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콕 찍은 평범한 한국맘의 아이디어

조회수 2020. 12. 10. 13: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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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업계 종사하다 출산하면서 퇴사

재취업 줄줄이 낙방, 창업 교육 받고

트러블 없는 립스틱 개발, 아마존 '베스트 셀러' 선정


경력 단절 후 이전과 비슷한 조건으로 재취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차이를 창업으로 극복하는 여성들이 있다. 천연 립스틱을 만드는 ‘율립’의 경단녀 출신, 원혜성(41) 대표를 만났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립스틱


“대부분 립스틱이 타르 계열이나 인공 색소를 씁니다. 색이 오래 지속되거든요.” 인공 성분은 대신 착색 현상을 일으켜 지워야 할 때 잘 지워지지 않거나, 입술 건조와 주름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

출처: 율립
원혜성 율립 대표(왼쪽)와 율립 립스틱을 발색한 모습


율립은 인공 첨가물이나 화학 성분을 쓰지 않고, 천연유래 성분만 써서 립스틱을 만든다. “천연 색소인 안토시아닌을 써서 부작용이 없게 했고요. 코코넛, 동백나무 오일 등 유기농 원료로 보습력과 항산화 효과를 냈습니다. 입술을 편안하게 해줘서 각질이 덜 생기면서, 건강하고 생기 있는 입술 표현이 가능합니다.”


율립은 최근 아마존에서 ‘베스트 셀러’에 뽑혔다. 인기와 제품력이 함께 받쳐줘야 가능한 영예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천연 립스틱’ 콘셉트에 많은 분이 호응해주신 결과인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몰(https://bit.ly/3nRqd3P)을 통해 판매한다.


◇경력 단절 조급합에 방문판매까지


대학 졸업 후 잡지사에서 뷰티 에디터로 일했다. 업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옮겨 다니며 4년 간 3번의 폐간을 경험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홍보대행사에 들어갔다. 아모레퍼시픽, 헤라 등 뷰티 브랜드의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며 10년을 일했다.


2014년, 적지 않은 나이인 35살에 아이를 가졌다.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까지 출퇴근 했어요.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조심스러워 지더라고요. ‘출산하면 오래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생각도 들더군요. 회사 입장도 그렇고, 저 개인적으로도 회사를 나오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표를 냈습니다."

출처: 율립
율립 립스틱 제품 이미지


아이 낳고 100일 지나 한숨 돌리자 정신적으로 ‘일이 없어졌다’는 우울감이 왔다.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바뀌면서 경제적 부담도 생겼다.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계획을 세우고, 취업 면접도 다녔는데요.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경단녀’를 뽑아 주는 회사를 찾을 수 없더군요.”


급한 마음에 화장품 방문판매를 시작했다. 동네 목욕탕, 미용실 등을 다니며 화장품을 팔았다.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영업 일이라 난관이 많았습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다른 직원한테 판매처를 뺏기는 일도 있었죠.”


‘취업도, 영업도 쉽지 않다. 창업은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구글의 ‘엄마를 위한 캠퍼스’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육아 때문에 창업하기 어려운 여성에게 창업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을 받는 동안 18개월 미만 자녀에게 돌봄 서비스도 제공해 주더라고요. 안성맞춤이다 생각이 들었죠.” 10년 넘게 일했던 뷰티 업계 경험으로 지원서를 써서 합격했다.

출처: 율립
제품을 홍보 중인 원혜성 대표(왼쪽 가운데)와 율립 영문 홈페이지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대치동 구글 사옥까지 지하철 왕복 3시간 거리를 유모차 끌고 다녔다.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힘든지 몰랐다. “끝까지 교육을 받아 ‘나만의 것’을 꼭 만들겠다. 생각만 했습니다. 재밌게 도전한 거죠.”


◇이른 미국 진출이 성공 비결


5주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잘 아는 아이템’으로 창업해야 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장품이었다. “피부가 예민한 편이에요. 결혼을 앞두고는 더 예민해져서 3년 정도 립스틱을 쓰지 못한 경험이 있는데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인공 첨가물이나 화학 성분을 쓰지 않은 립스틱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 동기들에게 생각을 얘기했더니 모두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립스틱을 바르면 구역질이 난다는 사람, 입 주변에 뭐가 난다는 사람. 기존 립스틱에 불만 있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좋은 제품만 만들면 시장성이 있겠다. 판단했습니다.”


