 적극적으로 꿈에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전시회에서 설명하는 이원업 이사


-앞으로 목표는요?

“불법 카메라, 도청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는 전문가는 없죠. 장비 하나 쥐어 주고 알아서 관리하라는 기관이 많습니다. 잘못된 상식도 많습니다. 빨간색 셀로판지로 공중화장실에 숨어있는 몰래카메라를 모두 찾을 수 있다고들 알고 있는 식이죠. 그걸로 찾을 수 없는 카메라가 얼마나 많은데요. 몰래카메라에 제대로 대응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싶어요.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사회가 몰래카메라에 보다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 책도 쓸 예정입니다.”


/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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