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 된 이병헌 매니저, 10만명이 반했다

조회수 2020. 8. 28. 09: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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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투바 김병현 대표

연예계 매니저로 일하다 수제 초콜릿 스타트업

햄처럼 잘라 먹는 초콜릿, 원두 수입해 직접 제조


“카카오 1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제초콜릿 제조업체 트리투바의 김병현(41) 대표는 본인을 이렇게 소개한다. 남미 에콰도르에서 카카오를 직접 수입해 수제초콜릿을 만든다. 처음 초콜릿과 인연을 맺은 게 2004년이니 20년이 다 돼 간다. “수제초콜릿 시장을 개척했다고 자부합니다. 직접 카카오 원두를 들여와 초콜릿을 만든 건 제가 거의 처음일 겁니다. 처음 초콜릿을 만들 때만 해도 해외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출처: 트리투바
김병현 트리투바 대표


◇에콰도르에서 원두 직접 수입해 전 공정 책임 제조


트리투바는 빈투바(Bean to Bar·원두에서 완제품까지) 초콜릿을 만든다. 카카오 원두를 직접 선별해서 공정을 끝까지 책임지는 완전한 의미의 수제 초콜릿이다. 회사명도 그 의미를 담았다. 카카오 열매가 열리는 나무에서 바 모양으로 생긴 초콜릿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는 뜻에서 ‘트리투바(Tree to Bar)’라 이름지었다. 초콜릿 생산은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90평(약 298㎡) 부지 공장에 있는 초콜릿 공정용 머신을 통해 한다.


제품 라인업은 아몬드에 초콜릿을 입힌 ‘아망드 쇼콜라’, 카카오 닙스에 초콜릿을 입힌 ‘초코닙스’ 등 10여 가지다. 호두 등 견과류에 카카오 닙스를 넣은 수제 그레놀라도 판매한다. 대표 상품은 화이트 살라미 초콜릿이다. 약 20cm 길이의 원통형 초콜릿으로 살라미 햄처럼 얇게 썰어먹으란 뜻이다. 초콜릿 베이스에 크렌베리, 바나나 등 건조 과일과 아몬드 등 견과류가 들어 있다. 햄에 곁들인 와인 안주 등으로 인기가 많다. 출시 2년 만에 온라인몰(https://bit.ly/2QuBx6u) 등을 통해 10만개 넘게 팔렸다.

출처: 트리투바
트리투바의 대표 수제 초콜릿 제품인 ‘화이트 살라미’ 초콜릿. 얇게 썰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병헌 씨 매니저 출신, 카카오 농장에서 처음 맛본 열매


김병현 대표가 초콜릿을 알게 된 건,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쇼콜라티에’인 아내 조미애 씨 덕이다. 아내는 미술을 전공한 칠공예가였지만, 옷칠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지면서 칠공예를 그만뒀다. 고민하다 2004년부터 초콜릿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김 대표도 이때부터 어깨 너머도 초콜릿을 배웠다.


당시 김 대표는 영화배우 이병헌 씨 매니저였다. “이병헌 씨 외에 황보라, 김지호씨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출처: 트리투바
김 대표가 배우 이병헌씨의 전담 매니저로 일했을 당시 찍은 사진. 영화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을 함께하며 4년 동안 같이 일했다.


매니저 일을 하면서 초콜릿에 계속 관심을 가졌다. 2009년 아내와 함께 서울 신사동에 수제 초콜릿 전문점 ‘에이미 초콜릿’을 내기도 했다. “아내가 개발과 제조를 맡고, 저는 마케팅을 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행사에 협찬하면서 홍보를 열심히 했죠. 나름 잘 운영됐습니다.”


그러다 초콜릿 제조까지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내와 여행에서 카카오 농장을 들르면서부터다. “2010년 말레이시아 브루네오 섬으로 여행을 가면서 현지 카카오 열매 농장에 들렀습니다. 예전부터 초콜릿이 열매 씨앗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실제로 열매를 본 건 처음이었죠. 농장 옆에는 카카오 열매가 초콜릿으로 만들어지는 공장이 있었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에게 익숙한 초콜릿 만들어지는지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느낌이 어땠나요.

