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팔렸다, 집값에 좌절한 서민들 달려간 곳

조회수 2020. 9. 18. 11: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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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믿을 건
로또 뿐…

코로나19로 세계와 한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으면서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어디에선가 위안을 얻고자 하는데, 대표적인 게 복권이다.

이와 관련한 재밌는 통계 하나가 최근 공개됐다. 2020년 상반기 로또 복권 통계 속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상 처음 4조원 넘어선 로또 판매액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로또 판매익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로또복권 판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한 2조6208억원으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말 복권 판매가 더 늘어나는 것은 감안하면 올해 5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출처: 조선DB
시민들이 로또 번호를 찍는 모습


로또 판매액은 ‘로또 광풍’이란 말을 유행시킨 2003년 3조8200억원을 기록한 이후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다. 지나친 과열로 사회문제로까지 지적되자, 정부가 한 게임당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떨어트리면서 1등 당첨금이 줄며 열기가 식은 것이다. 최저점이었던 2008년 판매액은 2조28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증가세로 전환해 이때부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2018년 비로소 2003년 판매액을 넘어서더니, 작년엔 4조원 벽까지 훌쩍 넘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올해 5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죄악 소비’ 중 하나로 분류되는 복권

경제학자들은 복권 판매 증가가 경기 침체와 관련이 깊다고 설명한다. 한 경제학자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오래 된면 노동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고, 이를 정신적으로 해소하려는 욕구가 커진다고 한다.

출처: 조선DB
코로나 방역 현장(왼쪽)과 주가 상황판


이때 값싸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술, 담배, 단 음식 같은 이른바 ‘자기파괴형’ 소비 수단들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조금이라도 늘어나는 소득과 자산을 지켜보며 바쁜 일상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못해 소득이 늘지 않고 심지어 줄어들게 되면 평소 잠재의식으로만 느꼈던 노동으로부터 스트레스가 표출된다. 이때 폭식과 과음은 스트레스를 상쇄하는 효과를 낸다.


그래서 불황 때는 술, 담배, 단 음식 등의 판매가 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에, 경제학자들은 불황이면 ‘죄악 소비’가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출처: 조선DB
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사람들


복권도 이른바 ‘죄악 소비’ 중 하나다. 복권은 ‘확률적으로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복권에 많은 돈을 쓸수록 허공에 날리는 헛돈이 커지게 되고, 결국 가정 경제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

기대값 생각하면 무조건 안사는 게 합리적

경제학자들은 구입 가격과 ‘기대값’을 비교해 복권이 왜 죄악 소비 수단인지 설명한다. 기대값이란 어떤 확률 게임을 계속할 때 평균적으로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보상의 크기를 나타낸다. 계산에 따르면 로또복권 한 장의 기대값은 500원 정도 된다. 로또복권 구입자 가운데는 수십억의 당첨금을 받는 1등도 있는 반면, 돈을 그대로 날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결과를 감안해 복권 한 장 당 받은 상금을 평균해 보니 500원 정도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평균적으로 500원을 주는 복권을 사기 위해 우리가 내는 돈은 1000원이다. 그래서 로또 복권 한 장을 구입한다는 것은 평균 500원 정도 상금을 바라고 1000원을 내는 꼴이 된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들은 “복권을 구입하는 것은 무척이나 우둔한 일이고, 수입을 늘리려는 정부의 속셈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조소한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경제인’으로 구성된 시장경제에선 복권이 절대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출처: 조선DB
복권 판매소


그런데 어디 현실이 그런가. 지금도 매주 수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사고 있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금액 4조3181억원을 10년 전 2조3572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복권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으려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크게 오른 집값에 소외된 사람들이 허망한 마음에 로또를 사는 경우도 많다.


결국 증가하는 복권 구입액은 오랜 경기 침체로 계속 커지는 경제적 고통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로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았다. 40대 취업자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일자리 상황도 좋지 않은 편이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까지 겹치면서 경제 상황이 더욱 좋지 못해, 복권 같은 죄악 소비에 기대려는 심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앞으로 경제 상황이 나아져야 각종 소비도 정상적인 패턴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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