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렉슬 전셋값 15.5억원에서 하룻밤 사이 10.7억원으로 급락한 이유

조회수 2020. 11. 10. 15: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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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 여부 따라 크게 엇갈리는 전셋값

요즘 경제의 최고 화두는 부동산, 부동산에서 최고 화두는 전셋값이다.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셋값 상승세가 식을줄 모르고 있다. 그에 따라 각종 난맥상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알아봤다.

단지별로 같은 평형 5억원 차이
출처: 더비비드
서울 아파트 단지


전세시장의 난맥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전세 이중가격이다. 지난달 서울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9㎡(34평형)의 경우, 10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불과 일주일 후 15억5000만원에 새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 전셋값이 일주일 사이 5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원인은 재계약 여부에 있었다. 10억5000만원 계약은 기존 세입자가 전월세상한률(최고 5%)에 따라 재계약한 것이고, 15억5000만원은 시세대로 새로운 전세계약을 맺은 물건이었던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이런 가격 현상을 ‘이중 가격’이라 부른다. 같은 물건이 재계약 여부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4~5억원씩 차이가 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출처: 더비비드
서울 고급 빌라 단지


지난달 서울 잠실 ‘잠실엘스’ 전용 84.8㎡의 경우, 신고가인 12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된 불과 6일 후 7억8750만원에 디른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또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9㎡는 15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된 바로 다음날 10억7000만원에 다른 계약이 체결됐다. 며칠 차이로 엄청난 가격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강남 만의 현상이 아니다. 서울 목동 ‘목동신시가지 5단지’ 전용 65㎡의 경우, 2주일 사이에 전세 가격이 4억3000만원에서 7억5000만원을 오갔다. 또 은평구 녹번동 ‘래미안베라힐즈’ 전용 84.95㎡는 6억원에서 7억5000만원을 넘나들었다.


모두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된 연장 계약인지, 새로운 전세계약인지에 따라 가격에 크게 차이가 났다.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았다고 해서 좋아할 일이 아니다. 2년 후 시세대로 오른 전셋값 폭탄을 그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는 곳을 떠나거나, 평수를 크게 줄여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전세 난민’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전세가 급등세 식을줄 몰라
출처: 더비비드
서울 아파트 단지


신규 전세 거래는 꾸준히 평균 전세 가격을 높여 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개정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7월(4억9922만원)보다 3755만원(7.52%) 올랐다. 이전 2년치 인상분과 맞먹는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60㎡)의 최근 전세 호가는 9억원에 달한다. 지난 7월만 해도 7억원이면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는데, 석 달 만에 2억원이 오른 것이다.


7월과 비교한 지난달 전세 가격 상승률을 보면 금천구(10.99%), 성동구(10.87%), 은평구(10.33%), 강동구(10.17%), 광진구(9.52%), 강북구(9.49%) 등이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전셋집을 가격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오는 집의 가격)도 지난달 5억804만원으로 사상 처음 5억원을 돌파했다.

출처: 더비비드
서울 아파트단지


10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91.1을 기록, 2001년 8월(193.7) 이후 1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지수는 0~200 범위로 전세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100보다 클수록 전셋집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작한 전세 대란은 지방 주요 도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두산위브더제니스’(129㎡)는 지난달 10억원에 전세 거래돼 석 달 만에 1억원 올랐다. 대전 유성구 상대동 ‘트리풀시티’(102㎡)는 지난달 23일 6억5000만원에 최고가 전세 거래가 성사됐다. 8월 실거래가보다 2억원 이상 뛰었다.


앞으로 전셋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 세입자들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신규 매물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정보 업체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1233건으로 3개월 전(3만7174건)보다 70% 줄었다.여기에 집주인이 실거주하거나, 전세를 반(半)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었고, 신혼부부 등 신규 전세 수요는 계속 유입되는 상황이다.

청약에 한낱 희망 거는 세입자들
출처: 더비비드
대전 아파트 단지


불안한 세입자들은 매매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최근 진행된 경기도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 청약에 무려 57만명이 몰렸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458가구)’, ‘과천 르센토 데시앙(394가구)’,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192가구)’에 각각 19만409명, 18만5288명, 10만2693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이 각각 416대1, 470대1, 535대1에 달했다. 앞서 2일 진행된 특별공급에도 3개 단지에 누적 9만1426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이들 단지의 분양가는 3.3㎡(평)당 2373만~2403만원이다. 전용면적 84㎡ 기준 8억원 선이다. 위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 4월 입주한 ‘과천푸르지오써밋’(전용 84㎡)이 최근 19억3000만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것이다. 공공택지라서 저렴한 분양가가 가능했다. 이 때문에 그야말로 ‘청약 광풍’이 불었다.

출처: 더비비드
서울 아파트 단지


결국 운좋게 당첨되면 거액을 벌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는 전세시장을 떠도는 게 현재 부동산 시장의 모습이다. 그중 일부는 청약에 계속 실패하다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아파트의 상승세도 좀처럼 시들지 않고 있다. 전국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지난달 9억2025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9억원을 돌파했다.


이런 사태를 해결하려면 결국 공급 증대 외에 근본적인 해답이 없다. 하지만 관련 전망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여전히 대부분 부동산 대책이 규제 위주로 검토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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