과감히 창업을 결심했다. 회사 이름은 딸아이 이름에서 한 글자 '율'을 따고 입술을 뜻하는 '립'을 합쳐 지었다.

출처: 율립
전시회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원혜성 대표


자본금이 필요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500만원을 목표로 펀딩을 진행했다. 3일 만에 목표액을 넘어, 1750만원을 모았다. 개발, 원료 선정, 마케팅은 스스로 하고 제조는 전문회사에 맡겼다. 세 가지 립스틱을 3000개 만들어, 3개월만에 다 팔았다. 두 번째 펀딩으로 1250만원을 모아 다시 완판시켰다.


수익으로 상시 생산 체제와 판매 채널을 갖추고 일찍 미국 진출을 추진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아마존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셀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배운 내용을 토대로 미국 USDA(농무성)에서 인증받은 유기농 원료로 립스틱을 만들어 아마존에서 팔기 시작했죠.”


찾기 어려운 천연 립스틱이라 금세 반응이 왔다. 판매 시작 후 곧 ‘아마존 초이스’에 올랐다. 클릭 유입량, 제품 판매량 등을 토대로 아마존이 인증하는 인기제품이다. 지난 2월에는 ‘베스트 셀러’에도 선정됐다. 아마존 내 립스틱 분야에서 손꼽히는 제품이 된 것이다.


-단기간에 ‘베스트 셀러’에 오른 비결은요.

“홍보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영문 인스타그램을 만들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만한 콘텐츠를 계속 올렸고요. 우리 제품을 좋아할만한 소비자를 찾아 타깃 광고도 했습니다. 또 글로벌셀러가 판매량만 보고 선정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많이 팔리면서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스토리도 있어야 한다더군요. 그런 스로티를 부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마존에서 앞으로 저희 성장 스토리가 궁금하다고 해요. 지속적인 성장으로 보답하려고 합니다.”

출처: 율립
원혜성 대표


제품의 모든 성분을 자세하게 공개한다. 유기농 성분은 함량 비율까지 표시한다.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다. 성분 뿐 아니라 제조 과정도 친환경을 지향한다. 동물 대신 알러지 테스트로 제품을 실험한다. “클린 뷰티(Clean Beauty)를 추구합니다. 전 공정을 친환경으로 한다는 뜻이죠. 포장도 친환경으로 합니다. 라인몰(https://bit.ly/3nRqd3P) 등에서 배송 시 물건을 포장할 때 이른바 ‘뽁뽁이’ 에어캡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종이 포장재 ‘지아미’를 씁니다. 고객 건강 뿐 아니라 환경도 챙겨야 한다는 게 저희 가치입니다.”


◇성장과 선한 가치 


-아마존에 물건 올려 파는 건 어떤가요.

“시스템이 우리나라 오픈마켓과 거의 비슷해서 익숙하더라고요. 영어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문의 사항이 있으면 아마존코리아 직원들이 한국어 응대를 해줍니다. 가장 좋은 건 물류입니다. 고객 배송 걱정할 것 없이 아마존 센터로 물건을 보내면, 고객에 대한 배송은 아마존이 해주거든요. 콜센터로 오는 문의 전화의 80% 이상이 배송 관련인데, 그 문의가 아마존으로 가니 편합니다.”

출처: 율립
율립 립스틱


-계속 좋은 제품을 내놓는 데 애로는 없나요.

“천연 립스틱 제조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제조 과정을 종잡기 어렵죠. 원료가 자연에서 유래되다 보니 그해 작황에 따라 색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천연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자색 고구마, 적색 무에서 추출되는데요. 그해 수확하는 고구마, 무 색깔에 따라서 원료 색이 달라집니다. 실험실 안에서는 색깔이 완벽하게 나왔는데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하면 색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산 제품을 모두 폐기한 사례까지 있죠. 계속 실험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완벽해지겠죠.”


아이는 이제 5살이 됐다. 엄마이면서 CEO로 사는 데 적응해 가고 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일을 저 혼자 했어요. 처음 2~3년은 하루에 3시간 밖에 자지 못했습니다. 아이 재우고 일찍 일어나 새벽 3시부터 일을 시작했죠. 이런 힘든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회사가 더 잘 되게 하고 싶습니다. 회사를 통해 선한 가치를 널리 퍼뜨리고 싶습니다. 유방암 환자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건강한 립스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적은 금액이지만 캠페인을 통해 기부도 했습니다. 이런 의미 있는 활동을 보다 많이 할 수 있도록 계속 성장하겠습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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