“농장에서 카카오 열매를 처음 먹어봤는데 인생에서 처음 느껴 본 맛이었어요. 이런 열매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이렇게 재밌는 수제 초콜릿 프로세스 과정을 우리나라로 들여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처: 트리투바
쇼콜라티에로 일하는 아내 조미애씨와 2018년 콜롬비아 산지에서 찍은 사진. 현지 농원으로 카카오 열매를 보러 다녔다.


◇직접 세계 다니며 원두 골라


한국에 돌아와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매니저 일을 그만뒀다. “아내와 함께 수제 초콜릿 사업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원료가 첫째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장 남미로 날아가 산지에서 카카오 열매를 직접 확인하고 보는 눈을 키웠습니다. 에콰도르, 멕시코, 콜롬비아 등을 1년에 5번 넘게 왕복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고른 원두가 뭔가요.

“에콰도르에 있는 ‘팔로산토’ 농원을 최종 선택했습니다. 에콰도르 최고의 카카오 생산자를 뽑는 대회(Cumbre Mundial Del Cacao)에서 우승했을 정도로 카카오 품질이 좋죠. 이 카카오들을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고 농장에서 직접 수입합니다. 그래야 농민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원하는 품질을 들여올 수 있거든요.”

출처: 트리투바
에콰도르 현지 카카오 열매 농장에서 찍은 사진. 현지에 직접 방문해 농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열매를 직접 맛보며 카카오 품질을 확인한다.


원두 뿐 아니다. 나머지 재료도 많은 신경을 썼다. “화이트 초콜릿에 들어가는 분유를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고산병 약을 먹어가며 에콰드로 해발 3500m에 위치한 농장에 가서 소젖을 짜본 적도 있습니다.”


-초콜릿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드나요.

“카카오 원두를 볶은 다음에 껍질을 깝니다. 이 상태를 카카오 닙스, 즉 먹을 수 있는 종자 라고 합니다. 이걸 맷돌과 같은 원리로 작동되는 기계에 갈면 초콜릿 액이 만들어집니다. 이 초콜릿을 틀에 부어서 성형하면 초콜릿 바가 만들어지죠.”

출처: 트리투바
한 박람회에 참여해 수제 초콜릿을 현장에서 만들고 있다.


◇초콜릿의 블루보틀 꿈


양산하는 일이 남았는데 위기가 왔다. 사업의 방향을 놓고 투자자들과 의견 충돌이 있던 와중에 금전적인 사기까지 당했다. 그러면서 서울 신사동에 차렸던 ‘에이미 초콜릿’도 2015년 닫게 됐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2016년 아내와 함께 경기도 남양주로 내려가 사업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트리투바’ 이름으로 사업자도 새로 냈다. 한숨 돌리면서 아이디어를 낸 게 지금 시그니처가 된 ‘화이트 살라미’ 초콜릿이다.


“2019년 1월 세계 최대 규모의 초콜릿 박람회인 샬롱 뒤 쇼콜라가 서울에서 개최된 게 계기였습니다. 참가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한 유명 브루어리 연구소장님이 카카오 맥주를 제안하시더라고요. 한정판 맥주를 만들어서 팔기로 결정한 뒤 어울리는 안주를 고민했죠. 그러다 살라미 초콜릿 아이디어가 나왔고 큰 기대 없이 4일치 판매량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반나절 만에 다 팔렸습니다. 초콜릿 모양을 신기해 하시면서 썰어먹을 수 있어 편하다고 하시더군요.”

출처: 트리투바
수제 초콜릿으로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입소문이 나면서 한 대형 백화점 MD에게서 연락이 왔다. 발렌타인데이 기념일에 함께 팔아 보자는 것이다. 팝업스토어 형태로 3일간 팔았는데 1000만원 매출이 나왔다. 이후 회사는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작년 4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온라인몰(https://bit.ly/2QuBx6u) 등에서 4억 원을 기록했다. “원래 여름은 초콜리 비수기인데 우리는 계속 판매가 늘고 있어요. 코로나19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신기해 하시면서 집에서 주문해 주시는 거죠. 이제 사람들이 발품이 아닌 손품을 뛰는 시대입니다. 온라인 시장이 점점 활성화되면서 저희 초콜릿을 찾는 분이 계속 늘고 있어 즐겁습니다.”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초콜릿계의 ‘블루보틀’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하나의 문화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좀더 다양하고 품질이 좋은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야 합니다. 곧 밀크 살라미 초콜릿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계속 열심히 알려서 누구나 아는 고급 초콜릿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신재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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